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필을 쓰는 요령
1. 좋은 수필의 요건
우리는 일상생활에 많은 수필을 읽게된다. 그러나 마음에 감동을 받기가 어렵다.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될까? 우선 좋은 글이 되게 하려면 다음의 내용을 잊지 말자.
1. 글의 주제와 내용에 있어서
(1) 글의 내용이 충실해야 한다. (2) 주제가 선명해야 한다.
(3)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4)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5)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6) 감동이 있어야 한다.
2. 글의 짜임새는
(1) 논지(論旨)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2) 내용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2) 문장이나 단락이 연결성이 있어야 한다.
3. 글의 표현은
(1) 표현이 정확하고 명료해야 한다.
(2) 표현이 쉽고 간결해야 한다.
(3) 수사적 표현이 있어야 한다.
2. 단어와 문장 구조
문장에 있어서 구조와 단어는 똑바르게 써야한다. 단어가 잘못 사용되면 엉뚱한 의미를 나타나게된다. 그러므로 문장에 알 맞는 단어를 선택해야한다.
1. 단어의 선택
(1) 단어의 표현 효과는 이렇게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 구체어 : 대상이나 행동을 지시하는 단어
+ 추상어 : 관념적인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
+ 일반어 : 보다 포괄적인 범주의 상위 개념어
+ 특수어 : 보다 한정된 범주의 하위 개념어
+ 지시적 의미 : 사회적으로 공인된 객관적 의미 → 객관적 전달의 효과
+ 함축적 의미 : 지시적 의미에서 연상되는 의미 → 느낌.인상.정서의 효과적 표현
(2) 단어의 선택 과정
지식적 의미 이해 → 문맥적 고려 → 함축적 의미 고려
2. 문장 구조의 선택
(1) 문장 구조의 표현 효과
① 홑문장 : 강렬한 인상, 간결성, 명료성
② 이어진 문장
ㆍ 대등하게 이어진 문장 : 평행 구조
+ 유사구조 : 균형감
+ 대립구조 : 차이점 강조
+ 점층구조 : 점층적 강조효과
ㆍ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 : 종속구조 → 글의 논리적 전개에 효과적이다.
③ 안은 문장 : 포유(包有) 구조
두 단위의 생각을 일원화하는 간결성의 효과와 구체화의 효과가 있다.
3. 문장쓰기
자기의 생각을 어떻게 문장으로 표현해야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려운 단어나 추상적인 생각으로 문장을 쓰지 말아야한다.
1. 문장의 개념 : 하나의 완결된 생각의 표현단위. 주어와 서술어를 포함한 두 개 이상의 성분으로 이루어진다.
2. 좋은 문장의 요건
(1) 평이성 : 쉬운 말, 부드러운 말투를 쓰며, 관념이나 추상어, 상투어는 피한다.
(2) 간결성 : 말을 절약, 문장을 짧게 하며, 한 문장에는 한 가지 내용만을 쓴다.
(3) 정확성 : 어법, 문법을 지키며 모호성을 띠지 않도록 주의한다.
4. 단락쓰기
단어의 모임이 문장이다. 문장은 연결성이 있어야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이 같아야한다. 그러면 단락들의 문장은 다음을 잊지 말자.
1. 단락의 개념 : 하나 이상의 문장이 모여서 통일된 하나의 생각을 나타내는 글의 단위로 되어 있어야한다.
2. 단락의 구조 : 작은 주제문 + 뒷받침 문장
(1) 작은 주제문은 일반적이며 추상적인 진술
(2) 뒷받침 문장들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진술
① 추상적 진술 : 개념적, 원리적, 요약적
② 구체적 진술 : 특수적, 분석적, 묘사적
3. 단락 구성의 원리는 통일성, 완결성,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1) 통일성 : 단일 주제에 수렴되어야 한다.
(2) 완결성 : 주제를 충분히 뒷받침해야 한다.
