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우리나라도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서 비만이냐 아니냐는 문제에 관심을 둘 만큼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저희 등산인은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이 걱정하는 비만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고 오히려 유리한 환경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살을 빼려고 산에 간 것은 아니었는데 살이 빠진 꼴이 되기 쉽다는 얘기를 하는 중입니다.
물론 여기까지만 읽으면 성질을 버럭! 할 분들도 계시겠죠. 등산은 물론이고 살을 빼기 위해 따로 돈과 시간 노력까지 투자하는데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되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당연히 누구나 가진 환경이 다르고 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 혹은 체질도 다르니 다이어트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깊게 들어가서 수많은 다이어트의 종류와 그에 따른 허와 실 등에 대해 일일이 다루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왕 즐겁게 하는 취미생활인 등산을 할 때 조금 관심을 기울이면 보다 슬림한 체형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 인류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영양소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즉각적인 사용에 유리하지만 수분과 함께 저장해야 해서 무거운 탄수화물보다 사용은 다소 번거롭더라도 가벼운 지방을 축적하는 기술을 발달시켜왔습니다. 인간은 저장된 글리코겐만으로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없지만 저장된 지방만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국공연산 200km도 걸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그렇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누구든지 무언가 자주하면 잘하게 되죠. 그래서 생존 위협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은 그만큼 지방을 잘 저장하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존하는 기아모드로 신진대사를 맞추게 됩니다. 영양의 공급이 불규칙하고 부족하기 쉬운 거지는 다 말라야 하는데 배가 나온 거지가 적잖은 이유도 여기에 기인하고, 다이어트를 핑계로 자주 굶는 사람도 은근히 배가 나왔거나 겉보기에 날씬해 보여도 근육은 거의 없고 푸석 또는 물렁한 체형으로 체지방률이 은근히 높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기초대사량 아니 정확히는 활동대사량과 운동대사량이 낮아져 조금만 식사량이 늘어도 쉽게 살이 찌는 체질로 바뀌어 갑니다.
1일8식이라는 다이어트가 유행했을 때도 그 다이어트를 지지했던 근본 이론은 자주 식량이 들어오면 몸이 식량을 저장할 필요를 못 느껴서 결국 체지방률이 낮은 몸으로 바뀐다는 게 그 요지였습니다. (앞에 언급한 대로 깊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면 탄수화물, 단백질 그리고 지방으로 분류되는 3대 영양소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에너지대사를 하는지를 간단히 살펴보고 등산에 접목하겠습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급하고 큰 힘이 필요한 무산소성 운동에는 근육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겐(탄수화물의 저장 형태)을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고 큰 힘이 필요하지 않은 유산소성 운동 - 한마디로 숨이 덜 차는 운동을 하면 지방을 주로 사용합니다. 단순하게 분류하면 무산소성 운동에는 탄수화물이 쓰이고 유산소성 운동에는 지방이 쓰인다고 보면 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짝 복잡한 함수관계가 도사리고 있는데, 그걸 이해하고 다독이면(?) 체형을 가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유산소성 운동을 열심히 하면 지방이 소모되므로 다이어트는 쉽네요? 결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위에 언급한 살짝 복잡한 함수관계가 은근히 많은 도전자들의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 복잡한 함수관계에 관해 되도록 간단하게 다시 설명합니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라는 불꽃 안에서 소비된다. (Fat buns in a carbohydrate flam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탄수화물 없이 지방만 소비할 수 없다는 얘기죠. 탄수화물이 긴 시간 동안 사용할 만큼 갖고 있을 수 없어서 지방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지방은 탄수화물의 도움을 받아야 에너지로 활용이 가능하니 상호보완의 관계인데 탄수화물이 고갈되면 단백질을 가져다 써야 합니다. 그걸 당신생합성이라고 부르는데 충분한 탄수화물의 보충 없이 긴 산행이나 운동을 하면 볼살이 빠져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경우 당장 급하게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근육을 녹여서 쓴다고 합니다. 물론 탈수도 원인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보통 우리가 운동을 하면 그 강도에 따라 유산소성에 가까울수록 지방의 연소율을 높지만 100%는 없다고 합니다. 욕심을 부리고 환경을 딱 맞춰도 9:1의 비율로 지방을 태우면 굉장한 것이죠. 그 환경을 맞추기 위한 대표적인 카르보넨 공식(Target Heart Rate = [(max HR − resting HR) × %Intensity] + resting HR)이란 것도 있는데 심박계를 재가며 운동하는 전문가가 아니면 그 적용이 남의 나라 얘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저 운동 시 불편하지 않지만 아주 약간 숨이 가쁠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면 그 심박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개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게는 빠르게 걷기를 하면 그 숫자에 가깝습니다.
