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西风萧瑟,斜阳影里,聊城已隐隐在望。
吕剑阳勒住丝缰,笑道:“吕某有一世交范永泰,昔年亦是武林人物,豪迈不羁,古道热肠,现已封刀归隐,就隐居在此不远,多年未见,甚是想念,贤弟有意同往么?”
唐梦周微笑道:“在下唯吕兄马首是瞻。”
吕剑阳道:“好。”
丝缰一带,转入官道旁一条黄土小径。
约莫奔出五七里远,遥见竹林遮眼,葱绿迎风摇曳,隐隐可见堡墙屋瓦,炊烟冉冉升起。
奔至临近,只见一道护庄河环绕,吊桥已然悬起。
吕剑阳道:“天色未晚,为何将桥收起。”
忽闻对河高声叫道:“两位来到弊庄为何?”
吕剑阳高声道:“在下昆仑吕剑阳,路经贵庄,意欲拜见范庄主。”
“吕少侠请候着,容小的禀告。”
片刻,吊桥悬松闸轧轧放下,传来苍老豪迈大笑道:“吕老弟,什么风吹来的?令师可好?”
只见一条人影掠来,现出一貌相威武长髯老者,目露喜极之色,拉住吕剑阳双手不放,继而目光转注唐梦周面上,道:“吕老弟,这位朋友是谁,快与老朽引见。”
吕剑阳道:“这位是抚台大人公子唐梦周。”
范永泰神情一肃,继又哈哈大笑道:“老朽救星天降,唐公子快请快请!”
抱拳一揖,肃客迎入庄中。
这所庄堡人烟稠密,不下六七百户,巷衢纵横,范永泰所居是一八字照墙*⑴,三进大院建造极为坚固宏伟。
分宾主落座後,吕剑阳道:“范世伯,莫非贵庄遭了什么变故么?”
范永泰闻言捋髯长叹一声道:“事由犬子引起,距此十五里外有一恶霸汪遇吉,乃飞鹰帮分舵主,近年来飞鹰帮声势逐渐强大,门下网罗之众,高手不仅包括中原道上黑道高手,亦有不少正派门下在内,帮主太极金剑武耀煌精明多智,武功高强,俨然有图霸中原之意。”
吕剑阳点首答道:“这个小侄已有耳闻。”
范永泰道:“是以追魂镖汪遇吉胆子越来越大,鱼肉乡民,私设公堂,作威作福,三日前汪遇吉劣子汪龙强抢民女充作妾媵,正巧为犬子所遇,一言不合大打出手,汪龙不幸为犬子重伤刀下,抬回不久即不治身亡。老贼先发制人,抢先告了官司……”
唐梦周道:“聊城县如何发落?”
范永泰苦笑一声道:“全衙上下莫不与汪遇吉老贼互通声气,狼狈为奸,晌午之前县衙捕头驾临敝庄,要提拘犬子范文宗,老朽诿称犬子畏罪潜逃,待其返庄亲自送往服罪,捕头气势汹汹,仅限今晚,明晨即须老朽抵罪。”
唐梦周俊目中逼泛怒光,冷笑道:“居然有此脏官。”
范永泰摇首叹息道:“老朽决不畏法,只要公允,老朽及犬子领罪就是!公门中人离去不久,老贼派人前来索赔恤银五万两,尚须听命于飞鹰帮,不然约地比斗*⑵,誓复其子血仇。”
吕剑阳冷笑道:“纵然令郎投案领罪,只怕日後亦无宁日!罪不在令郎,此事迟早终须发生。”
唐梦周微微一笑道:“范庄主无须忧虑,聊城县衙自有在下筹划对策,至於汪老贼索偿约斗,庄主昔年武林豪雄,必胸有成竹,如有驱策之处,吕兄与在下愿效棉薄。”
范永泰满怀愉悦,满天阴霾俱一扫而尽,这时大厅上已摆下两桌丰盛酒筵。
范永泰延请唐梦周上座,唐梦周怎会应允,仅就侧席客位。接着只见厅后走出四人,系范永泰三子一女,长子范文宗,次子范文广,三子范文昌,幼女范文珠年仅十四,长得异常秀丽,明眸皓齿,亭亭玉立。
吕剑阳与范文宗最是投契,执手寒喧,并與唐梦周一一引见。
最後又走入六老,六老昔年均追随范永泰闯荡江湖多年的老辈英雄,谊如手足,就在此落籍,躬耕务农,贻养余年。
宾主间杯觥交错,言笑尽欢,宴到中途,唐梦周忽冷哼一声,手中一双竹箸望一扇长窗外疾如电闪飞去。
只听一声凄厉惨嗥,接着传来重物堕地声响。
范永泰面色一变,范文宗疾跃而出,片刻挟着一黑衣带刀汉子进入大厅。
只见那黑衣劲装匪徒目眶中流出殷红鲜血,一双竹著深嵌入匪徒目中,无疑双眼已盲。
吕剑阳及范永泰群雄骇异失色,惊的并非匪徒居然在周密防范中潜入,而是惊异唐梦周这一手暗器手法已臻化境,自愧望尘莫及。
范永泰随命庄丁押出听候发落,目注唐梦周笑道:“老朽尚未知唐公子身负旷绝武学,不言而知令师必是武林奇人,是否可赐告老朽?”
