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choe'(최미아)의 작업실 겸 전원주택 방문기

[최충웅]

   이미 게시판에 올렸다시피 예정대로 지난 5월 4일(일) 경기도 양지면 대대리에 있는 'mechoe'의 작업실 겸 전원주택을 찾아 나섰다. 이튿날인 5월 5월이 '어린이 날'이고 연휴라서 그런지 희망자는 극히 조촐했다.

   당초 '실로암'이 함께 가기로 하였으나 사정이 생겨 동행하지 못했다. 나와 'It's me!'는 단 둘이서 전원생활 속에 폭 파묻혀 살고 있는 'mechoe'의 거처로 출장가서 미니 도천 동창회를 하고 온 셈이 됐다.

   5월 17일 '제1회 진미모 전체 모임' 행사 준비로 바빠 약속시간 보다 약 30분 늦은 오전 11시 반경 'It's me!'와 만나기로 한 과천종합청사역 옆 코오롱 본사 건물 뒤에 있는 '야시꾸리한 분수대'로 나갔다.

   울긋불긋한 수영복 차림에 풍만한 히프와 가슴을 과장되게 표현한 황인·백인·흑인 아지매 3명이 각자 희한한 폼으로 제멋대로 춤을 추는 사이로 분수가 힘차게 뿜어나오는 프랑스 조각가의 희한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It's me!'를 기다렸다.

   10여분이 지난 후 검은색 라이방을 낀 웬 멋쟁이 중년 여성이 검정색 소나타 Ⅲ의 핸들을 잡고 나타나서는 손을 흔들었다. 자세히 보니 바로 'It's me!'였다.

   'It's me!'가 게시판을 통해 애완견을 한 마리 끌고 나타나겠다고 해서 나는 당연히 뒷좌석에 앉으려고 했다. 근데 운전석 옆 앞좌석에는 간식거리만 가득 쌓여 있을 뿐 애완견은  보이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으면서 이상해서 물었더니 피식 웃으면서 "바로 이 차가 내 애완견이야!"라고 말했다. (내 참 기가 차서 ...)

   연휴라서 그런지 경부고속도로는 엄청 막혔다. 판교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드는 데만도 2시간 이상이나 꽤 걸렸다. 그동안 'mechoe'로부터 "지금 어디쯤 왔나?"라고 독촉하는 벨 소리가 몇차례나 이어졌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용인 시내를 잠시 거쳐 곤지암 방향 국도로 쭉 가다가 양지쪽으로 접어들었다. 길은 몇차례 꼬불 꼬불 곡예를 부리는가 싶더니 '대웅전기' 앞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서 쭉 달려가니 '한터 전원마을'이란 푯말이 나타났다.

  그 푯말을 지나 좁은 농로를 따라 2-3분을 더 진입하니 길 왼편에 아담한 성냥갑 같이 생긴 집 두 채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반. 도로에서 무려 5시간 가까이 교통체증에 시달렸지만 집을 쳐다보니 짜증은 단숨에 달아나 버렸다.

  두 집 가운데 왼편에 있는 것이 바로 'mechoe'의 작업실 겸 살림터란다. 집 앞에는 찰찰찰... 끊임없이 물소리를 내는 실개울이 흐르고, 뒷편에는 관상용 선인장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들이 즐비한 그야말로 전원주택이었다.

  변변한 대문조차도 없는 집 앞에는 흰둥이 진돗개 '진보(進步)'와 다리가 짧아 슬픈 누렁이 잡종견 '금홍이'가 꼬리를 치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 옆집 안쪽으로는 눈과 몸매가 히리비리하게 생긴 검은 점박이 달마시안 한 마리가 경계심 어린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집안으로 들어서니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검둥이 강아지 '괴테'가 현관에서 눈치를 슬금 슬금 보면서 낯설은 'It's me!'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중에 얘기를 들으니 이름 그대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괴테'는 짧은 털에 윤기가 돋보여 족보있는 집안의 개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현관으로 들어서서 작업실부터 시작해서 주방까지 집안을 빙 둘러봤다. 왼편에 있는 작업실에는 뺑끼가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색조의 판화용 잉크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또 그 앞쪽으로는 판화를 찍는 프레스 기계와 함께 편평한 작업대가 다음 일거리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좀 더 안쪽으로 더 들어가 보니 그림, 판화, 설치미술품 등이 마치 잡동사니처럼 두서없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었다. 그 한 귀퉁이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mechoe'가 귀여워 하는 자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바로 이러한 것들이 기묘하게 잘 어울리면서 또다른 의미의 살아 있는 설치미술품이 되고 있었다.

