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나무건축 답사여행 후기 2 - 만나다

[우드맨]

3년 동안 전화로만 사귀었던(?) 분을 남양산 톨게이트 앞에서 만났습니다.

실제로 만나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건만 오랜 기간 자주 통화를 해 왔기 때문인지

어색하기는커녕 처음부터 농담이 나왔지요. “왜 이렇게 젊어 보이시는 거죠?”

계기판에는 이제까지 945Km를 달려왔다고 찍혀있네요.

3년 전 이맘때 처음 전화를 하셨고 풀나치 통나무집을 짓고 싶다면서

설계도면을 주고받고 대략의 견적을 이야기 하는 둥 마치 금방이라도 집을 지을

태세이더니 아무래도 아이들 대학을 보내고 난 다음에 해야겠다며 한발 물러서

지금까지 공연한 안부전화만 나누던 사이랍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고속도로 길을 잘 못 들고 보니

40여분이면 간다는 현장에 거의 1시간 반이 걸려 도착했습니다. 먼 길 온 김에

밀양에 마련해 둔 부지를 둘러보자는 건데 이미 어두워져 간신히 대략의 윤곽만

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인사하고 차 안에만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식사하고 나서 그분의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 옆을 걷다 보니 180이 넘는

덩치를 실감했습니다. 웃을 때면 눈이 만화처럼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건너 방에서 잠을 잤는데 새벽에 일어나니 아파트는 역시 건조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상황이 변하는 중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새집을 지을 구상을 앞당길

가능성도 생각해 보고 하여튼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빨리 정리하세요.

이제 구례에 가야는 데.....지도를 폈습니다.

진주까지는 매우 복잡해 보이더군요. 어디 보자, 곤양까지만 고속도로로 가고

거기서부터는 천천히 국도를 따라 올라가자.

진주를 지나자 다소 정리가 되었지만 역시 고속도로는 복잡하고 어지럽네요.

곤양에서 빠져나와 곤명으로 올라가 2번 국도와 19번을 타고 하동을 경유하면서

섬진강병에서 유유자적 할 준비가 된 저는 다시 약간 흥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재작년에 진주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지리산 삼성궁 일대와 하동을 끼고 돌면서

평사리와 섬진강을 잠시 둘러보았으나 그 때는 너무 막연했고 별 감흥이 없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지금과 같이 “유능한” 구례통신원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오늘, 이렇게 좋은 날에 이런 기분으로 섬진강변을 스치며 산책하고

감상하기 전까지는 왜 그리도 수많은 사람들이 섬진강을 노래했는지 몰랐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보이는 고운 황금빛 백사장은 마치 섬진강의 속살인 양

부드러워 보였고 거칠지 않은 물살은 보기에 편안했습니다.

평사리에는 몇 대의 관광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하동에서 구례까지 가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방금 지났던 길을 다시

되돌아오기도 했는데 통신원께서 19번 국도만 타라는 지침을 주셨으니 그 이상

한눈을 팔지는 않았습니다. 

꽃 터널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대신 꽃눈 속을 달리고 있습니다.

구례통신원과 점심밥을 같이 먹기 위해 배고픔을 참고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오후 2시, 통신원 전용차로 바꿔 타고 강변의 재첩국수집으로 이동했죠.

“혹시 오프에서 처음 보는 분들이 생각보다 체구가 작다는 말 하지 않습니까?

(사진보고) 꽤 거구인줄 알았네요. 나는 175 넘는 인간들하고는 안 놀아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다음 듣게 된 저에 대한 촌평이었습니다. 

연곡사 계곡을 둘러보고(통신원께서 콕 점찍어 둔 장소에 벌써 누군가 새 집을

지었다며 한탄하시었습니다) 섬진강을 끼고 양쪽으로 마주 달리는 19번 국도와

861번 지방도로를 순회하면서 토지면과 문척면 일부를 관람하는데.....

대한민국에 이처럼 섬세하고 정확한 구례전문 여행가이드가 또 있을까요?

