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깨 여행을 했다.

[수련화]

1. 旅行

하회마을

(丙申9.19)

작년에 시니어 사원 일을 끝내고 여행을 할 계획으로 노선을 확정하고 그 첫 번째 여행지인 대한 최고의 부자 호암 이병철 생가를 방문했었다. 이병철 생가를 방문한 것은 대한 최고의 생가를 방문하여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운을 얻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했던 여행이 도로공사에 기간제 근로자로 재취업이 되는 바람에 해마다 해오던 여행을 중단 했더랬다. 금년에는 일자리가 없어 취업을 못한 관계로 3개월짜리 실업수당을 다 받고서야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이라야 아내와 둘이서 하는 여행인데, 계획을 수립할 것도 없다. 크게 준비 할 것도 없는 것이, 그저 배낭에 옷가지와 세면도구를 넣고 차에 싣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0여일을 집을 비워야 하니 집을 깨끗이 정돈해야 될 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정리하고 집을 나선 것이 10시를 조금 넘어서였다.

세상에 나온 것이 무슨 축하를 받을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아빠의 생일이라고 결혼한 딸내미가 사위하고 전날 와서 해피 뻐스(무슨 관광버스가 아니다.)를 어쩌구 했더랬다. 사실은 오늘이 생일인데 우리가 여행을 떠난다 해서 딸 부부가 여행전날 집에 와서 생일 축하를 했더랬다. 그러니 조금은 피곤도 하고 해서 가장 가까운 곳인 (거년에 여행중 몸이 불편해서 안동을 누락 했더랬다) 안동 하회 마을을 제1방문 코스로 정했다. 두 시간여를 달리니 하회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다다라 차에서 내리니, 오뉴월 염천이라고 무지하게 덥다. 그늘도 없는 주차장에 주차할 수 없어 그늘을 찾아 차를 세워두고 관광 안내서를 받아들고 챙겨 보는데 점심때가 살짝 지났다. 마침 차를 세워 둔 곳이 안동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시장이다. 물론 다 장삿속으로 만들어진 것이겠지만 안동 간 고등어는 정말 맛있었다.

관광 안내 팸플릿을 통해본 하회마을은 단순한 민속마을이 아니라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라는 문화예술적 콘텐츠와 서애 류성룡의 임진왜란 전란사인 “징비록”을 집필한 곳이라는 역사적 장소라는 곳이기 때문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국 부시 대통령이 방문하기도 했던 곳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우리는 하회마을을 실제로 둘러보기로 하고 안내소에서 표를 끊어 마을버스를 타니 하회 마을로 실어다 준다. 아내와 나는 마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안내서를 참조하며 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날씨가 너무 덥다. 그래도 기왕에 온 곳 아닌가 하고, 마음을 달래며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고대광실 기와집을 구경하며 사진도 찍는다. 곳곳을 돌아보는데 확실히 양반들이 살았던 고택이라 깨끗한 기와집이 정말 많다. 그저 부자들의, 아니 양반들의 삶터를 느낄 뿐이다. 특별한 감흥은 없다. 내가 양반의 서열에 못 들어서 그런가, 해보지만 뭔가 내게 확 다가오는 감흥은 없다. 옛날 시골의 부잣집들 같은 집들이 널려 있을 뿐이다. 마을을 나와 강둑으로 올라서니 강물이 마을을 감싸고돌아서 흐른다. 아 아 이래서 하회라 했던가. 처음 마을 우측으로 봤을 땐 흘러내리던 강물이, 둑에 올라서 왼쪽을 돌아보니 마을 위쪽으로 흘러 오르는 느낌 같은거 뭐 그런 기분이다. 河回라! 과연 강이 육지를 감돌아 돈다는 말이 이를 말함인가 보다. 강 저만큼 떨어진 곳에 유람선 비슷한 배가 떠 있다. 강 건너편 부용대를 올려다 본다. 부용대를 오르려면 저배를 타야 하는가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할 수없이 다음 기회로 미루고 멀리서 바라만 보다 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속리산을 향해 출발하기로 하였다.

속리산 법주사

하회 마을을 뒤로 하고 우리는 속리산 법주사를 향했다. 물론 네비게이 에게 길을 묻는 것을 빠뜨리면 안 된다.

속리산은 법주사(사적 명승지4호), 문장대, 정2품 소나무(천연기념물 103호)로 대표된다. 법주사에는 팔상전, 쌍사자석등, 석연지의 국보와 사천왕석등, 대웅전, 원통보전, 마애여래의상, 신법천문도병풍의 보물등 문화재가 많다.