唐梦周微笑道:“雕虫小技,无师自通之学不值一笑。抚署府中武师与不少大内高手往来稍住,在下难免耳闻目濡,见猎心喜,偷习一招两招也是有的。”
范永泰知唐梦周深藏不露,也不追问,呵呵大笑道:“唐公子忒谦虚了。”
立起举杯相敬。
范文珠与范文宗附耳密语,范文宗面有难色,摇首低叱,但范文珠苦苦厮磨着,神情似是在乞求什么。
范文宗微瞪了其妹一眼,侧脸低声向吕剑阳密语。
吕剑阳含笑皱眉道:“待此间事了,小弟定代为转求,成与不成非小弟所能应允。”
席终人散,范永泰准备了一间客房,被褥换洗一新,亲身领着唐梦周、吕剑阳走入,坐陪片刻后告辞而出。
室内两榻分列,窗明几净*⑶,陈设古朴雅致。
吕剑阳道:“追魂镖汪遇吉一人事尚易为,只是飞鹰帮声势强大,稍一不慎冤冤不已,堪为隐忧。”
唐梦周微笑道:“在下忖料太极金剑武耀煌决不会为了汪遇吉小题大做,妄启干戈,小弟倦极欲眠先睡了。”说罢卸去衣履,拥被而卧。
吕剑阳哈哈一笑道:“贤弟言之甚是。”
亦吹熄灯火睡下。
一宿无话,天色未明,唐梦周、吕剑阳已自起身盥洗。
庄内则枕戈待旦,彻夜未眠,范永泰一干人等轮替巡视,防匪徒偷袭,一夜无事。
天未大亮,范永泰独坐大厅沉思,一名庄丁飞奔而入,禀道:“县衙张捕头率领一干人役到来。”
范永泰目中怒光暴射,须发无风自动,但倏地收敛如常,高声道:“说老朽有请!”
庄丁迅快退出。
须臾,一个青衣老者,双目隐泛威棱,神态安详,负手走人,后随四名捕快,淡淡一笑道:“事非得已,重扰宝庄,望乞见谅。”
范永泰抱拳笑道:“不敢。”
青衣老者面色一沉,说道:“令郎回来了么?人命关天,这档子事既然闹到公门,自有王法在,庄主速速交出人犯,张某也好交差。”
范永泰忙陪笑道:“犬子已回庄,老朽责以大义,犬子自愿投案,大人请稍坐,容老朽唤出犬子。”
说着高声命备酒席一桌。
青衣老者眉峰微微一皱,道:“庄主不用费事了。”
范永泰道:“老朽怎敢慢客。”
说着抱拳一揖,快步走人后进。
咄嗟之间,酒席已自摆上。
青衣老者嘴角隐隐泛出一丝冷谲笑容。
须臾,范永泰已快步走出,含笑道:“犬子在内收拾衣物,辞别其母后便即出来随投案。”
说着趋前下步,低声道:“昨晚寒舍来了一位嘉客,说是与大人多年旧识,是否可入内相见。”
青衣老者面色一怔,冷冷笑道:“何不请出相见。”
范永泰道:“还是入内相见的好,大人如是不去,恐与你前程不利,丢了捕快还则事小,只怕是身首异处,全家抄斩。”
说至最后两句,语音微弱,送入青衣老者耳中,却字字清晰。
青衣老者闻言不禁面色大变,道:“这是何人?”
范永泰道:“大人见面就知。”
青衣老者冷笑道:“就请庄主带路。”
两人一前一后走入一花木扶疏院落,横列一排精舍,身未踏至檐下,突闻一个清朗话声道:“张头,你好大气派威风,聊城县治之下有你这么一个捕头,真乃苍生有福,万民载德啊!”
