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거대한 흐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ㆍ‘아버지가 이상해’ㆍ‘황금빛 내 인생’ㆍ‘같이 살래요’ㆍ‘하나뿐인 내 편’ㆍ‘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ㆍ‘사랑은 뷰티플 인생은 원더풀’ㆍ‘한 번 다녀왔습니다’ㆍ‘오! 삼광빌라!’ㆍ‘오케이 광자매’ㆍ‘신사와 아가씨’ㆍ‘현재는 아름다워’ㆍ‘삼남매가 용감하게’ㆍ‘진짜가 나타났다!’.
혹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위에 늘어놓은 것은 2016년 8월 27일부터 2023년 9월 10일까지 약 7년 동안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이하 KBS 주말극)들이다. 그 14편중 ‘아버지가 이상해’만 빼고 내가 모두 본 KBS 주말극이란 공통점도 있다. 내가 다른 방송사 뉴스 시간대와 겹쳐 소 닭 보듯했던 KBS 주말극을 보기 시작한 것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부터다.
그게 끝나자 예전처럼 뉴스 보기로 돌아갔는데, ‘황금빛 내 인생’을 중간부터 보기에 이르렀다. 드라마 중간부터 보기가 원래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황금빛 내 인생’이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를 돌파했단 소식을 접하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선 ‘꿈의 시청률’이라는 40% 돌파가 놀라웠다. 무엇보다도 도대체 어떤 드라마길래 하는 궁금증이 ‘황금빛 내 인생’ 본방사수로 이어지게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KBS 주말극 보기는 내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다. 이를테면 대중들이 열광하는 높은 시청률에 휘둘려 본방사수한 KBS 주말극인 셈이다. 사실 꿈의 시청률이라는 40%대 기록은 연속극의 경우 2015년 2월 15일 종영한 53부작 ‘가족끼리 왜 이래’(KBS 2TV) 이후 3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시리즈로는 2012년 3월 15일 종영한 20부작 ‘해를 품은 달’(MBC) 이후 6년 만에 기록한 40%대 시청률이기도 하다.
50부작인 KBS 주말극을 볼려면 일단 지극정성이 있어야 한다. 각 드라마마다 6개월간 토ㆍ일요일 밤 8시대에 보는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다. 그만큼 지극정성을 기울인 덕분인지 내가 챙겨본 KBS 주말극들은 인기리에 방송되었다. KBS 주말극의 높은 인기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처럼 이어졌다. 파열음이 난 건, 그러니까 최고 시청률이 30%에 이르지 못한 건 2022년 4월 2일부터 9월 18일까지 방송한 ‘현재는 아름다워’다. ‘현재는 아름다워’의 최고 시청률은 29.4%에 불과하다.
스포츠조선(2023.8.27.)에 따르면 KBS 주말극이 30%를 달성하지 못한 건 2015년 종영한 ‘파랑새의 집’ 이후로 약 7년 만이다. ‘현재는 아름다워’ 후속작인 ‘삼남매가 용감하게’(2022.9.24.~2023.3.19.)에 기대와 함께 관심이 쏠렸지만, 이 드라마도 최고 시청률은 28.0%에 그쳤다.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후속작 ‘진짜가 나타났다!’(2023.3.25.~9.10)의 최고 시청률은 그보다 더 낮은 23.9%로 나타났다.
그런데 ‘현재는 아름다워’가 최저 시청률을 20.5% 찍은 것과 다르게 ‘삼남매가 용감하게’ㆍ‘진짜가 나타났다!’는 각각 16.7%, 16.5%로 10%대에 머물렀다. 한 방송 관계자는 “KBS 주말극이 시청률 20%대 밑으로 내려가면 ‘망했다’는 표현을 쓴다며 충성도 높은 중년 이상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사실 8시 시간대에 뉴스 시청자가 아니라면 드라마 시청자는 KBS2 주말극외에 선택의 여지도 없다. 몇몇 종편 및 지상파 방송사가 이 방송 시간대에 드라마로 도전했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스포츠서울, 2017.11.28.)고 말한 바 있다.
