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나라 인도네시아(Indonesia)
3. 순다족의 문화중심지 반둥(Bandung)
요그야카르타(Jogyakarta)에서 2박을 하고 다시 반둥 행 낮 기차를 탔는데 자바섬의 시골 풍경을 골고루 볼 수 있어서 좋았다. 6시간 30분 소요, 기차비 31만 루피아(25.000원)
자바(Java/Jawa)섬 서쪽, 수도 자카르타에서 남동쪽 140km 거리에 있는 반둥은 인구 250만으로 인도네시아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반둥은 1800년대 초 네덜란드인들이 처음 세운 도시라고 하는데 쾌적하고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주변 환경 등으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고 한다.
또, 이곳은 순다(Sunda)족의 문화중심지로, 다수 종족인 자바(Java) 인들과는 언어와 문화가 아주 다른 순다족 문화를 연구, 보존하는 센터가 있는 등 문화도시이기도 하다. 1930년대에는 이곳 반둥을 ‘자바의 파리(Paris)’, ‘꽃의 도시’로 불렸다고 한다. 이곳은 1955년 아시아와 아프리카 29개국 대표들이 모여 양 대륙의 발전과 세계 현안들을 논의한 '반둥회의(Bandung Conference/Asian, African Conference)가 열렸던 곳으로 1985년에는 30주년을 기념하여 같은 장소에서 다시 회의를 개최하였는데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83개국 및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도 참석하여 새 반둥선언(New Bandung Declaration)을 발표하였다.
반둥회의 기념박물관 / 한국의 날(Korean Days) / 박물관 내부
반둥회의 기념관 관람을 위해 길거리를 가는데 거리에 태극기가 휘날린다. 포스터도 붙어있기에 보았더니 ‘한국의 날(Korean Days)’로 ‘한국주간’ 쯤 되는 모양이다. 길거리의 학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에 태극기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코리아’ 했더니 활짝 웃고 손을 흔들며 ‘코리아! 코리아!’ 한다.
반둥은 해발 700m의 고원에 있는 도시로 다른 지역에 비해 날씨가 온화하다. 요그야카르타에서 열차를 타고 오다가 보면 반둥이 가까워질수록 제법 경사진 산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내를 거닐어 봐도 다른 지역보다 더위도 훨씬 덜하고 공기도 한결 상쾌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4. 지상낙원(地上樂園) 발리섬(Bali Island)
추억의 명화 남태평양(South Pacific)
반둥 관광을 마치고 발리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다. 발리는 자카르타나 반둥보다 1시간 빨라서 시계를 맞춰 놓아야 한다. 발리섬은 인구가 310만, 면적이 5,700㎢로 제법 큰 섬으로, 제주도의 거의 3배 크기라고 한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음악영화 ‘남태평양(South Pacific/1958)’을 보았는데 그 영화에서 발리는 지상천국으로 그려져 내 상상 속의 발리(Bali)는 항상 꿈의 낙원이며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비로소 오늘 직접 와서 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영화의 줄거리는, 세계 2차 대전 중 이곳 발리에 온 미 해군 간호사와 이곳에 정착하여 살던 프랑스인 농장주 홀아비와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너무나 청순하고 아름다운 폴리네시안 아가씨의 순진한 눈망울과 아름다운 노래가 영화 전편을 흐르던..... 아름다운 음악과 장면들이 지금까지도 눈에 선하다.
손가락을 튕기며, 귀여운 손짓으로 노래하던... ‘발리 하이, 발리 하이~~, 캄투 미, 캄투 미~~’
발리는 독특한 문화와 더불어 가는 곳마다 사원이 있어 1.000개의 사원이 있는 섬으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3.000개 이상의 사원이 있다고 한다. 발리(Bali)라는 말은 힌두어 왈리(Wali/바치다)에서 연유한 말이라고 하는데 인도네시아 다른 지역은 이슬람을 믿는데 발리는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다. 그 원인은 인도네시아를 통치하던, 힌두를 신봉하던 왕이 이슬람 세력에 밀려 정권을 상실하고 망명하여 온 곳이 이곳 발리로, 발리가 인도네시아 다른 곳과 달리 힌두교가 존속하게 된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발리의 힌두교는 정통 힌두교와 달리 이 지역의 토속신앙과 결합하여 발리 특유의 힌두교가 되었다고 하며, 특이한 것은 어디를 가나 있는 신께 바치는 바구니 ‘짜낭(Canang)’이다.
