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일진얼짱 강세혁이.. 애/아/빠?!⊙ㅡ⊙;;] 31~40편

출처 : ╋소설나라╋ (<a href="http://cafe.daum.net/sosulnation" target=nlink>http://cafe.daum.net/sosulnation</a>) 작가 : ㅍㅏ란ㄴㅏㄹㅏ (<a href="http://go.daum.net/bin/go.cgi?relative=1&url=/Mail-bin/login_f.cgi%3Ferror%3Dlogin%26lu%3D/Mail-bin/send_mail.form.cgi%3FTO%3Dgod-bo-ssam@hanmail.net">god-bo-ssam@hanmail.net</a>) #31 "뭐래냐?" "많이.. 아프데.. 제명오빤 좀 어때..?" "좀 많이 패닉상태. 본가로 다시 들어갔어." 소영이도 몇 일째 몸살로 침대에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제명오빠도 별 다를게 없나보다.. "걘 대체 어떻게 되 먹은거냐? 지가 버리고 지가 아파하냐?" "그렇게 말하지마" "참, 나 웃기는군.." 머리를 짚으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녀석.. 녀석 또한 당사자들 못지않게 힘이들겠지... "제명이 약혼한다." "응.. 그래......뭐어!!!!!!!!!!!!!" "약혼한다고. 다음달 쯤.." "누구...랑....?" "주연희." 주연희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소영이가 힘들 때 제명오빠의 옆에 있던 그 여자일테지... "....ᄂ...." "응?????" "너라면.. 어떻할거냐고.." "뭘." "만약.. 우리 집에서.. 너한테도 나랑 헤어지라고 한다면.. 그러면 넌... 어쩔래..." "왜... 오빠집에서 나랑 헤어지래?" 녀석의 진지한 표정이 난 불안하게 만든다... 정말로.. 그런 건가...?" "뭐야. 진짜 헤어지래?" ".......대답이나 해..." "................................." 어떡할까..나라고.. 소영이와 별다를 게 있을까....? "난.... 잘 모르겠어..." "한은별." "만약.. 내가 오빠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난 오빠 옆에 있을 가치가 없어...." 내 말을 다 들은 녀석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가치 따지면서 무슨 사랑을 하냐?"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게 함께하는 거잖아.. 그런데 같이 있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면..." "됐다. 너 설마.. 걔네 헤어졌다고 나 안볼 생각 하는거 아니지...?" 사실은.. 그것 때문에 고민하다 어젯밤 잠 못 이룬걸..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런 생각 하고 있다면 당장 버려. 걔들은 걔들이고 우리는 우리다. 바보는.. 하나로만 족해.." ".............................." "아 씨발. 문진서 이 새끼는 왜 이렇게 늦어!!!" 잔뜩 화가나 입이 뿌루퉁 나와있는 녀석. 하지만 정말 많이 고민이 되.. 나라면 어떻게 할까.... 소영이보다 더 낳은 답을 낼 수 있었을까....? 한가지 확실이 알고 있는건.. 헤어진다는 결정을 내린 소영이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 한참 늦은 진서오빠가 들어오고 앞으로 소영이와 제명오빠의 일에 대해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하고있다. "약혼식에 가서 깽판을 놓는 건 어때?" "바로 쫒겨 날걸. 게다가 너 이미지 팍 상하는 거 알지?" 약혼식을 망치자는 세혁놈의 주장과 제명오빠와 소영이를 납치해서 외딴섬에 둘만 있게 해주자는 진서놈의 의견대립이 한참 이어지는데 대체 난 끼어들 틈도 없다-_- "오빠!!!!!!" "뭐, 뭐야!!!!" 한동안 조용히 있던 내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질렀더니 가슴을 쓸어내리던 두 녀석 다 날 쳐다본다. "있잖아.. 결혼시켜주자." "뭐?" "무슨 소리야. 누굴 결혼을 시켜-_-" 말귀도 단박에 못 알아차리는 놈들...-_- "소영이랑 제명오빠지 누군 누구야!! 외딴섬에 데려가는 건 어렵지 않잖아. 끌고 가서 우리끼리만 보는 결혼식을 치러 주자고." "이미 헤어진 거 다시 붙여 논다고 소영이가 잘도 달라붙겠다..." "우리끼리 해 봤자 무슨 의미가 있냐. 헤어지게 만든 제명이 집안 사람들은 알아주지도 않을 거.." 두 사람의 반응은 전부 시큰둥 하다. 하지만.. 내가 낸 의견이 제일 좋은것 같단 말이야!!! "해! 해 보지도 않고 뭐!!! 둘이 사랑을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소영이는 제명오빠 앞길을 자기가 막는다는 게 제일 힘든거니까.. 제명오빠 마음 확인하고 나면 다시 어떻게든 될거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합창하듯 되묻는 놈들...-_- 무섭구려... "그 두사람 한테는...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조건 하나가.. 빠져 있거든..." "어딜 가는데!! 나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은 환자란 말이야!!!" "그러게~ 너 아픈데 싹 낫게 해줄 데라니깐!! 이 언니를 믿어라~ 가자~~~" 싫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소영이를 끌고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를 탔다. 