첫날 저녁은 그 유명한 “봉동리키친”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주방장 추천메뉴는 돼지수육이었으나 고기보다는 생선을 즐긴다는 제 말을 듣자

생태찌게로 변경하였습니다. 시장보기를 따라 다녔고, 제 반주 습관을 존중하느라

두 분께서는 포도주를 따라 드시었습니다. 그리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요. 

까다로운 건축주와 통나무집 빵공장이라..... 그림이 될 것도 같네요.

다음날(11일)은 날씨가 좋으면 노고단이나 사성암에 올라 조망할 계획이었으나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포기하고 곡성방면의 호곡나루를 산책하고 지리산 문수골에

소풍가기로 했습니다. 통신원의 부인께서 피크닉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 둘은

마산면에 있는 “쌍산재” 를 방문했죠. 젊은 주인은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었고

나는 본채 대청에 앉았습니다. 할말은 매우 많습니다만 “사자, 마녀, 옷장 그리고

쌍산재” 에 자세한 소개가 있으니 한번씩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시 중얼거렸죠.

“펜션은 있다!”

그런데 왜 모두들 펜션이라는 용어를 좋아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봉평에 널린 펜션 따위와는 엄연히 품격이 다른데도 말이죠.

피크닉가방을 들고 호곡나루로 갔습니다.

무엇보다 인적이 드문 강변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고, 머리위의 햇빛은

빛났습니다. 고요하고..... 난생처음 저런 줄을 당겨 보고 또 그 위에 올라타기도

했지요. 같은 시간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지리산 문수골로 들어갔습니다. 해발 700미터 높이라는데 차를 타고 오르니 뭐

금방이더군요. 이분들이 곰돌이라 부르는 농장의 주인은 현재의 구례통신원을 만든

장본인이신데, 전에는 로히터통신 사진기자였고 다시 일본에서 무슨 공부 그리고

고향인 구례로 돌아와 몇 만평에 달하는 농장을 가꾸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수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장기적인 확고한 목표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 곰돌이네 “원두막 위의 점심식사” 입니다. 이날 저녁에는 육회비빔밥을 먹었고

다음날 아침은 갈치찌게였는데 읍내식당 모두 맛 집으로 소개되어도 좋을듯합니다.

읍내에 어떤 “도사님” 이 사는 집이랍니다. 무슨 도산지는 모르겠고.....

아침저녁으로 읍내구경을 했는데 구례읍내는 다른(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고

구석구석이 정갈하고 편안한, “이정도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곳입니다.

적은 인구 탓에 규모의 경제가 어렵다지만 “굴뚝” 이 들어와야만 지역경제가 산다는

공식은 이제 바뀔 때가 되니 않았나 생각하는데 현실은 여전한 모양입니다.

'이틀째는 명지장’ 이라는 불문율을 모르는 척 하고 이틀 밤을 묶었는데

제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으로 변했지만 가끔은 이처럼 뻔뻔하게 굴기도 합니다.

햇살 밝은 오전 “통신원부부” 는 농장에 파종을 하러 갔고 저는 잠깐 견학하다가

차에 올랐습니다. 고마운 구례여 안녕.....

곡성을 지나 소쇄원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옥과를 지나게 되었는데 읍내 입구에서 “옥과미술관” 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더군요.

이 시골에 무슨 미술관? 하고 망설였는데 얼마 전에 한분이 옥과미술관을 소개하는

글을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게 그걸 거야! 아마도..... “숲속미술관과 성륜사”

이렇게 연결해 둡니다. 저는 그냥 휙 둘러보고 말았죠. 읍내가 작은데도 어쩐지

활기가 있어 보이기에 길가는 청년(?)에게 물으니 광주대학교의 한 단과대학이

나와 있다는 군요.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소쇄원에 들어왔습니다.

저 뒤에 있는 연못에 물을 대기위해 고안한 듯한 이 물길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요?

많은 경우에 책으로 본 것과 실제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새삼스럽고 당연한 말입니다만 소쇄원을 처음 보고서 더 실감하게 되었다는 말이죠.

표현하기가 좀 거시기합니다만 지형을 최선으로 활용한 안목에 감탄할 뿐입니다.

건축과 조경이 따로 없다고 해야 할지.