  그 방을 나와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보니 한쪽 벽면을 미술·음악 관련 전문서적과 클래식·팝송 음반이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왼편으로는 중후하면서도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오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ㄱ자'같은 빈 공간에는 편안하게 앉거나 드러누울 수 있는 매트와 쿠션 베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서재 맞은 편 창가에는 좀 오래된 듯한 컴퓨터가 저만치 홀로 떨어져 잠을 자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책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마 달빛이 비치는 밤이면 아주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았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커피 한 잔 마시며, 보고 싶은 책 읽다가 '진미모' 카페도 한번 들러보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그러다가 무료하면 드러누워 새 작품이나 강의 구상도 해 보고 ... 싱글만이 누릴 수 있는 'Simple Life, High Thinking'의 전형적인 나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최근까지 이웃에 살던 소설가 박범신씨가 바로 이곳으로 가끔 찾아와서 음악을 들으면서 명상에 잠기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이웃에 살면서 전원주택을 짓기에 적합한 땅이 나왔다고 소개했던 조각가(서울 시립대 교수) 등 예술가들도 이곳에 종종 모여 술 한잔 하면서 예술과 세상사 얘기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현관 오른편에 있는 주방으로 들어가 보니 왼쪽 방에는 새하얀 시트를 깐 침대가 놓여 있었고, 오른쪽 방에는 옷장에 옷들이 단정하게 걸려 걸려 있었다.

  이 나지막한 전원주택은 외관상은 물론 실내에서도 화려한 느낌은 없었다. 그러나 속세를 벗어나 '자유인'으로서의 자아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차분하고 안정감을 주는 독특한 분위기였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차! 그 전에 'It's me!'가 차에서 뭘 꺼내자고 해서 밖으로 잠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뒷 트렁크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그야말로 한 살림 차릴 만큼의 먹거리가 가득차 있었다.

  닭고기와 쇠고기를 각각 잘게 썰어 넣은 길쭉빵, 치츠를 발라 먹는 동그란 모닝빵, 길쭉한 크로와상빵, 비프 스테이크용 안심, 부루컬리와 함께 자몽·참외·포도 등 신선한 과일을 주방쪽으로 옮기고 보니 아무래도 1박2일은 해야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했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잘 안다'고 역시 싱글의 사정은 싱글이 잘 아는 것 같았다. 물건 사러 나가려면 번거로울 것으로 고려해 아예 한꺼번에 이처럼 많은 먹거리를 사왔단다. 아마 그거 장만하는 데도 돈이 제법 들었을 것이다.

  전번에 It's me!'한테서 저녁을 거하게 얻어먹은 적도 있고 해서 그날은 인근 음식점으로 나가서 내가 한 턱 쏠려고 했는데 그 기회가 완전히 봉쇄된 것이다. (언젠가 내가 빚을 갚기는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래이!)

  우리 피끓는 도천 초등 동창생 세명은 우선 요기부터 때우기로 했다. 'mechoe'가 'It's me!'가 사온 스테이크용 안심에 싱싱한 초록색의 부루컬리를 섞어서 요리를 했다. 이 요리를 조개 수프에 발라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었다.   

  우리는 오손 도손 세상사는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친구, 부모, 형제, 애완견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낄낄댔다. 그 중에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mechoe'가 새끼 때부터 키운 진돗개 암컷인 '진보'의 혼사에 관한 일이었다.

  'mechoe'(나, 최야!)와 'It's me!'(바로 나야!)는 닉네임에서도 그 개성을 알 수 있듯이 'me'(자아) 의식이 강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싱글로 지내고 있다.

  근데도 '자기 머리도 못 깎는 주제'(?)에 발정기에 들어선 암컷의 심정을 헤아려 이웃에 사는 이장집의 수컷과 합방시키기 위해 푸짐한 선물로 예단까지 보냈었단다.  

  겨우 합방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수컷이 암컷과 교미를 한번 해볼까 해서 접근하면 암컷이 워낙 거세게 반발해 끝내 회임에 실패했단다. 그래서 발정기를 지나쳐 버린 '진보'는 아직도 아다라시 숫처녀로 순결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다음 발정기 때에는 그 놈의 성깔 좀 누그러뜨려서 그토록 바라던 회임을 하기를 손꼽아 기다려보자꾸나. 혹시 아나 한 마리 공짜로 분양해 줄지!  

  근데 'mechoe'는 싱글만이 누릴 수 있는 온갖 호사를 이처럼 다 누리고 사는 것 같은데도 몇 년안에 다른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려고 한단다.

  4-5년 후에는 부모님이 예전에 사 놓은 땅이 있는 강화도쪽으로 터전을 옮기겠다고 한다. 그곳에 작업실과 살림터는 물론 개인 미술관까지 새로 지어서 작품도 만들면서 부모 형제들과 죽을 때까지 말년을 보내는 게 꿈이란다. 나같은 비(非)싱글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어서 부러웠다.     

  이런 두서도 없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몇시간 동안이나 유쾌하게 이어졌다.

  그러다가 소화도 할 겸 해서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마을 뒷편에 있는 고급 전원주택들을 구경하러 나섰다. 시냇물이 흐르는 물가에 크고 작은 정원석을 쌓고, 그 틈새 사이로 갖가지 꽃나무들이 심어 놓아 눈길을 사로 잡았다.