간단한 음식과 꽃으로 장식한, 마른 대나무 잎으로 만든 것 같은 작은 바구니인데 사원에 모셔진 신들은 물론, 집에 모셔진 사당, 심지어 모든 집이나 가게들 앞에 두세 개씩 놓여있다. 담배를 사러 가게에 갔더니 계산대 옆에도 짜낭이 놓여있고 돈이 올려져 있기에 나도 담배를 사고 거스름돈 2.000루피아(동전 두 개 - 170원 정도)를 짜낭 위에 올려놓고 ‘쉬바(Shiva), 하누만(Hanuman/원숭이 신), 가네샤(Ganesha/코끼리 신)’ 하며 두 손을 모았더니 점원도 서둘러 손을 모으며 미소를 짓는다. 내가 이름을 아는 몇 안 되는 힌두교 신들이다.
발리의 관광명소로는 전통마을 우붓(Ubud), 바다사원이라 부르는 타나롯(Tanah Lot), 절벽사원 울루와뚜(Uluwatu), 계단식 논(Rice Terrace/다랑이논), 원숭이 사원(Monkey Forest)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5. 아름다운 전통마을 우붓(Ubud)
우붓(Ubud)은 발리의 도심인 덴파사(Denpasar)에서 북쪽 20km 지점에 있는 전통마을로 ‘발리의 영혼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택시를 대절하여 타고 갔는데 대절요금 30만 루피아(24.000원)이다.
우붓은 발리 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졌는데 수많은 갤러리(Gallery)가 있어 이들의 전통예술과 전통무용을 감상할 수 있고 그 밖에도 왕궁건물 등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하여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도시이다. 그리고 거리는 물론, 집들마다 온통 돌로 만들어진 힌두교인지, 전통신앙인지 이끼 낀 조각상들이 가는 곳마다 있다. 심지어 가정집 집은 물론, 여관급 숙소도 정문이 거의 전통 조각상으로 되어있고, 집들마다 정원 한쪽에 신을 모시는 작은 사당이 있는데 그 앞에는 항상 짜낭(Canang)이 몇 개씩 놓여있다. *짜낭(Canang)- 신께 바치는 작은 제물 바구니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물렀던 숙소(Pondok Bambu)도 입구는 전통 조각상이 있어 마치 신전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들어가면서 보니 마당 한쪽에 사당이 있고, 작은 풀장이 딸린 현대식 2층 숙소가 우리를 맞는다.
<1> 숙소 폰독 뱀부(Pondok Bambu)
우리 숙소는 방 한 개 침대 두 개짜리를 두 칸 얻었는데 한 칸 1박에 3만 5천 원 정도...
주변은 온통 짙은 열대 수목들로 녹음이 우거차고 우리들의 방 2층 창 앞에는 망고나무가 주렁주렁 열매를 매달고 있는데 저녁이면 박쥐들이 어지러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또 숙소 아래 계곡에는 엄청나게 키 큰 야자나무, 대추야자 나무들이 열매를 탐스럽게 매달고 있다. 테라스에 앉으면 숲 사이로 자그만하고 아름다운 다랑이 논(Rice Terrace)들도 보인다.
이 숙소는 예약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 몇 집을 거친 후에 정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거니와 위치도 좋아서 많이 걷지 않고도 우붓 왕궁, 전통시장, 다랑이 논 등 여러 곳을 골고루 볼 수 있다. 더구나 정원 한쪽에 작은 수영장(Pool)도 있어서 돌아다니느라 땀을 흘린 후 시원하게 수영을 할 수 있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배탈이 나서 셋이 다랑이 논 관광에 나섰는데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한다.
<2> 다랑이 논(Rice Terrace)과 원숭이 공원(Monkey Forest)
다랑논을 한 바퀴 일주하려면 1시간쯤 걸리는데 아기자기한 논둑길과 시골마을을 걷다보니 아름다운 전원 풍경에 정신을 빼앗긴다. 열대지방이다 보니 한쪽에서는 모를 심고, 한쪽에서는 추수하고....
그런데 벼를 벨 때 포기의 중간쯤 이삭만 자르고 두었다가 다시 남은 포기에서 이삭이 나와 익으면 자르는 모양으로, 두 번째의 이삭과 벼 낟알 달린 것이 매우 부실해서 두 번째 수확은 신통치 않을 듯하다.
다랑이논 마을 / 엄청 비싼 카페 / 다랑이 논 일주로
논 주변을 도는 일주로(一周路)는 옆으로 깊은 계곡이 있고 밭 가장자리에 있는 수로(봇도랑)도 아슬아슬하며, 가다 보면 중간에는 바위 동굴도 있는 등 아기자기한 풍경이 이어진다.