요즘 저의 관심사는 뒤뜰, 뒷마당입니다.

제월당 뒤뜰인데요, 햇볕 드는 뒷마당 모습이 너무 보기 좋지 않습니까?

민가이건 사대부 가옥이던 예전에는 당연히 뒤뜰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혹은

팍팍했던 서울살이 경험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집을 지을 때 대지 경계에

바짝 붙여 집을 짓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뒷집과의 시비도 막고 앞마당을

넓게 쓰고 싶은 마음일 텐데 그만큼 집 뒤가 답답하고 음침한 죽은공간이 되겠지요.

직업 때문인지 제 눈에는 이런 게 자꾸 들어옵니다.

백양사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가정행복지상주의자” 의  “놀이터” (클릭) 에 왔습니다.

안산과 구미에서 디자인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주인장의 광주지역 사무실이자

자칭 “놀이터” 인 이 집과의 인연 또한 3년이나 되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바 있고, 하여튼 집주인의 강한 개성만큼이나 실내외의 모습이 별납니다.

앞에 보이는 인디언 집만 해도 6미터가 넘는 나무를 경운기로 싣고 또 나르고

껍질 벗기고 다듬고..... 어렵게 찾아내 미국에 직접 주문하고 기다리고, 터 닦고,

혼자 낑낑대며 구조세우고.....저라면 이런 거 못합니다.

현관을 밀고 들어가면 안쪽 전면에 빠가 있고 그 앞에 주 작업공간을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바퀴 휘 둘러본다면, 빠 옆으로 각종 악기가 놓인 무대가 설치되었고

그 모서리에는 벽난로가 있습니다. 다시 옆으로 오디오기기와 홈씨네마 설비

그리고 계속해서 몇 대의 출력기와 컨트롤 컴퓨터, 욕실과 창고 그 위에 다락방

한마디로 샤프, 모던, 럭셔리 라는 영어단어가 떠오르는 그런 실내모습입니다.

중앙에는 소파에 앉아 모든 오디오와 비디오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소장음반을 거의 입력시킨 음악전용 컴퓨터를 보면서 마치 화면 속에서 책장을

넘기듯 그렇게 음반을 고르는..... 하~ 정말 놀랍네요.

럭셔리라는 어감이 싫었는지 자신의 취미생활 배경을 몇 가지로 정리 하시더군요.

3년 동안 헬스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담배를 끊었었다. 한달이면 담배 값이

7, 8만 원가량 들었는데 그때 헬스장 회원권이 월 6~8만원 정도면 충분했다.

습관적으로 술을 먹는 타입이 아니니 비싼 술값지출도 없었고 퇴근하면 집에 가는

소위 ‘땡돌이’ 였으며 한번도 “딴 짓” 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인데, 우리 나이대의

많은 남자들이 흔히 호기 있게 “내가 술만 덜 먹었어도 집 한 채는 샀다” 거나

대도시에 사는 능력(재력)있는 남자들에게는 매우 다양한 종류의 유혹이 손짓한다는

점을 인정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일찍부터 음악활동을 했고

지금은 자신의 직업이 디자이너인 만큼 자신과 생활이 곧 비쥬얼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또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처음 들어서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죠. “사는 것처럼 사는군요?”

주인장은 마치 전생에 알던 사이인 것 같다는 표현을 하셨더군요. 그래서였는지

저 또한 아무 거리낌이 없이 처음부터 너무 편했고 모든 걸 같이 즐겼습니다.

같이 머리를 맞댄 채 음반을 고르고 볼륨을 높이고 스피커를 바꿔가며 듣다가

결국 아날로그로 돌아갔습니다. 보기만 해도 탐이 나는 귀한 턴테이블위에

조심스레 LP판을 얹고 살며시 카트리지를 올려놓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날 밤은

담배를 몇 개 피우기도 했네요. 결국은 무대위로 올랐고 돌아가며 몇 곡씩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리 둘이 가수요 청중이었죠.

간밤에 봄비가 왔나 봅니다. 바람이 부는지 커다란 창 밖 데크 위에 놓인 흔들의자가

저 혼자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비에 젖은 오전의 신록은 뭐랄까.....