(3) 일관성 : 뒷받침 내용은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어야 한다.
5. 주제 설정
글에는 어떤 주제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글의 중심은 재미가 있고, 쉽고, 감동적이어야 한다.
1. 주제 : 한 편의 글을 통하여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생각을 정한다.
2. 주제 설정 기준
(1) 범위는 되도록 한정한다. (작은 것)
(2)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또 잘 알고 있는 것을 고른다. (쉬운 것)
(3) 독자에게도 관심과 흥미가 일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재미있는 것)
3. 주제설정과정
가주제 - 범위가 넓고 막연한 범주의 주제
참주제 - 가주제에서 범위가 한정된 주제
주제문 - 참주제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진술한 문장
6. 재료의 수집과 선택
1. 재료 : 주제를 뒷받침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글감
2. 재료의 요건
(1) 주제를 뒷받침할 것 (2) 확실할 것 (3) 풍부하고 다양할 것 (4) 관심거리일 것
3. 재료의 정리
(1) 내용이나 성격이 비슷한 것끼리 묶는다.
(2) 중요도, 시대순 등의 기준에 따라 배열한다.
(3) 편견에 치우치지 않도록 배열한다.
7. 글의 구성
1. 구성
(1) 개념 : 주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선택한 글의 전개 방식에 따라 수집, 정리한 제재를 알맞게 배열하여 글의 뼈대를 짜는 것
(2) 기능 : 글의 설계도 구실을 하며, 글의 단계성, 일관성, 응집성을 유지하게 한다.
(3) 구성의 방법
① 자연적 구성 : 시간적 순서나 공간적 질서에 따라 제재를 배열하는 방법
② 논리적 구성 : 제재 자체의 자연적 질서를 무시하고 필자의 의도에 따라 논리적인 연관성을 갖도록 제재를 배열하는 방법 → 단계식 구성, 포괄식 구성, 병렬식 구성, 점층식 구성, 인과적 구성
2. 개요작성
(1) 개요 : 구성을 그대로 정리하여 놓은 것
(2) 개요의 종류
① 화재의 개요 : 줄거리의 각 항목을 핵심적인 어구로 간결하게 표현한 개요
② 문장의 개요 : 줄거리의 각 항목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한 개요
8. 분석과 묘사
1. 분석 : 하나의 관념이나 사물을 구성요소로 나누어 가는 과정
(1) 분석의과정 : 대상식별→기준결정→이유진술→목적명시→항목배열→항목정리→내용제시→분석의 마무리
(2) 종류
① 대상에 따라
㉠ 물리적 분석 : 공간적 분해 가능 경우
㉡ 개념적 분석 : 내용 분석의 방법
② 작용에 따라
㉠ 기능적 분석 : 작용에의 답형식
㉡ 연대기적 분석 : 사건의 계기적인 단계 구명
㉢ 인과적 분석 : 원인과 결과 구명
2. 묘사 : 대상의 감각적 인상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언어로써 그려내는 지적 작용
(1) 묘사의 유의점 : 치밀한 사건 관찰.지배적 인상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것만을 묘사.일정한 순서에 따른 전개
(2) 관점
① 고정 관점 : 고정시켜 관찰한 묘사
② 동적 관점 : 시점 이동의 관찰 묘사
③ 얼개 형상의 방법 : 대상이 방대하거나 상상적인 공간에까지 확장되는 경우에 채택
(3) 종류
① 객관적 묘사 → 정확하게 표상
② 주관적 묘사 → 분위기, 감정, 인상 창조
9. 분류와 예시와 정의
1. 분류 : 대상이나 생각을 비슷한 특성에 근거하여 기준을 정해 부분으로 나누는 지적 작용
◎ 분류의 유의점 : 단일한 기준 설정·일관된 기준 적용·기준간의 상호 배타성·하위 항목의 충실성·하위항목에 대한 동일성·분류정도에 대한 진실성
2. 예시 : 특수진술이나 특수사항으로 예를 제시함으로써 유형, 계층 부류 등 일반적인 원리나 법칙, 진술을 구체화하는 지적 작용
◎ 예시의 유의점 : 사례의 구체성·일반적 진술과의 관련성·거례(擧例) 의도의 명확성
3. 정의 : 어떤 대상 또는 사물의 범위를 규정짓거나 그 사물의 본질을 진술하는 지적 작용
◎ 정의의 유의점: 피 정의항과 정의항의 대등성·정의항 개념의 명확성·용어의 반복 사용 회피
10. 비교와 대조와 유추
1. 비교와 대조 : 둘 또는 그 이상의 대상들을 견주어 공통점을 밝혀 내는 지적 작용이 비교, 그 차이점을 밝혀 내는 지적 작용이 대조이다.
