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국민 우롱죄 성근이는 아파트 마당에 차를 세워 놓고 내 표정부터 살폈다. 하얀 보자기 하나를 덜렁 들고 내려오는 내게 궁금한 듯 물었다. "뭡니까?" "알 거 없다." "몸시 궁금했는데......" "그런 얘긴 차차 하자. 여러 날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니까 나를 공주의 금강까지만 데려다 줘라." "저하고 같이 올 거 아닌가요?" "한 시간쯤 있다가 올 거니까 기다려야지. 그 사이 오가며 잠 좀 잘 테니까 막 몰지 말고." "잠을 좀 자면 괜찮을 거다. 신경 쓰지 말고 운전이나 잘 해라." "제 운전 솜씨 아시면서......" 성근이 녀석은 시동을 걸고 경쾌한 속도로 차를 몰았다. "오래 떠나 있었더니 세상 일이 궁금하다. 라디오나 듣자." "들을 것 없어요. 세상 일 모른 채 눈 따악 감고 귀 틀어 막고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 같애요." "선거 얘기냐?" "독극물 협박사건에다 폭파 협박에다 개판치는 선거 열기에다...... 세상에 잘난 치들은 그쪽에 죄 몰려 있더군요." "나도 엊저녁에 잠깐 텔리비전 봤다만 방송책임자가 국민우롱죄로 곤장을 맞든지, 보면 필리핀이나 우간다 같은 나라로 수출해서 왕초 시키면 되겠더라. 어떻게 그 따위로 편파적인 보도를 할 수가 있단 말이냐. 도대체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한단 말이냐? 국민한테 잘 보여야지 권력한테 잘 보이려는 그 치졸한 배포를 어째 그냥 두고 봐야 한단 말이냐?" "형님, 그래서 얘긴데요. 방송책임자를 걸어서 행정 소송을 내면 어떨까 싶어요." "방송 종사자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냐만...... 행정소송을 걸면 건 사람이 다칠 거라고 상상을 하고 미친 놈 취급을 하는 세상 돌아가는 꼴이 사실은 더 큰 문제다. 매스컴 건들면 큰코 다칠지 모른다는 자멸감 때문에 참고 참아야 하는 이 풍토가 정말 문제는 문제다." "형님, 내가 확 저질러 버릴까요?" "아서라. 저지르려면 내가 저질러야지. 네 아버지가 돈 버는 양반이고 너도 사업한다고 뛰는데 행여라도 무슨 일 당하면 풍지박살난다. 나야 빈털터리니까 당해 봤자 감옥살이밖에 더 하겠냐." "그러다 저번처럼 형님네 어머님이 또 자리 깔고 신문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우리 어머니도 자식 잘못 둔 죄로 당하기사 하겠지만...... 진실이란 오래 가지 않아서 밝혀지니까. 하기사 풍문에 들으니까 매스컴 잘못 건들면 건든 사람을 뒷조사해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꼬리 잡힐 때까지 뒤를 캐서 아주 파렴치범으로 몰아때리는 세상이라곤 하더라. 우리 나라는 이상하게 여자문제니 불륜관계니 해서 옭아 놓으면 하루 아침에 알거지가 돼버리더라." "형님이 그러다가 파렴치범으로 옭아지면 세상에 고개 못들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나야 천하의 잡놈이니까 옭아쥐려면 쥐라지 머. 하나님이 쳐다보고 있는 판에 파렴치범 아닌 놈 있나 두고 보라지." 깊숙이 기대앉아 반쯤 눈을 감고 성근이와 말의 성찬을 나누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언제나 날쌘돌이 같은 자동차들이 앞질러 가기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곳이었다. 일차선으로 들어서 달리던 성근이가 백미러로 흘끔 뒤를 쳐다보더니 씨익 웃었다. "경찰이냐?" "아뇨. 구십밖에 안 놨는데 경찰이면 어때요." "그럼?" 단 승용차가 깝신거려서 일부러 길을 막느라고 그래요." "비켜 줘라. 바쁜 사람이겠지." "아뇨. 저건 폼재려는 녀석들이 불법으로 비상 라이트 달고 깝죽 거리는 거예요. 괜히 무전대 높이 달고 비상등 깜빡거려 가며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는 녀석들 있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요새 그런 차가 많아요." "뭐든 한가닥하니까 그런 걸 달았겠지." "속는 셈치고 저녀석들 잡아볼까요? 저건 가당찮은 짓입니다. 비상등 돌리고 위반하며 달려도 좋은 차라면 저렇게깝신거리진 않아요. 