青衣老者耳闻语音异常熟稔,但一时间忆不起是谁,呆得一呆,高声答道:“阁下何人,快请……”
话声未了,一眼窥见窗内端坐着唐梦周,不由大惊失色,抢步入室,惶悚请安道:“小的不知公子在此作客,只怪庄主未曾说明,不然小的怎敢失礼。”
唐梦周冷笑道:“张头,真象查明了没有?”
青衣老者面有愧色道:“小的只是奉命差遣,身不由己。”
唐梦周轻轻一拍桌案,喝道:“胡说!我知曲不在你,但你应据理力陈,为民父母者,岂可漠视民命,贪赃枉法!最可恨乃竟与匪盗勾结,罪大恶极,张头,你去回覆知县,听候提参,全衙上下俟新官到任按律治罪。”
青衣老者面如土色,惶恐抱拳道:“小的这就回去覆命,罪在胡大人偏信田师爷片面之词,但求公子宽恕一次。”
唐梦周面色冷寒如水,道:“一切详情我均已查明,宽恕可以,张头,你必须听我的!”
青衣老者心中一块大石方始落下,答道:“小的怎敢不服从,公子但请吩咐。”
唐梦周颔首道:“好,附耳上来。”
青衣老者耳听密命,连连点头称是,却目露诧容道:“公子说的一点不错,江湖中事自有江湖中人来管,但小的有句不当之言,不知该讲不该讲?”
“你说说看。”
青衣老者道:“公子身份有别,又不擅武功,卷入武林是非甚属不智,……”
话犹未了,唐梦周微笑道:“你怎知我不会武功?”
说着立掌如刃,随手向案头一角切去,“嚓”的一声,案角落地,断处平整光滑,如刃切腐。
青衣老者不禁骇然瞠目。
唐梦周道:“张头,你可以走了,一切莫露出声色,要是你敢在外张扬一句我在此,我必取你项上人头。”
青衣老者喏喏连声,告退而出,来至前厅,只见范永泰与一干捕役笑谈,即道:“你等急速回衙,少庄主自与我同往。”
俟四名捕役走后,双眉一皱,笑道:“范庄主,你怎么不早说与咱们抚台公子是旧识?天大的事在下自会从中斡旋,自可大事化小,小事化无。”
范永泰含笑道:“人命关天,王法森严,老朽怎知唐公子有这大力量。”
青衣老者苦笑一声道:“庄主哪知唐公子是当今东宫娘娘义弟,休说我这小小捕头,就是王公大臣见他亦要礼让三分。”
说着告辞而出。
范永泰亲身送至护庄桥上,精神奕奕快步走回大厅,只见大厅内酒席上端坐着吕剑阳及三子一女,急忙问道:“唐公子呢?怎不相请入席。”
范文宗道:“唐公子独自一人在向昨晚被擒匪徒问话。”
吕剑阳笑道:“唐贤弟行事莫测高深,心计尤高,小侄虽然与他交浅日短,却有知人之明,世伯必可化难呈祥。”
说时,唐梦周已飘然走出,说道:“张捕头走了么?稍时追魂镖汪遇吉必派人前来,庄主若不以在下越俎代庖为忤,请容在下应答如何?”
范永泰忙道:“公子是敝庄五千老幼恩人,说什么越俎代庖,真令老朽惶愧无地自容了!”
唐梦周道:“庄主越说越见外了!你我俱是性情中人,以豪侠自命,拔刀逞快,了了恩仇,些许小事,何足挂齿,来,庄主应罚一杯。”
范永泰哈哈大笑道:“老朽愿领罚。”
接过酒杯一饮而尽。
蓦地——
一个抱刀黑衣汉子快步奔入,禀道:“七指灵猿鄢飞雄率同三人求见。”
※ ※ ※ ※ ※ ※ ※ ※ ※ ※ ※ ※ ※ ※ ※ ※ ※ ※
<3-2>
서풍(西风)이 소슬(萧瑟)하고 석양의 햇살은 대지에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멀리 요성(聊城)이 은은한 모습을 드러내자, 여검양(吕剑阳)이 말고삐를 조이더니 웃는 얼굴로 당몽주에게 말했다.
"나와는 대를 이어 세교(世交)를 맺고 있는 범영태(范永泰)란 분이 있는데, 어디 구속 받기 싫어하는 호방한 성격에 인정도 두텁고 정의감이 강한 사람으로서, 과거엔 무림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봉도(封刀) 후 이 근방에 은거하고 있다네. 지난 몇 년 간 만나지 못해 무척 보고싶은데 현제도 함께 가 보는 게 어떤가?"
당몽주(唐梦周)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여형(吕兄)이 가신다면 소제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여검양이 "좋소!" 하더니 말고삐를 돌려 관도(官道)를 벗어나 한 줄기 황톳길로 접어들었다.
