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신과 육해공
가. 놀이의 개관
세 편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조건에서 겨루는 놀이로 고구려의 ‘고’, 백제의 ‘백’, 신라의 ‘신’이 합쳐져 고백신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땅에 그리고 하는 놀이는 두 패로 나뉘어 하는 경우가 보편적인데 세 패로 나뉘어 하는 특이한 놀이이다. 주로 전라도 지방에서 많이 행해졌다. 근대에 만들어진 ‘육해공’이란 놀이도 육군과 해군과 공군의 앞 자를 따서 만든 놀이로 이 놀이는 전국에 분포하는 놀이이다.
나. 놀이의 유래
<삼국유사 > 권2 무왕조에 서동요가 나온다. “선화공주님은 남 그으기 얼어두고 맛둥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다”란 내용으로 결국 서동은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는다는 내용이다.
<동국통감>권25 의종조에 “보현사가 어디인가 여기서 모두 죽네”란 동요가 있었는데 결국 무신의 난으로 정중부에 의해 왕과 문신들이 모두 보현사에서 죽는다는 내용이다.
그밖에 “나무아들 나라 얻네(木子得國)”란 이씨 개국의 노래를 비롯하여 연산군의 학정을 표현한 노래인 ‘노고요’와 중종반정을 예언한 ‘충성사모요’ 등 아이들의 노래에는 시대를 반영하거나 예언하는 많은 동요가 있었고 근래에는 동학혁명을 예언하고 마침내 녹두장군이 실패할 것을 암시한 “아랫녘 새야 웃녘새야 전주고부 녹두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두류박 딱딱 우여”란 녹두새 또는 파랑새 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이런 사회상을 표현하거나 예언한 동요는 놀이로도 이어져 삼국이 당나라에게 멸망한 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모를 ‘고백신’놀이가 전라도 지역에서 널리 행해졌다. 놀이 내용에서도 고구려 땅이 제일 크고 두 나라가 합쳐서 한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합치는 과정도 “당나라 조약”이라 하니 당나라에 의한 고구려 백제의 멸망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두 나라가 합쳐서 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함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국 전쟁을 치르면서 공군의 위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아이들은 ‘육해공’이란 놀이를 통해 마음대로 다니는 공군을 표현했으며 그 전쟁으로 남과 북이 넘지 못하는 군사 분계선인 “38도선”을 놀이에 그대로 적용하여 ‘삼팔선’이란 놀이를 만들어 즐겨 했다.
따라서 고백신 놀이는 신라에 의해 삼국이 통일 된 이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육해공은 한국 전쟁 이후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한다.
단순한 놀이이고 어리다고 생각한 아이들이지만 사회에 대해, 미래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이라 여겨진다.
다. 놀이방법
1)고백신
너른 공터에 놀이판을 그리고 놀이하는 사람을 세 패로 나눈다. 각 편의 대장 격인 사람이 나와서 가위바위보로 이긴 순서대로 고구려, 백제, 신라 땅에 소속된다.
각 편은 각자 나무막대나 돌멩이 등의 보물은 한 개씩 준비하여 자기 땅 제일 안쪽에 가져다 둔다.
상대국 영토와 놀이판 밖에서는 외발로 서며 발을 걸거나 밀쳐 상대국 군사를 죽이는데 이때 선을 밟아도 죽게 된다. 또한 상대방 영토에 들어가 싸울 때는 공격하는 사람의 든 발이 땅에 닿으면 죽게 되고 수비하는 사람은 넘어져도 괜찮지만 금을 밟거나 금 밖으로 밀려 나가면 죽게 된다.
자기 영토이건 남의 땅이건 드나들 때는 반드시 문을 통해 들어가야 하며 다른 나라의 보물을 빼앗아 자기 나라에 가져다 놓으면 뺏긴 나라는 멸망하고 뺏은 나라의 영토는 넓어지게 된다.
쉼터에서 쉴 수 있으며 쉬는 사람은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
두 나라가 연합해 협공할 수 있고 그 연합을 ‘당나라 조약’이라고 하는데 3개국 가운데 가장 강한 나라를 제외한 약한 두 나라가 연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약을 맺어 한 나라가 망하면 다시 두 나라는 적이 되어 싸워 승부를 가리고 결국 보물이 3개 모인 나라가 승리하며 순서대로 큰 영토를 차지해 다시 놀이를 하게 된다.
2)육해공
놀이하는 사람 가운데 힘과 체격 조건이 비슷한 사람 3명이 나와서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한 명씩 뽑아 가는 형식으로 3편으로 나눈다. 서로 전력이 비슷해야 놀이가 재미있기 때문에 서로 자기편에 잘하는 사람을 뽑아 가려고 노력한다.
놀이판을 그리고 대표격인 사람이 나와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순서대로 공군, 해군, 육군이 된다.
공군은 그려진 놀이판 밖의 모든 영역이 모두 공군의 땅이며 육군은 중앙 원과 통로이며 이를 제외한 지역이 해군의 땅이 된다. 해군 땅에는 문을 만드는데 이는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 활동하기 가장 불편하고 항상 적의 침입을 당하기 쉬운 육군이 제일 불리한 조건에서 놀이가 시작된다.
모두 자기 땅에서는 두 발로 다닐 수 있지만 다른 땅에 갈 때에는 외발로 다녀야 한다. 즉 공군이 해군이나 육군 땅에 들어 갈 경우 외발로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도 마찬가지다.
금을 밟거나 싸우다가 외발이 땅에 닿거나 상대편이 밀거나 당겨 문이 아닌데 상대편 영역으로 넘어가면 죽게 된다.
이와 같은 규칙에 의해 놀이가 시작되면 육군과 해군은 방어에 전념하고 공군은 양 진영을 넘나들며 공세적으로 놀이를 이끈다. 이 놀이는 다른 놀이와 달리 세편으로 나뉘어 하기 때문에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
이 놀이에서도 동맹을 맺어 강한 상대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백신과 닮은 꼴이다. 즉 공군에 비해 육군과 해군이 약하기 때문에 두 편이 동맹을 맺는다. 동맹을 맺을 때 “편걸자”라고 말해 수락하면 편을 맺어 상대편을 공격하지 않고 만약 동맹을 맺지 않은 다른 편이 모두 죽거나 세력이 약해지면 “편떼자”라고 해서 수락하면 동맹이 파기되어 서로 공격한다.
세 편이 전투를 벌여 어느 한편이 두 편을 모두 탈락시키면 그 편이 공군이 되고 가장 먼저 전멸한 편은 육군, 그 다음은 해군이 되어 놀이를 계속한다.
라.교육적효과
두 패로 나뉘어 하는 놀이보다 훨씬 더 자기편끼리의 유대가 절실하다. 또한 조약이나 동맹을 맺었을 때에도 상대편과의 협동과 단결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또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서 자기 편이 공격당하지 않는가, 상대의 약점은 어딘가를 판단해야 하며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밖에 늘 수비만 하면 더 이상 좋은 조건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불리해도 외발로 나가 싸우는 용맹성도 필요하다.
마.기타
아주 오래 전부터 널리 행해오다가 거의 사라졌던 고백신 놀이가 그 구조와 형식, 방법까지 비슷한 육해공으로 되살아나 70~80년대 전국적으로 행해진 것을 보면 “오래된 것은 오래간다 ”란 말을 실감나게 한다.
특히 한 쪽에서는 ‘조약’이고 한 쪽에서는 ‘동맹’이란 형태로 약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점에서 너무 닮아 두 놀이의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문헌>>
이상호, 놀이연구회, 『가슴펴고 어깨걸고』, 우리교육,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