저 쥐꼬리만한 특권 의식을 납작하게 해야죠." 승용차인데 앞에 두 개, 뒷좌석에 한 개의 비상등을 깜빡깜빡 돌리면서 비상 라이트로 비켜서라는 신호를 자꾸 보냈다. 어떤 기관의 차량일 수도 있었지만 내 느낌에도 정당한 기관의 차량처럼 보이지 않았다. 급한 일로 급한 길을 가야 하는 차라면 저렇게 방정을 떨지는 않을 것 같았다. 주행선에 화물차들이 연달아 늘어서 있어서 주행선으로 우리 차가 비켜나갈 수 없는데도 계속 비상 라이트를 껌뻑거렸다. 상식적으로 비켜설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지랄스럽게 깝신거리는 차라면 성근이 말대로 폼잡으려고 비상등을 달고 다니는 얼간이들의 차량일 것 같았다. "우리는 정상속도에 정상적으로 달리고 있으니까 마음 놓고 이대로만 달려라. 가짜 특권층인지 좀 캐보자." "조오치요. 내 말이 맞을 겁니다." 성근이는 신바람이 났는지 속도계를 보고 속력을 더 낮추었다. 뒤에서 바싹 따라붙은 비상등의 차가 클랙슨까지 연신 울려댔다. "저쪽에 간이휴게소가 있다. 유도를 해라." 성근이가 차창을 열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약을 바싹 올리려는 수작이었다. 나도 고개를 돌리고 옆으로 대겠느냐는 시늉을 했다. 운전석에 있던 녀석 대신 뒷자리의 신사복 차림의 사내가 뭐라고 지껄이며 옆에다 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리는 간이휴게소로 진입했다. 뒤차도 따라 들어왔다. 화물차 세 대가 쉬고 있는 간이 휴게소엔 있었다. 우리 차가 트럭 뒤에 서자 뒤차가 내달려 우리 차 옆에 바싹 차를 세웠다. 내가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운전사 녀석이 성근이의 멱살을 옭아 쥐었다. 뒷자석에 있던 두 명의 사십대 사내가 거드름을 피우며 내리더니 대뜸 내게 욕지거리를 했다. "임마. 뒈지고 싶어?" 그 사이 성근이는 운전사녀석을 메어꽂고 손을 털었다. "에이, 살고 싶지. 당신들 어느 기관 사람요?" 내가 비꼬는 투로 물었다. "보면 몰라 이놈아!" "봐서 어떻게 압니까? 그 증이라는 걸 좀 봅시다. 얼마나 어마어마한 곳에서 나온 폼잡는지 좀 봅시다." "어허! 얘들 잡아다가 넘기고 가세." 한 사내가 옆의 사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상이나 차림새가 좀 끼가 있다 싶은 사내들이었다. 진짜 기관원이 아니라면 사기꾼이 틀림없다 싶은 인상이었다. 안테나가 세개씩이나 달리고 카폰까지 달려 있는 고급 승용차였다. "여보쇼. 당신들이 정말 비상등을 달고 다녀야 할 양반들이라면 운전을 그따위로 하거나 운행상 어쩔 수 없이 달리는 앞차를 그렇게 약올려서야 쓰겠소?" "저새끼 된맛 좀 봐야지 안 되겠군. 야, 경찰차 불러라. 이새끼들 집어 처넣고 아구창을 돌리든지 해야지 안 되겠다." 다른 사내가 운전사한테 이렇게 말했다. 받으면 됐지 아구창을 돌린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슈?" "저새끼 앙앙거리는 것 좀 보게." 나는 이들이 정말 겁날 권력기관의 직원이거나 아니면 고급 사기꾼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말 겁날 기관의 직원이라면 차를 세우자마자 그렇게 험한 소리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진짜 백이 좋거나 실력자라면 그까짓 일가지고 닦달하지는 않는 법이었다. 하긴 쥐꼬리만한 권력으로 폼재던 녀석들이 하도 흔해빠진 세상이어서...... "우릴 잡아가려거든 법조문대로 따집시다. 비상등을 계속 켜두고 기다리면 경찰차가 올 테고...... 그게 싫으면 경찰차를 좀 불러주쇼. 당신들이 가짜라는 내 말에 운전사 녀석의 표정이 움찔하는 것 같았다. 정말 비상등을 켜고 다닐 만한 사내들이라면 참 어처구니없는 폼이고 가짜라면 그럴 듯한 행색이었다. "이런 녀석을 상대하면 뭘 합니까? 현장이 급합니다. 그냥 가시죠. 번호판이나 적었다가 혼을 내 주죠." 운전사 녀석이 이렇게 능청을 떨었다. 나도 그 순간 이들이 가짜라는 걸 감지했다. "그렇게는 못하지. 당신들은 가짜 기관원이니까 내가 그냥 보내줄 순 없잖아. 안 그래?" "저새끼, 보자보자 하니까." 사내가 이렇게 말하자 운전사 녀석이 빙긋이 웃더니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이봐, 우리 과장님이셔." 나는 증이라는 걸 보는 순간 잽싸게 채뜨렸다. 