그랬다. “주말드라마는 KBS에게 있어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지난 2021년 방영(송)된 ‘오! 삼광빌라!’ㆍ‘오케이 광자매’는 KBS 주말극 회차인 50회까지 평균 30%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신사와 아가씨’는 최고 시청률이 38%를 돌파하며 세 작품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저주’에 가까운 흥행 실패가 계속됐다. 지난해 방영(송)된 ‘현재는 아름다워’ㆍ‘삼남매가 용감하게’,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진짜가 나타났다!’까지 최고 시청률이 20%를 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위기감이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7년간 KBS 주말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지 못했다는 점을 비추어 보면 확연히 저조해진 시청자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OSEN, 2023.8.30.)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기록한 16.5%는, 나무위키(2023.9.11.)에 따르면 현재까지 방송된 KBS 주말극을 통틀어 역대 최저 시청률이다. 불패신화가 깨진, 암흑기에 접어든 KBS 주말극이라 할만하다. ‘현재는 아름다워’ㆍ‘삼남매가 용감하게’ㆍ‘진짜가 나타났다!’ 3편이 KBS 주말극의 불패신화를 깬 드라마로 지목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드라마길래 KBS 주말극의 암흑기란 말까지 나오게 했는지, 여기선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진짜가 나타났다!’를 구체적으로 만나보자.
뭐 저런 드라마가 다 있나 ‘진짜가 나타났다’
9월 10일 KBS 주말극 50부작 ‘진짜가 나타났다!’가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3월 25일 17.7%로 출발했으나 최종회 시청률은 22.9%를 찍었다. 최저 16.5%(5회), 최고 시청률은 23.9%(36회)로 나타났다. 평균 시청률은 20.5%로 집계됐다. 직전 KBS 주말극 ‘삼남매가 용감하게’에 이어 또다시 10%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50부작을 기본으로 하는 KBS 주말극에서 16차례나 10%대 시청률을 보인 건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거의 유일하지 싶었는데, ‘진짜가 나타났다!’는 그 기록도 깨버렸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10%대 시청률에 머문 건 전체 50회중 17회나 된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학원강사 오연두(백진희)가 산부인과 의사 공태경(안재현)과 가짜 부부 행세를 하다 들키면서 벌어지는 두 집안의 가족간 소동 이야기다. 연두는 뱃속 아이를 낳고 키우기 위해, 태경은 그 집 집사 겸 비서 장세진(차주영)과의 억지 결혼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계약기간 3개월도 되지 않아 들통난 가짜 부부지만, 이미 둘은 헤어져선 안될 사이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비혼주의자 태경이 남의 애 가진 미혼모 연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게 기둥 줄거리라 할 수 있다.
응당 많은 우여곡절 이야기가 짜증날 정도로 펼쳐진다. 예컨대 연두를 버리고 미국으로 떠난 아이(하늘) 생부(生父) 김준하(정의제)가 돌아와 제 핏줄이니 책임지겠다며 내놓으라고 한다. 태경 어머니 이인옥(차화연)은 연두가 며느리 되는 걸 결사반대한다. 거기에 그 둘을 떼놓으려는 세진과 준하의 공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지만,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진짜가 나타났다!’는 건질 게 하나도 없는 드라마다.
주요인물 중 하나인 장세진이 나와 성까지 같은 악녀로 나와 솔직히 뭐한 기분을 감추기 어렵지만, ‘진짜가 나타났다!’는 시간 투자 등 본전 생각이 절로 나는 KBS 주말극이다. 장장 7년에 걸쳐 14편을 본방사수한 KBS 주말극이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은 없었다. 도대체 뭘 말하고 보여주려한 것인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게 되지 않는다. 가령 멀쩡한 생부가 있는 아이를 양부(養父)가 친자입양해 키운다는 게 말이 되는가? 생부가 친자임을 포기한 그게 해피엔딩인가?
무엇보다도 핏줄이면 본능적으로 깜박 죽는 세대라 할 은금실(강부자)마저 준하더러 “하늘이 포기할 수 없냐”고 다그치니, 뭐 저런 드라마가 다 있나 하는 탄식이 절로 터져나올 지경이다. 제가 뿌린 씨를 버리고 나몰라라하면 천벌받는다는 메시지를 노린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 설정의 아주 웃기는 전개가 6개월 내내 이어졌으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서 빠져나간 콘크리트 지지층이 다시 돌아올 리가 없지 싶기도 하다.