네비게이 안내를 따라 상주를 지나 청주 방면으로 진행하니 두어 시간여를 지나 속리산에 도착했다. 이름 하여 속리산 법주사다. 차를 몰고 법주사 쪽으로 직진 하면서 나아간다. 절 진입로 입구에 마치 옛날의 교통경찰처럼 도로 가운데 서서 안내 하는 사람이 있다. 차를 세우고 걸어가 법주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싶다고 이야기 하니, 이 친구 자기 집으로 안내 한다. 가까운 호텔을 사용 할까 했지만 가격이 비싸단다. 아내와 둘이서 일단 숙소를 보고 결정하자고 하면서 따라 나섰다. 아내는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내가 “이 사람아 숙소 맘에 안 들면 다른 데로 가면 되지. 하여튼 따라 가 보세.” 하며 함께 들어가니 외관은 볼품없었지만 숙박 시설이 깨끗하고 조용했다. 특히 가격이 싸다는데 마음에 들었다. 숙소를 확정하자. 바삐 서둘러 짐 을 부리고 간편 복장에 법주사를 향했다. 왜냐 하면 오늘 법주사를 방문해야 내일 문장대 등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법주사 입구 쪽으로 나아가니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이 입장권을 발매 하려 한다. 시간을 확인 하니 여섯시를 넘겼다. 그래 내가 “아니 이 늙은이가 불교 신도로서 절에 좀 가려는데, 오후 6시가 지났는데도 입장료를 받는 단 말이요?” 그런데 이친구들의 대답이 이곳은 야간에도 근무 한단다. 그러자 내가 모자를 슬적 벗었다. 이것은 솔직히 대머리를 내보이며 나이 이슥한 척하여 노인처럼 보이려는 것이다. 사실 65세 이상 노인은 요금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한 젊은이가 슥 쳐다보더니 그냥 들어가란다. 대머리를 보고 나이를 알아보는 것을 보면 참으로 예의 바르고 고마운 영리한 친구다. 우리는 점잖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들어 갈수 있었다.

매표소에서 1키로 정도를 걸어가니 법주사 금강문이 나타난다. 금강문 입구에서 합장예불하고 들어서서 사천왕문을 들어서니 정면으로 국보 제55호 팔상전이다. 왼편으로는 커다랗게 서있는 미륵대불이다. 옛날 사진이나 화보에서 볼 적엔 돌 갓을 쓴 돌부처 인줄 알았더니 금동미륵 대불이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신라 혜공왕(776) 때에 진표율사가 금동미륵 대불을 조성 하였는데, 조선말에 대원군이 경복궁 건축을 위해 금동미륵 대불을 몰수 했단다.( 그때 혼자 속으로 생각하기를, 대원군, 이 망한 놈의 인사가 그런 짓을 했더란 말인가. 부처님께 그렇게 불경한 짓을 했더란 말인가. 망한 놈의 인사 같으니. 천년을 버텨온 문화재를 이런 망한 놈의 인사가 있었던가, 했었다.)그 후 1964년에 시멘트로 불사 했더란다. 아 하 그리 했었구나 옛날에 우리가 사진으로 보던 불상은 시멘트로 조성한 것 이었었구나. 2000년에 금동미륵 대불을 조성 하였단다. 나와 아내는 합장하고 불상을 돌고 삼배를 올리며 소원을 빌었다. 휴대폰을 들고 사진을 찍으면서, 안내서를 펴들고 이 곳 저곳의 국보급의 유물과 보물들을 구경하는데 어느덧 해가 저물어 어두워진다. 이왕에 온 길이며 내일에는 문장대를 올라야 하는데 빠뜨리고 다시 올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침 저녁예불 시간이다. 템플 스테이 하는 사람들이 예불을 위하여 줄지어 대웅전으로 들어서고, 종각에서는 범종을 타종한다. 이윽고 타종소리가 끝나고 저녁 예불이다. 우리는 대웅전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대웅전 정면에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대웅전을 향하고 두 손을 합장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밖에서나마 저녁예불 암송을 따라하며 참예한 것이다. 왜냐 하면 처음에 들어 올적에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저녁예불 하러 간다고 했으니 약속(저녁예불)은 지켜야 했다. 예불을 마치자 스님과 참례자들도 다 돌아가고 우리 부부만 남았다. 어두운 밤중에 호젓한 절간에서 우리 부부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 내가 아내에게 “어야 우리의 행동이 혹 도둑들이 국보 도둑을 위한 사전 정찰로 오해 받기 딱 좋으니 돌아가세” 말하고 우리는 절을 나와 숙소를 향했다.