그리고 서너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재빨리 앞뒤를 살펴보았다. 흠 잡을 데 없는 막강한 기관의 증이었다.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증대로라면 이들은 가짜가 아니었다. 그런 겁나는 기관의 증명서라는 걸 한번도 구경해 본 적은 없지만 컬러 사진에 국가기관을 상징하는 테두리와 철인, 큼직한 도장, 생년월일과 신분을 보장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기관의 요망사항, 부서명과 비밀취급 인가를 알리는 붉은 사선...... 나는 그렇다고 물러서면 더 더러운 꼴을 보리라는 판단을 했다. 정말 이들이 기관원이라면 끌려가서 드세게 몇 대 겁나는 기관원이라도 법 이상이야 어쩌겠나 싶었다. 따지고 보면 다른 잘못은 없었다. 약올린 죄니까 얻어맞으면 맞고 그렇게 폼재고 다니는 것을 나무라다가 다치면 다칠 일이었다. "이거 순 가짜군. 나한테 당신들 제대로 걸렸다." 그 순간 운전사 녀석이 주춤 물러섰다. 나는 재빨리 운전사 녀석의 멱살을 옭아쥐었다. "당신들도 이리 와봐. 그 가짜 증명서 내놔 봐. 당신들 된통으로 걸렸어. 이런 가짜 증명서로 진짜인 나를 잡으려고 했어. 가짜가 나돈다더니 당신들였군. 어서 경찰차를 부르지 그래?" 두 사내가 후다닥 튀었다. 성근이가 한 갈겨놓고 휴게소 뒤쪽으로 뛰는 녀석을 덮쳐 잡았다. 세 녀석을 간이휴게소의 바닥에 꿇어앉히고 주머니를 뒤졌다. 두 사내에게서도 예외 없이 증명서가 나왔다. "한번 딱 봐 주쇼. 원하는 만큼 드리리다." 한 사내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도 같소. 우리가 알 만하고 그쪽하고 선이 닿을 만하니까 이짓이라도 하는 거 아니겠소. 우리도 손 쓰면 쓸만한 사람이오. 타협을 합시다. 먹고 지낼 만큼 드리리다." 아예 까놓고 말했다. 여죄가 무진장 많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증명서와 자동차와 행세하는 꼴이 여러 사람 등쳐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말인데 난 기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소." "그렇다면 우리 친해 봅시다. 보아하니 형씨도 한가닥하게 생겼는데, 솜씨를 보니까...... 웬만큼은 뒷돈 대 주겠소." "당신들, 무기는 안 가지고 다녀?" "보다시피 없소. 우리를 감옥에 보내봤자 오래 살지도 않을 거고 우리 애들이 그냥 있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 타협합시다. 원하는만큼 주겠소." "기분 나쁘진 않소. 어떤 사내는 수천억을 먹고 어떤 계집도 수천억 원씩 억었습디다. 당신들, 한 삼천억 원쯤 줄 수 있소?" "농담 말고 현실적으로 합시다." "서로 통할 수 있잖소." "그럼 얼마 주시겠소?" "오백만 원 드리리다." "정말 당신 놀구 자빠지셨네. 그거 가지곤 국민학교 애들 반장 선거 비용도 안 돼." "그럼 화끈하게 일천만 원. 됐소?" "나도 누구한테 삼천 억쯤 받으면 모를까 그 전엔 안 되겠어. 일원도 못 깎아 주겠어." 그러면서 턱을 한대 올려붙였다. 사내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트럭의 운전사들도 눈치로 이 사내들이 가짜 기관원이란 사실을 알고 히죽거리며 구경만 했다. 사내들이 안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재크 나이프와 날렵하게 생긴 칼을 갈겼다. "이거 치지 말고 말로 합시다. 우리도 이 짓 할 만하니까 하는 거 아니겠소. 바닥 없이 놀지는 않았소." 뒤 밀어 주는 세력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만한 고급 승용차에 무전기와 비상등과 카폰을 달고 다닐 정도면 큰물에서 노는 사내들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가짜 증명서로 서로 이권에 개입해서 몫돈을 쥐거나 여유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눈 먼 돈을 울궈내리란 건 더더욱 의심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신들 행색을 보아하니 몇 천만 원쯤은 우습게 알 것 같은데 고작 나를 삶는 데 일천만 원이 뭐야? 당신들 빽이 센 모양인데...... 