맨 꼭대기 부근에 작은 찻집이 있어 다리도 쉴 겸 차를 주문했는데 우리나라 카페정도의 가격으로 이곳 물가를 감안하면 무척 비싸다. 세 명 찻값이 우리 돈 17.000원.... 그러나 멋진 풍경과 친절한 아가씨의 써빙이 위로가 된다. 관광객도 제법 있고, 카페 아가씨도 친절하고 영어도 잘했다. 이곳에서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한 할머니와 담소..
남미 여행하면서 얻어들었던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웃으며... 올라 세뇨라(!Ola Señora)... 무척 좋아한다.
다음날 타나롯에서 다시 만났는데 부인이 먼저 인사하며 반긴다. 남편이 옆에 있기에 올라 세뇨르(!Ola Señor)... 남편도 활짝 웃으며 냉큼 올라 세뇨르(!Ola Señor) 하며 손을 흔든다. 참고로 스페인어와 이태리어는 거의 유사해서 서로 자기 나라의 말을 해도 서로 통한다고 한다.
참고로, 올라( !Ola)는 헬로(Hello), 세뇨라(Señora)는 여인(Mrs), 세뇨르(Señor)는 남성(Mr)...
원숭이 사원(Monkey Forest) 가는 길목에 우붓 전통시장이 있는데 꼭 우리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숙소에서 20분 남짓 걸으면 원숭이 사원에 다다르는데 이곳에는 200여 마리의 원숭이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발리 사람들의 영원한 친구라는 발리 원숭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종인데 짓궂게 사람들의 물건을 낚아채기도 해서 조심해야 한다.
입장료는 1인당 5만 루피아(4.000원).
우리 숙소 풀장 / 원숭이 사원(Monkey Forest) / 우붓 전통시장
숙소의 풀장에서 수영할 때의 에피소드...
일행의 임장로님(대학 후배 교장 출신)... 수영강습을 받고 수영심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는데, 다이빙에는 문제가 있었다. 내가 시범을 보이며... 두 손을 모아 구부리고 발을 뒤로 들며 물속으로 머리부터 쏘옥....
근데 몇 번을 시범을 보이고 몇 번을 되풀이해도 처음 준비동작은 그럴싸한데 뛰어들 때... 엉거주춤 두 손과 두 다리가 동시에... 풍덩... 꼭 여우가 풀숲의 쥐를 덮칠 때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덮치는 것처럼 두 손과 두 발을 구부린 채로 동시에 풍덩... 정말 웃기는 폼이다. <임장로님 (Sorry... 히히)>
예술인들의 거리 / 루왁 커피 / 사향(麝香)고양이 루왁(Luwak)
<3> 루왁(Luwak) 커피
우리 숙소에서 아래쪽으로 계단을 조금 내려가다 보면 곧바로 자그만 커피숍이 있고 가게 앞에는 시커먼 고양이를 닮은 동물이 있어서 처음에는 우리끼리 너구리다, 오소리다, 하다가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말로만 듣던 루왁(Luwak)이라고 한다. 커피나무 열매를 따 먹고 똥을 싸면 소화되지 않은 커피 씨가 똥에 섞여 나오는데 그것을 분리해내서 볶아 분말을 만들어 걸러 내리면 말로만 듣던 그 비싼 루왁 커피다. 몇 마리는 장 속에 가두어 놓고 한 마리는 만질 수 있도록 내놓았는데 묶지 않았는데도 도망가지도 않고 쓰다듬으면 얌전히 커다란 눈을 껌벅거리며 빤히 쳐다본다.
커피값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는 것을 내가 아직 마셔보지 못했다고 우겨서 결국 마시게 되었는데....
우리가 커피 맛을 제대로 음미할 능력이 없어서인지, 사기를 당한 것인지 아무런 향도 나지 않고 그냥 평범한, 좀 부드러운 아메리카노 맛이다!! 아무래도 진짜 루왁 커피가 아닌 듯하다.
한 잔에 우리 돈 6.000원 정도... 발리 물가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비싼 커피다. 제기럴...
모두 떨떠름한 표정, 사기를 당했다는 표정으로 카페를 나오는데 내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멍청한 주인 놈, 커피에다 향수를 몇 방울 떨어뜨리던지 토끼 똥이나 쥐똥을 넣고 끓여서 조금 구린내가 나게 하던지... 하자 모두들 쿡쿡거린다.
