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학의 역사
1)아유르베다와 중국전통의학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인도의 아유르베다(Āyurveda)와 중국전통의학은 전일주의 철학에 기반하여 환자를 전체성을 가진 인격체로 보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부분까지 전체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전인적으로 치유하는 방식이다. 동양의학의 두 축으로 불리는 중국전통의학과 인도의 아유르베다는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의학이다.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이란 국가 또는 각 문화권마다 진단 및 처치의 경험들을 구전 또는 고서 등을 통해서 고대로부터 계승해온 민간요법 또는 자연요법 등을 통해 발전된 것으로 세대를 넘어 전해진 다양한 의료적 접근, 지식, 그리고 신념 등을 포함한다.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의 선두에 있는 두 전통의학은 몸과 마음의 분리된 것으로 보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몸과 마음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심지어는 사람과 환경의 관계 역시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와 같이 두 전통의학은 오랫동안 서로 활발히 교류하면서 주변국에 전파되었으며 현대의학체계와도 병행 발전되었으며 현재 서양에서는 보완대체의학(CAM) 또는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의 주요 분야로 치유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현대 서양의학이 지닌 한계성을 보완할 수 있는 전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이 각광받고 있으며, WH0에서는 세계 인구의 3/4이상이 건강관리를 위해 전통의학에 의지하고 있다고 한다. 인도의 아유르베다, 중국전통의학, 티베트의학, 이슬람의 유나니의학은 세계 4대 전통의학이다.
인도의 전통의학 중 하나인 아유르베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포괄적인 의학 체계 중에 하나로, 현재까지 활발하게 행해지는 의학체계이다. 아유르베다는 1975년 10월 WH0(세계보건기구)에 의해 아유르베다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의료체계와도 융합되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전인치유체계이다. 오늘날 아유르베다는 인도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여섯 개의 의학체계 중 하나이며, 그 외에는 동종요법(homeopathy), 자연요법(naturopathy), 이종요법(allopathy), 유나니(unani), 요가(yoga therapy)가 포함되어 있다.
아유르베다는 산스크리트어로 'āyus'는 '생명' 또는 '삶'을 뜻하며 'veda'는 '과학' 또는 '지혜'의 뜻으로 즉 '생명의 과학' 또는 '삶의 지혜'를 의미한다. 아유르베다와 관련한 최초의 기록은 B.C.1500년경 중앙아시아로부터 이주해 온 아리안(Aryan)들의 성전인 "베다(Veda)"에 최초로 남아있다. 베다에는 리그베다, 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가 4개의 베다가 있다. 아유르베다는 사상적 측면에서는 모든 베다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특정한 약초의 처방이나 질병들의 치료법 등과 관련한 실제적인 부분은 아타르바베다와 가장 관련이 많이 된다.
이후 내과와 외과 분야가 독립적으로 계승 발전되었으며 B.C.300년-A.D.600년에는 불교의 번창으로 인해 많은 불교 승려들이 아유르베다를 전파하였다. 아유르베다에 관한 지식들이 체계화되고 정리되어 독자적인 경전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브라흐마나 시대(brahmanic period, 기원전 800년경~기원후 1,000년경)이다. 아유르베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체계이며 예방이나 치료에서 증명된 체계를 가지고 있다.
현존하는 아유르베다의 3대 고전 의학서는 내과학인 아그니베샤(Agniveśa)의 『짜라까 상히따』(Caraka-saṃhitā), 외과학인 수슈루따(Suśruta)의 『수슈루따 상히따』(Suśruta-saṃhitā), 그리고 이 두 의학서를 통합하여 집필한 바그바따(Vagbhaṭa)의 『아슈땅가 흐리다야 상히따』(Aṣṭāṅga-hṛdaya-saṃhitā)가 있다. 아유르베다 의사들은 중세까지 여러 가지 의료적 처방과 수술법을 발전시켰다.