“놀이터” 에 있는 동안 출발할 때 확인이 안 됐던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여수에 계신 분인데 많이 미안하고 어색한 듯 “참말로, 어짜쓰까 잉?” 을 연발하는

그런 음성과 말투가 저는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고 다음날 즉 오늘 순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아침에 길을 나서는데 마치 친한 친구 집에서 밤늦도록 놀다가

새벽에 일어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 편안했습니다. 남자들만 있어서였을까?

그 길 중앙에 당당히 서 보고팠던, 일명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찾지 못했지만

담양에서 옥과 톨게이트로 곧바로 빠지는 길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녹음이 우거진 풍경은 아니나 간밤에 내린 봄비가 나름 분위기를 만들었네요.

내 평생에 이런 가로수 길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지나친 감상인가요?

어쩌다보니 계획에 없었던 순천만에 왔습니다.

갈대밭을 거닐지는 못했어도 이런 광경을 눈에 담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살고 싶은 마을 두 곳을 보여주시고 통나무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이분은

본래 한옥을 짓고 싶어서 삼척에 있는 전문교육기관에서 6개월 동안 교육도 받고

여러 군데 견학을 하면서 꿈을 키워왔는데 얼마 전에 한옥을 짓고 이사한 친구가

외풍이 심해 괴롭다면서 극구 말리는 바람에 망설이는 중이시랍니다.

다음에 정리할 기회가 있겠지만, 자연소재로 짓는 집들은 자칫하면 그런 함정으로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요즘 유행인 통나무황토집, 흙집도 마찬가지이죠.

이 지역에서야 어지간하면 음식점에서 후회하는 일이 없다는데도 구지 멀리까지

저를 데리고 가서 대접을 하느라 마음을 쓰시고, 일부러 뒤돌아 내려오게 했다고

미안한 마음에 여수특산물을 선물로 주시니 받는 제가 오히려 쑥스러웠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져 순천에서 남원, 전주로 방향을 잡고 가다보니

구례읍을 통과하는 게 아니겠어요? 약간 멀리서 읍내 전체를 보면서 지나는데

다시 들어간다고 전화를 할까? 월성정육점은 문을 열었을까? 고기를 샀을까?

하는 등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이 뒤로 멀어질수록 아쉬웠습니다.

갑작스레 전주로 발령을 받은 막내 동생 회사를 방문했고 이사 짐도 없는 집에서

소박하나 따뜻한 저녁밥상을 받았습니다. 본사에서 일종의 사택을 구해주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근교의 적당한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라 권했고 동생부부도 노력했으나

맞는 조건이 없었는지 아파트를 구했다고 하네요.

인구의 70퍼센트가 아파트에 살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독립주택을 동경합니다.

다행이도 최근의 경향은 아직은 젊다할 분들이 그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는데

토요일 오전에 만난 분도 그런 경우입니다. 전주 북부에 직장에 있고 다시 위로

10분 정도 거리에 땅을 마련하였더군요. 위치도 땅의 모양도 모두 좋고 무엇보다

돌을 쌓는 등 토목과 조경공사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아도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집을 짓다보면 건축비 이외에도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데 그중 꽤 큰 부분이

절약되니 그만큼 부담이 줄고 다른 곳에 더 충실할 수 있겠지요. 맑고 성실함이

엿보이는 분이였고, 부인께서 제 팬(?)인 게 이런 인연을 만들었다니 저야 고맙죠.

부인은 당장이라도 인데 남편은 여건상 가을이 편하고, 8월경으로 조정되었나봅니다.

천안에도 그리고 춘천에서도 비슷한 분들이 꿈을 키우고 있으니

이분들에게 제 젊은 날의 실패와 경험이 발판이 되고 그 꿈을 보기 좋게 실현시킬

안내자이며 조력자로서 제가 잘 쓰여 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오후 5시 경에 옥천에 도착했습니다. 저도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건만

부모님 집에 가면 마냥 둘째 아들이 됩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더군요. 안방으로 들어가 따뜻한 매트 속으로 들어가 땀을 흘리며 편안하게

한 시간 반가량 깊은 잠을 잤습니다.