세혁놈과 진서놈은 제명오빠를 꼬셔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 제명오빠도 모든 상황을 알고 있고.. 소영이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체 나에게 붙들려 끌려 가고 있다. 제발.. 이번일로 소영이와 제명오빠가 다시 합체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와~~~" 여기는 인도네시아의 모로타이섬이다. "진짜 좋다~~" "그러게. 여기는 따듯하네?" "응. 근데 여긴 어떻게 온거야. 너 돈은 어디서 났어? 비행기 값만 꽤나 들었을텐데..." 가장 넘기기 힘들 것 같은 질문.... "응.... 그게.. 니가 요새 너무 아프니까.. 이 언니가 걱정이 되서.. 돈 좀 썼다. 케케케" "그래..? 고마워 별아..." "어, 어엉?" 이렇게 나오면 안되는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소영이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아직도 몸이 많이 아픈가...? "이, 일단 가자~ 좀 어두우니까 호텔가서 저녁 먹고 내일 아침부터 구경하자~~" 소영이를 질질 끌고 미리 세혁놈이 예약해 두었다는 호텔로 가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여기 음식.. 진짜 맛없다....ㅠ" "미투야.." 정말 이런 음식은 처음이다.. 김치~ 플리즈~~~ 그래도 내일의 계획을 위해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지... 대충 씻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웠다. 잠자리가 바뀐 탓에 잠 못자고 계속 뒤척거리고 있는데 잠든 줄 알았던 소영이가 입을 열었다. "별아.. 자니..?" "응? 아니?" "나.. 지금 기분이 이상해..." "뭐가-_-" "우리 이렇게 같이 있는 거.. 얼마만이더라..? 지난번에 수학여행 갔다 오고 나서는 처음이잖아..." "그러네...." "수학여행 갔다 오고 나서부터 많은 일이 있었지...?" "응...." 소영이는 잠에 들것 같은 목소리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너 기억나..? 수학여행 가서.. 나 너랑 같은 방 쓰려고.. 니 방 애랑 싸웠었잖아...." "응.. 그래 맞아.." "그때.. 그 기지배가 제명오빠 날라리라고 욕해서.. 나 막 밤새 우느라 잠 못자고 다음날 관광 나갔다가 쓰러졌었잖아..." "응.. 맞아..." "그 때.. 제명오빠가 짠.. 나타나서... 나 안아들고 병원까지 뛰었던 것도 기억나..?" "그럼..." "킥. 그 때 정말 좋았는데...." "소영아..." "슬슬 다 잊었을 것 같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다시 생각이나.. 추억이라는 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은 추억들이 원망스럽기만 해.." "소영아..." 차분하게 가라앉은 소영이의 목소리와는 달리 내 목소리는 울먹거리며 막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았다. "어딜가도.. 추억이 없는 곳이 없어.. 심지어 대문 앞에라도.. 그래서 밖에 나가는 게 힘이 들어..." "......................." "그래도.. 언젠가는.. 이 추억들 생각하면서 나 웃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위로하곤 했어..." "흐읍.........." "울지마 별아.. 나 정말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도.. 그래도 괜찮을거야.." "소영아..... 소영아..." "조금.. 아주 조금.. 오빠 집안사람들이 밉기도 했는데.. 그런데.. 그러지 않기로 했어... 내가 오빠를 만나서 행복한 시간을 가진 것.. 그 일이 있기위해 꼭 있어줘야 했던 사람들 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난 소영이의 손을 꼭 잡았다. 이렇게.. 이렇게 착한 소영이한테.. 왜 그렇게 큰 시련을 주셨어요.... 왜 그렇게 큰 아픔을 주셨어요.... 이런 시련을 내린 하늘도 밉고.. 소영일 지켜주지 못한 제명오빠도... 너무너무 미워요..... #32 제 사랑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지만... 단 한가지.. 가지지 못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그를 향한 나의... 「믿음」입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당신을 믿을 걸 그랬어요.. 날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을...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우리 아파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조금만 더... 믿을걸 그랬어요..." by. 소영 아침 일찍부터 소영이를 깨워 대충 옷을 입혀 호텔의 숍에 갔다. "여긴 뭐하는 덴데...-_-" "여기 섬 전통 의상 입는데. 진짜 이쁘데. 인터넷에서 봤어. 빨리빨리!!" 소영이를 재촉해 미리주문해 뒀던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만졌다. "진짜 이쁘다~~" "#$@#%&@$%&" 뭐라고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무튼 예쁘다고 하는 것 같았다. 소영이가 입은 옷은 이곳에서만 입는 전통 혼례복이었다. 머리도 신부가 하는 머리로 했다. "넌 안입어?" "응? 