6, 7리 정도 말을 달리니 멀리 대나무 숲이 시야를 가리듯 자리잡고 있었는데,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 사이로 장원(庄院)의 담장과 밥 짓는 연기가 폴폴 피어 오르고 있는 기와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호장하(护庄河=해자)가 장원을 둘러싸고 있었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조교(吊桥)는 이미 올라가 있었다.
여검양이 말했다.
"아직 날도 저물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다리가 올라가 있는지 모르겠군."
그때 해자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두 분께선 폐장(弊庄)에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여검양이 외쳤다.
"소생은 곤륜(昆仑)의 여검양(吕剑阳)으로, 근처를 지나는 길에 범(范) 장주(庄主)를 뵙고자 하오!"
"소인이 가서 보고할 동안 여 소협(少侠)께선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조교가 내려오면서 맑고 시원한 웃음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여 노제(老弟),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곳까지 온 겐가? 영사(令师)께서도 안녕하시겠지?"
한 줄기 인영이 번쩍하며 순식간에 그들 앞으로 날라왔는데, 긴 수염의 위풍당당한 모습의 노인으로서 얼굴에 희색이 만연한 채 여검양의 두 손을 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 노인이 당몽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여 노제, 이 친구분은 누구신가? 어서 노부에게 소개하게!"
하고 말했다.
여검양이 당몽주를 소개했다.
"무대(抚台=巡抚) 대인의 아드님인 당몽주 공자입니다."
범영태(范永泰)가 일순 엄숙한 표정을 짓는 듯하더니 이내 껄껄 크게 웃으며 포권과 함께,
"내가 운이 좋구려. 당 공자, 어서 오시오!"
라고 하며 그들을 장원 안으로 인도했다.
외부에서 보이던 것과는 달리 이곳 장보(庄堡)는 의외로 대로와 골목길들이 종횡(纵横)으로 뻗쳐 있는 가운데 적어도 육, 칠백 호(户) 이상의 인가가 자리잡고 있는 듯 보였다.
범영태의 집은 팔자(八字) 조벽(照壁)*⑴을 지닌 삼진사합원(三进四合院-마당이 네 개인 저택)으로 매우 견고하고 웅장했다.
객청(客)에 들어선 후 주인과 손님으로 좌석을 나누어 착석하자 여검양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범(范) 세백(世伯), 혹시 귀장(贵庄)에 무슨 변고라도 있는 것 아닌지요?"
범영태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길게 탄식하더니 대답했다.
"휴우.... 모두 내 못난 자식놈 때문에 벌어진 일이오. 여기서 십오 리 떨어진 곳에 이 지방에서 악질 건달로 유명한 왕우길(汪遇吉)이란 자가 살고 있는데, 그는 비응방(飞鹰帮)의 분타주(分舵主)이기도 하오. 알다시피 근래 비응방은 성세(声势)가 날로 높아져 다양한 인물들이 문하(门下)로 모여들고 있는데, 흑도(黑道)의 고수들뿐 아니라 정파(正派) 출신도 적지 않다고 하오이다. 방주(帮主)인 태극금검(太极金剑) 무요황(武耀煌)은 두뇌가 명석하고 무공도 높은 인물로, 중원(中原) 무림의 패권을 도모하려는 생각마저 갖고 있다고 하오."
여검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기는 소질(小侄)도 이미 들어 알고 있습니다."
범영태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추혼표(追魂镖) 왕우길(汪遇吉)은 날이 갈수록 더욱 대담해져 주민들을 못 살게 굴며 심지어는 사사로이 공당(公堂-법정)을 설치하는 등 전횡을 일삼고 있는 실정이외다. 3일 전 왕우길의 아들 왕룡(汪龙)이 첩을 삼겠다며 민가의 아녀자를 강제로 납치해 오다가, 공교롭게도 내 아들놈과 마주쳐 대판 싸움이 벌어졌는데, 불행히도 왕룡이 칼에 의해 중상을 입고 돌아간 지 얼마 안 돼 죽어버렸소이다. 그러자 왕우길이 즉시 관부에 고소를 했는데...."
당몽주가 말을 끊듯이 다급히 물었다.
"요성현(聊城县)에서는 어떤 처결을 내렸답니까?"