어쨌거나 국내에서는 한 잔에 3~4만 원 한다니 친구들 만나면 마셔봤다고 자랑은 할 수 있지 않을까... ㅎ
<4> 발리 전통춤 관람과 갤러리 방문
우붓 왕궁을 둘러보다가 어린이들이 추는 발리 전통춤을 보는 횡재를 누렸다.
발리 전통춤 레공 댄스 / 갤러리 탐방(발리 미술)
손동작과 발놀림, 특히 눈을 크게 뜨고 눈알을 굴리는 표현이 꼭 원숭이를 흉내 내는 춤인 것 같은데 매우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미술작품을 직접 그리고 전시한 갤러리가 가는 곳마다 있는데 두어 군데 들러 감상을 했다. 다른데서 보던 미술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발리의 특징이 잘 나타난 원색의 그림들이 많다.
<5> 짜낭(Canang)과 콜람(Kolam)
발리의 짜낭(Canang) / 꽃, 음식, 돈으로 장식한 짜낭 / 인도의 콜람(Kolam/그림)
발리는 인도네시아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로 발리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다른 지역은 모두 이슬람(Islam)문화권인데 반하여, 발리는 유독 힌두(Hinduism) 문화권이다.
그중에서도 힌두교 신에게 바치는 것인지, 토속신앙에 기인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신께 바치는 짜낭(Canang)이 그 한 가지다. 꽃을 올려놓은 짜낭은 신전이나 가정집 문 앞, 또는 가게 앞에 놓는데 몇 개씩 포개어 놓기도 한다.
인도를 여행할 때 보았던 콜람(Kolam)이 언뜻 연상된다. 인도 콜람은 가정주부가 매일 아침 문 앞에 쌀가루나 돌가루로 정성껏 그리는 그림이다. 가정에 따라 선으로 그리기도 하고 다양한 색깔은 물론 면에 색깔을 넣기도 하는데 엄청나게 크고 화려한, 복잡한 그림도 있다. 각 가정마다 독특한 문양인데 부유한 가정일수록 크고 화려하다. 그뿐만 아니라 거대한 힌두사원 회랑이나 방안도 바닥에 아름다운 콜람(Kolam)을 그려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인도에서 콜람은 가정이나 사원에 행운이 들어오는, 방문하는 사람에게 신의 축복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같은 힌두(Hindu) 풍습이겠는데 조금 의미는 다르지만 집 앞에 있다는 것에서 유사점이 보인다.
우붓 전통마을에서 관광을 마치고 우리들은 곧장 해안의 관광명소들을 둘러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Pondok Bambu)에서 2박을 한 후 곧바로 타나롯으로 가겠다고 교통편을 물어 보았더니 숙소 주인의 아들이 자신의 차로 직접 타나롯을 경유하여 시내 호텔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숙소주인은 아버지가 60세로 교원 출신, 20대 후반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이 운영하는데 둘 다 영어도 제법 잘하고 무척 친절하다. 운임을 흥정했는데 만족할 만하다.
차 대절비 55만 루피아(44.000원)... 우리와 함께 타나롯으로 왔는데 고맙게도 관광안내도하고 사진도 찍어주어서 친절이 고마워 나중 팁을 5만 루피아 얹어 60만 루피아를 주었더니 매우 고마워한다.(팁 5만 루피아는 우리 돈 4천 원)
6. 발리의 사원(寺院)들
<1> 신비의 타나롯(Tanah Lot) 사원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Bali)...
남서쪽 해안에 있는 작은 바위섬은 물이 썰 때만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는 신비로운 곳으로 그곳에 바다사원으로 불리는 힌두사원 타나롯(Tanah Lot)이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타나(Tanah)는 땅, 롯(Lot)은 바다라고 한다. 이곳은 발리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며, 발리 제1경으로 꼽힌다는 곳이다. 입장료 6만 루피아(4.800원) 언덕 위에서, 또 해변에 서서 바라보는 경치는 명불허전, 가히 절경이다.
타나롯 사원을 가려면 바닷길이 열려 육지와 연결되어야 하는데 오늘은 파도가 너무 거세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파도가 잔잔해도 들어가기 어려울 듯...몰려온 관광객들은 거센 파도에 막혀 사원이 있는 섬을 하염없이 건너다보고만 있다.