으응....." 어쩔 수 없이 나도 이 곳의 옷을 입고 호텔 앞에서 택시를 탔다. 녀석들과 만나기로 한 곳에 도착 한건 약속시간이 40분이나 지나서였다. "여긴 뭐하는데야..?" "응? 무슨... 신전 같은거... 일껄.....^__^;;;" 의아해 하는 소영이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 "안돼 소영아!!!" 신전안에 있는 제명오빠를 보고 돌아나가려는 소영이를 붙잡았다. "별아, 너 지금.." "소영아. 너 지금 힘들어.. 너한테는 가장 필요한 게 빠져 있어.. 너도 알고 있잖아...." "조금만 더 나를 믿어...." 낮은 중저음의 제명오빠의 목소리가 신전안에 울려퍼졌다.. 난 소영이를 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제명오빠가 조금씩 소영이를 향해 다가왔고 난 살짝 옆으로 빠져줬다. "왜 이렇게 늦었냐? 옷은 또 그게 뭐야?" "이거 하느라 늦었어. 자기만 입힌다고 뭐라 그래서...-_-" 옆으로 슬쩍 다가오는 세혁놈을 살짝 야려 주고 소영이를 쳐다봤다. 제명오빠는 소영이를 데리고 진서놈이 서 있는 단상 앞으로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 김제명은.. 김소영만을 아내로 맞아..." "오빠!!!!!!" 소영이가 중간에 말을 끊어버려도 제명오빤 말을 멈추지 않았다. "평생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절대 다시는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아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지켜 내겠습니다. 떠난다해도... 이제는 보내지 않겠습니다... ....사랑하는 거 다 알아 임마.." "오빠...." 소영이는 이미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너 혼자 아프게 만들었다.. 나 때문에 혼자 너무 많은 생각하게 했어.. 너 단세포인거 다 아는데 힘들었지..?" 제명오빠의 짖궂은 농담에도 소영이는 계속 울고만 있었다. "세상 사람들을 모두 적으로 돌린다 해도.. 너 하나만 내편이면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여기 있는 모두가 다 알아..." 소영이는 고개를 쓱 돌려 날 쳐다보았다. 난 세혁놈의 팔을 잡고 씨익 웃었다. 한참 잠잠하던 진서놈의 차례가 왔다. "신랑 김제명군은 김소영양을 아내로 맞아 평생 행복하게 해줄 것을 약속합니까?" "네." 제명오빠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흠흠.. 신부 김소영양은 김제명군을 신랑으로 맞이해 평생 사랑하고 믿을 것을.. 약속합니까...? "....................................." 소영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초조한 듯이 제명오빠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난......" 모두들 소영이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 "난.. 사랑해도.... 되요.....? 나 오빠 사랑해도.. 그래도 돼요...." "물론이지." 제명오빠는 소영이를 꼭 끌어안았다. 계속 지켜보기만 하던 녀석은 나를 끌고 신전 밖으로 나왔다. "이야~ 오빠 한건 했네? ᄏᄏ" "이거 였냐...?" "응? 뭐가." "니가 말한거..." "뭘-_-" "믿음.. 이라는 거 말이다....." 붉어진 얼굴로 날 빤히 쳐다보는 세혁놈. "믿으니까.........사랑할 수 있는거야....." 모든 사랑을 다 갖춰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때론 아무 것도 없이 믿음 하나만 가지고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거.. 알고 계세요..? 사랑을 하기위해 행복도 필요하고.. 질투심도 필요하고.. 배려심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믿음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가 않아요// 믿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거니까요... #33 "우움....." 지끈 거리는 머리를 짚고 일어나 앉았다. "히잉..." 어제 너무 많이 술을 마신 탓인지 머리가 깨질 듯 아픈 것이.....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방안을 둘러봤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작은 액자.. 어제 녀석의 합격축하파티를 하면서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 김에도... 저 액자를 책상 위에 꺼내 놓는 것은 잊지 않았나 보다.. 아무튼 못말려...-_- 어젯밤에 씻지도 않고 잠이 들었는지 머리는 떡이지고 옷은 그대로 이고... 일어나 씻고 거실로 내려갔다. 「온천여행 갔다 오마. 니 오빠한테 전화 오거든 잘 받아 놓으렴.」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는 작은 쪽지..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온천에 간대고 했었던 것도 같고... 근데 나 집에는 어떻게 왔지........-_-;;; 밥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올~~~" 사랑하는 오마니~~ 딸 속쓰린 건 어찌 알고 콩나물국까지 끓여놓으셨어~~ᄏᄏᄏ 식탁에 이것저것 꺼내 놓고 짧게 밥은 먹은 뒤 소파에 앉아서 한참 TV를 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용~" -나다. "나? 