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이 어때서 강경애
아! 성스러워라
,
새벽 6시 새벽잠 흔드는 수런거림에 놀라 뛰쳐나가니
몇 날 을 한 없이 바라보며 따라 왔던 하얀 설산이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네.
경이롭고 성스러워 합장 하며 머리 숙인다.
해는 먼저 저 산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자
저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듯하다.
동 트는 새벽 abc 에는 살 푸시 눈이 내렸다.
안나프르나 까지 오르는 것이 목적이었지 이런 대단한 광경은
상상도 하지 못한... 그것은 환희였다.
동행한 두 딸과 새벽 찬바람도 잊고 손잡고 감사함은
무모한 도전의 쾌거였다
.
2016년 10월 20일 부터 30일 까지 의 날씨는
높은 하늘과 상쾌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에 비바람도 잔잔하였다.
좋은 날씨를 얻는 것은 여행의 큰 선물이다
.
딸랑 딸랑 노새 방울소리 뒤따르며 오르고 오른 길,
나를 버리고 나를 찾아가는 길.
순례자의 심정도 이런 것일까?
한없이 나를 낮추고 나를 버리는 순례자의 마음이 헤아려 진다
설산을 보며 하는 생각~~~!
석가모니는 설산에서 수도하여 도를 깨우쳐 부처가 되셨는데
하얀 백지 같은 마음으로 그냥 걷다보니 4200고지에 오른 나는
나이 80이 자랑스럽다. 도인과 속인과의 차이 인가?
호흡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으나 티벳 고원에서 한번 경험한 터라
관계치 않는다.
엄격하게 표현하면 이것은 여행이 아니라 트레킹이다.
.
이 걷는 과정에서 여행의 묘미도 함께 하니까. 그저 여행이라
명명한다
.
"삶은 우리 자신에게 대해 읽는 책 이란다. 그 책의 다음 장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페이지 넘기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고 하니
어차피 써야 하는 책 잘 써 보려고 천천히 걸으며 삶에 여백을 찾는다.
.
80전에 꼭 하고싶은 계획이 안나프르나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세상 살다 보니 여행의 각도도 조금씩 변해서
약간의 호사를 동반하는 그런 여행보다 트래킹을 하면서목적지가
아니고 그 과정을, 그러면서 그 길에서 얻는 나만의 희열을 즐긴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여행하기를 즐긴다.
늘어지게 도열한 히말라야 산맥과
가슴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드넓은 벌판,
마을 어귀 아이들의 맑은 눈빛
,
돌을 나르는 나귀와 똥 그 퀴퀴한 냄새와 방울 소리
그리고 간간히 지나는 나그네들의 매너, "나마스테"?
내 안의 신이 당신의 신에게 인사한다고...
모두가 저 설산을 닮아서 맑고 투명하다.
펼쳐진 노란 다랭이 논과
펄럭이는 오색 깃발 타르쵸가 “하늘의 뜻을 인간 세상에,
인간 세상의 뜻을 하늘에“ 전하려고
세찬 바람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일상을 뒤로 하고 이런 길에 들어서면 마음은 한없이 투명하다.
내 마음 거울에 나를 비춰보는 이런 시간들을 나는 즐긴다.
그리고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삶들을 적게나마
계획 세우며 시간여행 하기를 즐긴다.
등산객들의 편의 시설들이 생각보다 많다.
롯지, 게스트하우스, 호탤도 있네.
.!
막걸리, 백숙도 있다는 한글판 광고에 웃음이 난다.
나귀 똥 냄새가 시간과 비례하여 구수해질 쯤 이면
그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포토들의 생존하는 모습이
마음에 그림자 드리운다.
그러나 어쩌랴, 생존에는 나름대로의 아픔이 있기 마련이니까
삶에 매달린 그들의 표정도 거의 무심하다
마음이 짠하다.
나이 팔십에 안나프르나에 갔다는 것 보다 그곳에 가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더 신기하다고? 하는 어느 지인의 말에
나는 나이 팔십이 어때서?.
나는 할 수 있는가 보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지나는 사람마다 엄지 척 보이며 미소를 보낼 때 나는 생각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그 마음 찾아 떠나가는 길, 방황한다고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
많은 우회로를 거치면서 무너져 내린 과거를 거울삼아
지금의 나를 찾는 여행, 오늘도 그 길을 찾아 더난다.
우리네 인생길도 여행길이 아니든가?
,
한판 잘 살고 본향으로 돌아 갈 때 빈 마음으로 갈 수 있게.....!
...나마스테!...
첫댓글 잘 쓸려고 한 것보다 그냥 썼습니다.
숙제하는 마음으로 ^^*
놀랍고 존경 스럽습니다.
히말라야의 설산 타르초 꿈같은 얘기입니다
죽은자를 위한 기도. 바람따라 퍼져가는 기도는 산자의 기도도 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글씨가 좀 겹쳐져서 수업시간에
다시 자세히 읽어보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지난 경향 글쓰기 강좌 들은 김순남입니다.
70에 비행기 타기도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80에 안나푸르나 걷기여행을 시도한 것부터 경이롭습니다.
글은 류시화씨의 산문집을 보는 느낌입니다
대단하시고 훌륭하십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 여행을 즐기는 것이 아니고 여행하기를 즐긴다."
이 말이 글 전체에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한 편의 거대 감동 서사시입니다. 어디 갔다 왔다가 아니라 거기 가서 무얼 느꼈는지, 여행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북한산만 죽어라 다녔던 저, 언젠가 히말라야 꿈만 꾸었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글을 보니 꼭 도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