『수슈루따 상히따』(Suśruta-saṃhitā)는 주로 외과 수술에 관한 논문과 실제적인 산부인과학에 관한 내용으로 수슈루따(Suśruta)는 외과의 아버지로 불린다. 19세기에 손상된 코와 귀의 수술, 피부이식술 등 현대의학의 독립된 전문 과목으로 발전되어 오늘날 전 세계 성형외과 의사들은 수슈루따(Suśruta)가 성형외과의 원조라고 한다.
또한, 아유르베다의 8개 분야(Aṣṭāṅga), 즉 내과(kāyacikitsā), 이비인후과(śālākya), 외과(śalyapahartṛka), 독성학(agada-tantra), 정신과(bhūta-vidyā), 소아과(kaumārabhṛtya), 양생학(rasāyana), 정력증진학(vājīkaraṇa)는 오늘날 행해지는 의료의 전문분야를 거의 섭렵하고 있다.
아유르베다는 특히 불교와 함께 불교 의학으로 전해져 동아시아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는 아유르베다의 유명한 불교 승려였던 바그바따(Vāgbhaṭa)에 의해 불교 의학의 바탕이 되었으며 아유르베다의 처방이나 요법에 관한 많은 내용이 불교 경전에 언급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와 중국은 일찍부터 교류를 시작하여 아유르베다와 중국전통의학 사이에는 상호교류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아유르베다를 모태로 중국의학과 접목되어 티베트의학을 탄생시켰으며, 아유르베다와 그리스의학이 접목되어 아랍의 유나니의학을 탄생시켰다.
2)두 의학의 연결고리로서 티베트의학
티베트지역을 중심으로 토착적인 민간의술을 토대로 생성된 독특한 전통의학인 티베트 의학은 삼종소인(三種素因)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이론화되었다. 삼종소인은 인체를 구성하는 기초 물질인 동시에 생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에너지이며 바람(Lung), 담즙(Tripa), 점액(Peken)이다. 티벳의학에서는 인체에 존재하는 이 3가지 정신적인 독소가 바람, 담즙, 점액이 인체 생리의 기본적인 요소로 본다. 신체적 질병은 3인(三因)의 부조화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첫째, 바람(Lung, 隆, nad-kyiyal-ga)은 풍(風)의 개념에 해당하며 지(地), 수(水), 화(火)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며 중국전통의학의 기(氣)와 비슷하다. 뇌수, 심폐, 골격, 호흡, 순환, 감각기관, 노폐물 배설, 운동 기능 등과 관련된다. 둘째, 담즙(Tripa, 赤巴, mkhria-pa)은 사대요소 중 화(火)의 개념으로 열을 생산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지능 활동, 담력(膽力), 성품, 욕구 등과도 관련되며 인체의 생명 현상을 유지한다. 셋째, 점액(Peken, 培根, bad-kan)은 수(水)와 토(土)의 개념으로 미각을 주관하며 비위(소화 기능), 방광, 수면과 체중 조절(肥瘦), 수면등과 관련된다.
이와 같이 티베트 의학은 물질보다 정신적인 측면을 중시하며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식습관, 생활양식, 신체 단련, 위생 등 양생을 통한 질병 예방을 중시하는 의학이다. 또한, 티베트 의학은 베다의 5원소(공, 풍, 화, 수, 지)의 개념 이후에 생겨난 불교에 그대로 적용되어 융화 발전되어 아유르베다와 중국전통의학의 철학과 개념이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세 전통의학은 고대의 경전을 토대로 하여 자연적 철학관을 기초로 질병의 예방과 균형을 중시하며, 일생 전반을 통한 양생법에도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건강은 대우주인 세계와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
3)아유르베다의학에 의거한 아랍의 Unani의학
이슬람의 유나니(Unani)는 페르시아 사산 왕조 때 페르시아어로 된 아유르베다 교재를 통한 고대 인도 의학과 그리스 의학을 접목하여 집필한 의학이다. 유나니의학은 아유르베다와 많은 공통점을 지니는데, 두 의학은 체액이론에 근거하고, 역증요법이며, 성분들의 균형을 이루고 체내의 저항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전일적 개념으로 치료했다.