나가 누구신데용~" -까불래? 말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세혁놈 같은데 목소리가 영 아니다-_- "어제 술 많이 마셨어? 목소리가 왜이래." -무슨 술을 마셔. 너 취했냐? "아니. 인제 다 깼지. 참. 나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어? 오빠가 데려다 줬어?" -한은별.... "응???? 왜?????" -너 죽을래!! 나 여기 워싱턴이다!! 워, 워싱턴...? 뭐야.. 무슨 지금 워싱턴 에.....................!!!!!!!!!!!!!!!!!!!!! "오, 오라버...니........." -나 지금 비행기 탄다. 너 집구석에 쳐 박혀서 얌전히 있어! 알았냐? 난 후딱 전화기를 내려놔 버렸다. 세혁놈 인줄만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니 오빠한테 전화 오거든 잘 받아 놓으렴. 니 오빠한테 전화오거든.. 니 오빠한테.. 니 오빠............" "우아ㅡ악!!!!!!!!!!!!!!!!!!!!!!!" 소파에 풀썩 주저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난.... 인제 죽었다...-_- "은별아~ 엄마 마중 나갈 테니까 얌전히 집에 있어라~ 어디 나가서 있지 말구~" "으, 응... 알았어 엄마....." 엄마가 차를 끌고 멀어지는 모습을 보고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소영아. 나." -응. 뭐야, 아침부터... "야. 나 죽었어. 지금 니네 집으로 간다." -응? 갑자기 왜? 죽긴 왜 죽어. "아무튼 나 지금 간다고." -그, 그래. 집으로 오지말고 신촌으로 와. 나 지금 나갈 거였으니까.. "오케이." 가방을 들고 아무도 없는 집을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빠져 나왔다. 이대로... 오빠 손에 죽을 수는 없어ㅠ_ㅠ "에엑?" "휴......" "진짜야? 진짜 오늘 도착이야?" "응.. 1시 도착 비행기래... 나 진짜 죽었어... 으으...." 어제의 그 전화를 떠올리면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오빠는 내가 술 마시는 거 끔찍히 싫어하는데... 재작년 오빠가 휴가를 왔을 때도 내가 친구들하고 맥주 한캔 정도 마시고 술 냄새 풍겼다고 날 엄청 야단쳤었다. 엄마아빠도 가만히 있는데 대체 오빠가 왜 이러시는지... 시스터컴플랙스놈....-_- "나 진짜 어떡하냐....." "뭘 어째. 그나저나.. 은우오빠 전에도 정말 멋있었는데... 더 멋있어 졌겠지?" 소영이는 어릴 때부터 우리 오빠를 졸졸졸 따라다녔었다. 소영이의 첫사랑이 우리 오빠라는 건 우리집이나 소영이네 집에선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제명오빠 귀에 들어가면 난리가 날테니..... 입단속 해야겠다...-_- "세혁오빤?" "어제 문자 왔었어. 세아랑 여기저기... 세아가 요새 같이 안놀아 줬다고 잔뜩 삐쳤거든...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ㅠ_ㅠ" "뭐 할 수 없잖아. 은우오빠가 온다는데 너 몇 일씩이나 집 비우면 정말 맞아 죽으려고...-_-" "그러게나 말이야... 후우........." "한숨은 그만 쉬고 나가자. 나 신발 좀 사게." 소영이를 따라 여기저기 뒤적거리며 온 거리를 다 뒤집고 다녔다. 소영이 신발 사는김에 나도 사고, 신발 산 김에 옷도 사고, 옷 산김에 가방도 사고, 가방도 삼 김에 화장품도 사고.... "아무튼.. 충동 구매가 문제야...ㅠ_ㅠ"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우리집 문 앞에 서있었다. "오, 오빠.........." "한은별...-_-" "에, 에헤헤헤^^ 오빠야~~^ㅡ^ᅇ" "너 어디 갔다 오는거냐?" "소영이랑 쇼핑..좀..." 난 손에 들린 쇼핑백을 오빠 앞에 흔들었다. "들어가자." 오빠놈은 쇼핑백을 뺏어 들더니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아니. 이 놈이 진짜 왜이래...-_-;;; "은별이 왔니? 늦었구나. 집에 좀 있으라니까..." "아, 잠깐 소영이 좀 만나려고..." "그래, 참 이리와." 난 시끌시끌한 거실에 멍하니 서 있었다. "오...빠.......?" "인사해라. 진서희야. 인사해. 내 동생 은별이." "아, 안녕하세요? 진서희라고해요. 은우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은별아. 뭐하니 어서 인사하지 않고!!" 옆에서 다그치는 엄마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오빠를 쳐다봤다. "오빠....?" "은별아! 니 새언니 될 사람이야. 얼른 인사하지 못하겠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못했단 말이야....... "ᄆ..해..." "은별아...?" "미안.. 미안 오빠. 난 아직 아니야." 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항상 함께 있었던 오빠.. 엄마보다 엄마 같고.. 아빠보다 아빠 같았던 오빠... "알지만.. 다 알고 있지만..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싫어.........." #34 몇 일째 오빠의 얼굴은 마주치지 않았다. 오빠가 몇 번이나 방에 찾아왔었지만 문을 걸어 잠그고 열지 않았다. -여보세요? "오..빠....?" 부드러운 목소리.. 떠나지 않을 나만의.... -뭐야.. 무슨 일 있냐? 목소리가 왜이래.. "아무 일도 없어... 오빠.. 보고싶다....." -너 뭐 잘못 먹었냐? "이쁜 소리 해줘도 그런다-_-" -................... "오빠....?" -감동 받아서 그런다 임마. 