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움직이려면 어김없이 집에 들러 밥을 먹고 나선다. 낮동안에 몹시 시장기가 있던터라 저녁식사는 밥 한공기에 조금을 더 얹어 다소 든든히 채웠다.
오늘은 홍대 오나다에서 밀롱가 체험이 있는 날이다. 이미 게시판에 꼬릿말로 9시쯤 도착할 예정을 알렸던 터라 아주 약간은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헤아려봐도 올 수 있는 인원이 최대 4명 남짓할 거 같았다.
우리집은 망월사역 근처다. 홍대로 가기 위해선 "인천행"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갈아타야 된다. 환승역에서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철 맨 앞칸으로 걸음을 옮겨 자리를 잡았다. 저녁시간이라 전철 곳곳에 빈자리가 여유롭다.
창동역을 지날 즈음이면 여유롭던 빈자리는 어느새 客으로 다 채워지고 출입구에 몸을 기댄 채 서서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성북역을 지날 즘, 휴대전화진동이 울린다. 일루님이다. 목소리가 굉장히 크다. 명랑한건 좋다만 옆에 사람까지 다 들릴 정도다. 아마도 내 기계가 꾸졌기 때문일거다.
마니아님이 발을 다치셔서 오질 못하셨다고 했다. 목요일이라 오나다에 사람두 없을 거 같구 어찌해야 할지 그레이스 누나랑 의견 조율중이란다. 이미 전철에 몸을 실은 나로서야 의견은 하나다.
"가서 봐요!"
홍대에 도착을 하고 KFC로 들어갔다. 가서 봐도 의견은 하나다.
"오나다 가요!"
밀롱가는 살사빠와는 달라서 음악자체가 시끄럽지 않기 때문에 차를 마셔도, 담소를 나누어도 안성맞춤인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춤까지 곁들일 수 있으니 말할것도 없지 않은가~^^ 이로써 오늘 밀롱가 체험은 계획대로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레이스 누나는 밀롱가 일정이 취소되면 보드게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난 보드게임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레이스 누난 꽤 재밌다고 말했다. 난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10시까지 오나다에 있다가 보드겜방 가자고 했다.
오나다에 들어섰다. 예상밖으로 몇몇 춤추는 사람들이 밀롱가를 즐기고 있었다. 라속 사람들이라고 했다. 라속 4주년 기념파티로 탱고발표회 할 구성원들이 연습 겸 모인거라고 했다. 마침 그 속에는 2002년 8월에 내가 살사를 처음 시작할때 함께 배우던 "광운"이라는 동생이 있었기 때문에 알수 있었다.
그 친구는 살사를 배울 당시 타동호회에서 탱고도 함께 배우던 친구다. 벌써 1년하고도 반이 흘렀으니 탱고 고수급은 될 듯 했다.
나로서는 두번째 밀롱가 체험이다. 처음보다 긴장감은 다소 누그러 들었지만 일루님과 그레이스님은 첨이라 긴장이 조금은 될 듯도 싶었다.
일루님과 먼저 플로어에 섰다. 리듬을 느끼고 싶었다. 리더가 오른발을 뒤로 빼면 춤이 시작되는 거다. 근데 어느 리듬에 오른발을 뒤로 빼지? 에라 모르겠다. 오른발을 뒤로 뺏다. 마치 공식을 풀어가듯 LOD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번호를 대입해 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이건1번, 이건2번...아마도 배운 15가지 중에 5~6개 정도를 반복해서 즐겼던거 같다.)
후훗~~ 다른 커플과 한번도 안 부딪히고 무사히 4곡을 추었다. (히힛.. 부딪힐리가 없지. 몇 팀 된다구^^) 일루님도 잘 추었다.
밀롱가 의상을 잘 차려입은 그레이스님도 역시 부드운 땅게라였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우리 대연사모의 일루님, 그레이스님에게 춤을 신청하는 더 많은 땅게로가 있어야할 장소 였는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일루님에게 춤을 신청한 중년의 땅게로가 있었다. 더 긴장하게되는 우리 일루님^^
오홋~ 잘 소화해 내는 듯 보였다.
다음은 중년 땅게로와 일루님과의 한곡과 한곡의 사이에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내용 가운데 아주 짧막한 한 도막이다.
첫댓글 흐미~ 부끄부끄.. 증말..탄력받으면.. 말도 감당못하게 많아진답니다... *^^*
그랬군...기다려라..탱고 코리아號를 몰고 나가마...ㅎㅎ
저같은 사람이 밀롱가에 가서 얻게 되는 건, 춤을 추는 즐거움보다는 좀더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인 것 같습니다...그리고 은태님,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아요 은태님은 앞으로 탱고계를 살사계처럼 휘저을 듯.. 은태님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