저녁식사는 법주사를 나와 매점상가가 밀집된 곳에서 막걸리 한잔에 식사를 하고 내일 등산을 위하여 일찍 자기로 했다.

俗離山 文藏臺

(丙申9.20)

「문장대는 해발 1,033ｍ높이로 속리산의 한 봉우리이며, 문장대에 오르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고 한다. 문장대는 바위가 하늘 높이 치솟아 흰구름과 맞닿은 듯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원래 雲藏臺라 했으나, 조선 세조 대왕이 문장대에 올라 책을 읽었다고 해서 文藏臺로 바뀌어 부른다고 한다.」 이것은 문장대 돌비에 새겨진 내용이며, 또 안내판에는 문장대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을 전하고 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하고 산을 오르기 위해 어제 갔던 국립공원 관리소 입구로 출발 했다. 가는 길에 커다란 산모양이 그려진 안내판을 보니 문장대 가는 길이 6.9키로 라고 한다. 숙소에서 여기 까지 온 거리가 1킬로를 상회 하는데 이곳에서도 약 7킬로 정도라고 한다면 오늘 등산길은 왕복16킬로 정도 된다. 조금 힘들겠구나 생각하며 걸어가는데, 젊은 남녀 오륙 명이 사진을 찍어 달랜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입장권 매매소 앞으로 갔다. 내가 시치미 뚝 떼고 매표소로 가면서 모자를 벗어 대머리를 드러내고 “내가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 왔는데 할 수 없이 내 것도 표를 사야지” 하자. 산 입구에서 경비하던 친구가, 내게 “어른신은 이쪽으로 그냥 오셔요” 한다. 못이기는 척 하면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는 아내 몫의 입장권1장 만을 구입해서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어제저녁 입장권2매 오늘 1매 이리하여 1만 2천원을 절약한 셈이다. 조금은 염치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하였튼 공짜는 즐거운 것이다.

한참을 걸어 법주사 입구 안내판을 보니 그곳은 문장대5.9키로 지점이다. 이곳은 세조대왕이 오르던 길이라며 원래 있던 길옆으로 세조길을 새로히 조성했다. 길을 잘 몰라 옛길로 가려는데 한사람이 세조길로 가고 있다. 그래 내가 “앞에 가시는 善生 그 길이 문장대 가는 길이 맞습니까?” 물었더니 새로 만든 길인데 문장대로 가는 길이란다. 아내와 나는 초행이고 길을 모르니 그 사람을 따라가기로 암중 결정을 하고 열심히 따라 갔다. 새로 조성해 놓은 세조 길은 걷기 좋도록 멍석 같은 발판도 깔아놓아 발바닥이 푹신푹신하여 걷는데 편하도록 돼 있다. 아내와 둘이서 등산길도 걷기 편하도록 하는 세상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 애기 하면서 걷기 시작 하였다.

아침에 숙박주인에게 알아본 바에는 다섯 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나이도 있는데 6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 가는 그 사람도 50여 미터를 거리를 두고 마치 우리를 안내 하는 것 마냥, 적당한 간격을 두고 같이 가는 것이다. 중간에 간식을 조금씩 먹어가며 꼭 2시간여를 오르니 문장대에 턱 밑에 까지 올랐다. 약속한 바는 없지만 오르는 길에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준 善生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친구는 문장대를 오르지 않고 신선대 방향으로 간단다.

이곳에 문장대 까지는 150미터 정도다. 아내와 나는 쉬지 않고 오르니 중턱에 문장대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 에서 30여 미터 바위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철제 계단을 놓아 오르내리기 편리하도록 시설을 해 놓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못 오를 뻔 했다. 드디어 해발 1033ｍ 문장대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니 암석 주위로 철제 울타리를 걸쳐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시설을 해 놓았다. 바위에 사람이 들어가 누워도 될 만큼 큰 구덩이가, 마치 가마솥 구덩이 같은 구덩이가 옴팍하게 여러 개 새겨져 있다. 그곳에서 내 또래는 됨직한 부부가 앉아서 깊은 선정에 든 폼이 도를 닦는 거 같기도 하다. 아니면 집안의 안녕과 자손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떠들 수도 없어 조용히 핸드폰으로 사진만 찍고 경치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에 올라서서 신라 헌강왕 때 고운 최치원이 속리산에 와서 남겼다는 시를 마음속으로 외어 보며 감흥을 대신한다.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은 도를 멀리 하고. （道不遠人 人遠道)

산은 속세를 떠나지 않으나, 속세는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아내는 신선대를 경유해 가자한다. 나는 그 길은 힘들어서 안 된다 하니 못 마땅해 한다. 그렇다고 신선대 방향으로 갈 수 없는 일이다. 그리로 간다면 훨씬 멀기도 하지만, 더 이상 먼 거리는 우리의 무사한 하산을 장담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곧바로 내려오는 길은 쉬운 것 같은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오를 때와 꼭 같은 길을 3시간 반을 걸려서 내려 왔다. 오를 때보다 1시간을 더 걸려 숙소에 까지 꼬박 왕복 여섯 시간을 걸린 셈이다.

