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평화
김 권 섭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이효석의 고향 메밀꽃이 피는 산골 마을은 온통 불꽃이 장관을 이루고 4차 산업혁명의 진수를 보는 듯 했다. 태고의 여인들이 무용총 장군총에서 나와 그 뼈와 살에 생기가 돋아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춤을 추니 온 세계인들이 더덩실 춤을 추고 다섯명의 어린이들이 백호를 희롱하며 함께 살아가니 약육강식이 없는 평화의 땅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핵무기를 실험하고 세계를 위협하고 긴장의 도가니였는데 남북은 각자의 국기도 내려놓고 한반도기를 펄럭이며 보부도 당당하게 입장하니 평화의 땅이 도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상원사 범종소리에 맞춰 빛나는 문화유산이 더덩실 춤을 추고 인류문명의 상징 수레가 평화롭게 굴러가니 현대자동차의 원류를 보는 듯 했다.
우리 조상의 시조 모 웅녀가 나오고 인면조가 땅과 하늘을 연결해주니 이 땅에 평화가 나타남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사슴이 뛰 노는 곳에 천제단 신단수를 모시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니 평화의 비둘기가 은하수에 이르니 행동하는 평화, 조화와 융합, 열정과 평화의 올림픽이 평창에서 시작되었다.
개회식이 열린 강원 평창군 올림픽 스타디움은 오각형 모양에 지붕이 없는 개방형 구조다. 본래 대규모 황태 덕장이 있던 장소답게 대관령 특유의 칼바람이 휘몰아친다. 일부 외신은 이번 대회 기간 평창의 2월 예상 체감온도가 영하 14도 내외가 될 거라며 1994년 릴레함메르(영하 11도)보다 추운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영하 8.7도, 실제 온도는 영하 2.7도였다. 지난 7일 예측한 예상 체감온도 영하 10도 내외보다 높은 수치다. 하늘도 감동하는 평온한 축복의 날씨다.
미리 혹독한 추위를 보여줘 두꺼운 패딩과 털모자, 방한화를 신고 ‘완전무장’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항공사 핀에어에서 근무하는 미코 트루티아이넨(46ㆍ핀란드)씨는 “하늘이 너무 파랗고 공기도 맑다. 추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원래 동계 올림픽은 추운 게 정상”이라고 웃었다.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출신인 앤드류(30)씨는 “내 고향이랑 날씨가 비슷한데, 우려했던 것 보다 덜 추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말한다.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돌봐주시는 천제 창조주의 역사하심이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환영 연설에 이어, 국제 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등장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난 다음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회선언을 요청했다.
"제23회 동계올림픽 대회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개회 선언 후 평창 스타디움 주변에서 화려한 불꽃이 터져 17일간 열전의 시작을 알렸다.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래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림픽으로 15개 세부종목에 102개의 금메달을 놓고 25일까지 열전을 펼친다.
평창올림픽은 92개 나라에서 온 2천920명의 선수가 참가해 출전 국가와 선수에서 동계올림픽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선수 145명, 임원 75명을 합쳐 선수단 220명.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4개 등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순위 4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측과 북측 선수단이 공동 입장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이 전세계에 평화를 알렸다. 선수 입장식은 그리스 선수들이 가장 먼저 스타디움에 들어선 이후 한글 표기법에 따른 국가명 순서대로 입장했다.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첫 배경음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주제가였던 '손에 손잡고'였다. 선수단이 연이어 들어올 때 올림픽 스타디움은 전 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이 흘러 나왔다. 90번째로 입장한 국가는 홍콩. 91번째는 코리아였다. 남북 선수단은 역대 10번째로 공동 입장했다. 한국 봅슬레이 원윤종과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황충금은 함께 하늘색의 한반도 기를 들었다.
평창 올림픽은 1988 서울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대구 세계육상대회,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였으니 세계 4대 스포츠 개최국 그랜드 슬램을 세계 6번째 달성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를 했다. 개막식 자체보다 남북한의 화합이 감격적이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이 이번 대회 개막식에 참석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각국 수반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만남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남북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한 핏줄이라는 기쁨을 느꼈다. 앞으로 조속한 시일에 남북관계 개선의 획기적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을 하면서 정작 태극기는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개회식장 곳곳에서는 물론, 개회식 공연에서도 태극기가 등장해 개최국으로서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태극 문양을 표현한 개회식 공연은 그 중 첫 번째였다. 개회식은 태극 문양의 원리를 나타내며 대한민국을 형상화했다. 370여 명에 달하는 장구춤 무용수들은 태극 문양의 푸른색과 붉은색이 의미하는 '음'과 '양'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무대 중앙에 있던 무용수들이 순식간에 태극 문양을 완성해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태극기가 스타디움에 게양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스타들이 평창 올림픽을 한껏 빛냈다. 스포츠를 뜨겁게 달궜던 스타들이 깜짝 등장. 강광배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박세리 전 골퍼, 진선유 전 빙상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이승엽 전 삼성 라이온즈 타자, 황영조 바르셀로나 마라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서향순 양궁 LA 올림픽 전 금메달리스트, 임오경 바르셀로나 핸드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유도 LA 올림픽 전 금메달리스트가 주인공.
