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장수는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몰려온다는 말을 듣자
유표에게 급히 글을 보내 뒤에서 호응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자신은 수하 장수 뇌서와 장선을 거느리고 군사들과 함께 적을 맞으러 성을 나갔다.
오래잖아 조조의 대군이 이르자
양편 군사는 둥글게 진을 치고 맞섰다.
먼저 장수가 말을 몰고 진 앞으로 나와
조조를 가리키며 꾸짖었다.
"너는 인의로 겉을 꾸미고 있으나 속은 염치조차 모르는 놈이다.
짐승이나 다를 게 무엇이랴. 지난번에 그 같은 낭패를 당하고도
죽으려고 다시 여길 왔느냐?"
그 말을 들은 조조는 노했다.
맞댈 거리라 할 마음조차 없는 듯 허저를 보고 소리쳤다.
"어서 가서 저 어린놈의 목을 가져 오라!"
허저가 달려나오는 걸보고 장수도 자기 수하 장선을 내보냈다.
하지만 허저는 장선 같은 무명 소졸의 적수가 아니었다.
맞붙고 3합이 안 돼 장선은
허저의 대도에 쪼개져 말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러잖아도 세력에서 밀리던 장수의 군사는
때를 놓치지 않고 엎치는 조조의 대군을 당해 내지 못했다.
한 싸움에 그대로 뭉그러져 달아나니
조조는 그들을 추격해 곧장 남양성 아래에 이르렀다.
간신히 성안으로 쫓겨 들어간 장수는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오지 아니했다.
조조는 성을 둘러싸고 치려 했으나
성을 둘러싼 호가 넓을 뿐만 아니라 물까지 깊어 급히 다가들 수 없었다.
이에 조조는 군사들에게 명해 호를 메우게 하는 한편
장작과 풀 더미를 성벽에 기대 쌓아 사다리를 삼게 하고
또 따로이 높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성안을 살피게 했다.
그 자신도 매일 말을 타고 성을 돌며 공격하기 좋은 곳을 찾았다.
그렇게 하기를 사흘만에 조조는 드디어 한 군데 공격할 만한 곳을 찾아냈다.
서문이 있는 성벽 쪽이었다.
조조는 그곳에다 장작과 섶을 쌓아 올리게 한 뒤 여러 장수들을 불러모아
그 쪽으로 성벽을 오르게 했다.
이때 가후가 성안에서 그 같은 광경을 보고 장수에게 말했다.
"내가 보니 조조의 뜻을 알겠소. 오히려 그의 계책을 거꾸로 이용하면 될 것 같소이다."
"그의 뜻이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여러 번 그의 꾀를 빌려 위기를 넘긴 장수가 기대에 찬 눈길로 가후에게 물었다.
"내가 성 위에서 보니 조조는 사흘이나 성을 돌며 이곳저곳을 살폈소이다.
그는 성 동남쪽의 벽돌 색이 헌 것과 새 것이 같지 않은데다
녹각도 태반이 허물어진 걸 보았을 것이오.
그리하여 그쪽으로 군사를 내려고 정해 놓고는
일부로 성의 서북쪽에다 장작과 섶을 쌓아
그곳으로 들이칠 것처럼 허장 성세를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소.
우리가 거기 속아 동남쪽의 군사를 서북쪽으로 돌리면
밤을 틈타 갑작스레 빈 동남쪽으로 기어오르려는 수작이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별로 어려울 것 없소이다.
내일 날래고 씩씩한 군사들을 뽑아 배불리 먹인 뒤 가볍게 차리고
동남쪽에 있는 집안에 숨어 있게 하시오.
그런 다음 백성들을 군사로 꾸며 함빡 서북쪽에 몰리게 한 뒤
거짓으로 그곳만 힘들여 지키는 체하시오.
밤이 되면 조조는 틀림없이 동남쪽으로 기어오를 것이오.
그가 성안으로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 한 소리 포향으로
일제히 숨겨 두었던 군사를 내면
그를 사로잡기는 힘들지 않을 것이외다."
실로 감탄할 만한 가후의 계교(計巧)였다.
장수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그의 말을 따랐다.
그것도 모르고 높은 곳에서 성안을 살피던 조조의 군사가 탐마(探馬)를 보내 알려왔다.
"장수가 모든 군사들을 성의 서북쪽으로 빼돌려 지키게 하는 바람에
성의 동남쪽은 텅 비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조조는 그 말을 듣자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드디어 내 계책이 맞아 떨어졌구나!"
그리고는 가만히 영을 내려 성을 허물 지레와 호미며
성벽을 기어오를 갈고리 따위를 준비하게 한 뒤,
낮 동안은 힘을 다해 서북쪽을 들이치는 체했다.