내려오니 씻을 곳도 없고 시간은 1시를 30분 넘겼다. 어제 저녁에 寄宿했던 숙소를 찾아 몸 좀 씻자고 해도 안 된단다. “인심 사납기는” 하고 중얼거리며, 다음 행선지를 서울로 결정하고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울로 출발 하였다.

문장대에 올랐다가 내려와 보니 속리산은 산행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산인 것 같다. 문장대를 다녀온 후 느낀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와 오를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된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괜찮았지 구름이 끼고 비라도 올라치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은 했다. 왜냐 하면 산마루의 공터(무슨 건물터 같기도 하다.) 바로 아래 나무계단을 오를 적에 팻말에 “낙뢰가 많은 곳이니 조심하라”는 팻말이 있는 것을 보면 궂은 날에는 벼락이라도 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장대에 올라서면 속리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주위를 빙둘러 보면 정말로 장관이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올라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곳에 천연기념물 제103호인 정이품송(正二品松)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미처 보지 못하고 그냥 가니 서운하다.

고창 선운사

9.22

서울과 경기도 하남의 친척집에서 1박씩을 하고 남도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제는 김제와 고창을 경유해서 완도로 내려갈 것이다. 하남을 출발하면서 네비게이에 선운사를 실행하는 바람에 남쪽의 고창 선운사를 먼저 들르게 된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하는 송창식의 노래 때문이다. 가사도 온전히 다 못 알고 앞 구절만 아는 노래이지만 항상 귓가에 맴도는 내용이다. 물론 그 노래구절이 아니었으면 선운사에 갈 요량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김제의 금산사와 벽골제를 먼저 들렀으면 다음날 고창의 선운사와 고창읍성을 구경하고 갈 것인데, 그만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머릿속으로 흐르는 곡에 따른 것이다.

어찌 됐건 계획 없이 가다가 절승지를 만나면 구경하면 되는 것이 요사이 나의 여행 방법이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남쪽에 있는 고창의 선운사를 먼저 들르게 된 것이다. 네비게이를 실행하니 270여 키로를 가야한단다. 소요시간은 무려 3시간 하고 30분을 넘긴다고 나와 있다. 처음엔 중부고속도로인가 했더니 다시 서울외곽순환도로다. 차는 어느덧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서천공주간 고속도로를 경유해 서해고속도로를 달린다. 3시간 반 정도를 달리니 점심시간에 알맞게 선운사 주차장에 당도 하였다. 주차장 나무 그늘에 차를 세워두고 아내와 장모님과 함께 점심식사를 위하여 식당을 찾아 들어섰다. 물론 여기서도 괜찮은 맛 집을 주위에 탐문해서 알아본 것이다.

식사하면서 선운사 가는 길을 걸어 갈 것인가. 아니면 차를 타고 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식당 주인에게 알아보니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을 것이라 한다. 차를 몰고 선운사 입구 매표소에 들어가니 차량 통행을 금지 한단다. 그래 내가 안내소 앞에서 모자를 벗고 인사를 드렸다. (이것은 순전히 벗겨진 머리를 보여주어 적지 않은 나이를 표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책임자에게, 나이 드신 어머님을 모시고 왔는데 걸어 갈 수 없으니 차를 타고 절의 경내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이 친구 내 행색을 훑어본다. 하긴 떡 보면 대머리에 팍 사그라진 것이 나이 이슥해 보일 터였다. 그런데다 어머님을 모시고 왔다는데, 짐작 할 만하지 않겠는가. 일단은 작전이 먹힌 모양이다. 이 친구 내 사정을 듣더니 매표소에 표를 끊어 오란다.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매표소에 표를 사서 제출하고 선운사 경내까지 차를 타고 갈수 있게 되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한가하였으나 간간히 여행객들은 볼 수 있었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 바람 불어 서룬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그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에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 곳 말 이예요.”

