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래 전부터 끌던 강도사건을 해결하고 반장님과 간만에 쐬주를 한 잔 했다. 내겐 아버지 같은 분이라 이것저것 신세도 많
이지고 내게 힘도 많이 되어주시는 분이다.
“캬~박형사 수고했다.”
“수고는요~ 하하하~~”
“하긴~ 니가 잡았냐 김형사가 다 했지”
“아~........”
“큭큭~ 알아 새끼야. 자 받아라.”
그렇게 몇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중에서는 애처가답게 역시 반장님의 사모님 이야기가 많
았다.
“그래서 내가 발을 씻겨주니까~ 캬~ 여편네~ 감동받아가지곤 큭큭. ”
반장님은 티비에서 남편이 발씻겨 주는 걸 보고 사모님 발을 씻겨 드렸는데 사모님이 그렇게 감동을 하셔서 다음날 반찬이 틀
려졌네 풀밭이던 식탁이 갑자기 목장이 됬네 어쩌네 결국은 자랑이다. 체엣 그 때 같이 볼 때 사내자식이 뭐 하는 짓이냐면서
욕 옴팡지게 하셔놓고는 또 따라하시긴. 그나저나 발 씻겨 주는 거에 그렇게 감동을 받았다 이거지? 선예한테 써먹어야지 히
힛. 발 씻겨주기 아이템에 또 득템했다고 좋아라 하며 선예한테 칭찬받을 상상을 하는데 반장님이 술잔을 탁! 하고 놓으시더니
날 바라보신다. 저러 눈빛은 취조할 때나 하시는 건데......반장님이 그러시면 전 자동적으로 취조스타일로........
“왜.....왜요”
“박형사”
“네....네?”
“너 임마 언제까지 말 할래?”
말?.......뭐.......뭐지............그 때 에버랜드 스위치 빼돌린거 걸렸나? 아 십라 김형사 이 말새끼. 그걸 또 꼰질러?
“너 임마 애인 생겼잖아. ”
아~애인.
김형사 내가 사랑한다고. 알지? 괜히 김형사가 보고싶네? 나중에 당근이나 사줄까?
아무튼 반장님 말에 벙져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쑥쓰러워 고개를 숙였다. 내 볼은 이미 북흐북흐 발그래발그래. 내가 그렇
게 티를 냈나?
“그 때 그 여자냐? 니가 죽어라 찾던?”
반장님은 아마 내가 사귀는 사람이 선예인 것을 알고계신 듯 했다.
“네..........히힛”
“새끼....좋아하긴. 섭섭하다 임마! 맨날 아버지 아버지 거리면서 생겼으면 후딱후딱 보여줘야지.”
아무래도 선예에 대해 말 안 한게 섭섭했던지 반장님은 날 밉지 않게 흘기시고는 잔을 비워낸다. 그런 반장님의 잔을 다시 가득
채워주었다.
“죄송해요.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요. 근데 어떻게 다 아셨네요?”
“당연하지 임마. 니가 그렇게 티내고 다녔는데. 다 알아. 김형사 그 새끼 빼고”
반장님의 그 말에 고개만 끄덕끄덕. 하긴 야생마 그 새낀 까불기만 잘 하지 눈치라고는 옛날에 당근 바꿔먹었지.
“박형사 너 어떤 사람이 데리고 갈까 했는데 니가 데려오는구나.”
그 말을 하고는 정말 아버지 같은 웃음을 지어주신다. 경찰대학 때부터 알아왔던 반장님. 대학 선배님이기도 해서 잠깐 대학을
찾으셨다가 날 보고서는 교수님한테 저 새끼는 내가 데리고 갈거다 하고 말 하시고는 정말 내가 졸업하자마자 반장님이 있는
강력 2반으로 왔다. 대학때부터 기숙사에서 나올 때 마다 고향가기 전에 만나서 술도 사주시고 용돈도 주셨었다. 그래서 내 제
2의 아버지인 반장님. 조금 많이 갈구기는 하지만 그래도 항상 내 옆에서 내 편이 되주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내가 항상 개기고
기어오르는지도..........킁.
“이름은 뭔데?”
“선예요. 민선예.”