범영태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곳 관아는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 왕우길 도적놈과 한 통속이 되어 놀아나고 있소이다. 오전 일찌감치부터 현아(县衙)의 포두(捕头)가 아들 문종(文宗)을 잡아가겠다고 들이닥쳤길래, 일단 아들놈이 죄를 짓고 두려운 마음에 일시 도피한 것 같다고 핑계를 대면서, 나중 집으로 돌아오면 자진해서 현아(县衙)로 출두시키겠다고 약속을 하였소. 그랬더니 포두 놈은 더욱 흉포한 기세로 만약 오늘 밤 안으로 데려오지 않으면 내일 아침 나에게 죄를 묻겠다고 했소이다."
당몽주의 눈에서 노광(怒光)이 번쩍였다.
"아직도 이런 더러운 관리들이 있다니!"
범영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부는 결코 법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고, 공정하기만 하다면 나와 자식놈은 법에 의한 죄값을 달게 받겠다는 것이오. 관아에서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우길 늙은 도적놈이 사람을 보내왔는데, 5만냥을 배상하고 향후 비응방(飞鹰帮)의 명령을 따르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⑵ 아들의 피맺힌 원한을 갚겠다고 하였소."
여검양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드님이 죄값을 치르겠다며 자진 출두한다 해도, 그걸로 끝날 리가 없고 앞으로도 평안할 날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충돌은 아드님의 죄도 아니고,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을 뿐입니다."
당몽주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거들었다.
"요성(聊城) 현아(县衙)에 대해서는 소생이 대책을 마련하겠으니 범 장주(庄主)께선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왕 노적(老贼)이 요구한 배상과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장주께서 왕년의 무림 호걸로서 나름 계획이 있으실 거라 믿고, 저와 여형은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범영태는 온 천지를 뒤덮고 있던 먼지가 일거에 씻겨나간 듯한 기분에 기쁨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윽고 대청에는 풍성한 술상이 마련되었다.
범영태가 당몽주에게 상좌(上座)에 앉기를 청했지만 당몽주가 응할 리 있겠는가?
그는 한사코 객석인 옆자리를 고집하였다.
곧이어 대청 뒤편에서 범영태의 삼남일녀, 장남 범문종(范文宗), 차남 범문광(范文广)과 삼남 범문창(范文昌), 그리고 딸 범문주(范文珠)가 나타나 인사를 올렸는데, 특히 막내인 범문주는 올해 나이 열넷으로, 빛나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하얗고 고른 치아의 수려한 용모와 늘씬한 몸매을 지닌 미녀였다.
여검양은 즉시 범문종과 의기가 투합하여 서로 손을 마주잡고 얘기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이내 당몽주를 소개했다.
잠시 후 여섯 명의 노인들이 들어왔는데, 그들 모두는 과거 범영태가 강호를 누비고 다닐 때부터 그를 따르며 형제처럼 지내던 선배 인물들로서, 이곳으로 은퇴한 후 몸소 농사를 지내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연회가 시작되자 손님과 주인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기를 한참, 흥이 오를 대로 오를 무렵, 당몽주가 돌연 "흥!" 하고 냉소를 침과 동시에 수중의 젓가락을 전광석화처럼 창밖을 향해 날려 보냈다.
곧바로 처량한 울부짖음과 함께 무거운 물건이 땅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범영태의 안색이 돌변했고, 범문종이 재빨리 뛰어나가더니 잠시 후 검은 옷에 칼을 찬 사내를 옆에 끼고 대청으로 돌아왔다.
흑의경장 차림을 한 괴한의 눈에선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대나무 젓가락 한 쌍이 그의 눈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을 보니, 두 눈은 이미 멀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검양과 범영태 등의 군웅들은 아연실색을 금치 못하였는데, 엄밀한 방비 하의 장원에 괴한이 침투하였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당몽주의 암기 수법이 이미 자신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고 할 수 있었다.
범영태는 수하에게 괴한을 가두고 처분을 기다리게 하란 명령을 내리자마자 당몽주에게 시선을 돌리며 웃음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노부는 당공자가 일신에 광세절학(旷世绝学)의 무공을 지닌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영사(令师)께서도 필히 무림의 고인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진대, 노부에게 귀띔이라도 해 주실 수 없겠소이까?"
당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
"스승도 없이 혼자 터득한 보잘것없는 재주이니 비웃지나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무서(抚署) 부중(府中)에는 적지 않은 대내(大内-궁중) 고수들이 드나들고 묵다 보니, 우연히 보고 들은 초식들 중 한두 개를 몰래 연습한 바가 있을 뿐입니다."
범영태는 당몽주의 사문을 밝히지 않으려는 의사를 알아차리고는 더이상 묻지 않고 크게 웃으며 단지,
"당 공자께선 너무 겸손하시군요."
