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키우는 강아지 입니다.
우리 집에 온지 만 4년이 되었습니다. 이월에 왔다고 이름이 '이월이'랍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합니다. 얘가 대소변을 밖에서만 하기 때문이죠. 아침 일찍 외출을 하는 날이나 제가 늦게 귀가 하는 날엔 아주 맘이 바빠집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시간이 되는 지 물어보고 당번을 정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산책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눈이 설설 날리며 겨울 오전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눈발이 날리는 것을 보곤 강아지가 갑자기 땅에 딱! 엎드리네요. 그러더니 앞으로 안 나가는 거예요. 지난 가을 낙엽이 강풍에 날릴 때도 그 모습에 걷질 않더니 눈이 와도 그러네요.
제가 안고 나가 내려 놓으니 막상 눈이 닿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 알고는 그냥 앞으로 나아갑니다.
매일 가는 짧은 코스를 마치고는 부랴 부랴 지가 먼저 집을 향해 뛰어갑니다. 눈이 오면 개들은 더 좋아한다던데, 얘는 너무 집에서만 키워서 그런지, 조금만 달라져도 겁을 먹어요.
그 모습에서 저를 봅니다. 저 역시 상황이 조금만 제 생각과 달라져도 겁을 먹고 움추려 들거든요.
토요일 일정이 취소되어 저 혼자 집에 남아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면서, '혼자 영화관에 가서 못본 영화나 봐야지', 했거든요. 근데 눈이 오니 저도 나가기가 싫어집니다. 아직 감기 기운도 남았는데 사람많은 곳에 가면 다시 감기 걸릴 것 같고, 버스에 사람도 많을 것 같고, 우산쓰고 가방들고 걷기도 거추장스럽고,.... 등등
눈이 오는 것 뿐인데, 저 역시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움츠리는 것이죠.
눈이 오는 정도에도 이런데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상태에선 어떻겠어요? 말하나 마나죠.
내적 여정을 하고 의식성찰을 하면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나의 기본 뿌리는 여전함을 봅니다.
울 강아지는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겁이 많을 걸까요?ㅋ
그리 엄하게도 키우지 않았고, 많이 이뻐하기만 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눈을 보고 움츠리는 강아지가 짠하면서도 답답하듯이 그런 제 모습에서도 짠하고 답답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이쁜 강아지......
강아지를 키우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것이 많습니다.
첫댓글 저는 움츠러 드는 유형이 부럽습니다. 몸 안좋아도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해서 나갔다가 더 몸상태를 악화시키죠. 의존형인지 공격형인지 잘 모르겠으나 움츠러들고 싶네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봅니다.
ㅋㅋㅋ움츠러드는 형이 부럽다니요.ㅋㅋㅋ 저는 좀더 제가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답니다.
자기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건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성찰함으로써 서서히 벗어나는 거죠.
그리고 여러 다른 유형이 있어 서로 함께 좋은 공동체를 이루잖아요.
암튼 제글을 읽고 이리 답해 주시니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