애초에 목표가 짧은 글이었으니 오늘의 주제와 관련된 더 자세한 내용은 영양에 관한 다른 글에서 다루고 급하게 결론을 냅니다.
산행을 하면 우리 몸에 있는 글리코겐 저장고가 점점 바닥을 드러냅니다. 그걸 인지한 우리 몸은 긴장을 합니다. 그래서 강도 높은 운동을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죠. 하지만 등산 그것도 평지나 나지막한 경사를 살짝 빠른 템포로 이동하면 지방을 높은 비율로 소모합니다.
살을 빼는 것이 등산의 제1목표가 아닌 만큼 적당히 탄수화물이 포함된 행동식을 간간히 섭취하면서 편안히 등산을 하다가 어느덧 산행을 마치기 전 마지막 2~3키로는 되도록 빠른 걸음으로 특히 산행을 마치고 뒤풀이 장소 또는 전철역까지 지방을 태우는 즐거운 기분으로 이동을 하면 지방의 소모가 비교적 효율적으로 이뤄지니, 그런 방식을 고수하고 반복하면 조금씩이라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의 영양 섭취는 잉여분을 지방으로 전환하여 저장하니 하산 뒤에는 공깃밥 하나 정도의 식사가 적당하고 알코올이 음식과 함께 들어오면 우리 몸은 알코올 분해를 최우선하기 위해 음식을 빨리 지방으로 저장하는 프로토콜을 가지고 응대를 하니 술을 되도록 적게 마시는 것도 좋겠죠.
부연하면, 하산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단백질의 섭취가 아닌 탄수화물의 섭취입니다. 단백질은 평상시 적당량을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보디빌딩 선수로 살아야 하는 특수한 환경이 아니고는 파우더 형태의 단백질 섭취도 권장하지 않습니다.
등산 전 식사 시간 및 메뉴 그리고 행동식 섭취 요령에 관한 글을 올릴 때 다시 한 번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는 지방을 태우지 않고 산행해야 되는데 하산길은 여유 있게 해야겠습니다. 아니다 등산 후 많이 먹는 걸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
일단 땡! 오답 처리합니다.
첫째, 스카이워커 님은 이런 곳에 오시면 안 되는데 자꾸 와서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둘째, 자주 또는 정기적으로 점진적 과부하를 주는 소위 쇠질을 하면 우리 몸은 근육을 키워 대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장 체중을 불리고 싶다면 쇠질을 시작하고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식사 또는 간식을 섭취하세요. 그 와중에도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는 아주 짧게 가져가야 합니다. 이유는 글 안에 있죠.
셋째, 어차피 등산 또는 종주라는 운동은 지방의 연소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조금 있는 근육을 지키려면 꾸준한 운동과 더불어 운동 중에 탄수화물의 결핍을 불러오지 못하게 자주 보충을 해야 합니다.
아 ~ 지방이여
탄수화물 불꽃 사그라들면
단백질까지 불사르다니 ~~
탄단지
그 유기적인 상호보완재 중에서도
오히려
탄수화물이 지방을 태워줄 장작이군요
올바른 정보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지키는
그린등산학교에 감사를 드립니다 ^^
산행 시작 전에는 소화가 잘 되는 식사를 하시면 되고 산행 중에는 뭐든 본인이 좋아하는 행동식으로 보충을 하다가 산행이 마무리 단계라고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되도록 빠른 걸음을 유지하면 됩니다.
산행 다음 날부터 유난히 식욕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면 평소 저장량보다 낮은 레벨인가 하고 그 고통(?)을 즐기시면 몸이 적응하면서 새로운 항상성을 갖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