하고 짧게 언급만 하고는 대신 잔을 들어 경의를 표했다.
그때 범문주(范文珠)가 범문종(范文宗)의 귀에 대고 무언가 귓속말을 했고, 범문종이 난색을 표하며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범문주는 애원하는 듯한 간절한 표정으로 오빠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여동생의 모습을 옆눈으로 흘겨보던 범문종이 이윽고, 얼굴은 돌리지도 않은 채, 옆 자리의 여검양에게 밀어(密语)를 건넸다.
그러자 여검양이 얼굴을 찡그렸다가 이윽고 미소를 머금고 낮은 음성으로 대꾸하였다.
"이 일은 소제가 대신 부탁은 하겠지만, 성사 여부는 저의 소관 밖임을 아셔야 합니다."
주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진 후 범영태는 한 칸의 객방(客房)에 침구를 새로 마련하게 한 후 당몽주와 여검양을 안내해 들어간 뒤 잠시 환담하며 머물다 방을 나왔다.
밝고 깨끗한 실내*⑶에는 두 개의 침상이 분리되어 놓여 있었고, 가구나 진열된 물건들은 고풍스럽고 우아했다.
여검양이 입을 열었다.
"추혼표(追魂镖汪遇吉) 왕우길(汪遇吉) 하나라면 쉬운 일이지만, 비응방(飞鹰帮)의 세력이 워낙 강하여 조심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오."
당몽주가 웃으며 대꾸하였다.
"제가 생각건대 태극금검(太极金剑) 무요황(武耀煌)은 결코 왕우길의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로 크게 일을 벌이며 함부로 나설 것 같지 않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제는 너무 피곤해 먼저 자야겠습니다."
당몽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옷을 벗은 다음 이불을 끌어안고 침상에 몸을 눕혔다.
여검양이 하하 웃으며,
"현제의 말이 맞을 것 같소이다."
라고 하며 곧바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밤새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고, 당몽주와 여검양은 날이 밝아 오기도 전에 일어나 세수를 마쳤다.
장원 내에서는 범영태 등의 중심 인물들이 비적들의 습격에 방비하느라 잠도 자지 않고 순시를 돌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아무 일 없이 하룻밤이 무사히 지나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날이 완전히 밝기 전, 범영태가 대청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일꾼인 장정 하나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현아(县衙)의 장(张) 포두(捕头)가 아역(衙役)들을 이끌고 왔습니다!"
라고 고하였다.
그 순간 범영태의 눈에서 노광이 폭사되며 수염과 머리칼이 바람도 불지 않는데 곤두섰다.
그러나 그는 곧 표정을 평소와 다름없이 가다듬으며 큰 소리로 명했다.
"이리로 모시거라!"
장정은 곧바로 물러갔다.
잠시 후 얼굴 표정은 평온하지만 두 눈에 위엄이 서려 있는 한 청의노인이 뒷짐을 지고 대청 안으로 들어섰고, 네 명의 포쾌(捕快=捕吏)가 뒤를 따랐다.
청의노인은 담담한 웃음을 띤 채 입을 열었다.
"일이 부득이하여 귀장을 다시 번거롭게 하니 양해를 구합니다."
범영태가 포권하며 응답하였다.
"무슨 말씀을..."
청의노인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영랑(令郎)은 돌아왔습니까? 사람의 목숨이 걸린 사안으로 이미 공문(公门=官府)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왕법(王法) 또한 엄하니, 장주께선 어서 범인을 넘겨주시기 바라외다. 그러면 이 장모(张某)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것이오."
범영태가 즉시 웃음 띤 얼굴로 응수하였다.
"못난 자식놈은 이미 돌아왔고, 이 늙은이가 대의에 입각해 꾸짖으며 스스로 자수하게끔 설득하였으니, 아들놈을 불러올 동안 대인은 잠시 자리에 앉아 기다려 주길 바라외다."
말을 마치자마자 범영태는 술상을 봐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청의노인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장주께선 번거로이 그러실 필요가 없소이다."
범영태가 굳은 표정으로 짧게 대꾸했다.
"이 늙은이로서는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할 수 없소이다."
말과 함께 포권일읍(抱拳一揖) 하더니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사라져 버렸고, 대청 안에는 곧바로 술상이 마련되었다.
청의노인의 입가에 한 줄기 차갑고 묘한 웃음이 피어났다.
잠시 후 범영태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모습을 나타내더니 웃음을 띤 채 말했다.
"못난 자식놈은 옷가지를 챙기고 모친에게 작별을 고한 뒤 나와 자수하겠다 하오이다."
