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로 연준의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로 인해 시장에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시장에서 매입 후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매각해야만 하는데요. 이를 그냥 시행하게 되면 이 막대한 물량의 채권을 사줄 데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QT(양적긴축) 스케줄에 따라 시장에 보유한 채권을 매각한다면 말 그대로 채권은 껌값이 되고 시장금리는 안드로메다로 갈 것이 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연준이 매입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어 큰 손해를 볼 것이 너무나도 자명한지라 시장에서 채권의 가격을 어느 수준 이상 끌어 올려놓고 매각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연준이 미국의 중앙은행이며 공적기능을 하는 기관이지만 실제로 그 지분의 많은 부분을 민간이 소유하고 있으며, 주주들에게 배당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은 몰라도 손실을 봐서는 안 되는 것이죠.
그래서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장단기금리차(보통 미국채 10년물 금리 – 미국채 2년물 금리)의 역전 현상과 수익률곡선의 평탄화 등을 유도하여 시장에 경기침체 시그널을 보냄으로서 채권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채 만기 3개월물이나 2년물과 같은 단기채권의 금리에 주로 영향을 주며, 만기 10년물과 같은 장기채권은 경기 호황이나 침체와 같은 시장의 경기 상황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단기채권의 금리가 더 많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 단기채권의 금리가 장기채권의 금리보다 더 높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를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이라 하며, 시장에서는 이를 향후 경기침체의 시그널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금리를 상승시켜 경기침체를 유도하여 시장에서 채권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고 중기적으로는 침체된 경기로 인해 다시 시장 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그간 엄청난 양의 국채를 발행한 미국 정부의 이자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셋째로 역사적으로 돌아봐도 미국의 금리 상승 시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국제금융시장에서 채권발행이나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정부가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어 이들 국가에 자금을 대여해준 투자자들이 지게 되는 위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현재는 우-러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발생한 상황입니다.
이에 불안을 느낀 해외 투자자의 자금들이 저 신용국가나 이머징 마켓에서 대규모로 이탈하여 보다 안전한 자산인 달러나 미국국채에 몰려들게 되어 연준이 매각하고자 하는 채권 물량을 받아 줄 수요가 급증하게 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효과가 더 존재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연재를 시작한 ‘금융위기 10년 주기설에 대해서’에서 추가로 언급할 기회를 갖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연준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급하게 상승시키면 경기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중기적으로 보면 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 가격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자금 유출로 환리스크가 높아지고 유동성이 위축되는 등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꼭 맞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측면도 있다는 생각을 정리한 것이니, 참고만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참고]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채권가격은 오르는데, 이를 금리와 채권가격이 역의 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즉 기존에 발행된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는 시장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서 손해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채권은 만기와 발행시에 정해진 금리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만기까지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한다면 원래의 원금과 이자는 받을 수 있으나, 시장에서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놓치는 것이죠. 즉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오랜 기간 많은 시장 상황을 많이 봐왔지만 요번과 같이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온 경우는 처음봤습니다. 말 그대로 퍼펙트 스톰 상황인데요.
그래서 단기적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냥 보수적인 스탠스를 견지하면서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구 네~~ ^^
미국의 금융정책은 복잡하고도 어렵습니다.
전쟁이나 빨리 끝나길 바랍니다
그러게요..
전쟁만 나지 않았어도...ㅠㅠ
현재의 시장이 왜 이리 요동치는지
큰 그림으로 설명 해주시니 이해가 쉽네요~ 감사 합니다
네.
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