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난다는것.
심리적인 평안함을 준다.
이 지역에 살면서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듯한 롱 비치, 아주 오랫만에 가게 되었다.
음식과 텐트, 침구등을 바리바리 챙겨 상기된 마음으로 도심지를 뚫고 익숙한 101 도로에 들어섰다.
늘 그렇듯이 6월의 우거진 나무숲과 물 풍경을 번갈아 마주하니 여전히 싱그럽고 신이난다.
날씨까지 협조적인 멋진 풍경들이 너무 당연해질 무렵,
도로 양옆으로 꽤 많은 동물모양의 붉은 철재 조형물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는 특이한 곳을 지난다.
101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조금더 가다보니,
도로 가깝게 들어앉은 목적지 Wallicut 캠핑장을 쉽게 찾을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대로 도착한 일행 15명은 각자가 성실히 준비해온 바베큐파티로 모든 일정은 시작 되었다.
습관데로 편안하게 구워먹기도 하고 격조있는 스테익 숫불구이도 맛볼수 있었다.
30도 이상 차이가 나는 바다 동네 날씨탓에 모닥불은 더욱 고마웠고, 둘러앉은김에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에 맞추어 추억의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으로 처음날을 보냈다.
차와 텐트를 오가며 야무지게 준비해온 침구탓에 평안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고사리에 얽힌 육게장으로 든든히 아침식사를 하고 롱비치 Cape disappointment 하이킹에 나섰다. 거대한 고목과 멀리보이는 바다와 들풀에 살짝 가려진 깜박 속을듯한 한치앞의 절벽들이 오싹하기만 하다.
이어지는 오레건의 Ecola 주립공원의 시원한 바다 절경은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케논 비치의 오밀조밀한 바위들을 에워싼 여린물과 예쁘장한 모래사장이 눈도 멈추게 하였다. 내리꽂힌 절벽위에 보란듯 자리잡은 별장의 위세도 대단했고, 삼각뿔 바위 위에 앙증맞게 올라앉은 Tillamook 등대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수 있었다.
우리눈에 들어온 콩알만한 풍댕이의 짝집기 모습또한 신기하기만 했다.
이 안의 우리들은 나이를 잊은채 재잘거리며 마냥 즐겁다.
배고픔에 관심이 없는 우리는 때 지난 점심으로 씨싸이드의 이태리 피자집을 찾았다. 피자 크기에 기가 빨린 일행들은 맛에도 완전히 압도 당했다. 정통 피자집을 소개한 일행이 어찌나 구여운지 이런저런 이유로 삐애로의 모자만한 싸이즈를 두개나 먹어치웠다. 뿌득한 배를 웅켜잡고 빼놓을수 없는 모래사장의 드라이브는 동심과 용맹, 호기심과 약간의 긴장 등 복합적인 감정이 동시에 얄얄거렸다.
신나고 재미 있음이 완전 나이야 가라 였다 ㅎ.....
무엇보다도 이번 캠핑에서 또렷이 남는 기억은 Astoria Megler 다리이다. 워싱턴주에서 오레건을 이어주는 전체 길이가 21,474 feet 로 2라인의 가늘고 길며 높은 부분은 내려다보기 힘들정도로 아찔하다. 오며 가며 두번을 지나치게된 강하고 정교한 다리밑으로 잔잔하지만 거대한 콜롬비아강이 바다로 이어지고 있다.
Long Beach의 여운을 뒤로하고 Campground에 도착한 일행은 의외로 쾌적한 시설의 샤워장에서 하루의 노고를 씻어내고 텐트복지관의 혜택을 단단히 누리기 시작했다. 꾸밈없고 허심탄외한 담소는 우리의 마음을 녹여 내렸고, "팽" 과 열탕, 거열형 과 능지처참등을 논하며 서로를 쳐다보고 놀라기도 했다.
대화의 확장이 지적 호기심을 발발하기도 했고 ,
계산 하지않은 과거사도 끈끈한 정을 나누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상황이라 텐트보다는 차박을 택했다.
차안의 유리 천장으로 쏟아지는 별을보며 잠들고 싶었지만 끄므리한 밤하늘에 시커먼 나무가지들이 산만하게 흔들리니,
으시시한 전설의고향까지 이어질까봐 빨리 잠을 재촉하였다.
모든 상념을 이불로 덮어버리니 다행이도 의식의 너울거림이 그리오래 가지않은듯...어느새 아침이다.
도심지를 떠나 자연에서 먹는 아침 공기는 아무런 조미료 없이도 최고의 식감이며 최고의 건강식이다.
이맛을 아는고로 우린 이토록 찾아 다니나보다.
흐르는 시간이 아깝고 안타깝다.
반면 우릴 반기며 변함없이 와주는 시간이 고맙기도 하다.
복잡함을 단순하게 해주고 , 우매함을 지혜로 바꿔주는,
아직은 괜찮은 지구가, 자연이, 사람이 정말 고맙단 생각이 든다.
2박3일간의 캠핑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집.
육신의 평온함을 준다.
첫댓글 텐트 복지관에서 나눈 대화들이 귀한 기억으로 남을겁니다..
진실한 마음은 감동을 주지요.
글을 읽는다는것은 영상과는 다르게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하죠...
이런 기행문을 읽다보면 사진이나 동영상이 주는 단순한 사실전달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영상이 자가 발전되어 독특한 자기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생겨나는거 같아요.
그래서 독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작가와 독자가 시간 공간여행을 함께 떠나는 것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장년에 접어들수록 더욱 열심히 하루에 한줄이라도 메모하고 간단한 생활 일기를 쓰거나 이렇게 여행후에 기행문을 쓴다는것은 타인에게는 읽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내면적
정신세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는 모든게 속도 위주로 빠르게 지나가버리니 우리가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차분히 앉아서 글 한줄 써볼 여유를 찿는게 쉽지 않은게 현실입니다만 그래도 이런 공간에 촌철살인같은 저작을 한다는건 대단한 지적 즐거움이죠...덕분에 지적 호기심을 무한히 충족할수 있는 대화도 즐거운거죠..
저역시도 80 90살 되어도 가슴에 이름 주소 전화번호 쓰인 명찰 달고 돌아다니지 않을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겠습니다..ㅎ
@싸이먼 캠핑이나 여행에 무지했던 우리에게
황홀한 기회를 제공해주시는 분들께는 눈물겹도록 감사하지요. 이제라도 철이들어 맹목으로 달리다가 끝나버리는 삶에서는 벗어나 보렵니다.
태초부터 조물주는 우리에게 모든것을 무한하게 선물하셨지요. 두뇌의 세포가 작동하는한 최대한으로 누리고 즐기라고요.....ㅎ
생생한기행문, 덕분에 다시한번 더 여행을다녀왔습니다. 아 이 린 님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