오늘 저녁에는 집에 들어갈거다. 내일 아침에 만나. 참, 콩나물 국 맛있었냐? "응??? 무슨...?" -안 먹었냐? 나름대로 잘 끓였다고 생각한건데... 그거.. 니가 끓인 거였어..? 엄마가 끓인 게 아니고.....? "밥도... 오빠가 했니....?" -응? 아아.. 어. 잘 안됐냐? 다 될 때까지 있을라고 했는데 너무 늦었길래. "....................." -야.. "....................." -야.. 진짜.. 맛 없었냐.....? "........오빠는.... 정말 좋은 신부같아~" -죽을래-_- "꺄아아~ 정말... 정말로.." -누군지 내 마누라는 진짜~ 좋겠다. "그러게~" -탐나지 않냐? 내 마누라자리? "왜. 탐난다고 하면 시켜주려고?" -뭐.. 좀 생각해보고~ "뭐!!!-_-" -쿡. 농담이다. 내일보자. 끊는다. 녀석과 전화를 끊고 난 후엔 항상 마음이 포근해진다. 아까까지 우울하기만 했었는데.... 왠지 들떠서.... "후우............................." 침대에 걸터 앉아 그냥 빈둥대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은별..씨...? "누구..." -나 진서희에요. 좀.. 만나 주겠어요? 싫어요...라는 말이 목까지 차 올랐지만.. 난 조심스럽게 알았다고 대답했다. 한번은.. 얘기를 해 봐야 하는걸... 전에는 대충 봐서 잘 몰랐는데.. 진서희라는 여자는 정말 예쁘고 가늘었다. 남자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지켜 주고 싶은 스타일... 왠지 낯설지 않은 얼굴... 평범하고 흔한 얼굴이 아닌데.. 어째서 일까...? 한참을 내 눈치만 보던 그녀가 살며시 입을 열었다. "은우씨와는.. 그러니까 은별씨 오빠와는... 4년 전에 런던에서 만났어요...."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많은 용기를 내서 말하고 있을거란 생각에.. 그냥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하고 있던 공부를 잠깐 미뤄두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을 갔을 때 였어요.... 나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템즈강변에 앉아 있었는데.. 자살충동이 들어서 뛰어들려고 했었어요... 그 때.. 날 말려준게 은우씨에요....." 그녀는 이젠 한방울 한방울 눈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때..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났을 때.. 생각했어요.. 은우씨가 살려준 목숨... 은우씨를 위해 살고 싶다고요... 삶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나지만.. 그런 날 살려준 사람이거든요, 은우씬... 그래서... 함께 있고 싶었어요......" "얘기 다 하셨으면 그만 일어날게요." "은우씨가! 은우씨가.. 어제 말했어요.. 당신이 인정해 주지 않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요..." 난 돌아 나가던 걸음을 멈춰섰다. "당신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그렇다면... 나와 헤어지겠다고 했어요..." 참.. 이상한 여자다.. 바보같은 여자야... 보통은 여동생따위가 반대한다고 해도 밀어붙이는 거라고..ㅡ0ㅡ "난 오빠에게 있어서 여동생일 뿐이지.. 오빠의 인생을 책임질 정도의 사람은 아니예요. 선택하는 것 또한 오빠의 몫이구요.."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휴~~" 자꾸만 새어나오는 한숨에 입을 막아도 별반 다를바가 없다. 핸드폰을 꺼내 오빠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네. 한은우입니다. ".........................." -여보세요? "오..빠.........." -별이니? "저녁.. 먹었어...?" -아니, 아직. 넌 먹었니? "나도 아직... 오빠가 사줘.." -어디니? 오빠가 지금 나갈께. 언제나 내 걱정만 가득 담겨 있던 목소리.. 나만을 향해 있던 눈... "전부... 마지막이야......" 오빠와 다정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기다리면서 있는데 아무런 말도 못하고 꼼지락 거리기만 한다.. "은별아..." "응, 오빠..." "난.. 지금도 니 걱정에 잠을 잘 못자.. 아니..?" 오빤 늘 그랬다.. 날 두고 뉴욕으로 처음 갔을 때도 나 때문에 일주일은 불면증에 결렸었다고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잖아.. 내가.. 너무 어리니까...?" "그렇지..? 9살 차이나 나는 동생이라..." "오빠..." "항상.. 늘.. 매번 걱정이었던건 오늘이었다.. 어떻게 너한테 말을 꺼내야 할지 힘들었어..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도 계속 걱정만 가득했어.. 어떻게 하면.. 니가 이해해줄까...?" 이미.. 결정은 내려진거다.. 더이상 망설여서 오빠를 아프게 하지마... "오빠.. 그 사람을.. 사랑해......?" 계속 물어보고 싶었던 말.. 절대 물어보지 않으려고 꾹꾹 감춰두었던 말.. "응.. 많이.." 그리고 이젠.... "놓아줘야 겠지..? 사실은 나도 있거든.. 사랑하는 사람^^" "안돼!!!" "왜에!! 싫어싫어!! 아무튼 난 인정 해 준거다! 나중에 뭐라고 딴소리 하게만 해!!" "쿡. 알았다." 오빠는 시원스럽게 웃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동생아.." "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오빠야.." 