타나롯 섬으로 가는 행렬 / 타나롯 사원 입구
우리를 태워왔던 숙소의 아들은 집에 있는 사당에 올리는 성수(Holy Water)를 떠가려고 물통을 들고 왔는데 들어갈 수 없으니 바로 앞 타나롯 사원이 건너다보이는 곳에서 물을 길어 담는다.
동굴 속 신성한 뱀(神蛇) / 나타롯 관광 인증샷
타나롯이 건너다보이는 맞은편 절벽 밑 동굴에는 신성한 뱀이 있다고 하여 사람들이 모여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동굴 속에는 노인이 앉아있고 그 앞에 또아리를 튼 엄청나게 큰 바다뱀이 있는데 약간의 돈(일정액이 아니고)을 내면 뱀을 만질 수 있게 한다. 이 뱀을 쓰다듬으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데 글쎄 저렇게 젊은 아가씨들이 징그러울 텐데... 굴 위쪽에 서툰 한자로 ‘신사(神蛇/신성한 뱀)’라는 팻말을 써서 붙여놓았다. 젊은이에게 물어보았더니 맹독이 있는 바다뱀으로 밤이면 바다로 돌아갔다가 낮이면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뱀을 만지려고 서 있는 광경을 보며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TV를 보니 저 맹독성의 바다뱀도 먹던데, 저 뱀도 머리를 잘라내고 양념을 잘 맞추어 요리를 해먹으면 과연 어떤 맛일까? ㅎㅎ
<2> 해안 절벽 위의 울루와투(Uluwatu) 사원
10~11세기에 창건된 힌두사원 울루와투(Uluwatu)는 바다의 신을 모시는 사원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가파른 절벽 위에 있어서 일명 절벽사원이라고 부른다. 울루와투 관광이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공교롭게도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숙소에서 왕복으로 택시를 대절했는데 대절료 60만 루피아(48.000원), 입장료 4만 루피아(3.200원)이다. 울루와투의 의미는 울루(Ulu)는 ‘위에’, 와투(Watu)는 ‘절벽’이라는 뜻이며 모시는 신은 가네쉬(Ganesh/코끼리)신이라고 한다. 이 사원은 약 80m의 깎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져 있는데 이 아슬아슬한 절벽이 바로 불후의 명화 빠삐용(Papillon)에서 영원한 자유인(自由人)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코코넛 자루를 안고 바다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은 곳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발리에서 생긴 일’을 촬영한 장소라고도 알려져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한국사람, 일본사람은 적고 중국 사람과 인도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대답이다.
비오는 울루와투 절벽 1,2,3 / 울루와투 절벽사원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는데 여행 마지막 날인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빗속을 뚫고 절벽 위 오솔길을 따라 10분가량 걸으면 절벽 끝이 나오는데 호텔에서 왕복으로 대절한 택시 시간이 임박해 나는 부지런히 앞서 걸었는데 따라오던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길옆에는 원숭이들이 빗속에 삼삼오오 앉아서 쳐다보는 것이 좀 기분이 언짢았지만 모르는체 걸어가는데 뒤에서 못된 원숭이가 덮치지나 않을까... 뒤꼭지가 시리다.
♦ 안경(眼鏡)의 수난 포인트(Point)
아니나 다를까... 일행 셋이 나를 뒤따라오다가 중간 작은 쉼터가 있는 곳에서 원숭이한테 우리 캡틴(Mr. Kim)이 안경 날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 절벽 끝까지 갔다가 뒤돌아오며 보니, 모두들 숲 가장자리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 안경알 하나는 찾았는데 이미 원숭이 녀석들이 이빨로 물어뜯어 귀퉁이가 깨져있었다.
안경테라도 찾을까 샅샅이 뒤졌지만 엉뚱한 다른 사람들 안경테만 있다. 그것도 이빨로 짓씹어 놓은 안경테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나중 알고 봤더니 여기서 안경을 날치기를 당한 사람이 부지기수로 바로 이곳이 안경 수난 Point란다. 공원 관리인이 와서 바나나를 들고 와서 원숭이를 부르며 얼러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찾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섰는데 돌아오다 보니 입구 벽면에 『원숭이를 조심하세요. 안경, 모자, 작은 손가방, 물병, 등등...』 제기럴... 설마 우리가 당할 줄이야...
◆ 발리 관광 후기(後記)
발리로 오던 첫날, 시내에서 가까운 구따비치(Kuta Beach) 해변에 수영복을 갖춰 입고 들어갔다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온통 싯누런(우리나라 황해와 비슷) 물에 과자봉지, 비닐 쓰레기, 나뭇잎들이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천지였다.