이들 8명이 태극기를 잡고 경기장 가운데에 위치한 태극기 게양대로 이동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열린 동계 올림픽 태극기 게양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등장하며 그 의미가 더해졌다. 이날 태극기 게양에 참가한 인물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다.
강광배는 썰매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세 종목에서 모두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진선유 또한 쇼트트랙에서 최강자 계보를 이었던 선수이며 이승엽은 KBO리그의 전설적인 타자이자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주역이다.
황영조도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을 이었던 선수이고 서향순, 임오경, 하형주 모두 한국 스포츠계의 전설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전통의장대가 이를 이어받아 전 관람객들의 애국가 제창과 함께 태극기를 게양하며 이번 대회가 대한민국에서 개최됨을 전 세계에 알렸다. 태극기는 이번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펄럭이게 된다. 관람석에서도, 선수단 입장에서도 태극기는 쉽게 볼 수 있었다. 많은 국가 선수들이 자국 국기와 함께 태극기를 손에 들고 흔들며 입장했다. 관람객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맞았다.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면서 이번 대회 평화 올림픽으로서의 의미를 드높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10일부터 본격적인 열전에 들어간다. 이날 개회식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 미래를 한 눈에 보여주는 한 편의 웅장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오륜기의 표현법. 오륜기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 관중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1218대의 드론이 바로 그 주인공.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정체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 컴퓨터그래픽(CG)이었다.
이번 공동 입장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역대 10번째이자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다. 코리아가 입장할 때 스타디움에는 한국 민족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이 흘렀다. 이번 평창 올림픽 출전 국가는 총 92개국이다. 북한이 한국과 공동 입장하며 91번째가 마지막이 됐다. 남북이 하나 되어 단일팀으로 이루어짐은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되고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정착 및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것이다.
드론은 불을 밝히고 내려오는 스키어들과 함께 움직였다. 1218대의 드론들은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의 모습을 공중에서 형상화했다. 컴퓨터그래픽 같았던 드론의 움직임은 스키어들이 오륜기를 그려내자 더욱 드라마틱하게 움직였다. 공중에서 곧바로 오륜기 모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 깜짝 놀랄만한 연출이었다. 드론오륜기는 인텔의 기술과 우리의 합작으로 개막식에서 선보인 기술로 인텔은 '최다 무인한공기 공중 동시비행'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이후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가 진행됐다. 쇼트트랙 전이경이 성화를 들고 올림픽 스타디움에 나타났다. 이어 '골프 여제' 박인비가 성화를 이어 받았고 세번째로 성화를 받은 이는 전 축구 국가 대표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성화를 들고 성화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 이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박종아, 정수현이었다. 이들은 성화를 나란히 들었다. 가파른 경사대는 순식간에 계단으로 변했고 박종아와 정수현은 120개의 슬로프 계단을 올라갔다. 성화대 위에는 김연아가 스케이트를 탄 상태로 있었다. 현역 시절 가장 주옥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어서 성화를 건너 받았다. 성화는 달 항아리에 채화되어 겨울 밤 하늘을 환하게 밝혔다. 평창의 성화대는 세계에서 제일 평화로운 성소였다.
첫댓글 마치 실황중계를 생생하게 접하는 느낌입니다.
선생님의 유려한 문장이 분위기를 고조시키는군요.
역시 하나님이 보우하시는 대한민국 만세네요.
북핵이 전쟁의 그림자를 늘어뜨린 가운데서도 남북이 손을 잡고 공동입장하니
세계평화가 한반도에서 그 완성을 향해 내닫고 있네요.
세계는 한국으로! 아름다운 모습에 감격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두서없이 써 봤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어 한 반도기를 펄럭이며 등장하는 것이 감격적이었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불안했습니까.
남과 북이 하나 되어 악수하고 축하해주니 참 보기 좋았습니다.
과분한 댓글 감사하고 추위에 감기 조심하세요.~^^
평창 올림픽 개막식 공연행사는 전반부는 못보고 후반부만 보았는데
한국의 아이티 기술격을 유감없이 보여주더군요.
드론을 이용한 오륜기 표현은 압권이었습니다.
동계 올림픽 개막식 공연행사는 최근 들어 처음 봤는데 ‘과연 잘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우리나라의 IT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갈수록 놀랍게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