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미류는 가자미목에 속하는 넙치류, 가자미류, 서대류까지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망둑어류 다음으로 그 종이 많아 520여종이 달한다. 우리 나라 연안에서 생산되는 가자미는 24종정도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자미는 연중 흔하게 생산되는 대중 어종으로 예로부터 누구나 즐겨 먹어온 어종이지만, 양식산 넙치가 많이 나오면서부터 가자미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 가자미 종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자미를 잡아내는 어민들도 돌가자미, 참가자미, 물가자미, 노랑가자미, 붉은가자미 등으로 모양과 색깔에 따라 적당히 불러오고 있는 정도다. 대체로 참가자미와 물가자미로 크게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름대로 라면 물가자미 보다 참가자미가
훨씬 맛이 있을 법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떤 이는 '그야 당연히 참가자미가 맛이 있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참가자미는 살은 두텁지만 퍼석퍼석하고, 물가자미는 얇지만 졸깃하여 깊은 맛이 난다.' 고도 한다. 생산지나 사람에 따라 느끼는 맛이 각기 다르기 때문인 듯 하다.
강원도 속초에서 곰치국과 물가자미 요리로 소문난 옥미식당(중앙동 진영병원 뒤 : 033-635-8052)김춘선(52) 씨도 가자미 맛을 아는 사람은 물가자미를 더 찾는다고 한다. 특히 말려서 찌거나 조림을 하는데는 물가자미가 최고란다.
물가자미는 생선 그대로도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말려서 조리면 한 맛이 더 난다. 옥미식당의 가자미요리가 특히 맛이 있는 것은 속초 연안에서 잡히는 물가자미를 싱싱할 때 바로 말려 재료로 쓰기 때문이고, 인공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김 씨의 만의 조리법도 한 몫을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자미 조리법을 보자.
조림과 볶음과 찜
조림 가자미는 큰놈을 골라 반으로 잘라 준비한다. 조릴 냄비에 물을 적당하게 붓고 무를 납작하게 썰어 넣어 끓기 시작하면, 가자미, 파, 양파, 매운 풋고추, 다진 마늘, 고춧가루, 설탕 약간을 순서대로 넣고, 진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 물이 자작할 때까지 중간 불로 조리면 간이 알맞게 배 맛깔스런 가자미 조림이 된다.
가자미 볶음은 잔 가자미를 재료로 한다. 가자미를 뼈째 3, 4토막을 잘라, 진간장으로 심심하게 간을 하고 고춧가루와 설탕만 넣어 조리다가 간이 고루 배도록 한번 뒤집어 준다. 가자미 볶음은 끓을때 국물이 조금 있는 듯하게 조리는 것이 요령. 그래야 육질이 말랑말랑해져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다 볶은 다음에 통깨를 뿌려 놓으면 더욱 먹음직스럽다. 멸치 볶음 등에 많이 넣는 물엿은 넣지 않는다. 물엿을 엿을 넣으면 딱딱해져서 좋지 않다.
마른 물가자미로 만드는, 요리 아닌 요리(?)가 바로 가자미 찜이다. 그러나 물가자미의 고유의 담백한 참 맛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가자미 찜은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마른 가자미를 그대로 찜 틀에 넣고 찌기만 하면 된다.
물가자미 찜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양념장은 물을 타서 심심하게 한 간장에 다진 마늘, 설탕, 참깨, 참기름, 매운 풋고추 등을 넣어 만든다. 뼈를 발라내 가면서 양념장에 찍어먹는 맛은 먹어 본 사람만 알일. 졸깃하게 씹히면서 입안을 감치는 맛이 바로 물가자미의 참 맛인데, 이가 아주 약하지만않다면 빼 째 먹는 것이 훨씬 고수하고 깊은 맛이 난다. 가자미 찜도 조림이나 볶음처럼 술안주, 밥반찬 모두에 잘 어울리는 우리 전통적인 서민식품이다.
해풍에 말린 생선, 맛이 더 좋아
생선은 선어 그대로도 좋지만 많이 날 때 말려 놓았다가 조리거나 쪄서 먹으면 새로운 맛을 볼 수 있다. 옥미식당은 말린 생선을 요리에 많이 이용하는 것이 여느 식당과는 다르다. 매일 배에서 직접사오는 각종 생선을 바깥양반이 일일이 손질하여 해풍에 말렸다가 재료로 사용한다. 무슨 생선이던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바닷바람에 말리는 것이 육질도 상하지 않고 맛도 좋다고 한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아 자칫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김 씨 네가 말리는 생선은 가자미를 비롯하여 도치, 곰치, 송어, 대구, 명태, 양태, 열기, 장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옛날 냉동 냉장 시설이 없었던 시절, 갈무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려 왔지만, 김씨는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생선을 말린다. 물가자미는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건조대에 3, 4일간 말리면 된다. 말린 가자미는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물가자미를 많이 말리는 옥미식당에서는 밑반찬으로 이용하는 작은놈은 20마리(1두름)에 만원, 조림용으로 쓰는 큰놈은 10마리에 만원씩 손님들에게 팔기도 한다. 가자미 조림을 먹어본 손님들이 너도나도 팔기를 재촉하기 때문이다. <2000. 5월, 월간 '갯바위낚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