내가 선운사를 방문 코자 했던 것도 이노래 때문인 것이다. 노래도 겨우 앞 구절만 알고 있다.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이 부분 뿐인 것이다. 송창식의 노래 로 인하여 선운사를 찾게 되었고 선운사 하면 동백꽃이 생각나고, 동백꽃 하면 선운사를 떠올리게 된 것도 젊었을 적에 들었던 송창식의 노래 때문 인 것이다.

선운사 에 들어섰다. 선운사에 왔으니 고찰의 내력을 알아보자.

선운사는 577년(백제 위덕왕 24) 백제의 고승 검단(檢旦 또는 黔丹)이 창건했다는 설과 신라 진흥왕이 의운국사(義雲國師)에게 명하여 창건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신라 진흥왕 창건설은 당시 선운사가 위치한 지역이 백제의 영토였고, 백제와 신라의 외교관계를 볼 때 신빙성이 떨어진단다.

선운사는 1318년(충숙왕 5)과 1354년(공민왕 3)에 중수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폐사(廢寺)되었다. 1472년(성종 3) 행호선사(幸浩禪師)는 탑만 남아 있던 자리에 덕원군(德原君 : 성종의 숙부)의 후원을 받아 10여 년 동안 대규모 가람으로 중창하였다. 이때 선운사는 왕실 원당(願堂)의 기능을 갖게 되었으며 천불대광명전·관음전·금당·능인전·지장전·나한전·대장전·보현전·설법전·시왕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들과 문, 요사 등의 많은 건물들이 세워졌다. 「덕원군별원당선운산선운사중창산세사적형지안(德源君別願堂禪雲山禪雲寺重創山勢事蹟形止案)」(1483년)에는 당시 선운사 건물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조종열위영가(祖宗列位靈駕 : 역대 왕실 조상들의 넋), 시주자 명단, 축원문(祝願文)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찬란했던 선운사는 정유재란 때 초토화되면서 성종의 어실(御室 : 성종의 선왕·선후의 영가를 모신 곳)만 남게 되었고 1608년∼1609년 사이에 승려 수십 명이 모여 법당 3칸을 세웠다고 한다.

1614년(광해군 6)에는 무장현감 송석조(宋碩祚)가 재건 불사를 주도하여 법당을 5칸으로 증축하고, 건물의 방향도 지금과 같이 바꾸었다. 이때 증축된 건물이 지금의 선운사 대웅전이다. 내부에 모셔진 삼존불상은 1633년에는 조성을 시작하여 이듬해 봉안된 것이다. 그러나 대웅전은 1839년 장마로 인해 오른쪽 2칸이 붕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고 이듬해 보수되었다. 1973년에는 부식된 부재를 교체하면서 단청을 다시 칠하고 기와도 교체하였으며 1992년에는 지붕을 수리하였다고 한다.

여행지에서는 이와 같은 설명서를 들고서 돌아보는 것도 흥취 나는 일이다.

선운사 경내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바라보니, 주차장과 절의 사이에 커다란 하천이 있다. 다리를 건너 천왕문을 들어서니 정면이 만세루다. 천왕문 만세루 대웅전이 정면으로 일직선상에 들어섰다. 대웅전에 들어서 부처님께 무릎 꿇고 예불하고 나오려는데 관리하는 보살님이 오시더니 친절히 설명 하신다. 부처님이 모셔진 뒷벽에 관세음 보살님을 벽화를 보여 주신다. 이곳의 관세음 보살님은 수염이 그려져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강진의 무위사에서 봤던 기억이다. 아마 무위사의 벽화는 조선 숙종때 그려진 벽화라 했던 것 같은데, 여기 있는 이 벽화도 그 시절에 그렸을 거나, 생각하며 설명을 듣고 나온다. 나오려는데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라는 보살님의 권유에 시주금을 전달하고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접수하고 나온다. 그리고 읽어 보라며 주시는 책도 한권 받아오며 여행 중에 읽을 계획을 했다.

이곳 선운사에 와서는 최고 절경이라는 동백나무 숲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계절은 동백꽃 피는 계절도 아니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늦여름 아니 초가을, 요새는 계절을 모르겠다. 예년 같으면 시원했을 계절인데, 한여름의 찜통더위에 다름 아니다. 아내와 나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천천히 구경하며 거닌다. 우리 고향에도 동백나무가 많이도 있었더랬다. 우리소유의 산이었던 생달리에도 동백꽃나무가 많이 있었다. 겨울이던가 이른 봄이던가, 땔나무 하시던 부모님을 따라 산에 가면 동백나무 잎 위로 햇볕이 구르듯이 빛났었다. 동백꽃을 따서 동백꽃 밑 둥에 있는 꿀을 입으로 빨아 먹던 달디 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때 아이들의 입술은 붉은 색으로 물들었었다. 잠시 옛날을 생각 하면서 걷다가 둘러본다. 동백 숲 앞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나름대로의 동백에 얽힌 이야기도 간간히 들리고, 동백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진 찍기에 열중인 사람들, 그리고 금방 내려간다. 사람들은 자꾸 바뀌지만 동백은 그대로 있어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포즈를 취해 주는 것만 같다.