발리는 섬 전체를 돌아가며 비치(Beach)가 많으니 그 중 깨끗한 해변도 있기는 하겠지만... 발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구기고 말았다. 이곳 가까운 곳에 짐바란(Jimbaran) 어촌마을도 있다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고, 우붓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아름다운 사원 따만아윤(Taman Ayun)를 못 본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너무나 즐거운 여행이었다.
발리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비치, 무수한 사원들, 독특한 문화 등 엄청나게 매력이 넘치는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울러 인도네시아의 4대 전통음식인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국수), 사떼(꼬치구이), 소또(국/ 싸비: 소고기 국, 아얌: 닭고기 국) 등을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발리에서 마지막 날 울루와투에서 오는 대절택시 기사에게 좋은 식당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소개해준 식당이 대박이었다.
숨바와(Sumbawa)섬이 고향이라는 주인 아가씨(?)와 어린 종업원인데 무척 친절하다. 부근에 이슬람사원이 있어서인지 간단한 할랄(Halal) 음식인데 음식값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었다.
아얌고렝(닭고기 죽)으로, 1인분 15.000 루피아(1.190원)로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고 이구동성...
인도네시아에서 맛본 가장 값싸고 맛있는 식사였다. 일행 넷이 다 먹은 후 다시 두 그릇을 시켜 반씩 나누어 먹었다.
손 씻는 물 / 친절한 숨바와 출신 식당 주인과 종업원
할랄(Halal)은 이슬람 신도들이 먹는 음식으로 모든 음식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Koran)에 따른 엄숙한 의식이 행해진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다. 동물을 죽일 때는 머리를 메카(Mecca) 방향으로 향하고 기도를 드린 후 날카로운 도구로 단번에 목숨을 끊어야 하고, 식물성 음식도 이런저런 엄숙한 의식을.....
자신은 무슬림이 아니라면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여주인은 내내 친절한 미소를 띄더니 식사가 끝나자 먼저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모양이다.
어떤 식당에 들어가면 식탁에 앉자마자 먼저 손 씻는 물을 가져다준다. 처음 멋도 모르고 그 물을 마셨더니 종업원들이 깜짝 놀라 못 먹게 제지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다행히 배탈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주 더러운 물은 아닌 듯.... ㅎㅎ.
힌두교의 영향인지, 인도사람들 영향인지 인도네시아에도 이따금 그런 식당이 있다. 물을 내오면 우선 오른손 손가락을 집어넣고 조물조물 손가락을 씻는다. 그리고 접시에 밥과 양념, 야채 썬 것이 나오면 밥 위에 끼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섞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인도사람들은 대변을 보고 난 후 휴지로 닦지 않고 물을 흘리며 왼손 맨손으로 닦는다. 휴지도 없이...
암튼 인도사람들 물로 씻으니 거시기 근처는 항상 깨끗하겠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나 귀한 것을 만질 때 불결(부정)한 왼손은 감추고 오직 오른손으로만 만진다. 식사도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하니 당연히 오른손으로만 한다. 저 할랄 식당에서 빨간 손 씻는 그릇 비슷한 그릇에 아얌고랭을 담아 내와서 처음 조금 당황했다. 2011년 남인도를 여행했을 때 화장실을 가면 휴지는 없고 수도꼭지 밑에 저런 빨간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 예전에 들은 이야기...
우리나라에 유학 온 인도 대학생과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우리나라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인도 대학생이 화장실에 저런 플라스틱 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 처음엔 용도를 모르다가 나중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학기가 끝나고 헤어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하자고....
‘나는 자네와 같이 방을 쓴 것이 모두 좋았는데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저 빨간 플라스틱 그릇만 보면 기분이 언짢았다네. 왜 휴지를 쓰지 않나?’ 인도 대학생의 답변 왈,
‘나도 모두 좋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네. 우리 인도사람들은 물로 닦으니 냄새 날 일도 없고 항상 깨끗한데 너희 나라 사람들은 휴지로 닦으니 아무리 여러 번 닦아도 어찌 깨끗이 닦아지겠나...’
‘옆에 가면 항상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항문 주변에 ◎딱지가 붙어있을 것 같고....’
바로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습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
예전,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가보고 모두 ‘야만인들’이라고 치부해 버렸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들과 비슷하면 ‘문명인’이고 자신들과 다르면 모두 ‘야만인’이라는, 오만 무식한 이분(二分) 분류법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를 배낭여행 했는데 그 나라 문화는 어떠한 것이든 절대로 존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