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
북유럽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전설(傳說)과 민담(民譚)들이 많은데 매우 몽환적(夢幻的)이고 신비로우며 비현실적(非現實的)인 이야기들이 많다.
주류를 이루는 이야기들은 영웅들의 무용담, 용 이야기, 신들과 마법사 이야기, 수많은 반 인간들(요정, 신과 인간의 중간계) 이야기, 성서(특히 聖杯) 이야기 등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중세에 와서 방랑하는 이야기꾼들인 음유시인(吟遊詩人)들이 나타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듯하다.
민네쟁어(Minnesänger)로 불리던 이들은 처음에는 주로 기사(騎士)들이었지만 중세 이후에는 평민출신들도 나타난다. 이 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을 마이스터징어(Meistersinger)라 불렀는데 이들은 대본도 악보도 없이 간단한 악기인 류트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노래했다.
이들 음유시인을 남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트루바도르(Troubadour), 독일에서는 민네쟁어(Minnesänger)라고 부른다. 이들은 처음에는 주로 귀족의 잔치나 파티에 초대되어 노래를 불렀지만 나중에는 일반 대중 속으로 들어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Tristan und Isolde)’는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고대 켈트족의 전설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음유시인들의 단골 레퍼토리였다고 한다. 1865년에 초연된 이 오페라는 ‘서곡’과 마지막 곡인 ‘사랑의 죽음’이 유명한데 가장 큰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는.....
<< 줄거리 >>
고대 픽트족(Pict/켈트족이 들어오기 이전의 스코틀랜드 원주민)의 젊은 청년 트리스탄(Tristan)은 그의 숙부이자 콘월(Conwall)의 왕인 마르케(Marke)의 명령으로 아일랜드의 침입에 맞서 전투를 벌인다.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의 모롤트(Morold) 장군과의 결투에서 그를 죽이고 그 목을 아일랜드로 돌려보내는데 그는 아일랜드 왕비의 오빠이자 이졸데 공주의 약혼자였다.
이 전투에서 트리스탄도 모롤트의 독이 묻은 칼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데 치료법은 오로지 아일랜드의 왕비만이 알고 있다. 트리스탄은 이름을 탄트리스(Tantris)로 바꾸고 아일랜드 왕궁으로 들어가 왕비의 치료로 목숨을 건지는데.... <Tantris는 철자 순서만 바꾸면 Tristan이다.>
왕비인 어머니를 도와 치료를 하던 이졸데는 트리스탄의 칼이 이가 빠진 것을 발견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롤트의 목에 박혔던 쇳조각과 맞추어 보니 꼭 맞는다.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트리스탄을 죽여서 복수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랑에 빠지고....
콘월의 마르케 왕과 이졸데 공주가 약혼하게 되자 트리스탄은 아일랜드로 이졸데를 데리러 가게 되는데 돌아오는 배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불운하게도 이졸데의 어머니가 자기 딸과 마르케 왕을 위해 준비해 놓은 사랑의 묘약(妙藥)을 마시고 만다. 그들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사랑은 모든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지만, 왕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만은 변치 않는다.
마르케 왕은 자신의 약혼녀와 사랑에 빠진 트리스탄을 화형장(火刑場)으로 보내는데 기적적으로 탈출한 트리스탄은 마르케 왕이 나병 환자들의 무리 속에 집어넣어 버린 이졸데를 구해낸다.
두 연인은 모뢰아 숲으로 달아나지만, 곧 마르케 왕과 화해를 하고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숙부(叔父)인 마르케 왕에게 보내고는 정처 없이 나라를 떠난다. 브르타뉴에 도착한 트리스탄은 아름다운 브르타뉴 왕의 딸 ‘흰 손의 이졸데’와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는 단지 이졸데라는 이름만 같다는 점에서 그녀를 자기 아내로 여길 뿐이었다.
멜로트의 독이 묻은 칼에 부상을 당한 부분이 다시 재발한 트리스탄은 숙모가 된 이졸데에게 전갈(傳喝)을 보내 그녀만이 자기를 치료해줄 수 있으며 만약 자기를 치료하러 올 생각이라면 타고 오는 배에 흰 돛을 달고 그렇지 않으면 검은 돛을 달라고 한다. 그 비밀을 알아챈 질투심 많은 트리스탄의 현재의 아내 흰 손의 이졸데는 옛 애인을 도울 생각으로 흰 돛을 달고 서둘러 오는 이졸데의 배를 보고 트리스탄에게 배에 검은 돛을 달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낙심한 트리스탄은 얼굴을 벽을 향해 돌린 채 죽고 만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연인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껴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들이 죽고 나자 기적이 일어난다.
그들의 무덤에서 솟아 나온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가지를 뻗쳐 얽히더니 다시는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