“이쁘냐?”
“당연하죠~ 얼마나 이쁜데요! 반장님이 그렇~~~~게 이뻐하시는 조카보다 더 이쁘거든요~진짜 완전 천사라니까요 천사”
“팔불출 새끼”
“에이~공처가겠죠”
내가 누구를 만나든 누구를 사귀든 모두 이해주실 반장님이시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지금 집에서 쉬고 있다고?”
“네. ”
“뭐 다른건 안하고”
“네”
“그래?..........18살에 그렇게 됐다며”
“네.”
“네네만 하지말고 새끼야. 흠. 아무튼 그 애도 뭐 하고 싶을게 있을거 아냐. 18살이면 아직 한 참 꿈 꿀 때 였겠구만”
반장님의 말을 들으니 선예도 뭔가 하고 싶은게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8이면 확실히 자신의 장래에 대해 고민하고 꿈
꿀 때였으니.......그 때 꿈이 좌절 됐으니까 지금쯤 얼마나 그 한이 쌓였을까. 그냥 무작정 내 옆에만 두면 된다고 생각하고 선
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못 생각해 준 거 같아 괜스레 미안해 진다.
“새끼. 표정 꼬라지 하고는,.......착해 빠진건지 멍청해 빠진건지. 빨랑 가봐 임마. 가서 하고 싶은게 뭔지도 물어보고. 하고 싶
은게 있다고 하면 니가 그 꿈 이룰 수 있게 도와줘 임마.”
“........고마워요 반장님.”
반장님의 말씀을 듣고 난 바로 집으로 튀었다. 결국 오늘 술도 반장님이 내시겠네....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언제나 그랬던
거니까 패스하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가서 반장님한테 배운 마누라 발씻겨 주기를 몸소 실천하면서 뭐가 되고 싶으냐
고 물었다. 다짜고짜 이런 질문을 하면 좀 그렇나? 싶었지만 우리 사이에 뭐 어떠냐.
아무튼 뭐가 되고 싶냐 물으니까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의사. 하~의사라........의사.
의사가 된 선예를 생각해 봤다. 잘 어울렸다. 닥터민. 억양도 좋네. 똑똑하니까 꼭 좋은 의사가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조건 내일 당장 학원을 알아보라고 했다. 뒷바라지는 내가 다 할테니. 하~이러니까 마음이 편하다. 좀 더 일찍 물어봐 줄걸.
설레어하는 선예를 보니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아무튼 그 다음날 바로 선예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선예를 보고 있자니 중 고등학생의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예의 날개. 내가 꼭 펼쳐
서 날게 하고 싶었다.
피터팬은 죽었다.
얼마전에 집앞에서 이광남 그 미친새끼를 잡았는데 그 새끼 그냥 조무래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다. 지금 껏 선예를 괴롭
혀 온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어 이것저것 미완사건까지 다 이새끼한테 역어서 집어 처 넣어서 한 50년형은 나오게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좀 많이 캐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새끼가 그래도 허접 조무래기는 아니구나 하는 것이 드러났다. 아니
이 새끼는 분명 조무래기일지 몰라도 이 새끼랑 연결된 사람들은 거물급. 역시 백룡파라 이건가. 이광남을 조낸 패서 집어 넣은
이후로 많이 바빠졌다. 새끼가 선예를 만나러 오기 전에 또 마약을 빨았는지 경찰서에 잡혀와서 별 지랄을 다 했단다. 그 덕분
에 그 새끼랑 연결된 마약상도 알아내고 그 속에는 백룡파가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것도 알았다. 예전부터 검.경찰에서 백룡파
를 노리고 있었는데 이광남을 계기로 거대한 백룡파를 어쩌면 한 번에 소탕 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래서 우리 팀이랑
검찰 팀 그리고 몇몇 팀이 합동해서 프로젝트를 잤다. 덕분에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바빠져서 집에도 잘 못 들어가고 우리 애기
얼굴도 잘 못 본다. 간간이 하는 통화로 그 그리움을 달래야 했다. 아무튼 백룡파 이래저래 맘에 안 든다. 이광남 그 새끼 있을
때부터알아봤다.
