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가장 뜨거운 약속이다.
[시민포커스=조한일 기자]
반려돌
서일옥
돌일 뿐이라고 그저 돌일 뿐이라고
그렇게 내던지듯 말하지 말아라
깊은 밤 마주 앉으면 서로 정이 드는걸
헐레벌떡 내달리는 숨찬 일상에서
화를 내고 투덜대도 소리 없이 웃으며
사는 게 별것이냐고 가만가만 달래주는 돌
계절이 바뀌고 비바람 지나가도
늘 같은 눈빛으로 빈자리 지켜주며
찬 마음 서로 데우며 함께 살고 싶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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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대한 애착이나 관심으로 어제 처음 유람선 타고 서귀포 범섬을 가까이서 보고 왔다. 무수한 주상절리와 해식동굴로 이루어진 섬.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다. 이 범섬을 인생의 반려로 생각하며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위안 삼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바다를 자주 찾는 필자는 먼 풍광이나 파도도 좋지만 해안의 돌에 관심이 많다. 20대까진 미끈한 돌을 가져와 거기에 그림이나 글을 써 놓기도 했다.
요즘 반려돌 열풍이다. 호흡도 없고 감정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무생물인 돌이 한국인에게 반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외신이 타전할 정도다. ‘돌일 뿐이라고 그저 돌일 뿐이라고’ 여겨오던 돌이 인간과 교류와 소통을 하는 시기다. AI가 판치고 첨단이 점령하는 시대에 “석기시대”로 회귀한 것일까?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마주 앉아 돌에 ‘정’을 느끼는 21세기다. 포스트 휴머니즘에 이르고 삶의 위안과 피로를 달래려고 하고 돌을 “기른다”는 표현까지 한다. 계절마다 옷도 갈아입히고 안경도 끼워주고 목욕도 시키고 잠도 재우고 대화도 하고 보통의 반려동물에게 해주는 모든 걸 해준다. “애완동물 출입금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반려돌은 시인의 말처럼 ‘화를 내고 투덜대도 소리 없이 웃으며’, ‘사는 게 별것이냐고’ 말해준다. 숨이 멎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일부러 깨뜨리지 않으면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게 반려돌이며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오는 감정적 소모 또한 없다. 살다 보면 ‘계절이 바뀌고 비바람 지나가’는데도 돌은 변함이 없고 늘 ‘빈자리’를 지켜준다. 무엇이 우리가 돌과 ‘함께 살고 싶게’ 했을까는 어쩌면 언제가 육신이 부서지면 흙이 되는 공통점을 지녀서이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힘들고 불확실함 속에 사는 우리에게 시인의 ‘반려돌’이란 작품은 쉽게 읽히면서도 대중의 공감을 얻을 것이며 ‘반려시’도 하나쯤 길러 봐도 좋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한다.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가장 뜨거운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