말을 하며 청의노인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더니 낮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어젯밤 누추한 집에 귀한 손님 한 분이 오셨는데, 대인과 오랜 지인이라면서 대인께서 만나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여쭤봐 달라는군요."
청의노인의 표정이 일순 굳어지더니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왜 그가 이곳으로 나오라 하지 않소이까?"
범영태가 정색하며 말했다.
"그래도 내실에서 뵙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대인이 거절한다면 대인의 전도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오. 포두 자리를 잃는 정도는 사소한 일이고, 일신에 재앙을 모면하기 어렵고, 일가가 멸족될 수도 있소이다."
마지막 두 구절의 말은 청의노인만이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미약했지만, 자자구구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청의노인은 안색이 급변했다.
"그가 도대체 누구란 말이오?"
"만나보면 자연히 알게 될 거요."
청의노인이 냉소를 치며 말했다.
"장주께서 길을 인도해 주시구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나무들이 무성한 정원을 지나 횡으로 들어선 정사(精舍)를 향해 갔다.
그들이 정사의 처마 밑에 이르기도 전에 별안간 한 줄기 청랑(清朗)한 음성이 들려왔다.
"장두(张头), 그대의 위세가 대단하구나! 요성현 치하에 그대 같은 포두(捕头)가 있다니, 백성들에겐 창생유복(苍生有福)이요 만민재덕(万民载德)이로다!"
청의노인은 음성이 귀에 익다는 것은 느꼈지만, 누구인지 즉시 기억이 나지 않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소리를 높여 물었다.
"귀하는 누구신지요? 어서 모습을..."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의 눈에 창문 너머로 방안에 단정히 앉아 있는 당몽주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는 대경실색 황급히 뛰다시피 집안으로 들어서더니 황송한 표정으로 문안을 올렸다.
"소인은 공자께서 이곳에 손님으로 와 계신 줄을 전혀 몰랐습니다. 어쩐지 장주께서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더라니, 소인이 실례를 범할 뻔하였습니다."
당몽주가 냉소를 쳤다.
"장두, 아직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단 말이오?"
청의노인이 부끄러운 기색으로 대답했다.
"소인이 명을 받고 착수하였으나 아직까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몽주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꾸짖었다.
"허튼 소리! 나는 그대가 조작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응당 도리에 맞게 백성을 부모처럼 여기며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어찌 백성들을 얕잡아보며 뇌물을 받고 법을 왜곡 적용하는 것인가? 그대가 비도(匪盗)들과 결탁함은 그야말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고 그 죄는 극악하기 그지없도다. 장두, 그대는 돌아가 지현(知县-현령)에게 탄핵 심판을 대기하라 하고,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든 관리들은 새로운 지현이 부임한 후 법에 따라 책임과 죄를 물을 것이라 전하시오."
청의노인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황공스레 포권하며 대답했다.
"소인은 돌아가 복명하겠소이다만, 죄는 호(胡) 대인이 전(田) 사야(师爷=막료, 고문)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그리 된 것임을 아시고, 공자께서 한 차례 용서해 주시기를 간구하는 바입니다."
당몽주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모든 세부적인 일까지 내가 이미 밝혀냈소. 물론 관용을 베풀 수도 있다. 그 대신 장두, 그대는 필히 내 말을 들어야 한다!"
심중 큰 짐을 던 듯한 기분에 청의노인이 황급히 대답하였다.
"소인이 어찌 감히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공자께선 분부만 내리십시오."
당몽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귀를 가까이 대시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밀명을 받던 청의노인이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당몽주에게 물었다.
"공자의 말씀은 조금도 틀림이 없습니다. 강호의 일은 강호인들이 다스리게 함이 지당합니다. 하지만 소인이 감히 말씀을 하나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말해 보시구려."
"공자의 신분이 유별하다 하지만 무공이 서툴러서 강호의 시비에 휘말리게 되는 일이 과연 지혜로운 일일지...."
노인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당몽주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대는 어찌 내가 무공을 못 한다고만 알고 있는 것이오?"
말을 하며 당몽주가 손바닥을 칼처럼 세우고 탁자의 한쪽 모서리를 향해 내리치니, '착' 하는 소리와 함께 모서리가 잘려 나갔는데, 그 단면이 마치 예리한 칼로 벤 것처럼 평평하고 매끄러웠다.
청의노인은 놀란 나머지 눈이 휘둥그래지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당몽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두(张头), 그대는 이제 가보도록 하되, 일체 아무 내색도 하지 마시오. 만일 내가 여기 있다고 밖에다 떠벌리기라도 한다면, 내 반드시 그대의 모가지를 몸에서 떼어 버리겠소."
