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태어난다면(5편)|시디 티지 소설
여자로 태어난다면(5편)
얼마를 잤을까? 나는 부시시 눈을 떳다. 온몸이 내것 같지 않았다. 약간의 몸살기도 있었다. 옷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며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한참을 있다보니 추위를 느끼며 한참을 있기도 했다. 잘나가는 인터넷쇼핑몰 의류업체지만 열악한 환경의 작업실은 난방이 그리 잘 되어 있지 않았고 새벽시간에는 직원들이 코트를 걸치고 일을 하는 상황이었다. 모델을 하다보니 한기를 넘어 추위를 느끼면서도 덜덜떨며 일을 하다보니 당연한 일인 지도 모른다. 정말 몸살로 쓰러지면 안되는데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삼류시장에서 잘나가는 삼류모델이다보니 하루일당이 고작해야 보통 10만원에서 20만원사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휴일도 없이 한달 꼬박 일하면 아주 많이 벌어야 월수 600만원이 최고다. 사실상 600만원 벌 수가 없다. 모델도 사람이고 쉬어야 하니까 말이다. 중간중간 건당 30만원에서 50만원 받는 광고모델일이 들어와야 한다. 모델로서도 조금은 민망한 노출수위가 있는 작업은 수입이 좋은 편이다. 그런데, 여자이다 보니 한달 중 몇일은 쉬거나 아니면 힘든 작업이 곤란하다. 생리 중에는 일을 하더라도 노출이 심한 일은 할 수 없다. 다행히 나는 생리주기가 일정한 편이라 스케줄을 잘 짜면 수입을 최대한 많이 올릴 수 있게 스케줄을 잡을 수 있다.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모델들은 스케줄 펑크내거나 아니면 스케줄을 짜기 어려워 업체에서 기피대상으로 찍히면 수입이 말이 아니다. 어떤 애들은 진통제나 다른 약을 먹어가면서 돈을 벌려고 억척을 부리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무리는 하지 않는다. 모델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모델들은 일주일에 평균 2~3일만 일하고도 내가 버는 금액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보통이다. 정말 잘나가는 모델은 내가 밤잠 못자며 매일 일해서 한달동안 버는 모델료를 단, 몇시간 모델하고서 벌기도 한다. 똑같은 사람인데 세상을 살다보면 능력차이때문에 대우가 달라진다. 이런 생각하면 모델이란 일 못한다. 그냥 일이 좋으니까 하는거다. 암튼, 다행히도 나는 오후에 있는 광고촬영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먼저 샤워를 하고 어떤 속옷을 입을까 망설였다. 있다가 저녁에 새남자친구 정역씨를 만나기로 했으니 속옷도 조금은 야하게 입고 싶었다. 반투명한 살색 망사브라에 망사티팬티를 골랐다. 그리고, 가터벨트를 입어야 하는 아주 얇고 광택이 조금 있는 살색스타킹, 가터벨트를 겉옷은 엉덩이를 살짝 덮는 검은 미니원피스를 입기로 했다. 일단, 기초화장을 하고 비비크림을 발랐다. 메이크업은 촬영에 맞게 해야 하니까 색조화장은 안했다. 원피스을 입고 무릎선까지 떨어지는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엄마! 나 나가요. ”
“오늘도 늦니? ”
“네, 어쩌면 내일 아침에 들어올거에요.”
“얘, 선영아! 너 나갈때 “나가요.”라고 하지 말고 “다녀올게요.”라고 해라. 오후에 일나가면서 “나가요.”하면 우리딸이 꼭 나가요아가씨같아서 듣기가 싫어.”
“참, 엄마두, 우리엄마 유머하셨네? 걱정말아요.”
“나가서 남자들 조심하구. 여자는 언제나 몸조심하고 단정해야해. 코트속에 또 야하고 짧은 치마 입은 거 아니지?”
“아니야, 엄마, 다녀올게요.”
나는 초미니원피스에 10센티가 조금 넘는 에나멜톤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집을 나섰다. 나를 걱정하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아빠를 생각하면 정말 자식으로서 죄송스럽다. 부모님들은 내가 아직도 남자경험없는 숫처녀로 생각하시니까 말이다. 모델일 하면서도 처녀성을 잘 지키고 있는 순진한 딸로 생각하시고 계시니까 말이다. 아마도 딸가진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 우리딸만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내가 바쁘게 일하고 다니느라 남자도 못만나고 연애할 시간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 할수록 딸로서 죄송스럽다. 이런생각을 하며 지하철역으로 향한 나는 전철을 타고 한시간을 달려 안양역에 내렸다. 오늘 광고촬영하는 시장직원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이대리님! 나오셨어요?”
“네, 전철타고 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네, 저는 항상 전철이용하니까 편해요”
“저희회사가 형편이 좋으면 댁에서 차로 모셔야 하는데…”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이런 얘기를 나누며 안양역 근처 광고촬영장소로 이동했다.
“선영씨 왔어요? 잘 지냈구?”
“네, 덕분에… 안녕하셨어요? 사장님!”
“미스 정! 모델 촬영장소로 안내해”
“네, 사장님!”
미스 정이란 여직원이 나를 촬영장으로 안내했다.
오늘 촬영은 정말 간단했다. 시장홍보광고전단 한편에 쓸 여자모델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비록 한장이지만, 촬영컷은 100장이 넘게 찍는다. 시장측에서 준비한 옷갈아 입고 약 한시간 반정도 촬영을 했다.
“선영씨 수고했어.”
“아니에요. 사장님! 매번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항상 우리부탁 거절안하고 들어줘서 우리가 고맙지. 그런데, 오늘 저녁어때? 내가 저녁사고 싶은데…”
“저 선약이 있어요. 죄송합니다. ”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어디로 가나? 내가 안양역까지 데려다주면 될까? ”
“그렇게 해 주시면 좋구요.”
“자, 날 따라오지. 내가 차로 안양역까지 모셔드리지.”
첫댓글 모댈 세계를 리얼하게 표현 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