나만.. 행복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내가 세혁놈에게 가버리면 오빤 다시 혼자가 되는 걸.. 오히려 그녀에게 감사해야 하는거야... 가족은.. 헤어져도 함께이기 때문에 가족인 거니까.. 하늘이시여.. 난 오빠를 놓아줬습니다. 그러니 이젠.. 오빠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덤으로 새언니두요^0^ #35 "오빠?" "응. 좀 나이차가 심하지?" "뭐.. 딸이랑 15살 차이나는 아빠도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세혁놈과 시내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들을 했다. 그리고..... "오빠가 오빠 보고싶데....." "-_- 너한테 오빠가 한둘이냐." "우리 오빠가 당신 보고싶다고 한다고!!!" "당신이라.. 듣기 나쁘진 않은데~" "강세혁!!!!!" "휴...."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세혁놈.. 왜 그러는 거야 또.. 힘든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만이라도 얘기하고 기대 줬으면 하는 때도 있는데.. 지 잘나 사는 놈이라 그런지 절대 약한 모습은 잘 보이질 않는다.. 보고싶다고 앵앵거리는 세아 때문에 녀석의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아까부터 녀석은 계속 아무 말도 없다.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 한데..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하잖아 정말ㅠ_ㅠ "꺄아~ 아줌마~~~" "세아야^^ 잘 지냈니?" "응~! 빨리빨리!!!!" 세아는 날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면서 방방 뛰었고 녀석은 아무 말 없이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또 회사일이 밀려있나...?-_- "아줌마~ 빨리 와봐! 빨리!!!" "왜에~" 난 세아의 손에 이끌려 세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와~~" 세아의 방은 온통 꽃 천지였다. 그것도.. "과..꽃....." "응응! 아줌마 탄생화라고 했잖아~ 아빠한테 말해서 이렇게 했다. 나중에 아줌마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면 아줌마 방도 이렇게 해줄께!!!" 세아는 단호한 표정으로 밝게 웃었다. "세아야." 난 세아를 꼭 안았다. 세아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난..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 "..........0_0..................................." "진짜진짜 좋을 것 같아. 그치, 아줌마?" "쿡.." 난 세아를 떼내어 침대에 앉혀 놓고 손을 꼭 잡았다. "그러면 너 나한테 엄마라고 불러야되. 아줌마 말고.." "나도 알아! 그런 것 쯤은.." 세아는 입을 뾰루퉁 내밀더니 폴짝 뛰어 거시로 내려갔다. 세아를 따라 내려 왔다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놈의 방 문을 쳐다봤다. "세아야.. 아빠 일이 많으시니..?" "응? 아니. 요새는 할머니가 전부 하고 계신데.." 대체 뭘 하느라 저렇게 방에 처박혀서 나올 생각을 안하는거야...-_- 조심스럽게 녀석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뭐야." 책상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제끼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들어 날 올려다봤다. "오빠..." "이리와.." 난 녀석에게 다가섰다. "휴우...." 녀석은 내 허리를 꼭 끌어안고는 연신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오빠..." "........" "오빠아......." "응......." "있잖아.. 저금 주제넘을 지 모르겠지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뭐가....." "그냥.. 전부.. 내가 해줄 수 있는게 뭐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오빠한테 난 늘 기대기만 하잖아..." ".................." "가끔은 오빠도 좀 기대고 그래도 되....." "어 어깨 넓은 거 알아." "그런 얘기가 아니거등...-_-" "은별아." "응?"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왜?" "우리... 여행갈래???" "갑자기 무슨...." 녀석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여행이라면 나야 좋기는 하지만.. 이런식으로 진지하게 나오면 절대 좋아하는 표정을 마음 껏 지을 수가 없다. "오빠..?" "방학 끝나기 전에 한번 갔다오자.. 나 학교 가기 시작하면 만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게 될 텐데..." "그래? 그럼 소영이랑 제명오빠랑.." "우리끼리만." "......!!!!!!!!!!!!!!!!!..........." 무슨 천재지변이 일어나려고 이러는지.. 녀석이 단 둘만의 여행을 떠나잔다. 우히히히~ "갈래말래." "갈래!! 갈래, 가!!!!" "그래. 그럼 내일....." "내일?? 