(1) 기능
① 공통점 - 사물을 다른 사물에 견주는 것
② 차이점 - 비교 : 언어적, 형태적 유사성 대조 : 종류, 특성, 정도면의 차이
(2) 유의점
① 동일 범주 내 사물간의 대비
② 필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기준 설정
③ 시간, 공간, 가치의 연속성에서 배열될 기준 설정
2. 유추 : 생소한 개념이나 복잡한 주제를 단순한 개념이나 주제와 비교해 나가는 지적 작용
◎ 유의점
① 다른 범주에 속하는 것이어야 함
② 알기 쉽고 친밀한 사물과의 비교
③ 두 사물 사이에 유사성이 있어야 함
11. 서사의 과정과 인과
1. 서사 : 행동이나 상태가 진행되어 가는 움직임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표현하는 진술방식
(1) 목적 : 대상의 행동이나 상황의 변화 양상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 독자에게 뚜렷하게 재생되도록 하는 것
(2) 유의점
① 시간, 움직임의 단계 구분, 이동관계의 명확성
②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시간의 흐름을 뒤바꾸지 말 것
2. 과정 : 결과에 이르게 된 일련의 행동, 변화, 기능, 단계, 작용 등에 초점을 맞춘 전개방식
(1) 목적: 관계와 절차에 초점을 둠으로써 주제를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드러내 주는 데 있다.
(2) 유의점
① 각각의 단계와 절차의 주제에의 집중
②움직임을 나누는 단계의 기준이 균일해야 하며, 각 단계의 이동 관계를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3. 인과 : 원인이 되는 힘과 결과적 현상에 관계된 사고유형
(1) 목적 : 구조적 인식을 위해 행동, 사물의 인과 관계를 드러낸다.
(2) 유의점 : 필연적인 인과관계·체계적 순서·인과관계의 유기적 연결·진술의 동일성
12. 표현 기법
1. 표현기법(수사법) 선택의 원칙
(1) 조화의 원칙 : 문장에 균형, 정제, 해조의 미를 주도록 표현법의 효과를 고려하여 구사한다.
(2) 구상의 원칙 :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막연한 것에 형태를 부여하여 생생하면서도 뚜렷한 인상을 주도록 한다.
(3) 증의의 원칙 : 어떤 사물에다 다른 사물의 뜻을 덧붙임으로서 내용에 음영을 주어 풍부하게 하고 암시를 줌으로써 상상의 여지를 남기도록 한다.