“윽~냄새. 박형사. 옷 좀 갈아입지? 조낸 냄새나”
벌써 며칠째 집에 못 들어갔더니 겨울인데도 옷에서 꾸질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이 새끼는 어제 집에 다녀와서 옷 갈아입었
다고........난 김형사에게 나이스 니킥을 먹여주곤 폰을 들어 선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 약간 운 듯한 목소리. 그 목
소리에 걱정 2000%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에 안심했다. 진짜 귀여워 미치겠어 민애기. 내가 귀여워 미치겠다니까
지는 보고싶어 미치겠단다. 그래서 난 보고 싶으면 나 보러 오랬다.
사실 원래 목적은 갈아 입을 옷 점 가져다 달라는 거였지만. 우린 신혼이니까 이런 깨쏟아지는 전화통화는 센스로 해줘야 하는
거다. 내가 이런 통화를 하자 주변에서 우우~거리는 야유를 쏟아붓는다. 체엣. 우리 애기 왔을 때 소개니 뭐니 하기만 해봐라!!
난 이를 갈며 일하고 있는데 어디서 들려오는 우리 애기 목소리. 그 목소리에 우리 부서 모든 형사들의 행동은 일시정지. 우리
애기에게로 쏟아졌다. 우락부락한 아자씨들이 일제히 자신을 처다보자 당황한 선예는 잔뜩 움츠려들어서는 다시 나가려 한다.
난 형사님들을 제치고 나와 선예를 잡아끌었다. 나를 보고 나서야 안심을 하는 선예.
우리를 계속 보는 형사님들에게 일 하라고 타박을 준 후 선예를 앉혔다. 근데 이 형사님들이 진짜 다 늙어서 주책인지 계속 힐
끔거리네? 난 사근하게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보길래 한 마디 했더니만 이런저런 물건들이 내게로 날라온다 아! 우리 애기 맞
으면 어쩌려고!!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형사라 뭐 맞추는 건 일등. 내 얼굴에만 날아오네?
스탬플러까지 머리로 받아내고 나니 반장님이 오신다.
“흠흠 박형사. 소개 좀 하지?”
반장님 말씀에 꼴에 튕겨보겠다고 지랄 떨었더니 어느 새 온건지 김형사 저 능글맞은 새끼가 어디서 갑툭한다. 그리고는 그 망
할 말발바닥을 우리애기에게 내밀길래 한 소리 했더니만 나보다 365일이나 어린게 또 나랑 아웅다웅 하려 한다.
그러다가 반장님의 중재로 결국 아웅다웅은 물건너갔다. 말새끼를 한 번 야려주고 난 후 선예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소개를 했
다. 내 소개에 맞춰 민선예에요 하고 인사를 꾸벅하는 우리애기. 그러자 이 주책 노총각 형사님들 하나같이 볼 빨갛게 해가지고
는 손을 내 밀길래 그것도 모두 쳐 냈다. 그리고나서 선예가 정성스레 싼 도시락을 먹고 있는데 이 님들 바쁘지도 않은지 계속
우리 둘을. 아니 정확히 내 옆에 있는 우리 애기를 본다. 아놔~님들. 백룡파 안 잡을 겁니까. 그래서 투덜투덜 괜히 반장님한테
개겼다가 사모님 온천여행 가셨다는 말에 조용히 짜져있게 됐다.
날 뒤로 빼두고는 모두 모여들어서는 선예한테 이것저것 물어댄다. 그에 또 우리 착한 애기는 공손히 다 대답하고. 큭 그래도
우리애기 이쁨은 받겠다. 그렇게 야생마가 나대는 것을 보고 선예한번 보고 그냥 먹는거나 주워먹었다. 근데 갑자기 선예의 나
이가 거론되며 형사님들의 살벌한 시선이 내게 꽂혔다. 난 뭐 주워 먹다 괜히 날벼럭 맞을까 싶어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아니라
고 했다. 하지만 이 형사님들은 1년을 함께한 나 보다 우리 애기를 더 믿는건지 그 살벌한 눈들을 치울 생각을 안한다. 여기서
선예가 네 고등학생이에요 라고만 하면 진짜 동료고 뭐고 당장 수갑채워서 유치장에 처 넣을 폼이다.