과연 서북쪽에는 전에 없이 많은 장수의 군사들이 들끓고 있는 것 같았다.
실속 없이 요란하기만 한 쌍방간의 공수가 서북쪽에서 되풀이된 뒤 밤이 왔다.
2경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이때다!"
조조는 그렇게 외치며 장졸들을 격려해 성의 동남쪽으로 갔다.
낮에 미리 준비한 지렛대며 끌 따위로
보시 허술한 성을 허물고 녹각을 베어 넘기는데 성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장수가 군사를 모두 서북쪽으로 돌린 탓이라 지레짐작한 조조는
앞장서서 장졸을 이끌고 성안으로 뛰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차례 방포소리가 나더니 사방에 복병이 이었다.
"속았다. 어서 빨리 군사를 물려라!"
조조가 그렇게 외치며 말머리를 돌렸으나
등뒤에서는 어느새 장수가 날래고 씩씩한 군사만 골라 이끌고
몸소 앞장서 짓 쳐왔다.
그렇게 되면 이미 싸움이고 뭐고 없었다.
조조는 꽁지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성을 빠져 나오고도 수십 리를 쫓겨야 했다.
장수는 날이 밝을 때까지 조조의 군사를 추격해
마음껏 죽인 뒤에야 졸개를 수습해 성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조조도 정신을 차리고 군사를 점검해 보았다.
그 하룻밤 사이에 죽고 상한 자가 5만이 넘었고
빼앗긴 치중 또한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거기다가 여건과 우금 같은 장수들까지 부상을 입었을 정도여서
더 이상 남양을 에워싸고 공격할 수도 없었다.
"지금 조조가 싸울 마음을 버리고 돌아가려 하고 있소.
급히 유표에게 글을 보내 그 돌아가는 길을 끊으라고 하시오.
그렇게만 되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조조를 사로잡을 수 있으리다."
가후가 장수에게 다시 그렇게 권했다.
그의 말을 따랐다가 번번이 재미를 본 장수라 마다할 리 없었다.
곧 글 한 통을 써서 유표에게 보냈다.
장수의 글을 받자 유표도 귀가 솔깃했다.
곧 조조의 돌아가는 길을 끊으려고 군사를 일으키려는데 탐마가 달여와 알렸다.
"손책이 호구에 군사를 내었습니다."
호구에 군사를 내었다면 장차 형주를 엿보려 한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함부로 군사를 일으켜 조조의 길을 끊다가
손책이 정말로 밀려들면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유표가 주춤하고 있을 때
모사 괴량이 나서서 권했다.
"손책이 호구에 군사를 낸 것은
조조의 꾀일 뿐 결코 형주를 엿보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조조가 다시 싸움에 졌다 하니
이 틈을 타 그를 치지 않으면 뒷날 반드시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지금 곧 군사를 일으키십시오."
그 말을 듣자 유표도 어느 정도 형세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수하 장수 황조에게 굳게 형주로 오는 길목을 지키게 한 뒤
자신은 군사를 일으켜 조조가 돌아가는 길을 끊으러 갔다.
유표가 안중현에 이르러 장수에게 자기가 군사를 이끌고 온 것을 알리니
힘을 얻은 장수는 가후와 함께 성을 나와 조조를 뒤쫓기 시작했다.
한편 그 같은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군사를 몰아 돌아가던 조조는 양성에 이르렀다.
지난번 장수와의 싸움에서 참담하게 쫓겼던 육수 가에 서자
조조가 갑자기 말 위에서 큰소리로 목을 놓아 울었다.
여러 장수들이 놀라 까닭을 묻자
조조는 더욱 슬피 울며 대답했다.
"나는 지금 지난해 이곳에서 죽은 장수 전위를 생각하고 있다.
어찌 통곡이 나오지 않겠느냐!"
그리고는 즉시 그곳에 군마를 멈추게 한 뒤
크게 제사를 차려 전위의 죽은 넋을 달래었다.
스스로 향을 사르며 울고 절하는데
그 정성이 얼마나 애절한지 3군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위의 제사가 끝나자
그 다음으로는 죽은 조카 조안민과 맏아들 조앙을 제사 지냈다.
그리고 그 밖에 그 싸움에서 죽은 이름 없는 군사들의 넋은 물론
자신을 위급에서 구해 준 뒤 화살에 맞아 죽은 대완마까지도 빠짐없이 위로했다.
뒷날 조조가 쓴 계략의 요체를 허허실실(虛虛實實)로 보는 사람이 많다.
만약 그들이 옳게 본 것이라면 이런데도 조조는 멋진 허허실실의 계략을 펴고 있는 셈이었다.