어머니 화분의 군자란입니다. 제가 이랬죠.

“무슨 꽃이 조화 같아요?”

부모님은 지난번 일을 번복하려는 중이십니다.

두 분이 마주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아닌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거죠.

“얼마나 산다고.....” 조금 불편한 점이 있을 뿐이지 집이 너무 멀쩡하고, 사실

지붕을 새로 한지도 몇 년 안 되었거든요. 한참동안 제 생각을 말씀드렸지만

같은 말씀을 반복하시네요. 어떻게 해야 할 지 다시 의논을 해야겠습니다.

이왕이면 오랜만에 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기침이 심해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 분들께 폐가 될 것 같아 부모님만 옥천성당에

내려드리고 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지난밤부터 아침까지 쌍화탕에 생강차 등

열나는 음식을 많이 먹고 잠은 설치고 해서인지 한 시간 반 동안 졸음을 참느라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 휴게소 마다 들려서 잠시 쉬어야 했죠.

남아있던 이틀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네 군데 중 두 곳은 술을 많이 먹게 되는

자리가 뻔한데 기침이 너무 심해져서 무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까운 곳이니

일단 집에 가서 몸을 추스르고 난 다음 다시 약속을 하면 되겠지요.

계기판에는 1780Km 가 표시되어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마당에 뭔가 하얀 것들이 마구 돌아다니더군요.

하아~ 이놈들..... 열흘 전 만해도 비틀 비틀 간신히 몸을 가누더니 어느새.....

하하핫! 새끼들은 무엇이고 이처럼 귀엽습니다.

제 마당은 이제 한창 꽃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산 벚꽃이 활짝 피었어요.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꽃잎들,

좋은 봄날 보내세요.

[하밍]

먼길 무사귀환 축하합니다. 여행길에서 얻었던 영감들을 차곡차곡 쌓아두섰다 행복한 집짓기에 접목하시어 보는 이들도 행복이 전해 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연아빠]

와~~!와~~!와~!!멋진 여행이셨을꺼 같아요..^^

[제임스딘]

우드맨님 글 잘읽고 갑니다. 그림에 있는 두부김치와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밤입니다.

[우드맨]

다음주중에 남은 여정을 마무리지을 생각인데 갑짜기 천안으로 발길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막걸리 한잔 하게요. ㅎㅎㅎ

[모퉁이]

여행담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저두 언제가는 우드맨님을 만나상의할 날이 오겠죠...

[엑스]

엄청 멋지게 다니시고 사진도 너무 잘 찍으세요 ^^

[우드맨]

사진은 똑딱이로 찍는데 집에서 약간 수정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지요. 선명도, 명암, 화면구도 정도.....

[sure]

여행담 편히 앉아 잘보았구요...내집을 짓겠다고 배운지 5년이 넘었는데도 아직이네요...전원생활을 하려면 젊어서 해야한는 지인의 충고가 절실하지만 현실이 따라주질않고 쉰되기전에는 하는 욕심이 있지만 한해로는 버겁네요...좋은 공부 많이합니다...좋아하는일을 하며 산다는것이 부럽습니다.....^&^

[우드맨]

그려셨군요. 사실 젊을수록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게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직접하실 계획이라면 너무 힘들지 않을 만큼의 규모와 일의 양을 정하셔야 불행(?)해 지지 않는답니다. ㅎㅎ 소망이 이루어 지기를.....

[제임스딘]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비우]

1,2편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생각이 남다르시니 사진도 글도 감동,저 또한 여행한 듯 실감납니다. 우드맨님,화이팅!

[팽성]

그 가로수 길은 평택에서부터 평화순례중 트랙터로 지난길 입니다. 다시 보니 좋군요.

[시골풍경]

강아지들 너무 귀여워요. 마당에 뭔가 하얀것들이 돌아다니더군요... 그 표현이 재미있어 웃었습니다. 정말 하얀 것들이네요. 예쁜.. ㅎ. 아, 참, 여기 흐르는 노래 너무 좋으네요. 곡명좀 알려주시지요.

[우드맨]

한대수의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