나는 빽이라곤 이 주먹밖에 "형씨, 성함이나 압시다." 번들번들한 사내, 과장으로 행세하는 사내가 물었다. "내 이름을 밝히는 게 당신들 다루는 데 편지. 장총찬이란 사람올시다." "뭐요? 아이고, 이거 정말 몰랐습니다. 우린 병태 형 모시고 있습니다. 어쩐지 첨부터 다르다 싶었지요." "병태 형 아니라 병태 형 할애비라도 나하곤 안 통해. 지금 어디 가는 거냐? 지금부터 까놓고 말하지 않으면 주리를 틀겠다. 나는 두 번 반복하지 않는다는 걸 당신들이 더 잘 알겠지. 병태 형 믿고 나한테 까불면 몽땅 박살을 낼 테니까." 주춤거리다가 한 대씩 얻어맞아 보더니 술술 불기 시작했다. 괜찮습니다." "어떤 식이냐?" "서울에선 안 통하지만 지방에서 유지나 회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선거자금 때문에 특별기금을 헌금하는 대신 세금이나 은행 대출, 사업 확장을 위해 특별한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면 대개 넘어갑니다." "임마, 명색이 유지고 사업주인데 그 수작에 넘어간단 말이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 "오히려 있는 사람들이 넘어가게 돼 있죠. 말만 잘 들으면 한 자리 주겠다고 슬쩍 눙치고 들어가면 돈을 산더미처럼 싸들고 와서 애원하는 놈들도 수두룩합니다. 은근히 소문날 만한 곳에 낚시를 던져놓으면 용하게 물립니다." "우리야 병태 형님한테 용돈이나 얻어 쓰는 형편입니다." "너희들 손으로 긁어낸 게 어디어디의 누구누구한테 얼마씩이냐 이거다. 옆구리 채이고 불지 말고. 어서!" 주먹을 번쩍 들자 유들유들하게 생긴 녀석이 체념한 듯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십억 원쯤 됩니다.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등등 안 다닌 곳이 없습니다. 오늘도 대전에서 한탕할 일이 있어서 급히 가는 길입니다." "어떤 방법이냐?" "간단합니다. 지방에 있는 우리 조직 애들이 미리 찾아가서 서울의 책임자가 몇 시에 도착하니 준비해 두라는 식도 있고 전화 통보나 아예 공문을 보내는 경우도 때문에 웬만하면 걸려듭니다. 현장에서 들키지만 않으면 감쪽같죠. 당사자가 내놓을 수 있는 여력만큼만 요구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 아닙니다. 사업 지원이나 세제 혜택이나 은행 대출 정도로 안 넘어가는 사람이 없고 땅 투기해서 몫돈 가지고 사채놀이를 하거나 하는 녀석들은 한 자리 주겠다고 울궈내죠. 돈이 건너온 뒤에 알아봤자죠. 울며 겨자 먹은 셈쳐야지요. 발설해 봤자 저만 병신되고 사업 망치는 거니까요." "병태가 총두목이냐?" "우린 병태 형까지만 알지 그 이상은 모릅니다." "그만한 주변이 못 되는데." "봐 주는 데가 있겠죠. 지난 번엔 받아 사장녀석에게 건네 주고는 밖으로 나와 알짜로 챙겨먹은 경우도 있어요. 사업하는 친구는 무담보로 돈 빼내서 우리한테 준 거죠." "몇 명이냐?" "이삼십 명쯤 되겠죠. 정확히는 우리도 모릅니다." "너희들이 떡고물을 몰래 빼먹는 때도 있지?" "그야 머...... 자잘한 애들한테 심심풀이로 해먹어 보는 거죠 머. 지난 번엔 그린벨트를 풀어 주겠다고 낚시밥을 던졌더니 열 댓 놈이 달려들길래 조금씩 알겨먹었죠. 그런 새끼들 것은 알겨먹어도 죄가 안 돼요. 헐 값에 사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풀어 버린 뒤에 한탕 굴릴 "좋다. 그나저나 큰탕 뛴 거 말해 봐라. 어차피 난 알게 된다. 병태 목을 졸라매서라도 알 테니까." "우리한테서 들었다는 소리만 안하면 못할 것도 없죠 머." "말 안하마." "대전의 P회사, 부산의 T회사, 대구의 S회사가 그 중 큽니다." "차는 한번도 안 걸렸냐?" "경찰들은 탁탁 거수경례 붙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일부러 호위까지 하게 만들죠. 그리고 쓰윽 담뱃값이나 쥐어주고 나면 아루 낚싯밥들이 찰싹 붙죠." "가짜인 줄 모른단 말이냐?" "알 수가 없죠. 진짜하고 거의 똑같은데다가...... 앞뒤 호위까지 붙이고 "오늘은 왜 혼자냐?" "호위하는 애들이 앞섰는데 묘하게 길이 막히고 아까 우리 차를 막아 버리는 바람에 화가 났던 겁니다." "그럼 곧 호위대가 찾으러 오겠구나." "그럴지도 모릅니다."