2. 표현 기법의 종류
(1) 비유법 : 표현하려는 사물을 다른 사물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서 그 자체의 성질, 모양 등을 뚜렷하고 선명하게 하여, 공감의 폭을 넓히고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기법. 은유.직유.의인화.활유.대유.성유.시사.풍유.중의 등
(2) 강조법 : 표현하는 내용보다 강렬하게 드러내기 위하여 취해지는 기법. 과장.영탄.반복.열거.점층.점강.억양.대조.미화.연쇄.비교 등
(3) 변화법 : 문장이 단조롭고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표현 방법에 변화를 주는 기법. 대구.설의.도치.인용.방어.역설.문답.돈호 등
13. 단계별 쓰기
1. 서두쓰기
(1) 서두의 성격 : 독자의 주의를 끌어 들이고, 글의 내용을 함시하여 주제의 방향을 제시
(2) 서두쓰기의 방법
① 글의 내용, 방법 등을 밝힘
② 글의 주제나 관련 화제를 직접 제시
③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 인용, 예화, 경험
④ 대상의 뜻을 정의하는 것으로 시작
2. 본문쓰기
(1) 본문의 성격 :몇 개의 제재에 의해 서두의 주제가 보다 명확해지는 글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
(2) 본문쓰기의 방법
① 개요에 의거하여 전개한다.
② 단락의 소 주제문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③ 접속 어구에 유의하여 단락과 단락의 연결을 매끄럽게 한다.
3. 결말쓰기
(1) 결말의 성격 : 서두와 유사항 성격으로 서두 본문에서 전개해온 내용은 요약.정리함으로써 주제를 명확히 하는 부분
(2) 결말쓰기의 방법
① 본문을 요약하고 보충한다.
② 남은 과제나 전망을 제시한다.
③ 암시하거나 여운을 남긴다.(서사적인 글)
14. 고쳐쓰기
1. 개념 : 일단 만들어진 초고에 첨삭을 가하고 문맥을 가다듬어, 처음 설정한 주제가 일관되면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글로 만드는 글쓰기의 마지막 과정
2. 퇴고의 원칙
(1) 삭제의 원칙 : 불필요한 부분, 지나친 부분 조심하고 과장이 심한 부분들을 삭제한다.
→ 표현의 긴장 효과
(2) 부가의 원칙 : 미비한 부분, 빠뜨린 부분을 첨가.보충한다. → 표현의 상세화 효과
(3) 재구성의 원칙 : 글의 순서를 바꾸어 표현의 효과를 높인다. → 논리적 완결성의 효과
3. 퇴고의 단계: 전체 글의 퇴고 → 단락 수준의 퇴고 → 문장수준의 퇴고 → 단어수준의 퇴고
우리부부의 고민
김 학
맞선 한 번 보고 결혼한 우리는 시쳇말로 웃기는 부부다. 씨름꾼도 아닌 나의 몸무게는 88킬로그램인데 반해 미스코리아도 아닌 아내의 몸무게는 그 절반도 안 되는 43킬로그램이다. 살을 빼려고 고민하는 나는 식성이 좋은데 살이 찌지 않아 고민하는 아내는 늘 입맛이 없다며 끼니때마다 께적거린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나는 새벽에 눈을 뜨기 무섭게 집에 설치한 ‘알칼리 이온수’ 한 컵을 받아 꿀꺽꿀꺽 마시지만 아내는 물마시기를 싫어한다. 마신 물은 금세 대소변과 땀, 침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한 번 마신 물은 우리 몸속에서 90일 동안이나 핏줄을 타고 떠돌면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몸 밖으로 나온다.
우리부부는 입맛도 다르다. 비만형의 나는 대식가요 저체중인 아내는 소식가다. 내 얼굴은 갸름한데 아내의 얼굴은 둥글넓적하다. 또 나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과 오리 등 고기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채식을 좋아한다. 나는 소주를 즐겨 마시지만 아내는 술을 사갈시(蛇蝎視)한다. 우리부부가 모처럼의 합의로 냉면집에 가더라도 나는 비빔냉면을, 아내는 물냉면을 시킨다.
