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 (酵素)란 효모에 있는 성분 (in yeast)란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용어가 생겨난 배경은 효모에 의해 일어나는 알코올 발효현상 (글루코오즈로부터 알코올로의 화학적 변형)이 효모의 추출물을 사용해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효소는 거의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에는 RNA도 촉매작용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효소에서 촉매작용이 일어나는 부위를 활성자리 (active site)라 한다. 활성자리에는 작용기들이 존재하며, 이들에 의해 촉매작용이 수행된다.
1. 효소의 일반적 특성
higher reaction rates
milder reaction conditions
greater reaction specificity
capacity for regulation
A. 효소의 분류와 명명
효소들의 이름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것은 그 이름으로 어떤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인지 이해할 수 있으나 어떤 것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효소의 분류와 명명이 제안되었다. 효소들은 화학반응의 성질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분류되어 이에 따라 명명된다. 이 규약에 따른 효소의 체계적인 명칭 (systematic name)은 너무 길기 때문에 보다 쉽게 부를 수 있는 일반적인 명칭 (recommended name 또는 alternative name)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각각의 분류군에 속하는 효소들은 추가적인 3단계의 분류과정을 통해 번호 (EC number)들이 부여된다.
예를 들면, carboxypeptidase A의 systematic name은 peptidyl-L-amino acid hydrolase이며, EC 3.4.17.1의 번호를 가진다.
B. 기질 특이성
기질 특이성은 효소의 활성자리와 기질 간의 비공유결합에 의한 상보성에 의해 이루어지며, 기하학적 상보성 (geometric complementarity)와 특이적인 결합을 가능케 하는 전자적 상보성 (electronic complementarity)에 의해 결정된다.
효소의 활성자리는 기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미 결정된 구조를 가지지만 (lock and key model), 기질이 결합하면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induced fit model). 즉, 특이적인 결합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을 말한다.
효소는 입체특이적이다: 입체특이성이란 비대칭 화합물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L-form의 아미노산에 대한 효소는 D-form의 아미노산을 촉매할 수 없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비대칭 탄소에 결합된 원자단을 구별하는 것이다. 이것은 효소와 기질간의 구조적인 상보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간단한 문제이다.
효소는 기하학적 특이성에 차이가 있다: 어떤 효소는 절대적인 기질특이성을 가진다. 그렇지만 많은 효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연관된 화합물에 대해서도 촉매활성을 가진다.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의 경우는 특이성이 높으며, 분해효소들은 대개 기질특이성이 낮다.
C. 보조인자와 조효소
어떤 효소들은 홀로 촉매 능력을 가지나 다른 효소들은 작은 분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apoenzyme + cofactor = holoenzyme). 이러한 작은 분자들을 보조인자라 부른다. 보조인자에는 금속이온과 같은 무기물과 NAD+와 같은 유기물이 있으며, 유기물의 경우 조효소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그렇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구분없이 대개는 조효소라고 부른다.
조효소 중에는 효소에 일시적으로 결합하는 것들이 있고 (cosubstrate), 공유결합으로 결합된 것들이 있다 (prosthetic group).
조효소들은 재생되어야만 한다: 조효소들은 효소반응을 통해 화학적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다음 반응을 위해서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Prosthetic group의 경우는 효소의 다음 반응을 통해 재생이 이루어지고, cosubstrate의 경우는 변화된 상태로 효소를 떠나므로 다른 효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많은 비타민들은 조효소의 전구체이다: 크게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구분되는 비타민들 중 수용성 비타민의 경우는 예외없이 조효소의 전구체로서 작용한다.
2. 활성화에너지와 반응 좌표 (reaction coordinate)
효소가 어떻게 화학반응을 수행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transition state theory로부터 얻어졌다. Transition state는 전이상태 (또는 천이상태)라 불리는 것으로 일시적인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한다. 불안정하다는 것은 또한 높은 에너지 상태를 의미한다. 기질이 생성물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높은 에너지 상태가 수반되며, 이때 가장 높은 에너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전이상태이다.
활성화에너지란 전이상태의 자유에너지값에서 반응물의 자유에너지값을 뺀 값으로 ΔG‡로 표시된다. 전이상태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13∼10-14초로 전이상태의 농도는 매우 낮다. 때문에 전이상태는 전체반응의 속도를 좌우하는 속도제한 단계 (rds, rate-determining step)으로 생각될 수 있다. 열역학적으로 반응속도는 e-ΔG‡/RT에 비례한다. 활성화에너지가 클수록 반응속도는 낮아지는 것이다. 중간단계를 거치는 반응의 경우는 여러번의 전이상태를 가질 수 있으며, 이때 가장 높은 활성화에너지를 가지는 단계가 그 반응의 rds에 해당된다.