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가짜 증명서와 그럴 듯하게 위장된 차량으로 선거 열풍이 부는 짧은 시간에 수십억 원이나 챙겨먹을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귀하신 몸이 통용되는 세상이란 뜻이었다. 지방의 고위 공직자를 불러내어 기를 죽인 뒤에 그를 앞세워 기업체의 돈을 빼내는 수법도 쓰고 애들을 풀어 고위 공직자의 뒤를 밟게 한 뒤에 파렴치범으로 엮어서 한몫을 빼먹는 수법도 사용한다고 했다. "으레 때 되면 얼마쯤을 내놓으련 하나 보죠. 어떤 회사 사장은 아예 준비된 거금을 내놓더니 도시계획 한 건만 해 달라더군요. 어차피 쓰고 돌아다니는 선심이니까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더니 제 비서년을 찰싹 붙여서 온천 호텔에다 자리까지 잡아 주고......" "너희들 알짜 빼먹고 재미까지 보는 구나." "그야 당연하잖습니까. 손님 접대용 비서니까 아프바이트하는 여대생도 있고 빼어난 인물을 가진 애를 특별히 고용해서 사장녀석이 데리고 놀다가 귀한 손님 오면 접대용으로 보내서 이권을 딱딱 따오게 하잖습니까." "솔직하게 말해라. 한번도 안 걸렸냐?" 보이려고 안달을 하니까 느긋하게 배짱 튕겨가며 긁습니다. 정말입니다. 한번만 나서보면 알아요. 얼마나 돈벌기 쉬운가를 대번에 알 수가 있죠. 부수입도 짭짤합니다. 잔챙이들이 어디서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따라와서 뭘 해 달라, 무슨 자리 얻어달라, 뭘 풀어달라 사정하면서 막무가내로 내놓거든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곪고 썩어가는 데가 많으면 귀하신 몸이 통용되기 마련인 것이다. 지방은 전위대에게 맡기고 서울에서 또 얼마나 많이 해먹었을까? 돈 벌었다는 사람들치고 자신의 피나는 노력으로 벌지 않은 사람이 없을 터인데 어째서 한두 푼도 아닌 거액을 때가 되면 내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자기의 뼈와 살과 피를 바친 대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노력 뒤에 돈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흥정이 있다는 것일까? 일 년에 몇 차례씩이나 신문과 방송에 거액의 헌금을 내는 그 사람들이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액을 얼마나 많이 내야 하는지 이젠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치졸한 짓까지 해 가며 돈을 벌어둬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고위 공직자라든지 유명인사들이 가짜에게 쉽게 속아 넘어갈 만큼 허약한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더 출세하고 더 유명해지는 게 결국 그들의 욕심일터이고 그 욕심에 자신의 일생을 정당하게 걸기보다는 더 빠르고 더 쉬운 길을 걷기 위해 다른 묘수를 쓰려는 풍조 정정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을 넘어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런 사내들은 대개 남을 거꾸러뜨릴 부탁을 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땅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그렇게 돈을 바친 사람들은 본전을 뽑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돈을 챙겨먹은 부류들은 돈을 더 많이 챙겨야만 할 것이다. 그 부류들 사이의 흥정은 결국 부정한 방법으로 나타날 게 빤한 이치였다. 돈을 준 사람들은 수십 배의 이득을 계산했을 터이니까 당연히 부정한 짓을 해야 할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분명한 흥정인 것이다. 본래 장삿속이란 이득을 계산하는 것이지만 터무니없는 어긋나는 일인데 하물며 나랏일에 있어서 그런 흥정이 암암리에 일어난다는 것은 서로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세상 일들이 그리도 뒷거래가 많은 것인지 모른다. 정의는 누워 있고 불의가 판친다면 어느 누가 한탕주의에 빠지지 않고 청정하게 살려고 할까. 