얼른 보아서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행동 같지만,
조조는 그곳에서 잃은 장수와 조카와 생전에는 이름조차 몰랐던 군사들이며
죽은 말까지도 마음껏 슬퍼하는 동안
한편으로는 놀라운 사기앙양책(士氣昻揚策)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조조의 장졸들은
머릿수는 많아도 한결같이 패전으로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조조가 새삼 1년 전에 죽은 장수와 무명사졸 들에게
애절한 정성(精誠)을 바침으로써 은연중에 감사의 분위기를 부추겼고,
또 그들 모두를 죽인 게 장수의 군사들이었음을 일깨움으로써
적에 대한 두려움을 적개심(敵愾心)과 복수감으로 바꾸어 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조의 눈물이나 정성 자체를 거짓이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진심으로 슬퍼하고 울었을 뿐이었다.
다만 거기서 어떤 계략적인 요소를 말한다면
그렇게 마음껏 자기의 감정에 충실해도 되리라는 걸 그가 미리 알았다는 정도일까.
조조가 순수하게 감상에만 젖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있었음은
이튿날 허도로부터 날아든 순욱의 전갈을 받아든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유표가 장수를 돕고자 안중현에서 길을 끊으려 하고 있습니다."
장수 하나도 못 당해 쫓겨오는 조조에게는 실로 놀랄 만한 전갈이었다.
하지만 답서는 침착하기만 했다.
"나는 하루에 10리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해왔소.
적이 뒤따라올 것을 어찌 모를 리 있겠소?
그러나 나는 이미 마음속에 세워둔 계책이 있으니
안중현에 이르기만 하면 장수는 반드시 깨뜨려질 것이오.
그대들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는 문득 군사들을 재촉하여 안중현의 경계에 이르렀다.
그때 이미 유표는 먼저 그곳에 이르러 험한 요충지에 자리를 잡고 있고
장수도 멀지 않은 곳까지 따라와 있었다.
조조는 군사들에게 명을 내려 어두운 밤을 틈타 험한 곳을 뚫고 길을 열게 했다.
그리고 몰래 기병을 길 양편에 묻어둔 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조조가 길을 버리고 험한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바로 만나게 된 장수와 유표는 날이 밝는 대로 조조를 찾아 나섰다.
한군데 험한 산 속에 조조의 군사가 보이는데 그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는 필시 조조가 달아나고 의병을 세워 둔 것일 게요. 급히 뒤쫓읍시다."
이미 싸움에 져 쫓기는 조조가 유표까지 합세한 마당에
적극적인 공격으로 나올 리 없다고 판단한 장수는 그렇게 권했다.
유표도 그 말을 옳게 여겨
그대로 조조의 군사들이 매복하고 있는 험지로 이끌고 온 군사를 몰아 넣었다.
유표와 장수의 군사들이 험지(險地) 깊숙이 들어왔을 때
조조는 미리 숨겨 두었던 기병을 내어 들이쳤다.
며칠 전의 승리에 들떠 있던 장수의 군사들이나
멋모르고 덩달아 따라 들어온 유표의 군사들이
그 치밀하게 짜여진 기습(奇襲)에 당해 낼 리 없었다.
둘 다 넙치가 되도록 얻어맞고 길을 내어 주니
조조는 그 기세를 타고 가볍게 안중현을 빠져 나와 진채를 내렸다.
닭 쫓던 개중에도 이마까지 쪼인 개꼴이 된 유표는
간신히 패군을 수습한 뒤 역시 간신히 패군을 수습해 나타난 장수를 보고 한탄했다.
"조조의 간계에 거꾸로 당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소?"
그러나 아무래도 젊은 탓인지 장수가 다시 혈기를 부렸다.
"이기고 지는 것은 병가에게 매양 있는 일입니다. 한번 더 해봅시다."
유표도 이왕 군사를 일으킨 뒤라 그냥 물러설 수는 없다 싶었다.
이에 그들 양군은 다시
안중현에 모여 조조를 뒤쫓을 채비를 갖추었다.
☆☆☆
이때 조조의 진중에는
또다시 놀라운 전갈이 날아들었다.
허도를 지키고 있는 순욱이
원소가 군사를 일으켜 비어 있는 허도를 노린다는 걸 탐지하고
글을 보내 알려온 것이었다.
조조는 당황했다.
원소라면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인물이 아니었다.
그를 적으로 삼지 않기 위해 얼마나 근신해 온 조조였던가.
천자가 대장군을 내리는데도 그는 원소를 의식하여 사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승상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그를 달래기 위해
대장군의 벼슬과 기주, 청주 등 네 곳의 자사를 함께 얻어 주지 않았던가.
언젠가는 그와 천하를 두고 한판 승부를 겨루어야겠지만,
그 마지막 순간까지는 적으로 삼고 싶지 않은 인물이 원소였다.