촉매작용은 활성화에너지를 낮춘다: 촉매는 반응의 전이상태 자유에너지를 낮춘다. 촉매의 효율이 좋을수록 활성화에너지는 낮아진다. 얼마 정도의 자유에너지값의 변화가 반응속도에 기여하는지 살펴보면, 반응속도식에서 10배의 속도차이는 단지 5.71 kJ/mol에 해당되는 활성화에너지의 차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수소결합의 자유에너지값의 절반이하에 해당하는 작은 값이다. 백만배의 속도차이는 공유결합의 자유에너지값 정도에 해당된다. 따라서 활성자리에서 일어나는 반응기들의 범위 내에서 촉매활성이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효소는 반응의 자유에너지값의 차이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반응의 자유에너지값의 차이는 반응의 진행방향을 제시한다. 효소는 이 값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활성화에너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불가능한 반응을 가능케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반응의 속도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3. 촉매기작
효소들은 화학반응에서 사용되는 촉매기작과 동일한 기작을 통해 속도를 증진시킨다. 효소가 전이상태의 자유에너지값을 낮춘다는 것은 전이상태를 안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전이상태가 잘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효소가 이용하는 촉매기작에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acid-base catalysis (산-염기 촉매)
covalent catalysis (공유 촉매)
metal ion catalysis (금속이온 촉매)
electrostatic catalysis (정전기적 촉매)
proximity and orientation effects (근접과 배향 효과)
preferential binding of the transition state complex (전이상태 복합체의 차별적 결합)
A. 산-염기 촉매
일반 산촉매 (general acid catalysis)는 산에 의해 촉매되는 반응으로 산으로부터의 부분적인 양성자 전달이 반응의 자유에너지를 낮춘다. 케토-엔올 이성질화 반응은 carbanionlike 전이상태를 거쳐 진행된다. 그렇지만 산소원자에 양성자가 전달되면 전이상태의 carbanion 성질이 감소하기 때문에 반응이 촉진된다.
일반 염기촉매 (general base catalysis)는 염기에 의해 촉매되는 반응으로 염기가 부분적인 양성자의 탈취로 반응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어떤 반응은 두가지 촉매반응 모두에 의해 촉진되어 concerted acid-base catalysis라 불린다.
효소에서는 활성자리에 존재하는 Asp, Glu, His, Cys, Tyr, Lys이 산 또는 염기로서 작용하거나, 동시에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하여 반응을 수행한다. 이러한 반응은 이들의 이온화 상태에 의존하므로 pH가 큰 영향을 준다. RNase A는 이러한 반응의 대표적인 예에 해당된다.
RNase A 반응: 이 효소는 췌장에서 소장으로 분비되어 RNA를 분해하는 소화효소이다. 이 반응의 중간체는 2',3'-cyclic nucleotide이며, pK값 5.4와 6.4를 가지는 두가지 작용기가 반응에 관여한다. His 12와 His 119가 서로 반대되는 이온화 상태에서 작용하는 concerted acid-base catalysis에 해당된다. His 12는 일반 염기로서 작용하여 RNA의 2'-OH로부터 양성자를 탈취하여 이웃하는 인산기에 친핵성 공격을 촉진시킨다. 반면 His 119는 일반 산으로 작용하여 이탈기에 양성자를 전달해 줌으로써 결합이 끊어지도록 돕는다. 이렇게 해서 cyclic 중간체가 생기고, His 12와 119의 이온화 상태는 반대로 바뀐다. 다음 과정으로 물분자가 관여하여 앞서와 동일한 반응이 진행되면서 RNA는 가수분해되고, 효소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친핵성 공격 (nucleophilic attack)과 친전자성 공격 (electrophilic attack)에 대해서는 유기화학 교재를 참조하라.
B. 공유 촉매
효소와 기질이 일시적으로 공유결합을 형성함으로써 반응을 촉진시킨다. 이 반응은 효소의 친핵성 작용기가 기질의 친전자성 작용기를 공격하는 반응이다. Acetoacetate가 일차아민에 의해 탈카르복시화가 일어나는 반응을 살펴보면, 친핵체인 일차아민이 acetoacetate의 카르보닐 탄소를 공격하여 Schiff base를 형성한다. 이 일시적인 공유결합체에서 양성자화된 질소원자는 전자씽크의 역할을 하여 카르복시기에 있는 전자를 끌어당겨 이산화탄소를 방출케 한다. 이어서 OH-에 의한 추가적인 친핵성 공격이 이어지면 schiff base는 끊어져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친핵체들은 음전하를 가지거나 (Ser의 OH기, Cys의 SH기, Lys의 ε-아미노기, Asp의 카르복시기, 그리고 조효소인 thiamine pyrophosphate와 pyridoxal phosphate들), 공유하지 않은 전자쌍을 가지는 것 (His 이미다졸 고리의 질소원자)들이 해당된다. 친전자체들은 카르보닐 탄소나 schiff base의 탄소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C. 금속이온 촉매
많은 효소들은 촉매작용에 금속이온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효소들에는 단단히 결합된 금속이온을 가지는 metalloenzyme들과 느슨하게 결합된 metal-activated enzyme들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주로 철, 구리, 아연, 망간, 코발트 이온들을 가지며 촉매기능에 관여하고, 후자의 경우는 Na+, K+, Mg2+, Ca2+들을 가지고 촉매활성보다는 대개 구조적인 기능을 가진다.