이제 선운사 동백 숲에서 내려갈 시간이다. 할 일이 하나 남아 있다.

여기 까지 왔는데, 처가의 친척인 처남이 이곳 고창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데 그냥 갈수는 없는 것이다. 처남 이 친구 오래 전부터 서울의 직장을 그만 두고 이곳에서 블루베리 등 건강에 좋다는 다양한 농작물을 재배 하고 있다. 농사를 지어 인터넷으로 판매를 한단다. 블루베리로 만든 음료수를 대접 받고 나와 고추 ,고구마, 참깨 농장을 함께 구경하고 또 다시 차를 달린다. 이제는 금산사를 가야한다.

김제

9.23

금산사

고창의 처남 집을 출발하여 북쪽으로 60여 키로를 더 달려서 금산사에 도착 했다. 금산사 입구 주차장에 주차한 뒤 인근에 숙소를 정했다. 아내와 의논하고 저녁에 금산사를 가기로 하고, 장모님은 티·브이를 시청하며 숙소에 쉬기로 하였다. 왜냐 하면 저녁인데다 장모님은 티·브이 연속극 시청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강원도 속초의 무릉계곡을 갔을 때에도 혼자서 연속극을 시청하신 분이시다. 하기는 나이도 연로 하신 분의 티·브이 시청을 말릴 수 없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둘이서 곧바로 금산사에서 저녁 예불을 가기로 하였다. 식당가가 많은 곳을 지나 금산사 가는 길 초입에 들어서니 조그마한 건물에 돌로 된 신상을 모신 신당 같은 곳이 있다. 아마 무녀들이 모시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절은 아닌 것 같은데 뭣 하는 곳 인고,” 하고 기웃거리는데, 웬 여인이 나를 보더니 들어 와서 기도를 하고 가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시키는 대로 들어가서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하면서 자세히 보니 불상은 아니다. 아마도 무속과 가까운 우리나라의 전래신앙인 것 같다. 기도를 끝내고 문을 나서니, 여기서 기도를 하면 효험이 있단다.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시 길을 오른다.

오르는 길은 산책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쉴 곳도 잘 만들어져 있다. 템플스테이를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절 경내에 새로이 한옥을 지어 말끔하게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다. 막 절의 경내로 들어서려는데 입구를 지키는 사람이 문을 잠근다. 이놈의 인사가 여태 가만히 있다가 우리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문을 닫는 것 같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왕 온 길이다. 잠시 들어가자고 하니, 저녁 늦어서 못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행색이 이래도 부산서 왔는데 예불에 꼭 참석해야 된다고 사정을 하여 겨우 들어 갈 수 있었다. 이곳은 신라 때 진표율사가 미륵신앙의 제1도량으로 금산사 법주사를 제2도량 금강산 발연사를 제3도량으로 창건하여 용화삼회 설법도량을 표시한 것이라고 아니하였던가. 그러고 보면 우리 부부가 미륵신앙과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우연찮게 미륵신앙의 제2도량인 법주사를 들러 오지 않았느냐 말이다. 그러니 꼭 참석하여 저녁 예불을 해야 했던 것이다. 혹여나 아는가. 미륵 부처님께 기도하여 불교 신도들이 말하는 성불을 이루어 좋은 일이라도 있을 런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안내 팜플릿을 가지고 간추려 본다.