아무리 우리 애기가 동안이라지만 님들하 저 님들 동료거등요?
다행이 곧 선예가 나랑 동갑이라고 말해줘서 난 살 수 있었다. 무서운 인간들.
아무튼 이래저래 우리부서에서 인기가 많은 선예.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내가 흐뭇하다. 그러다가 반장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반
장님도 내 맘을 아는지 눈을 한 번 찡긋해주신다. 선예가 많이 이쁨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부서 형사님들은 뭐 거의 내 가족이
나 다름없으니까. 뭐 다들 유부남이고 하니 걱정할 것도 없고. 아 하나 있다면 저 아까부터 계속 들이대는 야생마 한 마리랑 계
속 오빠를 부르짖는 이형사님 빼고.
이래저래 놀다 보니 시간이 많이 늦었길래 형사님들 손에 잡힌 선예를 냉큼 낚아채 와서는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아 정말 오랜
만에 만난 우리 애기랑 오붓하고 오순도순한 시간을 보내려 했더니만 저 주책맞은 아저씨들 때문에 다 망쳤다. 가뜩이나 요즘
얼굴 잘 못 보는데. 난 아까의 시간을 다 보상 받겠다는 듯이 선예의 손을 꼭 잡고 걸었다. 헤어지기 아쉬워서 경찰서가 점점 멀
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걸었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형사님들이 다들 좋은신 분이들이라고 좋아하는 선예. 당연하지
누구 동료들인데. 라고 말하려다가 계속 빨리 안 텨오냐고 문자보내는 이형사님 때문에 그냥 묵비권했다.
그러다가 이제 경찰서가 안볼일때 쯤까지 멀어졌을 때 쯤 되어서 맘 속에 꼭꼭 꽁쳐뒀던 말을 꺼냈다.
사실은.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 멋지게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입이 간지러워서 심장이 간지러워서 더 이상 못 품고 있겠어서 말
해버렸다. 아버지한테 보여주고 허락받고 싶다고. 하찮지만 멋대가리 하나 없지만 청혼이라고.
“웬디. 피터팬의 청혼을 받아주겠어?”
전직 피터팬역 답게 말했다. 조금 유치한것도 같지만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유치한게 사랑이랬다. 세상에서 사
람을 제일 유치하게 만드는게 사랑이라고 했다. 그러니 이 정도 유치함은 내 더 유치한 사랑에 묻혀가는거다. 아무튼 나름 청혼
을 했더니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버린 선예. 그런 선예를 꽉 끌어안았다. 이런 볼품없는 하찮은 청혼에도 감동하는데 나중
에 정식 프로포즈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민선에. 그런 의미에서 프로포즈는 그냥 대충할까....?
“울긴 왜우냐?”
“흑,......기뻐서....좋아서.......꿈만 같아서”
너무 좋아서 운다는 이 작은 아이에게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청혼에 울면 나중에 정식 프로포즈 할 때는 어떻할거냐니까 고맙
단다. 고마운건 오히려 난데 자신이 되려 내게 고맙단다. 항상 내 심장 정상적으로 뛰게 해줘서 터지지 않게 멈추지 않게 뛰게
해줘서 박예은 쓰러지지 않게 무너지지 않게 지켜주고 있어줘서 고마운건 난데.
“사랑해 민선예”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내 초라한 입술을 내 작은사랑의 고귀한 입술에 맞췄다.
항상 내게 아쉬움이고 그리움이고 기다림이기만 했던 아이.
하지만 이젠 내게 기쁨이고 설렘이고 사랑인 아이. 민선예.
사랑해. 사랑해 나의 웬디. 사랑해 민선예.
피터팬은 죽었다.
“욜~~~~ 어디 가 박형사?”
오늘 낮에 백화점가서 한 벌 뽑은 수트를 입고 거울을 보며 옷 매무새를 만지고 있는데 슬금슬금 들어오며 내 주변을 빙글 한
번 돌고서는 또 앞에서 까불락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굉장히 역사적인 날이기에 내 앞에서 발발거리는 야생마 한 마리에게 선
심을 배풀어 그냥 고이 씹었다.