하나님. 이번에 치러지는 우리 나라의 선거라는 걸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텔레비전 따위는 보지 마시고 신문을 보세요. 도대체 법대로 선거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는 걸 훤히 알 수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법은 왜 필요합니까? 법대로라면 출마자 거의가, 아니 출마자 모두가 법을 어긴 자들입니다. 엄격한 위반으로 감옥에 보내야만 합니다. 선거법을 지키면 당선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 됐습니까? 국회의원은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국민들만 법을 지키라는 이 가당찮은 짓이 말이나 됩니까? 국민의 돈으로 운영하는 방송국이 국민 깔본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세상에 그렇게 맹꽁이 충성으로 출세해서 뭘 어쩌겠다는 겁니까? 책임자 녀석은 나중에, 힘 없어지고 자리보전 못해서 빈들거릴 때 왜 그런 천하의 얼간이 짓을 햇느냐고 하면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발뺌을 할 거고 그 위의 사람은 또 그 위라고 발뺌할 거고...... 그렇게 뭐가 됩니까? 하나님. 역사라는 게 있지요. 저 얼간이들이 이 다음 역사에 뭐라고 씌어지는지를 한번 미리 생각해 보시지요.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이 옆에 정치가, 고위공직자, 행정관료, 돈 많은 친구들, 선거꾼, 거기에 아부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하게 같은 대열에 오를 겁니다. 방송책임자인가 하는 녀석은 그 옆에는 낄 수도 없고 아마 그 맨 아래에 이름 석 자가 끼여 있고 그 밑엔 국민우롱하다 얼간이가 된 천하의 병신이라고 씌어지게 될 겁니다. 하나님. 말이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얘길 하죠. 국회의원 후보가 연단에 서서 할 수 있는 말이라면 국민도 아무 데서나 해도 괜찮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고 그게 정치가 말대로 그만한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라고 애써 강조한 것을 보면 연단에서든 길거리에서든 아무라도 할 수 있어야 됩니다. 국회의원이 돼서 국회를 열 동안 그 안에서 하는 말이 국가 이익을 위해 알려지지 않을 수도 있고 법에 있는 대로 치외법권으로 보장되는 것은 그들의 권리이지만 후보자일 경우엔 꼭같은 국민의 일원이 아닙니까? 이런 말 한다고 나를 잡아가 볼기짝치진 마십쇼. 천하의 어리석은 짓이 그 짓이니까요. 누가 바른 말 하면 박수나 쳐 주고 시인하는 버르장머리를 좀 가지십쇼. 강자의 논리는 관용이고 관용의 뿌리는 사랑입니다. 용서할 줄 모르는 것은 강자의 태도가 아닙니다. 몇 억씩 선거자금을 쓰는 보시지요. 과연 구린내나지 않는 돈을 쓴 후보가 몇 명이나 되는지 말입니다. 우리 나라 국회의원이란 세비 받아서 생활하기도 빠듯한 정도인데 언제 몇 억을 모았으며 쟁여놓은 재산이 그리 많으며 어느 사이에 그렇게 축재를 했는지 말입니다. 하긴 국회의원 하다가 창피 톡톡히 당하고 물러난 사람의 재산이 수천억이라든가 수백억이라든가 했으니 국회의원이 되어가지고 벌어들이는 데가 있으니까 그 아우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이왕지사 선거제도라는 걸 만드셨다면 하나님 자리도 사년에 한 번씩 투표로 정하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정말 피와 뼈와 살이 한점도 남지 않을 때까지 뛰어서 내가 그 자리 하나만은 그냥 싸악싸악...... 그러나 옳은 말하고 바른말 하고 대드는 사람들만은 극진하고 깍듯하게 대접하렵니다. 하나님 자리 놓고 투표나 한번 해 봅시다. 그래야 이 세상이 살맛 날 거 아닙니까. 세상 참 볼 만하겠지요. 지구 가득 선심공세에다 금전 살포에다 조기개발에다...... 하나님. 그만 할랍니다. 애고, 사는 게 뭔지...... "병태 형한테 가서 전해라. 아무리 썩어빠진 사람들이라도 그런식으로 울궈먹지는 말라고. 내가 며칠 내로 찾아갈 테니 헛수작하지 말고 곱게 맞으라고. 