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을 정년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초등학교 보안관으로 모 초교에 재직중이다 보니
초교에는 “자율휴업일” 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율휴업일”은 연간 4~5일 범위 내에서 학교장 재량으로 법정 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교사와 학생은
물론 교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도 출근하지 않고 쉴 수 있는 날이다.
그래서 매년초에 수립하는 학사일정에 “자율휴업일”을 미리 지정해 놓는다.
그런데 지정된 날을 살펴보면 주로 공휴일 전후에 붙이거나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끼워 넣어서 연휴가 되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타부처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체의 근로자로서는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정당한 법정 연월차 휴가를
신청하는 것 조차도 눈치가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특혜(?)이다.
교사들은 사실상 휴가라고 볼 수 있는 방학이 있는데도 이에 더해서 연간 4~5일간의 휴일을 덤으로
향유할 있으니 휴가에 관한한 초교는 그야말로 꿈의(?) 직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원래 “자율휴업일”의 취지는 학부모들은 쉬는데 어린 자녀들이 학교에 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거꾸로 학부모들은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본질을 벗어난 형태로 운영되어 “자율휴업일”은 교사들이 연휴를 즐기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초교의 9월 학사달력을 보면 2학기 자율휴업일 이틀을 추석연휴 다음날인 23, 24일에
연속적으로 끼워 넣어 18일 토요일부터 기산하면 무려 9일간의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여느 때 같으면 학교장이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나도 덩달아 그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겠지만 작금의 상황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작년 초부터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잦은 임시 휴업과 단축수업, 온라인 수업 등으로 수업결손 뿐만 아니라
법정 수업일수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자율휴업일”을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지
선뜻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곳도 아닌 일선 교육현장인데 수업결손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어린 꿈나무들의 교육 백년대계를 생각했다면 연초에 미리 확정해 놓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율”사항인데
이를 철회하고 등교 수업을 해야 함이 교육자다운 의사결정이 아닐까?
문득,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실전에 처음으로 투입되었던 모 프로 선수가
"나에게 공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라는 요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오래전의 기억이 떠 오른다.
조직사회에서는 새로운 보직을 받거나 책임자로서 발탁되었을 때 그에 따른 책무를 버겁게 느끼고
올바른 직무수행을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새로이 부여된 권한과 누릴 수 있는 혜택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홀했던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점이 부각되어 왔고
이를 개선, 개혁하고자 국가적 차원의 과제를 정하고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점차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등의 복잡 다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작은(?) 결심 하나로
당장에 실천이 가능한, 소소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개선 과제가 조직 이기주의, 집단 이기주의의 장벽 등으로
인하여 번번히 좌절되고 지연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목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초교의 “자율휴업일” 운영 실태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 켠에 가득하다.
어쨌거나 “자율휴업일” 덕분에 나는 오늘 여유롭게 커피를 마셔가며 이 글을 쓸 수 있는 반사이익을 누리고는
있지만 그다지 개운치 않음은 내가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는 말로 대표되는 저간의 세태에 둔감한 탓일까?
에이, 내가 아무리 떠들어 봐야 메아리 없는 일과성 외침에 불과할 터인데 ...
이런 쓰잘데 없는 문제의식을 이제는 버려야지 하는 푸념이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첫댓글 공감백배 입니다.
초등학교의 자율 휴업일 뿐이 아닙니다.
몇 안되는 직원에,
연휴에 맞춰 또 자신의 정해진 휴가를 쓰고,
출산 휴가 3개월에다 자신이 낸 휴직을 일년간 쓰고
빈 공간에 직원을 채용할 수도 없게.
퇴직 할 시에는 권고사퇴로 해 달라고 하며
물론들어 주지 않겠지만,
6개월 간의 임금을 고용 노동부로 부터 받아내고 등,
날마다 직장을 못 구하는 청년들이라고 메스컴에서 떠들어 되지만,
직원을 못구해 쩔쩔매는 소기업도 많습니다.
최저임금제로 인하여
자영업자들 문닫아야 하는 등...
노동법규 다 몰라서 옮기지도 못하네요.
누구만을 위한 노동법규이지요.
항상 시원한 글 올려 주시는
이젠백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콩꽃님의 댓글 감사드리오며,
저는 부분적인 사례를 가볍게 터치해 본 것인데 자칫 일반화된 사례로 침소봉대 되어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는 절대 다수의 교사들에 대한 이분법적인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렇군요. 정말 학교는 방학도 있는데,
학생들을 위하여 자율휴업일을
탄력있게 사용하면 좋겠군요.
그렇죠....
이런 문제는
"운영의 묘" 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정답인듯 싶습니다...
ㅎ
학교 보안관이라시니 옆에서 보게되는 일이라 여러생각이 드시나 봅니다
저는 북미에 살고 있습니다
여기도 자율학습 같은 피디데이라는 날이 있습니다
연휴를 끼워서 정하지는 않지만요.
고등학생들 3시면 방과 끝이니
우리 아이들 이곳 아이들 보다 공부 시간이 너무 많아요 ~~
아, 미주에 거주하고 계시는군요.
교육제도에 관한한 큰 틀에서는
국가별 차이는 없는 것 같더군요.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별난(?) 교육열 탓이겠지만
아이들의 공부시간이 과도하게 길다는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
댓글, 감사드립니다 ....
그런 제도가 있군요.덩달아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어찌보면 선진국의 노동제도, 휴일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그리 된 것
같기도 하고, 자기 소신에 의해 적절하게 규정을 운용할 수 있는
재량이 필요할 것도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행복하세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율휴업일" 이라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요구에 의해 생긴 제도는 분명히 아닐터인데
어찌하다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개재되어
대다수의 교사들은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기요
보안관님
너무나 공감가는 글이라 생각해
추천 꾸~욱 눌렀어요
괜찮죠? ^^
추천 꾸~욱 보다는 막걸리로 가득히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본의 아니게 위화감을 촉발할 수 있어서
나름 조심스럽게 접근해 본 주제인데
공감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지난 목,금요일 학교 재량 휴일이라던 울큰외손녀 말이 생각나네요.
직업상 곁에서 여러 면으로 세세히 살펴보시니 단점도 보이시나 보군요.
과도기를 거치고 나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사실, 이런 문제는 ...
본문에서 제가 언급하였듯이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저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상외로 장기간에 걸쳐서,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적인 생활패턴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도기가 지나면 좀 더 나은 결과가 주어지리라는
긍정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조금은 합리적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제가 이 나라에 왔을때 국경일이 휴일이면
다음날 노는 날로 정하고 기념일은 대부분
몇번째 주 월요일로 하는 등.... 그런 점에 놀랐죠.
지금 코로나 사태인 시점에서는
또 다른 의견이 있을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잘 모르는 일이기에 이만....
Many thanks for your kind attention to the topic that might be controversial in a sense
since everybody has his/her own tastes
Thanks ag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