“아 놔~ 막 씹네? 어디 가? 어디 가는데?”
“아~시끄럽다 김형사.”
“그러니까 말해줘~응응? 반장님!!! 박형사 어디 가요!?”
“몰라 새꺄!! 너 빨리 와서 이거 정리 안해!?”
“체엣~ ”
반장님이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내 앞에서 멀어지는 김형사. 그런 김형사를 보며 큭큭 웃고 있다가 이내 다시 한 번 거울 속 나
를 봤다. 캬~ 머~~싰네~~ 누구네 자식인지 참. 잘 났기도 하다. 자뻑하면서 소리를 조금 냈더니 곧바로 서류철이 머리로 날아
온다. 누가 강력계아니랄까봐 격하시기는. 그래도 기분이 좋은 난 실실 처웃으며 서류철을 집어들어 다시 던졌다.
“아직 퇴근시간 아니그든? 빨리 안와!?”
요즘들어 예민한 반장님의 호통에 난 조용히 재킷을 벗어 고이 걸어두고 다시 일에 착수 했다.
“박형사. 이만 가 봐라 넌.”
“넵! 다들 수고하쇼~”
반장님의 퇴근 명령이 떨어지자 난 냅다 재킷을 들고 튀어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잡히는 네모난 상자 하나. 거기에 또 기
분이 좋아서 지나쳐오는 사람들한테 마다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나왔다.
“후~~”
경찰서를 빠져나오자 옆에 배치 된 벤치에 앉아 땡땡이 치고있는 김형사가 보였다. 오지랖넓은 난 또 김형사 옆에 털썩 하고 앉
았다. 털썩 소리를 내고 앉자 그제서야 나를 보고는 어 벌써 퇴근해!? 하고 발끈한다. 아무튼 누가 먼저 가는 꼴을 못 본다. 이
인간은.
“왜 벌써가!!”
“야~ 이 몸은 엄청 중요한 임무를 하실 분 아니냐. 컨디션 조절 해야지.”
내가 이 말을 하자 곧 아아~하며 수긍을 한다.
“그리고 오늘은...............그 애한테 프로포즈도 하는 날이기도 하고.”
“어?..........정말?”
“그래 짜샤.”
“.........결국 하게?”
“뭐......응.
“난......안 할 줄 알았는데.”
“........고민많이 해 봤는데. 아무래도..........내가 좀 이기적이잖아. 잡아두고 싶어서.”
“그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아무튼! 잘해! 병신처럼 버벅거리지 말고. 그런 건 원래 한번에 깔끔하게 말해야 간지나는
거야”
“큭큭. 그래. 근데 너 뭐 고민있냐? 야생마 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하고 있긴.”
“고민은 무슨......그냥.............”
“새끼....외롭구나? 큭큭. 너도 어서 만들어라! 윽! 시간 다 됐다 나 이만 간다!!”
고민있는 듯한 표정의 김형사였지만 그래도 지금은 내가 더 바쁘기 때문에 그냥 일어섰다. 김형사 고민은 나중에 들어주지 뭐.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고 미리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갔다. 예약한 룸으로 들어가 말해뒀던 것들을 시키고 선예를 이쪽으로
부르고 나서 기다리며 주머니 속에 있는 반지를 꺼내봤다. 은색 반짝반짝 이쁜 반지. 선예 손에서 빛나면 더 이쁠 것 같았다.
히죽-
괜히 히죽이죽 웃음이나서 조용히 큭큭큭 웃었다. 남이 봤다면 저런 또라이가 라고 할 만했지만 이 룸안에는 나 밖에 없기 때문
에 맘껏 킥킥 거려도 됐었다. 그래서 잠시 킥킥 타임을 가졌다. 그러다가 좀 점에 김형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나라면 안 할 줄
알았다라......내가 그렇게 순정적이로 보였나? 사실 저번 청혼에서도 이번 프로포즈도 많이 망설였던 일이다. 혹시 내가 선예
를 괜히 잡아 두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잡아둬야 할 거 같았다.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잡아둬
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냥 지금의 내 욕심일 수도 있지만 난 욕심많고
이기적인 피터팬이니까.