4체액설은 네 가지 체액인데 즉 혈액, 담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체질을 분류하였다. 4체액은 4원소와 연계되어 있으며 각 체액의 특성을 살펴보면, 혈액은 뜨겁고 습하여 공기와 관련되며, 항담즙은 차고 건조하여 불과 관련되며, 점액은 차고 습하여 물과 관련되며, 흑담즙은 차고 건조하여 흙의 원소와 관련된다. 4체액 중 어느 것이 특히 우세한 정도에 따라 혈액이 많으면 다혈질로, 점액이 많으면 점액질로, 황담즙이 많으면 지방질로 흑담즙이 많으면 우울질로 설명하였다. 질병은 체액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다.
유나니 의학의 치료법은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에 의존하며 의사의 역할은 이 능력을 대신해 주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도록 조장해주는 것이며, 단지 직접적이고 절박한 상황에서 생명의 위협 시에만 과감한 방법에 의존했을 뿐이다. 유나니 의학의 또 다른 특징은 맥진을 강조하였는데 이븐시나(Ibn. sina, 980-1037)는 열 가지 특징이 있는 맥에 의해서 인체의 상태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맥진 이외에도 대변과 소변의 진단을 시행한다. 치료법은 운동이나 마사지 또는 터키식 목욕법 등의 양생요법(Regimental therapy)으로 약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과 특정한 음식을 섭취하는 식이요법(Dietotherapy)과 약물요법(Pharmacotherapy)이 있는데 약물은 주로 식물성 약물을 사용하며 동물성과 광물질의 약물들도 가끔 사용한다.
4)그리스의학에서 출발한 서양의학
현대 서양의학은 고대 히포크라테스 의학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19세기말 감염증 발견과 병원성 미생물을 물리칠 수 있는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크게 발전했다. 또한, 마취제를 이용한 외과 수술로 인해 현대의학은 더욱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 서양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은 전통의학과 마찬가지로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우주와 인간의 관계 속에서 고찰하고 신체적, 정신적, 영적 차원의 모든 것을 포괄한 전일적(全人的, holistic) 관점을 취하고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은 자연적인 과정으로 보고 그 증상은 신체가 질병에 대항하는 반응이며 의사의 중요한 역할은 신체의 자연치유력을 보조해주는 것이라는 이론을 최초로 확립하였다.
이슬람 의학자들은 페르시아와 그리스-로마 의학서적을 번역하고 의술을 받아들이고 임상에 도입하였으며, 단순히 그리스 의학을 계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 발전시켜 중세 의학 및 근대 서양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이슬람의 유나니 의학의 이론 연구와 임상시험을 통한 결과는 아랍의 의학 개설서나 전서에 수록되었으며 그것은 다시 번역되어 유럽의 의과대학 교과서로 채택되어 임상 치료에 활용되었다. 아랍의 유나니 의학을 영향을 받은 그리스 의학은 현대 서양의학의 시원이다. 이는 인도 아유르베다와 중국전통의학이 세계 의학의 모태(역사)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5)세계 의학의 상통
20세기에 들어서서 아유르베다 의학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는 실제 임상에서 질병의 치료에 있어서 이론과 실제 임상에서 현대 서양의학으로는 많은 한계를 느끼게 되어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에 관한 연구가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서양의학은 만성질환이나 심리적 질환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양의 전통의학에서 지혜를 찾게 되었다. 현대는 서양의학의 토대인 이원론적 세계관은 동양의 전일론적 우주관으로 전환하고, 양자물리학과 심신의학에서 동양의학의 몸과 마음의 연속성을 인정하며 동양의 전일적 관점을 지지하는 전인치유(holistic healing)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현대의 의학계에서는 대체의학 또는 동종요법 등의 치료방법들이 발달하고 있는데 이는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건강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유르베다는 그러한 의학계의 흐름에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주고 있으며, 현대의 많은 학자는 아유르베다 자연의학과 현대 서양의학이 통합된 새로운 의학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전인치유로서 차크라 명상에 관한 연구/ 원서은 선문대학교 글로컬통합대학원 자연치유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