할머니뿐만이 아니다. 금실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공찬식(선우재덕)도 준하더러 “하늘이 포기하면 가족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데,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태경은 연두가 “왜 하늘이 위해서 희생해요?”라고 물으니 제법 비장하기까지 한 어조로 “아빠잖아요”라 말한다. 준하의 “온 집안이 미쳤다”는 화냄이 딱 들어 맞는 상식 이하 가치관이 반짝 빛나는, 그래서 공감이 썩 안 되는 ‘막장 가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연두와 태경의 사랑은 십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다. 아무리 남의 애를 뱃속에 담고 있어도 뭣에 씌이는 것이 때론 사랑일 수 있으니까. 태경은 지우지 않고 “하늘이 낳은 것, 지켜야 할 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 연두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그 사랑을 영원히 하기 위한 결혼이라면 인옥이 제시했던 것처럼 아이는 준하에게 돌아가게 해야 맞다. 그게 백 번 맞는 말인데, 인옥의 진심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사실은 태경과 연두의 결합을 무조건 싫어해서 둘을 떼어놓으려는 인옥의 고육책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태경은 인옥에게 “잔인한 말씀”이라며 격렬하게 대든다. 생부가 죽었거나 절연(絶緣)된 경우 태경이 연두의 아일 제 자식처럼 키울 수는 있다. 그게 대중일반이 알고 있는 상식이고, 무릇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이걸 뒤엎는, ‘천륜 따위는 개나 줘버려’ 하는 전개가 아니고 무엇인가! 가령 ‘삼남매가 용감하게’를 떠올려보자. 큰딸 김태주(이하나)는 유정숙(이경진)이 김행복(송승환)과 결혼하면서 데리고 온 의붓딸이다. 사기치려는 삼촌이 등장하긴 했지만, 생부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다.
하긴 직전 드라마를 꺼낼 필요도 없다. 태경인 엄마가 찬식과 결혼하며 데리고 온 그의 의붓아들이다. 그로 인해 금실의 구박이 심했고, 태경도 찬식을 아버지라 부르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이를테면 피 한 방울 안섞인 태경이 금실네 가족되기에 성공한 셈이다. 이런 결구는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만, 하늘이하고 놀아준다며 줄을 서라고 말하는 할머니와 큰손자 공천명(최대철) 등 너무 억지스러워 시청자들이 느낄 공감지수는 역시 제로다. 마지막회에선 하늘이가 태경을 향해 “빠, 빠” 하는 장면까지 그려져 실소를 자아낸다.
생부로부터 버림받은(사실은 이것도 문제가 있다. 준하가 연두를 발로 뻥 찬 것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였고, 이후 핏줄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했으니까.) 하늘이를 그런 태경이 되지 않게함으로써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려는 의도인지 몰라도 천륜을 어기고 순리를 거스른 억지 전개의 혐의를 벗어날 순 없다. 그런 말 안 되는 억지 전개에 짜증을 내며 채널까지 돌려버렸을 콘크리트 지지층이 눈에 선하다.
아무리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지만, 그 파급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다. 준하가 친자입양 동의서에 사인한들 하늘이가 그의 딸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인위적으로 천륜을 깨는 그런 게 주요 내용이니 콘크리트 지지층조차 ‘뭐 저런 드라마가 다 있나’ 하며 달아나버린 게 아닐까? 외면당해도 싸다는 얘기다. 이런 전개이니 겹사돈인 오동욱(최윤제)과 공지명(최자혜)의 연애 정도는 새 발의 피라 할까, 문제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진짜가 나타났다!’가 기본이 파괴된 상식 이하 이야기를 늘어놓은 드라마인 건 분명하다.