「금산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의 본사이다. 1635년에 기록된 〈금산사사적 金山寺事蹟〉에 의하면 600년(백제 법왕 2)에 창건되었다고 전한다. 1492년에 씌어진 〈금산사5층석탑중창기〉에 의하면 과거불인 가섭불 때의 절터를 중흥한 것이라 하여 오랜 불연(佛緣)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기록을 종합해 보면 금산사는 신라 경덕왕 때인 762년에서 766년 사이에 진표율사(眞表律師)에 의해 중창되어 대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후로 법상종의 근본도량이 되었다. 진표 이후에 후백제 견훤에 의해 부분적인 보수가 이루어졌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 고려초 1079년에 법상종의 대종사(大宗師)인 혜덕(慧德)왕사가 주지로 부임해 간경·법석(法席)을 주관하는 장소인 광교원(廣敎院)을 설립하는 등 창건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도량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석연대(石蓮臺)·5층석탑·노주 등이 이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왜병의 방화로 모든 암자와 건물 40여 채가 불타버렸으나 1601년(선조 34) 수문대사(守文大師)가 재건을 시작하여 1635년 완공했다. 조선 고종 때 미륵전(彌勒殿)·대장전(大藏殿)·대적광전 등을 보수하고 1934년 대적광전·금강문·미륵전 등을 보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6년 다시 화재로 대적광전이 소실되었으며 현재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 절에 남아 있는 유물·유적은 석조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진왜란 이후의 조형물이다.

문화재로 지정된 중요 석조유물은 노주(보물 제22호)·혜덕왕사진응탑비(慧德王師眞應塔碑 : 보물 제24호)·5층석탑(보물 제25호)·석종(石鐘 : 보물 제26호)·6각다층석탑(보물 제27호)·당간지주(幢竿支柱 : 보물 제28호) 등이 있다. 또한 미륵전(국보 제62호)·대적광전이 있었고, 그밖에 대장전·명부전(冥府殿)·나한전·일주문·금강문·보제루(普濟樓)·종각·중향각·칠성각 등의 건물과 수계(受戒)의식을 행하는 방등계단(方等戒壇)이 자리잡고 있다.」

이상은 네이버 형님과 안내 팜플릿을 통해 알아본 것이지만, 사전에 준비해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금산사에 가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두루 관람할 수 있는 利점이 있다.

본의 아니게 우리는 이번여행 중에는 주로 저녁예불을 참예하게 된 것 같다.

물론 절 입구에서 예불 때문에 들어가야겠다고 해서 입산료를 주지 않고 그냥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러니 약속은 지켜야 했다. 소위 불자라고 자칭하는 인사가 거짓을 이야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스님들만 예불하는 청정한 곳에 잡인이 함부로 끼일 수는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곳에서도 역시 대웅전엔 들어가지 못하고 대웅전 앞마당에서서, 예불문을 따라서 암송하며 간편 예불로 저녁 예불을 대신 했다. 예불을 마치고 나오는 젊은 스님들께 우측의 위에 탑에 참배해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도 된단다. 올라가서 보니 안내판에 석가모니 진신사리가 모셔진 곳이라 한다. 사리탑을 참배할 수 있는 암자 비슷한 곳도 설치 되어있다.

이곳저곳 돌아본다. 정면에 대웅전이 있고 우측으로 미륵전의 건물이 있다. 미륵전은 수리를 위하여 임시로 출입을 폐쇄 한 것 같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노주등의 보물급 유물들이 있다.

이렇게 저녁예불을 마치고 내일 아침에 다시 들를 계획을 하고 금산사를 나왔다. 오는 길에 막걸리와 통닭 등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 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장모님은 숙소에서 연속극을 시청하시고, 우리 부부는 금산사에 다시 들렀다. 아침 일찍 금산사에 오르니 외래객은 별로 없다. 대웅전과 부처님진신사리 탑 참배소에 들러 참배하려는데 스님 한분이 가사 장삼을 갖춰 입고, 어제 저녁에 우리부부가 간편 예불(땅에 엎드려 삼배를 올리는 것이 아니고 서서 두 손을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는 것. “간편예불” 이것은 내가 만든 말이다.)을 하던 곳(대웅전 정면마당)에 서서 예불을 한다. 옆의 아내에게 여보게 저기 좀 보시게, 스님이 어제우리가 하던 방식대로 사방으로 절을 하고 계시지 않은가. 어제 우리가 하던 예불방식이 전혀 근거 없는 일은 아니란 말이로세! 하며 우리는 부처님 진신 사리탑에 예불을 드리고 내려오다 마당 한켠 약수터에서 약수 한잔씩 마시고 돌아서는 곳이 바로 미륵전이다. 미륵전 의 문 앞 에서 역시 그 간편 예불로 미륵부처님께 참배를 대신하고 돌아서 나왔다.