청의노인은 연신 "네, 네" 하고 대답하고는 작별을 고한 뒤 집밖으로 나갔다.
그가 전청(前厅)으로 돌아와 보니 범영태가 포쾌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즉시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즉시 아문으로 돌아가거라. 소장주(少庄主)는 나중 나와 함께 갈 것이다."
네 명의 포쾌들이 돌아가기를 기다린 후 그가 눈썹을 찡그린 채 웃는 얼굴로 범영태에게 말했다.
"범 장주, 왜 우리 무대 공자와 친구라고 진작 말해 주지 않았소? 큰 사건이라 할지라도 소생이 중간에서 주선하여 조정하면, 큰 일은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수 있소이다."
범영태가 웃음을 머금고 대꾸했다.
"사람의 목숨이 걸렸고 왕법도 삼엄한데, 당 공자가 그리도 큰 힘을 발휘할지 내 어찌 알았겠소이까?"
청의노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장주가 당 공자가 당금 동궁(东宫) 낭랑(娘娘)의 의제(义弟)임을 어찌 아시겠소이까? 나 같은 일개 포두는 말할 것도 없고 왕공대신(王公大臣)이라 할지라도, 당 공자를 만나면 예의상 3푼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오."
하고 말을 마치자마자 작별을 고했다.
몸소 호장교(护庄桥)까지 배웅한 뒤 대청으로 돌아온 범영태는, 대청 안에 마련된 주석(酒席)에 여검양과 그의 삼남일녀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급히 물었다.
"당 공자는? 어째서 자리를 함께 하자고 청하지 않았느냐?"
범문종이 대답했다.
"당 공자는 어젯밤 잡은 괴한을 심문하러 갔습니다."
여검양이 웃으며 말을 보탰다.
"당 현제(贤弟)는 일처리가 고심막측(高深莫测)하고 계략도 워낙 높아, 소질이 그를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의 사람 됨됨이를 보건대, 그는 세백(世伯)이 현재 마주한 어려움들을 모두 해소시키고 상서로움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때 당몽주가 표연히 모습을 나타내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장 포두(捕头)는 갔습니까? 좀 있으면 추혼표(追魂镖) 왕우길(汪遇吉)이 필히 사람을 보내올 것인즉, 장주께서 소생이 주제넘게 나서는 것을 눈에 거슬리게 여기지 않으신다면, 소생으로 하여금 응대하게 해 주심이 어떻겠습니까?"
범영태가 황급히 말을 받았다.
"공자는 우리 장원의 오천여 식솔들의 은인인데 주제넘고 할 게 어디 있겠소이까? 그런 말은 이 늙은이로 하여금 죄송해 진정 몸 둘 바를 모르게 만들 뿐이외다!"
당몽주가 말했다.
"장주께선 어찌 말씀하실수록 소생을 남 취급 하십니까? 장주님이나 저나 다 뜨거운 가슴을 지닌 호협인(豪侠人)을 자처한다면, 한번 결심하면 바뀌는 법이 없고 은원(恩怨)을 분명히 하며, 사소한 일들은 괘념치 말아야 하는 법이니, 장주께선 마땅히 벌주 한 잔을 마셔야 합니다."
범영태가 허허 웃으며,
"이 늙은이는 처벌을 달게 받겠소!"
하며 술잔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별안간 그때.
칼을 가슴에 안은 흑의 사내 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더니 보고했다.
"칠지영원(七指灵猿) 언비웅(鄢飞雄)이 세 사람을 거느리고 와서 뵙기를 청합니다."
(3-2 마침)
[註]
*⑴ 照墙(조장)=照壁(조벽)
대리국(大理国)을 구성하던 백족(白族)의 건축 양식 중 하나로 가옥뿐 아니라 풍경을 돋보이게 하거나 특정 문화적 의미를 표현해야 하는 곳에 세운 벽면이다.
백족의 대표적인 장식 예술인 조벽(照壁)에는 인물의 공명을 칭송하거나 행복을 빌며 액을 쫓고, 또는 자연을 노래하는 장식이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다.
*⑵约地比斗 : 일단 "그렇지 않으면"으로 번역하였는데, 정확한 의미를 아시는 분의 해석을 기다립니다.
*⑶窗明几净 : 실내가 밝고 깨끗하다는 것을 형용하는 표현.
(窗户明亮,几案洁净。形容室内明亮整洁。几案=긴 책상)
첫댓글 올려주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점점더 흥미진진합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선량한 강호 선배 한 분을 구해주는구나. 좋은 일 하고있다. 항상 조심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