그리고 너희들은 차를 돌려서 곧장 불러내다가, 그 가짜 증명서 보이면 절절 길 테니까 퇴근 무렵쯤 사람 많이 모이는 광화문이나 서울역에다 세워 놓고 따귀를 우리 나라 인구 숫자만큼 때려라." "사천만 번이나요?" "녀석은 기가 질렸는지 이렇게 말했다. "임마, 우리 나라 인구는 육천만 명이다. 북쪽도 우리 나라다. 언젠가 통일 될 게고 거긴 분명 우리 땅이다. 그러니까 육천만 대를 때릴 수 있겠냐?" "때리는 건 이 증명서 보이고 가능하다지만 언제 육천만 대를 때립니까?" "그럼 우선 육심 대만 때려라. 나머지는 나중에 국민들이 때리거나 역사가 때리든 할 테니까." "그거야 자신 있죠." 장면을 때릴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보여 주고 그 옆에 현수막을 걸어라. 어떤 방송국 아무개인데 국민을 우롱한 죄로 따귀를 맞는 중이라고. 그리고 병태 형한테 다시 이런 짓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라. 내가 찾아갔을 때는 그 짓해서 번 돈을 모두를 남김없이 공단이나 변두리 공민학교나 야학하는 곳에 몽땅 기부하라고 해라. 남김없이, 한푼도 남김 없이 말이다. 대신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해라. 만약 내 말을 어기면 쑥밭을 만들어 버릴 거라고 해라. 장총찬이는 한번 한다면 하면 죽어도 이행한다는 걸 병태 형도 안다. 말 안 들으면 날고 기는 애들 데리고 가서 정말 쑥밭을 만들 거다. 알았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때려라. 어서!" 녀석들이 일어나더니 구십 도로 꺽어 절을 하고 차에 올랐다. 나는 안테나와 비상등의 선을 뜯어냈다. "천안 인터체인지를 돌아서 곧장 올라가라. 내가 너희들 뒤를 감시하겠다." "명심하겠습니다." 성근이가 담배를 빼 주며 빙긋이 웃었다. "역시 형님답습니다." "갈 길이 바쁘다." 우리는 앞차를 따르듯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천안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간 앞차가 그 자리에서 다시 서울행 표를 사는 것을 확인한 뒤에 우리는 국도를 따라 공주 쪽으로 달렸다. 아름다운 숲길이 시작되면서 나는 잠에 취했다. 고향 가는 주는 곳이었다. 예전의 서울길은 이 길을 통하거나 기차길을 이용하는 두 가지 길뿐이었다. 험하고 가파른 길이었지만 향수가 담겨 있는 길이었다. 다혜와 같이 오가던 길이기도 했고 가출해서 넘던 길이기도 했고 재수생 시절과 청운의 꿈을 꾸던 대학생 시절에도 넘나들던 길목이었다. 아, 다혜가 보고 싶다. 햇살보다는 바람이 더 위세를 가진 겨울의 막바지 같았다. 옷을 여미고 강변으로 내려섰다. 금강의 물줄기는 도도하기만 했다. 한줌밖에 안 되리라고 생각했던 혜라의 마지막 잿빛가루는 두어 주먹쯤 되었다. 공주를 끼고 도는 금강은 하구 쪽으로 내려가면서 폐수들이 휘말려들어 오염치가 높다 하지만 금강은 그래도 살아 있는 강물인 셈이었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물길이 죽어 버리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염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는 강 하구의 어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풍조는 더더구나 문젯거리이다. 조금 덜 잘 살고 덜 먹는 편이 낫지 내 민족을 죽게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죄악일 것이다. 발전이란 타당한 바탕,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을 지켜야지 그렇지 않다면 발전이나 부강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일 뿐이다. 이웃이나 국민에게 고통 줘가며 발전하기란 손쉬운 노릇일 것이다. 자리가 움푹움푹 들어갔다. 강물은 푸르렀다. 혜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쁘고 귀여운 얼굴, 세련되고 정열적인 몸매, 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여인, 애달픈 사연을 너무나 가슴 깊이 가진 여인이었다. 한줌을 쥐고 흘러가는 강물에 조금씩 뿌렸다.