그러고 있을 때 쯤 선예가 들어왔다. 선예 역시 나와 같이 이런 곳이 처음인지 처음 내가 왔을 때와도 같이 입을 허 벌리고 주변
을 둘러보았다. 그런 선예를 촌년이니 뭐니 놀렸지만 사실 나도 다를 바가 없었다.
시켰던 코스 요리가 하나 둘 씩 나오고 하나 둘 씩 비워져 갔다. 양이 얼마 없어서 몇 번 집어 먹으니 다 없어지더라. 쳇. 아무튼
그렇게 접시가 하나하나 비워져 나갈 때 마다 이제 말해야지 말해야지 했지만 도저히 주머니 속 반지 꺼낼 용기가 안 나서 말
못 했다. 그리고 신기해 하면서 저렇게 미친 듯 먹는 애 앞에서 뭘 하리오..........-나도 미친듯이 먹긴햇지만-
그래서 결국은 말 못 하고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말 못한건 아직도 갈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반지 저 손에 끼워다 주면 이제 정말 내 사람인데, 정말 족쇄처럼
저 사람 내가 잡고 있는 것일 텐데. 그것이 나 좋자고 저 사람 아프게 하면 어쩌나......하는 그런 갈등.
“우리 걸어갈끼?”
걸어갈까? 하고 선예에게 손을 내밀었다. 혹시나 아니 됐어 추워죽겠는데 걸어가긴 개뿔. 하고 손 안 잡으면 어쩌나 했는데 내
이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민죽 웃으며 내 손을 잡아온다. 그런 선예의 손을 꼭 잡고 밤거리를 걸었다. 이제 곧 크리스마
스라 거리는 온통 트리니 뭐니 정신없었다. 그러다가 저 길 건너편에 꽃집이 보이길래 난 얼른 뛰어가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선
예에게 건냈다. 그러자 또 좋다고 민죽민죽 웃어댄다. 그 모습에 기분 좋아진 나도 헐랭헐랭 웃어댔다. 근데 길에가는데 어찌나
내 눈에 띄는게 많은지..........난 내 지갑을 거덜내면서 선예한테 어울리겠다 싶은 목걸이 귀걸이 발찌 등등을 사댔다.
반지는..........내 주머니 속에 있으니까 패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얼마만에 들어와 보는 건지 너무 반가워서 나의 안락한 쇼파에위 그대로 다이빙을 했다. 그러자
양말 벗고 누우라고 아줌마 같은 잔소리를 해대는 민선예. 결혼하면 저 잔소리 더 늘겠지? 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그 생각에 난
다시 실실쪼개고. 그러고 있는데 내 옆에 앉는 선예. 아무리 봐도........너무 이쁜 민선예다. 아무리 생각해도........남 주기엔 너
무 아까운 민선예다. 난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그리고 맥주캔을 벌컥벌컥 마시고 선예 앞에 다시 섰
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뛴다. 그런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 길게 숨을 내 뱉고 마음속에 있던 말을 했다. 어쩌면 후회할 지도모르는
하지만 안 하면 더 후회할지도 모르는 이기적인 박예은이 민선예를 잡아두려는 그런 말.
그 말 하나 하려고 어저께 인터넷에서 본 목걸이 귀걸이 발찌 의미도 지껄이고 경찰서 옆에 있던 버스정류장에서 본 시도 한 편
말하고. 그렇게 온 갖 말로 치장했다. 이말 하나 하려고.
“결혼자하 민선예.”
그러자 선예 눈에선 또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곧 내게 키스를 해오는 선예. 이런저런 감정 모두 제외하고 이
런저런 생각 모두 제외하고 그저 사랑. 그거 하나만 담긴 그런 키스. 그런 순수한 키스.
“하아~ 민선예........”
“하.......하아.......응”
“너 이제 박예은한테 평생 잡힌거야”
“......응”
“이제 물려달라고 해도 못 물리는거야”
“응”
“이제 넌 영원히 내 손 못놓는거야 웬디.”