  얕은 언덕배기에는 서양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나무집들이 우뚝 솟아 잔디 정원을 내려다 보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 집사람 안 데려 갔으니 천만 다행이지 함께 갔더라면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전원주택들을 둘러본 후 전날 야간 당직을 해서 밤새 잠을 못 잔 'It's me!'가 2층 다락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싶다고 했다. 'mechoe'는 그를 위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자장가용인 고즈넉한 곡을 골라 틀어주고는 나와 함께 마을 뒷산 산보에 나섰다. '진보'와 '금홍이'의 목줄도 풀어줘 동행시켰다.

  청주 한씨 선산 속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진보'와 '금홍이'가 마음껏 뛰어다니며 길라잡이 역할을 자청했다. 그렇게 풍광이 좋은 곳에 무덤과 비석들이 줄지어 자리잡아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멀리 왼편으로는 아시아나 골프장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마을 농가들이 석양에 반사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하산하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길 옆 공터에는 대리석을 요리조리 깍아서 다양한 추상물을 만든 뒤 화려한 색조를 입힌 조각물들이 널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 눈에 보아도 보통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조각가가 이곳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든 후 전시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산을 내려오니 'It'me!'는 단잠에서 깨어나 있었다. 58년 개띠 3명이 나란히 앉아서 '진보', '금홍이', '괴테'에게 간식 모이를 나눠 주며 한가한 한 때를 보내노라니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하지만 별유천지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집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니 집 왼편 텃밭 쇠고랑에는 'mechoe'가 야채를 심기 위해 덮어놓은 잡초 방지용 비닐이 눈에 띄었다. (오늘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고추·토마토·배추·치커리·상추·쑥갓·겨자채 등의 파종을 최근에 끝냈단다.)

  또 현관 오른편에는 자주빛 과꽃이 다소곳이 피어 있고, 집 옆 모퉁이에는 영양가 높은 채소인 머위가 그 넒은 잎사위를 널부린 채 드러누워 있었고, 담쟁이 넝쿨은 이제 막 벽을 타고 등반을 시작하고 있었다.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주변 논밭에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왔다. 집앞 실개울에서는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낮에 보다 훨썬 더 크게 울려왔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저녁을 먹으로면서 또 다시 얘기 꽃을 피웠다. '진미모'와 오랫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에 관한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듯 시간은 흘러 흘러 밤 11시를 가르켰다. 아쉽게도 나와 'It's me!'는 무릉도원인  'mechoe'의 전원주택과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서둘자 'mechoe'는 'It's me!'에게 아직도 가득 남아 있던 먹거리들을 싸주려고 했다. 그러자 'It's me!'는 장보기가 번거로운 'mechoe'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맛있게 먹으라고 사양하는 가운데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훈훈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타협점이 마련됐다. 'It's me!'가 가져간 먹거리는 놓아 두고 가는 대신, 'mechoe'가 우리를 위해 직접 쑥을 캐서 준비해 두었던 수제비 거리는 'It's me!'가 가져가기로 했다. (우리 도천 출신 아-들의 우정이 이리 진하다는 걸 느그들 이제서야 알겄제, 그자?)

  'mechoe'와 그 자슥들('진보', '금홍이', '괴테')의 뜨거운 전송을 받으며 'It's me!'와 나는 어둠속을 헤치며 페달을 밟았다.

  반나절간의 전원생활을 경험하고 귀가하는 도중 찻 속에서 노곤함과 더불어 졸음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마음 깊숙히 쌓여 있던 각종 스트레스와 찌거기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kakoo]

글의 길이로 보건데,이는 분명히 못해도 사흘 밤낮은 혼숙했음이 분명하니, 진실을 밝혀라. 그것이 알고싶다.어떻게 이렇게 늘려서 설풀라이제이션을 할 수 있는지. 근데 '라이방'이 아니면 고글이냐?

[들꽃]

좋은시간 이었겠어~~ 며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글 구경만 하고선...그 곳의 평온함을 느끼면서 몸이 나아지는 듯하구나. 미아와 같은반은 하지 않았지만 어릴적 모습들은 기억이 나네~! 그 모습에서 조금 확대해서 보면 되겠지? 이번에 함께 왔음 좋겠건만...

[mechoe]

에고~~글은 잘보았네만~이 몸이 병마와 투쟁하느라 별글을 못올림을 용서하게. 잠시 방문기만 보구 가시네~쩝. 드뎌 내일이군~진해로 가는 멋진일이,가시는 걸은걸음 사뿐하길~.

[kakoo]

고새 어디가? 그날은 개얀더니. 어쩐 먹는게 션찮더라 늙으면 아픈게 제일 서러운데. 우야꼬.가볼 수도 없고.

[mechoe]

힝~~놀거 놀구 나니 (한가해지니...)그간 좀 수그러 들었던 감기가 미치게 재발혀서리....그져~늙으면 죽어야지(밑지구 장사한다는 거랑 같은 얘기지?).오늘은 조금 ,아니 많이 좋아졌구먼.또 일이 있어서 나가야하니 꽤두 못피우구.... 자~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길~특히 진해 출발팀들 멋진 추억만들기를 바라며~이만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