금속이온들이 촉매활성에 관여하는 방식에는 기질에 결합하여 반응에 이용될 수 있도록하거나, 금속이온의 가역적인 산화상태를 이용하여 산화-환원 반응에 관여하거나, 음전하를 정전기적으로 안정화 또는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금속이온이 관여하는 많은 반응에서 금속이온들은 양성자와 같이 음전하를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양성자보다 높은 농도로 존재하고 +1 이상의 전하를 가지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이다. 금소이온은 또한 물분자와 결합하여 물분자를 훨씬 산성으로 만든다. 따라서 양성자가 떨어져나가면 금속에 결합된 OH-이온은 친핵체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예는 많은 효소반응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Zn2+ 이온이 관여하는 carbonic anhydrase는 좋은 예이다. 이 효소의 활성자리에는 Zn2+ 이온이 3개의 His 잔기와 하나의 물분자와 결합하고 있다. Zn2+ 은 이웃하는 4번째 His 잔기에 의한 염기 촉매반응으로 물분자를 이온화시켜 OH-를 만든다. Zn2+ 에 결합된 OH-는 친핵체로 작용하여 이산화탄소의 탄소에 결합하여 bicarbonate를 형성한다. 다른 물분자가 Zn2+ 에 결합하면서 bicarbonate가 떨어져나가고, 효소는 재생된다.
D. 정전기적 촉매
효소에 기질이 결합하면 물은 활성자리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활성자리에서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은 물에서보다 훨씬 강해진다. 따라서 이웃하는 하전된 작용기들의 존재 때문에 활성자리에 있는 아미노산 잔기들의 pK값들은 원래의 값보다 크게 달라진다. 아미노산 잔기들의 전하상태는 기질의 전이상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촉매반응을 촉진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E. 근접과 배향 효과
효소는 유기반응에서의 촉매기작과 유사한 기작을 이용하지만 유기반응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효율성은 활성자리에서의 특이적인 물리적 환경에 기인한다. 그것이 바로 근접과 배향효과로서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반응물들이 적절한 공간적 관계를 가지고 모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Imidazole과 p-nitrophenylacetate의 이분자 반응을 살펴보면 imidazole이 p-nitrophenylacetate의 carbonyl 탄소를 공격하여 생성물을 만든다. 그런데 두가지 화합물을 하나의 분자로 결합시켰을 때는 반응이 24배나 빨리 일어난다. 이러한 속도증진은 바로 두 개의 기질이 만나는 기회를 증가시켜주는 근접효과와 두 개의 기질에서 반응의 일어나는 부분이 적절히 만나도록하는 배향에 의한 효과이다.
효소는 기질과 결합함으로써 기질이 촉매 작용기들과 접촉하도록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질이 반응에 적절한 방향을 가지도록 결합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합을 통해 기질과 촉매 작용기들의 분자적 움직임을 제한함으로써 전이상태에서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촉매효과를 극대화시킨다.
F. 전이상태 복합체의 차별적 결합
효소에 의한 속도증진 효과는 지금까지 논의된 촉매기작들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크다. 효소 촉매반응의 가장 중요한 기작은 효소는 그 기질이나 생성물보다 반응의 전이상태에 대하여 훨씬 큰 친화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전이상태에 대한 개념은 효소는 활성자리로 기질을 인도함으로써 기질을 뒤틀리게 만들어 전이상태의 구조를 가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말은 기질의 활성자리는 기질과는 잘 맞지 않고 그 전이상태에 보다 잘 맞는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효소가 전이상태와 보다 잘 결합함으로써 전이상태를 안정화시켜 촉매속도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친화력의 증가란 보다 많은 결합을 의미하며, 기질보다 전이상태에서 생기는 추가적인 결합이 속도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기질이란 효소와 잘 결합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잘 전환되지 않는 나쁜 기질은 좋은 기질보다 효소와 더 잘 결합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전이상태 유사체는 효소의 저해제이다: 효소가 전이상태와 더 잘 결합한다면, 전이상태유사체는 효소의 효과적인 저해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전이상태유사체인 많은 종류의 저해제들로 증명되었으며, 현재 특정한 효소에 대한 저해제를 고안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또한 촉매항체 (catalytic antibody)도 이러한 이론에 근거하여 개발되고 있다.
촉매항체란 인위적인 효소로서 개발된 항체를 가리킨다. 항체란 효소와는 달리 기질과 잘 결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항체의 경우는 기질 (항원)과 결합하는 일로 임무가 끝난다. 전이상태유사체에 대한 이론을 도입하면 어떤 기질에 대한 전이상태 유사체를 만들고 이에 대한 항체를 제조하면 이 항체는 기질을 생성물로 전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제조된 항체들은 효소와 같은 활성을 가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어떤 화합물에 대해서도 항체는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인위적인 효소를 개발하는 전략으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