벽골제

9.24

내가 벽골제를 방문 하고자 했던 것은 그 옛날에 농사를 짓기 위하여, 아니 농사짓는 백성들을 위하여 관개(灌漑) 사업을 했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강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농업용수로 쓰기위하여 당시로서는 국가적 건설사업 이었을 거대한 시설을 했다는데 반해서 이다. 오래 전부터 한번은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을 이번기회에 여행의 코스로 선정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 옛날에 나라를 다스리던 사람들의 위민하며 고민 했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지금에 있어 우리를 지도하는 인사들이 국가의 대계를 위한 생각 보다는 자기 가족과 자기契員(어디 까지나, 나 개인적으로는, 정치하는 정당하는 사람들을 사익을 위한 계원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들을 위하여 산을 허물고 강을 막아 후손들의 삶터를 유린(이것은 순전히 내 혼자의 생각임. 오해 없으시길) 하는 것을 보면서, 더욱 방문하여 옛 선현들의 爲民 했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서 였다.

느긋하게 아침을 라면을 끓여서 해결하고 10시쯤에 네비게이를 실행하고

출발 하였다. 금산사와 벽골제는 22키로의 상거에 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 인 것이다. 차는 어느덧 김제 평야에 당도 했다. 차를 몰고 가면서도 느끼는 것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지평선을 본다는 것이다. 중국을 여행 하면서도 느껴 보지 못했던 지평선이다. 내 나라 우리 땅에도 지평선이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섬에서 자란 놈이 바다에서만 보던 수평선이 여기 김제 평야에서 아물아물 저 멀리 지평선으로 대체 되는 것이다. 평야 곳곳의 한가운데 마을이 있다. 그런데 여행하는 놈의 심사라는 것이 제일 먼저 걱정 되는 것이 대체 여기 사시던 옛 어른들은 어떻게 나무를 해서 숙식과 난방을 해결하고 살았을 꺼나. 다 지나간 일을, 그러니까 그 옛날 우리의 선인들이 연탄도 없고 석유난로도 없을 시절에 어디서 나무를 가져다 밥을 지어먹고 난방을 해결 했을 것인가를 걱정 하면서 여행을 했더랬다. 참으로 여행하는 놈의 황당한 심사라 해야 겠다.

어느덧 차는 벽골제에 도착 했다. 제일 먼저 관광 안내소를 찾아 마을(커다란 마을을 만들어 농사박물관 등 농경사 주제관 및 체험관 등 기념적 으로다가 여러 가지 시설을 해놓았다.) 안내 지도를 얻어 들고 그야 말로 마실을 나선 것이다.

날씨는 얼매나 덥던지, 햇볕은 불로 지진 듯이 아프다. 더구나 나이 연로 하신 장모님까지 있으신데 빠른 걸음으로 갈 수도 없다. 할 수 없이 마을 안내 지도를 펼쳐서 중요한 부분만 구경하기로 하고 마을을 가로 질러 곧바로 벽골제 제방과 쌍용설화관련한 쌍용의 모형을 찾아 직진했다. 그래도 얼마나 더웠던지 중간 중간 쉴 수 있도록 해놓은 정자각 같은 곳을 세 번을 만나 쉬면서 당도 한 곳이 바로 벽골제 제방이었다.

제방 둑에 올라 빙 둘러 보았다. 아득히 저 멀리 지평선이 아른 거린다. 마치 내가 어렸을 적 우리 집에서 제주방향으로 보면 넘실거리는 수평선처럼 저멀리 지평선이 아른 거린다. 정말로 장관이다. 이 나이 되도록 처음으로 보는 장관이다. 이러한 곳에 옛 선인들이, 아니, 그 옛날 나라를 다스리던 어른들이 농사짓는 백성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하여 저수지를 만들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위대합니다. 참으로 사모합니다. 그 때 나라를 다스리고 정치를 하던 어른들의 위민 했던 마음을 사모합니다. 이렇게 거룩한 일을 하신 우리의 선인들이여 정말 존경하고 사모합니다. 저절로 두 손을 모아지며 사방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에라도 남아 있는 제방 둑을 걷고 싶었다. 옛 선인들의 힘들었을 그때를 생각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팔순을 훨씬 넘으신 장모님을 모시고, 이 땡볕에, 바늘 같이 아니 불덩어리 같이 지져대는 햇볕을 맞으며 걸을 수는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돌아선다. 당시에 제방을 기획했던 모든 선인들, 나라를 다스리던 모든 어르신들 모두 존경합니다. 사모합니다. 지금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당신들과 같은 지도자가 한사람만 있다 해도 나 오늘 막걸리 한잔 물에 타마시고 소리 내어 울 것입니다.

나무 관세음보살(3회).

김제 벽골제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이자 최대의 농경 수리 문화 유적으로 각종 수리 시설 발달사의 산 교육장이라 할 수 있단다. 모두 한 번씩은 가 볼만한 곳이라고 권하고 싶다.

丙申. 10월

法華細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