그렇게 빨리?" "방학 얼마 남지도 않았어. 해외로 갈까? 넌 어디 가고 싶은데 없어?" "응? 글쎄....." 가고싶은 데라면 많고도 많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각하려니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몰디브로.. 갈까..?" "응?" "몰디브말이야. 전에 살짝 들은적이 있거든.. 오케~이. 자자. 나가자~" 녀석은 나를 거실로 끌고 나와 소파에 앉았다. "오빠.." "저녁 먹고 집에 가서 준비하고 있어. 여름 옷 몇 벌만 챙겨 놔.. 다른 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가정부 아주머니가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 준 저녁을 먹고 녀석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왔다. < < < < < < < < < < 몰디브 > > > > > > > > > > 야자수로 장식된 섬들과 눈에 띄게 흰 모래톱, 코발트 블루 환초에 둘러싸인 바다, 바닥까지 보이는 따뜻한 바닷물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산호군과 물고기. 남북으로 754km, 동서로는 118km의 군도로 이루어진 공화국으로 국가공식언어로는 디베히어를 사용하며 몰디브를 방문하는 이들은 주로 유럽인들로 리조트내에서는 영어나 불어, 독일어 등이 골고루 사용된다고 한다.. 몰디브는 이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낙원중의 한곳으로 마르코 폴로는 이 곳 몰디브를 "인도의 꽃...flower of the Indies" 라고 표현했고 이븐바투다는 "세상의 경이중의 하나"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36 "우와~~~" 함성이 절로 터져난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녀석도 꽤나 즐거운 모양이다. 녀석과 단둘이 처음 떠나는 여행. 몰디브~~/// "우선 리조트에 짐부터 놓고!!!" "몰라몰라! 빨리 수영하고 싶단 말이야!!!!" "까분다. 바로 집으로 갈래-_-" 나쁜놈.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녀석이 미리 예약해 논 리조트로 들어갔다. "우와~~" 한번에 10명 이상의 고객은 안받는다는 이 리조트는 정말 아름다웠다. 책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아늑한 집.. 가방을 툭 던져놓고 베란다로 뛰어나갔다. "와와와와~~~~!!!!!!!!!" "시끄럽다. 조용히 좀 해." "오빠! 빨리 와봐. 빨리!!!" 녀석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기적어기적 걸어왔다. "진짜 예쁘다... 그치? 진짜진짜 예쁘지?" "쿡. 그래." 녀석은 시원하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바닥에 버려져 있는 가방을 집어 옆 구석에 잘 세워놓고 손가락질을 했다. "뭐-_-" "일로 오라고!!!" 후다닥 뛰어 녀석의 옆에 섰다. 이 놈은 좋으면서 맨날 성질만 내지만.... 그래도 좋다~ 언제 공부했는지 녀석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곳의 언어를 쏼라쏼라 대면서 이것저것 체크하고 있었다. "진짜 심심해...ㅠ_ㅠ" 당장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고 싶지만... 네버 안된다는 녀석의 말에 푹 기가죽어 로비에 앉아 입만 삐죽이 내밀고 있었다. "가자." "응?" "나가자고. 바닷가는 내일 들어가. 오늘은 좀 늦었으니까. 그것보다 따라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등 뒤로 삐죽 내민 녀석의 손을 꼭 잡았다. 보이진 않지만 지금 아마 얼굴이 새빨개져 있을 테니까.. "뭐야. 이거 타려고?" "왜? 싫어?" "아니아니." 난 재빠르게 잠수함 안으로 들어갔다. "난 이런거 처음이야. 안 가라 앉겠지?" "안가라 앉으면 이걸 왜 타냐-_-" 녀석에게 꿀밤 한대 맞고 얌전히 앉아 잠수함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빛이 들어오던 입구가 닫히고 "위잉"하는 소리가 나면서 잠수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어어~~ 움직인다." "가만히 있어." 조금씩 유리창 밖에 풍경이 진해 지더니 새파랗게 변했다. 그리고... "인어공주 같아~!!!!" 스쿠버들이 물고기떼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물에선 빠르다는 거북이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꺄아~꺄아~" 이쯤 이면 "시끄러워. 쪽팔리니까 조용히 해.-_-" 정도는 나와줘야 정상인데... 녀석은 그냥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다. 저도 좋은 것일 테지. 움헤헤.. 윙윙거리는 소리가 멈추면서 뿌옇던 창밖이 맑아지고 갑자기 물고기떼들이 내가 보고 있는 창 밖으로 모여들었다. "예뻐. 오빠 이것 좀 봐!! 예쁘지? 응? 꺄아~~" 녀석에게 팔짱을 끼고 촐싹대며 계속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만큼.. 실제로 처음 본 바다 속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좋냐?" "응?, 응. 진짜 진짜로." "내일은 실제로 만나게 해줄께." "ᄋ.ᄋ???" 난 녀석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계속 유리창에 붙어서 손을 흔들었다. 