그런 게 더 있다. ‘7살 애 맞아?’ 반문할 정도로 너무 어른스러운 오수겸(정서연)이다. 상당히 똘방진 아이이긴 하지만, 고작 7살 어린애가 “언니가 내 엄마예요?”라고 묻는 게 말이 되나? 수겸인 “서로 안좋아하는데 나 때문에 만나는 건 이상하잖아요”라며 서로 멀어진 아빠와 엄마의 결합을 원치 않음을 내비치기도 한다. 아빠 동욱과 공지명(최자혜)이 계속 사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소리다. 저는 저대로 엄마를 만나면 된다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나? 수겸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입원해있는 어린 임홍준이 강대상(류진)에게 거침없이 “우리 엄마 좋아해요?”라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말 안 되는, 그래서 기본이 파괴된 제멋대로 전개가 더 있다. 나중에 축사로 바뀌긴 하지만, 연두는 시할머니 금실에게, 태경은 장모 강봉님(김혜옥)에게 각각 결혼식 주례를 부탁한다. 나로선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다. 참신하긴커녕 신성한 결혼식을 희화시킨 모습으로 다가온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주말 저녁 온가족이 하하 호호하며 봐야 제 격인 KBS 주말극이 어쩌다가 이렇게 망가졌는지 콘크리트 시청자중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기리에 방송됐던 이전 KBS 주말극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진짜가 나타났다!’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이와는 다른 얘기지만, 배우 연기와 무관하게 꼴불견 캐릭터는 보기에 불편하다. 가령 연두 외삼촌 대상과 세진 엄마 주화자(이칸희)가 그렇다. 나도 외삼촌이 있고, 누나 자녀들에게 그 호칭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각박해진 요즘 세상에 대상 같은 외숙이 있을까 싶다. 43살이 되도록 누나 집에 얹혀 사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인지 몰라도 대상의 오지랖은 너무 낯설게 다가온다. 그렇게 튀지 않아도 될 배역인데, 화자는 너무 과장스럽게 호들갑을 떨어대 그나마 있던 정마저 확 떨어지게 하는 꼴불견 캐릭터다.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없는 이야기 전개도 아쉽다. 가령 찬식은 비서실 직원을 셋이나 둔 대기업 회장님인데 연두 뱃속 태아가 태경이 애가 아니라는 세진과 준하의 농간(사실은 맞는 얘기지만)에 당황해한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해도 그런 이야길 들려준 준하와 함께 한 자리에서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취하도록 술을 마시는 게 이해가 안된다. 준하의 부축을 받아 귀가한 찬식인데, 숙취도 없는지 다음날 새벽 일찍 일어나 멀쩡한 모습으로 회사 나가는 것 역시 현실감이 떨어진다.
현실감이 떨어지기는 아침식사하는 시간에 등기우편물이 배달(42회)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상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너무 허술한 연출이다. 드라마에 정확한 시간이 표시된 건 아니지만, 회사 출근 등을 감안하면 아침 7시 전후가 아닐까 한다. 그때는 등기배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대다. 우체국 업무시간을 따로 확인할 필요도 없다. 수십 년 동안 등기 우편물을 받아왔지만, 아침 7시 전후로 받아본 적 없는 내 경험만으로도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다.
어찌된 일인지 연두는 제사에 참석해 망자(亡者)에게 절을 한 번만 하고 물러난다. 망자 재배(再拜)도 모르나? 연두 동생 동욱은 초반 8회에서 매형감인 태경에게 술 먹었다고 반말 짓거리에 ‘임마’란 욕까지 하는데, 너무 나간 전개라 할 수 있다. 금실네 집 주방 식탁, 그러니까 활짝 개방된 장소에서 진짜 부부가 아니란 말을 주고받다가 식구들에게 들킨 태경ㆍ연두의 개념 없는 부주의도 나로선 어이가 없다.
50부작 주말극이니 12~16부작 미니시리즈와 단순비교하는 건 무리임을 인정하지만, ‘진짜가 나타났다!’는 유독 많은 발음상 오류로 인해 ‘국민 밉상’ 드라마임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입더슨(입덫은→입더츤)” 같은 오류가 2회부터 보이더니 방송 내내 이어졌다. 8회에선 ‘밤나스로(밤낮으로→밤나즈로)’, “나시(낯이→나치) 익은데”, “입더시(입덫이→입더치) 심해서” 등 발음상 오류가 무려 세 개나 있다.
다소 의아하면서도 웃기는 것은 금실이 ‘밤나스로’ 하며 틀리는데 반해 그 집 가정부는 ‘밤나즈로’ 맞게 발음하고 있는 점이다. 그외에도 “깨끄치(깨끗이→깨끄시) 정리”(11회), “파슬(팥을→파틀)”(13회), “남자놈들이 입더슬(입덫을→입더츨)”(15회), “입더슬 무사히 넘겼어요”(27회), “꼬슬(꽃을→꼬츨) 좋아했어요”ㆍ“꼬시면(꽃이면→꼬치면)”(44회) 등이 더 있다. “15년 묵은 구닥다리”(2회) 같은 비표준어 사용도 있다. ‘구닥다리’는 ‘구년묵이’로 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