. 초량동 중국음식점거리
부산역 맞은편의 텍사스촌 거리에는 기름진 중국음식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90년대 들어 러시아 상인들이 몰려 러시아촌으로 불리고 있지만, 음식점만은 아직도 중국인들이 그 터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100년 넘게 중국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오고 있는 동구 초량동 화교거리에는 중국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중국집이 즐비하다.
텍사스촌은 밤과 낮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밤에는 러시아 사람들이 활보하지만, 낮에 이 곳을 찾게 되면 중국어로 씌어진 간판과 화교들끼리 나누는 중국어 대화가 낯설지 않다.
현재 이 곳에는 2천여 명의 화교들이 살고 있다.
화교거리는 1884년 청국이 현재 화교중고등학교 자리에 영사관을 설치해 객주들이 몰려들면서 만들어진 청관거리에서 유래했다.
비단 포목 양복지 꽃신 등 중국에서 수입해 온 상품들은 시집가는 경상도 처녀들의 혼수감으로 각광받았다고 한다.
화교거리의 중국집은 대부분 화교들이 직접 요리를 한다. 그래서인지 평소 동네중국집보다 음식 종류가 다양하고 쉽게 볼 수 없는 특이한 요리들을 찾을 수 있다.
상해문(上海門) 입구의 홍성방(鴻盛坊·467-5398)은 메뉴에 올라 있는 음식 종류만 해도 127가지나 된다. 만두 전문점으로 명성을 얻은 이 곳은 손님들이 항상 꽉 찼다는데, 지금은 포장용을 찾는 손님들이 오히려 많다.
돼지고기와 부추로 속을 만들었는데 돼지고기의 강한 냄새를 부추의 향이 가려 줘 담백한 맛이 난다. 부추에는 돼지고기의 살균을 도와주는 성분이 있다. 13개짜리 물만두가 3천원, 10개짜리 군만두가 3천원.
삼선누룽지탕(2~3인분 3만5천원)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된 홍성방의 별미요리다.
찹쌀 누룽지에 뜨거운 해산물 소스를 부어 즉석에서 익혀 먹는 음식인데 새우 오징어 등 5가지의 해물과 청경채 버섯 호박 등 갖가지 야채가 입 안에서 함께 씹힌다. 아이들의 영양식으로 권할 만한데 청경채의 상큼함과 해물의 싱싱함, 거기에 누룽지의 구수한 맛까지 어울려 감칠맛이 난다.
류산스 깐풍닭튀김 탕수육 식사 감채류(후식)까지 나오는 코스요리(4인분 5만원)는 가족 외식으로 적당하다.
5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원향재(元香齋·467-4868)는 북경식 오향족발(2인분 1만5천원) 맛이 그만이다.
주당들의 술 안주감으로 인기가 높지만, 돼지고기 냄새를 말끔히 없애 주는 오향의 독특한 향, 기름기를 쫙 빼낸 쫄깃한 육질에 여성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국물을 졸여 영양갱처럼 말랑말랑하게 굳힌 ‘슬’이라는 것도 함께 나오는데, 족발과 함께 먹으면 입맛을 돋워 준다.
화교가 직접 운영하는 중국집이지만 자장면(2천5백원)도 있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아삭 씹히는 오이가 상큼한 자장면 맛은 여느 중국집과 다르다.
삼생원(468-4881)에서는 이색적인 중국 빵을 맛볼 수 있다. 이 집은 겉보기는 허름해도, 3대째 가업을 잇는 전통을 갖고 있다. 공갈빵 계란빵 꽈배기 팥빵 등 8가지 종류의 빵과 왕만두(700원)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원탁에 둘러앉아 하나하나 맛보는 중국 전통요리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코스요리를 먹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화교거리의 중국집 대부분은 12만원에서 2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5명에서 10명까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6~10가지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