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뿌렸다. 언젠가는 가라앉겠지만 그녀의 얼굴은 이렇게 떠내려 가지도 않을 것이고 이렇게 한줌의 재가 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또 한줌을 쥐어 천천히 뿌렸다. 인간이란 참 보잘것없는 먼지인지도 모른다. 죽으면 그 순간부터 한줌의 흙일 뿐인데 살아 있으면 아무리 구차한 삶이라 해도 한몫을 재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기만 했다. 조금씩 조금씩 흘려보냈지만 하얀 상자 속엔 아주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기도를 했다. 그녀의 영혼을 거두어달라는 애원이었다. 따스하게 그녀의 영혼이나마 보살펴 주어서 그녀를 안위케 해 달라는 기도였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나와는 영혼 결혼식을 한 여인이었다. 한 사람의 남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여인이라면 어떤 목적이든간에 사랑을 받아 마땅한 여인이었다. 상자와 보자기를 태우기 위해 마른 풀잎들을 긁어모았다. 불을 붙이자 마른 풀잎새들이 금세 불꽃을 일구었다. 성근이는 주머니마다 뒤져서 종이를 꺼내 불길을 높여 주었다. 굵은 풀대궁과 낙엽들을 긁어다 알불을 만들고 그 위에 상자를 올려놓았다. 바짝 마른 상자는 금방 불길을 받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는 성근이에게 간단하게 혜라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성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기아들에게 거금을 보낸 여자가 바로 그 여자였군요?" "어떻게 아냐?" "오늘 아침과 엊저녁 신문에 외신보도라며 크게 보도됐어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의 전직 고관의 딸과 그의 남자 친구가 어마어마한 액수를 아프리카 구호기금으로 냈는데 한국인이라는 것만 밝혔을 뿐 익명을 요구했다고요." "그녀석들이 고맙게도 약속을 지켰구나." 유다의 옛 부하들이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한때는 그것을 가져올까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물이었고 나쁜 수단으로 모아진 만큼 좋은 곳에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구나 그 재물은 내 개인 것이 아니며 혜라가 죽음으로 나를 지킨 대가로 얻어진 것이었다. 되돌아 서기 아쉬운 강물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길이었다. "형님, 여기 잠깐 계세요. 제가 얼핏 다녀올 데가 있습니다." 성근이 녀석은 나를 강 안 모래밭에 세워 놓고 쏜살같이 달렸다. 얼마쯤 지나서 한아름으로도 들기 어려울 만큼 꽃다발을 들고 뛰어왔다. 자동차 뒷좌석 가득 꽃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성근이가 아주 푸짐하게 준비를 해 온 것이었다. "고맙다." "헤, 형님도......" 꽃송이를 한 개씩 강물에 던졌다.성근이도 열심히 꽃송이를 강물에 띄웠다. 일백여 송이가 넘는 꽃송이들이 강물을 수놓기 시작했다. 꽃송이들은 강물을 타고 흘러가고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재는 보이지 않았지만 꽃송이들은 오랫동안 내 시야에 남았다. "가자." "형님 고향 근처에 왔는데 그냥 가기 서운하네요. 딱 한잔, 기분도 그렇고 하니 딱 한 잔 어때요?" "선거철에 고향에 얼굴 내밀어 봐라. 별의별 구설수에 오를 거다. 선심쓰고 돈봉투 돌리고 한잔씩 먹이는 장면을 내 눈으로 봤다간 어떤 놈이든지 다리를 꺽어앉힐 거니까 아예 안 보고 가는 게 좋다. 국회의원 아니라 국회의원ㅡ할애비라도 법 어기는 꼴 보면 수챗구멍에 쑤셔박고 말 테니까......" "형님 심사도 그럴 거고 해서 해 본 소립니다. 그냥 가죠." 우리는 다시 오던 길로 차를 몰았다. 잊을 수 없는 여인을 남겨두고 혼자 떠나는 기분이었다. 산허리를 돌 때마다 괜히 뒤를돌아다보곤 했다.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