“영원히 그럴 생각도 없어. 피터팬. ”
그래 놓지마 웬디. 너 이제 이 반지 때문이라도 내 손 못 놓는거야. 너 완전히 피터팬한테 낚인거야.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놓
지마. 이제 우린 끝까지 같이 가는거야. 평생 같이 가는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둘이서. 둘이서만 우리들의 네버랜드로 가는거
야.
단. 피터팬이 후쿠선장한테 졌을 때는.........그 땐 그냥 이 족쇄 버리고.........너만의 네버랜드로 가도 돼.
피터팬은 죽었다.
sun ye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징글벨~징글벨~ 징글벨 락~~ 노래를 흥얼거리며 창고에 짱박혀 있던 트리를
꺼내 장식했다. 그리고 케익도 만들고 이것저것 만들었다. 손을 놀릴 때 마다 형광등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반지 하나.
“히힛.”
절로 웃음이 난다.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분명 일찍 오겠지?
난 언젠가부터 예은이의 무단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뭐 나랏일 하는 사람이 무단퇴근하는 게 좀 그렇긴 해도 뭐 어쩝니
까 우린 햄볶는 신혼인걸.
난 나 혼자 햄볶으며 예은이가 오길 기다렸다. 근데 생각보다 좀 늦는다. 이미 차릴 것도 다 차려놨는데......... 도망치다 반장님
한테 걸렸나? 30초에 한 번씩 시계를 보며 기다리고 있는데 울면안돼~울면 안돼~ 하는 벨소리가 울렸다. 난 예은일까 싶어 냉
큼 집어 받았다.
뭔가 불안해져 왔다. 어두운 반장님의 목소리에. 수화기 넘어 조용한 정적에. 불안해져왔다. 난 눈을 질끔 감고 기도했다. 하느
님. 예수님. 아니잖아요.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잖아요. 오늘 당신이 태어난 그 축복일 바로 전이잖아요. 축복받은 날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예은이...............죽었습니다..........
하늘은 가장 행복한 날. 내 인생 중 최고의 나날에........
결국은 나의 행복을 비웃었다.
결국 하늘은 내 인생의 단 하나의 행복마저 축복마저 용납하지 않았다.
이이이이이!!! 나쁜작가님!!!!!!!!!!!!!!!!!!!!!!!!!!!! 새드엔딩 싫어하신다고 해피엔딩좋아하신다고 하셨으면서!!!!!!!!!!!!1 갑자기 쌩뚱맞게 죽음으로 끝내시구!!!!!!!!!!!! 그런데 한편으론 장난이벤트 일꺼라는 생각이들죠왜 바게은이 형사들이랑 짜고하는 그래도 싫어요!!!!!!!!!!!!!!!!!!!!!!!!!!!!!!!!!!!!!!!!!!!!!!!!!!!!!!!!!!!!!!!!!!!!!!!!!!!!!!!!!!!R
이럼 곤란하심니다,,.. .. . ㄷㄷㄷㄷㄷㄷ전 뭐 박형사의 깜짝이벤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갑니다 !
아슬퍼여님갑자기왜이러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광남일죽여야지왜옌이를죽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옌이살려주세요히잉 ㅠㅠㅠㅠㅠㅠ
꺄악!!!!!!!!!!!!!!이건아니잖아이건아니잖아................ㅎㄷㄷ
깜짝놀랏어요...................죽이면어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힝 .ㅜㅜ 우유뒤업지 마세요 ...
죽이면어떻게요!! 피터팬!
헉...ㅠㅠ 죽었구나 ㅠㅠㅠ 잘봤어ㅕ아ㅡ,ㅡ./
이이이이이!!! 나쁜작가님!!!!!!!!!!!!!!!!!!!!!!!!!!!! 새드엔딩 싫어하신다고 해피엔딩좋아하신다고 하셨으면서!!!!!!!!!!!!1 갑자기 쌩뚱맞게 죽음으로 끝내시구!!!!!!!!!!!! 그런데 한편으론 장난이벤트 일꺼라는 생각이들죠왜 바게은이 형사들이랑 짜고하는 그래도 싫어요!!!!!!!!!!!!!!!!!!!!!!!!!!!!!!!!!!!!!!!!!!!!!!!!!!!!!!!!!!!!!!!!!!!!!!!!!!!!!!!!!!!R
모예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