우리부부는 기호도 다르다. 아내가 나에게 술을 끊으라고 하면, 나는 아내에게 장모가 술 한두 잔쯤 마실 줄 알아야 사위가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우리부부가 의견일치를 보기란 남북회담대표의 합의점 찾기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도 우리부부는 2남 1녀를 낳았다. 그 아이들이 결혼하여 우리 곁을 떠난 뒤 우리는 비둘기처럼 부부만 산다. 우리 집의 식탁분위기는 정겹다. 36년이란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서 부부애가 깊어졌다. 나는 끼니때마다 살 좀 찌라며 아내에게 내 밥을 서너 숟가락씩 덜어 주는데도 내 몸무게는 더 줄어들지 않고, 그렇다고 아내의 몸무게가 불어나지도 않는다. 나는 내 살을 떼어 주는 심정으로 밥을 덜어 주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어 안타깝다. 요즘 나는 아무리 술을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이 한없이 부럽다. 없어서 먹지 못하는 것도 서럽지만 먹을 것이 푸짐한데도 먹을 수 없는 내 처지는 더 괴롭다.
우리부부는 건강한 물을 마시고자 지난 7월 하순쯤 주방에 ‘알칼리 이온수기’를 설치하였다. 그 뒤부터 우리는 마음대로 이온수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끼니때마다 알칼리 이온수로 밥을 짓고 국과 찌개를 끓인다. 그런 까닭에 밥맛이 참 좋다.
우리부부는 아침마다 1시간 남짓 산책을 하고 돌아와 몸무게를 측정해 보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어떤 날은 내 몸무게가 줄었다고 희색이 만면하고, 또 어떤 날은 아내의 몸무게도 덩달아 줄었다며 얼굴을 찡그린다.
나는 지난 8월 뱃살을 빼려고 한약을 복용하면서 한 달 동안 금식을 했었다. 처음 나흘간은 밥을 먹지 않고 한의사가 준 환약과 고비탕(高肥湯) 그리고 저지방 우유에 섞은 대체식(代替食)을 먹고 과일과 채소반찬 그리고 이온수로 공복감을 메웠다. 또 26일 동안은 점심때만 잡곡밥 반 그릇을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대체식과 과일, 채소반찬, 이온수로 배를 채웠다. 그리하여 나는 몸무게를 5킬로그램이나 줄였다. 그 덕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나의 혈압이 낮아졌다. 남들은 하나같이 날씬해졌다며 나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데 나만 살이 빠진 게 아니라 아내까지도 살이 4킬로그램이나 빠졌으니 그게 문제다. 두 식구가 살면서 남편이 금식을 하는데 아내가 밥을 지어 혼자 먹을 수는 없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아내마저 금식을 한 꼴이다. 나는 끼니때마다 대체식을 먹었지만 아내는 그것도 먹지 않았으니 나보다 아내의 고생이 컸을 것이다. 그 뒤 아내에게 보약을 한 제 지어 복용시켰지만 아직도 아내의 체중에는 변화가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6․25한국전쟁 후유증이 심각했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는 흉년이 자주 들어 먹고 싶어도 먹을 밥이 없었다. 또 끼니때마다 밥을 얻어먹으려는 거지들은 왜 그리도 많이 찾아왔는지 모른다. 그때 가난한 사람들은 상추에 된장만 싸서 빈 배를 채우는 게 예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농민의 아픔은 아랑곳하지 않고 살이 찐다면서 밥 먹기를 꺼린다. 쌀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쌀 소비는 오히려 거꾸로 자꾸 줄어든다니 안타깝다.
때로는 조물주가 원망스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간이나 콩팥 등 사람의 장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러기에 때때로 부모에게 장기를 기증했다는 효자이야기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몰래 장기를 사고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서로 살을 주고받을 수는 없을까? 요즘 우리부부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 하긴 이게 어찌 우리부부만의 고민일 것인가?
*金鶴 약력
1980년 월간문학 등단/《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등 수필집 10권, 수필평론집《수필의 맛 수필의 멋》/전북수필문학회 회장, 대표에세이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역임/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전담교수/e-mail: crane43@hanmail.net http://crane43.kll.co.kr
561-778 전북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1가 한신휴플러스@10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