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공지에 오른 대로 관악산엘 다녀왔습니다.
보통 산에 갔다 왔다면 이렇게들 말을 하죠.산에 올랐다고.하지만 중턱쯤에서 하산 길을 잡은 터라 올랐다는 말은 아무래도 쑥스러워 그냥 다녀왔다 하게 된겁니다.
하필 부처님 오신 날이라니,개개인의 의견을 모두 모아야 함이 당연했을 것을 이 번에도 어디나 써먹기 좋은 바쁘다는 구실이, 게다가 5월이 넘어가면 이라는 시한을 강하게 몀두에 두다 보니 마땅한 날이 그 날 이었겠구나 그렇게 널리 풀어주길 갈증을 해결할 요량으로 물을 넘기는 동안에도 그 생각은 악착같이 붙어 있었습니다.
용,연호,황연,나(남석),그리고 막 초입을 벗어나 산을 짚어갈 무렵 뒤따라 온 숙희.후배(무찬이가 잘 안다고 함) 가이드를 데리고 온 숙희의 사려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에 대한 얘기는 내려오다 쉬는 동안이나 점심을 먹는 와중에 충분한 대화거리가 됐음은 물론입니다.
운동겸 해서 산을 오르는 사람과 그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밥을 수월히 넘길 수 있는 사람과의 차이는 말 수에서 확실히 드러나더군요.급기야 전 이런 말을 뱉고야 말았습니다.그 지점이 삼막사를 중간쯤 올랐을 때였을 겁니다.숙희가 말하는 주유소에서 기름이 보충되는 동안 전 한가하게 담배를 필 수가 없었습니다. 아! 담배도 못피지만 말이죠.얼른 길을 살펴 논리를 줏어왔습니다.
"꼭 거기까지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거 아냐? 향하는 목적지가 지금 여기서 가능하다면 내 수준에 대한 배려를 부탁하지."
내려오는 길은 좁은 길이었습니다.한 사람이 겨우 움직일 만한 폭이었던 것이죠.아! 그렇다고 내려 오는 길 내내 그랬다는 건 아니구요.하산 길을 잡아 내려 오던 일정 구간-주로 처음 얼마간 그랬다는 겁니다.더 이상했던 건 올라 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건데 그건 그래줬으면 하는 바램이 통했구나 싶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더군요.말 한 대로 무리없이 비켜줄 수 있는 길이 아니었기에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였는지 우린 지나쳐 왔던 산의 속살을 고스란히 본 듯한 기분을 맛보며 유쾌하게 걸었습니다.산에 계곡과 나무가 뭐 별다를까 하겠지만 생김 생김이 약간 다른,코의 모양이나 눈의 모양 정도? 아무튼 이런 곳이 있었구나를 연발했다 짐작하시면 느낌의 일부를 전달 받으신 겁니다.
망설임이 없었습니다.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간다는 거 말이죠.아직은 물이 찰 거라는 것과 흐르는 물이라는 생각은 나중이었습니다.엄청 차더군요.미처 비우지 못한 막걸리가 머릿속으로 들어 오는 장면을 연상하셧다면 감탄사 한마디 그냥 나오는 대로 하셔도 됩니다.전달된 느낌의 표현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낮게 중얼거려도 무방하다는 얘깁니다.거 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왜 올라 오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았었는지를 말이죠.처음에 잡았던 계획은 삼막사를 거쳐 안양으로 내려 오기로 했답니다.헌데 우리 일행이 내려 온 곳은 정확히 안양유원지.지난 번 언젠가 카페 모임을 가졌던 바로 그 곳으로 우리가 내려왔던 겁니다.그런데 그 곳은 수목원길이라 산림 보호 차원에서 입산을 제한했더군요.우리 일행도 마지막 부분-안얀유원지와 연결되는 그 지점에 이르러서는 부득히 막힌 문을 돌아 누군가의 은밀한 소행을 기가막히다 말하며 허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모임을 가졌던 그 주변은 지난 시간을 간단히 추억으로 만들어 버렸더군요.아이들이 놀 수 있게 철제 구름다리가 투명한 튜브형태로 꽤 길게 이어져 있엇으며 식당에서 만들어 놓은 족구장이 군데군데 있는 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신축중인 건물에 족구장 건설,여름을 대비하는 분주한 노력들이 먼지를 일으키는 중이었습니다.올 여름 계획에 그 곳을 떠올리게 된다면 엄청남 체증을 같이 묶으셔야 할겁니다.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죠.
용식,주남이는 아예 차를 그 아래에 댄 채 걸어 올랐왓다더군요.닭볶음탕과 오리 백숙.그 뒤에 시킨 오리 불고기로 그 날 점심을 해결했습니다.오랜만에 본 용식이의 입담은 여전히 즐거움을 줬습니다.아침에 교통정리를 했다더군요.유머가 쉽지 않을 상태일텐데 기운이 남나 보다 했습니다. 운동하다 무릎을 다쳐 편치 않은 상태임에도 움직여준 주남인 그 날 병원 문상 뒤까지 친구들의 발이 돼주느라 아마 고생좀 됐을 겁니다.그런 기꺼움들이 산을 넘게 하고 얼굴 보고 웃고,그렇게 채워지는 내용이 퍽 흡족했습니다.
잘 갔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