공손찬과 해묵은 싸움에 묶여 있기에,
그리고 표면적이나마 동맹관계이기에 안심하고 떠나왔는데
이제 그가 움직이려 한다니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원소에 비하면 장수나 유표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에 조조는 잠시 그들을 버려 두기로 하고 그날로 군사를 돌려 허도로 향했다.
조조가 군사를 돌렸다는 소식을 탐지한 세작이
나는 듯 장수에게 알렸다.
"이땝니다. 급히 조조를 추격해야 합니다."
장수가 유표를 재촉하듯 말했다.
함께 있던 가후가 그런 장수를 말렸다.
"뒤쫓으셔서는 아니 되오. 뒤쫓다가는 반드시 낭패를 보게 되리라."
그때 유표가 나섰다.
"오늘 뒤쫓지 않으면 앉아서 기회를 잃을 뿐이오. 뒤쫓아야 하오."
그리고 오히려 힘써 장수를 권했다.
이에 장수도 그토록 따르던 가후의 말을 어기고
유표와 나란히 만여 명을 이끌고 조조를 뒤쫓았다.
겨우 10여 리쯤 갔을 때였다.
조조의 후대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유표와 장수의 군사를 들이쳤다.
뒤쫓는 데만 다급해 있던 그들 양군은
또 한번 조조에게 호된 꼴을 당하고 쫓겨나는 수밖에 없었다.
반이나 줄어든 군사를 이끌고 돌아간 장수가 무안한 얼굴로 가후에게 말했다.
"공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가 정말로 이렇게 지고 말았오."
그때 가후가 빙긋이 웃으며 권했다.
"이제 다시 군사를 정돈해 뒤쫓으십시오. 조금 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지금 이미 졌는데 어떻게 다시 쫓는단 말씀이오?"
장수와 유표가 입을 모아 그렇게 되물었다.
그러나 가후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제 뒤쫓으면 반드시 크게 이기실 것이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내 목을 베어도 좋소이다."
그러자 장수는 그 말을 믿었다.
이미 여러 번 그의 비상한 계략에 덕을 본 까닭이었다.
하지만 유표는 가후의 말을 의심하여 함께 가려 하지 않았다.
이에 장수는 자신의 군사만 수습해 다시 추격했다.
과연 그 추격에서 장수는 크게 이겼다.
조조의 군사는 치중을 길에 버려 둔 채 흩어져 달아났다.
신이 난 장수는 계속해 뒤쫓았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한 차례 방포소리가 나면서 한 떼의 군마가 길을 막는 바람에
감히 더 따라가지 못하고 조조의 군사가 버리고 간 치중만 수습해 돌아왔다.
장수가 수많은 수레에 가득 전리품을 싣고 돌아오는 걸보고
유표가 가후에게 물었다.
"앞서는 날랜 군사로 쫓겨가는 군사를 추격하려는데 공은 반드시 질거라 했소.
그런데 뒤에는 이미 싸움에 진 군사로 방금 이긴 군사를 치는데 공은 반드시 이길 거라 했소.
결국 일은 그대로 되었으나 어찌해서 그런지 알 수가 없소이다.
바라건대 공께서는 밝게 가르쳐 주시오."
"어렵잖은 일이지요.
장군께서 비록 군사를 잘 쓰신다 하나 조조의 적수는 못 됩니다.
조조의 군사가 패했다고는 해도
반드시 굳센 장수를 뒤로 돌려 뒤따르는 적을 막게 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군사가 아무리 날래어도 능히 당할 수 없을 것이니
처음은 반드시 질 줄 알았지요.
하지만 조조가 저렇게 급히 군사를 물리는 것은
허도에 무슨 일이 있기 때문이라 보아 틀림없습니다.
우리의 추격하는 군사를 깨뜨린 뒤에는
저도 급한 터라 반드시 수레를 가볍게 하고 급히 돌아가려 하겠지요.
아마도 더는 뒤를 방비할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바로 그 방비하지 않는 틈을 타 다시 뒤쫓은 것이니
능히 이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실로 초절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가후의 식견이었다.
장수와 유표는 모두 그 같은 가후에게 감복하였다.
가후는 다시 그런 그들에게 권했다.
"이미 조조는 그물을 벗어난 새가 되었으니 더 연연하지 마십시오.
남은 일은 두 분이 서로 의지해 다시 있을 조조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일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소?"
두 사람이 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유장군께서는 형주로 돌아가시고 장 장군께서는 양성을 근거로 삼으시되,
서로 입술과 이 같은 사이가 되어 위급할 때 도우면 두 곳을 모두 보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들어보니 옳은 말이었다.
이에 유표와 장수는 각기 군사를 이끌고 근거지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