스쿠버들도 손을 흔들어주고 난 도 꺄악꺄악 소리를 질렀다. 한참 잘 보고 있는데 조용하던 녀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고 난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스쿠버. 남자냐-_-?" "-_-ᅇ" 저녁을 먹고 산책 겸 야시장에 왔다. 몰디브의 시장은 우리나라와 별 다를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딘가 묘하게 다르다. 처음 보는 과일들도 잔뜩 있었는데..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다....-_-..만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어어~ 저거~!!!!" "뭐." "듀리안!!!" 나는 갈색 표지판에 "Durian"이라고 쓰여진 과일 앞에 섰다. 듣던 대로 정말 못생기고 냄새도 심했다...-_- "이거 뭐냐.. 냄새 존나 구려...-_-^" "오빠.. 이게 남자들 한테 엄청 좋은 거라고 들은 적이 있어.." "벌써부터 걱정이냐?"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진짜 냄새난다ㅠ_ㅠ 빨라 가자~" 녀석의 등을 밀며 다른 곳을 향했지만.. 난 이 가게 기억했다. 듀리안~ 좋았어~~ 녀석 잠들었을 때 살짝 나와서 사가야지~~~ "뭐래!!!!!! 말도 안되!!!!!!" "뭐가. 빨리 씻고 오기나 해." "누가 안씻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지금!! 어떻게 둘이 한방을 쓰냐고!!!!" 아까까진 생각도 못했는데... 녀석이 예약 해 놓은 방은 하나뿐 이었다. "무슨 속셈이야 이 늑대!!!" "여긴 왠만한 사람은 못 들어온다고! 원래가 방이 6개 밖에 없는데 우리가 2개나 차지하면 여기 장사가 되겠냐!! 그리고 침대도 두갠 데 무슨 걱정이야!!!" "몰라몰라ㅡ0ㅡ" 난 옷가지를 들고 샤워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씨이.. 아무리 그래도......"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손을 옆에 잘 내려놓고 물을 틀었다. 따듯한 바람과 함께 시원한 물이 머리부터 흘렀다. 그러고 보니 여기선 바닷물을 끌어다 쓴다고 하던데.. 어째 좀 짜기도 한것이...-_-ᄏ "나 다 씻었......" 머리를 틀어 올리고 나왔는데 녀석은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뭐야. 벌써 자는거야? ᄏᄏ" 머리를 메어논 수건을 풀고 녀석의 옆에 앉았다. "오빠. 오빠, 자?" "응......." "자는데 무슨 대답을 해.. 씻고 자야지.." "알았다." 녀석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샤워실로 들어갔다. 아무튼 귀엽다니까~ #37 "우움.." 베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떴다.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데 배에 뭐가 묵직하다. 고개를 숙이니... "오, 옵!!!!!!!!!!!!!!!!!!!" 큰 소리를 내려다 입을 틀어 막았다. 이, 이자식이 왜 여기서 자는 거야!! 당장에 깨워서 이유를 캐물으려고 했는데 너무 곤히 잠든 것 같아서 그냥 누워서 녀석을 쳐다봤다. 녀석의 얼굴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아마.... 녀석은 정말 조각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기같은 피부하며, 부시시한 밤색 머리.. 긴 속눈썹하고 짙은 쌍꺼풀. 오똑한 콧날과 빨간 입술.. 내 기구한 팔자에 어쩌다 이런 녀석을 만나게 됐는지.. 킥. 손을 들어 녀석의 볼을 쓰다듬었는데 움찔 하더니 볼을 벅벅 긁고는 다시 잠이 든다. 어제 많이 피곤했나보다.. 아무리 간지럼을 태워도 일어나질 않는 걸 보니까.. 아니면 원래 간지럼을 안타나...? "너 뭐하는 거냐." "응?" 고개를 들어 녀석의 얼굴을 봤다. 녀석은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고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신가보다.. "일어났어?" "어.." "더 잘꺼야?" "아니. 일어날꺼야. 넌 언제 일어났냐.." "별로 안됐어." "깨우지 그랬어.." "너무 곤히 자니까^^" "그래.." 녀석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어났다. "푸히히히히히" "왜 웃어." "오빠. 머리 뻗쳤다.ᄏᄏ" 녀석은 침대 옆에 놓인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보더니 인상을 구기면서 씻으러 들어갔다. "싫어~ 싫다고!! 무섭단 말이야ㅠ_ㅠ" "어제는 좋다며!!" "이건 싫어!!!!!" 녀석은 날 질질 끌고 보트에 오르고 있었다. 난.. 까만 온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 주는 옷을 입은 채였다. "이거 하다 죽으면 어떻게ㅠ-ㅠ" "안죽으니까 걱정하지말고 따라와." "오빠~ 응? 나 진짜 무서운데ㅠㅡㅠ" 녀석은 막무가내였다. 무서운 표정을 하고서 당장이라도 날 바다에 던져버릴 기세였다. "미워~ 미워~" 결국지는건.. 언제나 나다-_- "번지점프도 아니고 뭘 그렇게 무서워하냐. 너도 진짜 웃긴다." "몰라몰라. 쳇쳇" 내 등에 공기 통을 열심히 매주고 있는 아저씨를 째려봤다. "아무한테나 시비걸지마. 여기서 너 던져버려도 난 책임 못지니까." "아무리 그래도 손님은 안집어 던진다. 세혁아." "쿡. 형 예전엔 성격이 불같아서 나도 막 던지고 그랬잖아. 공기통도 안맸는데." "그건 너였으니까 그렇지-_-" 세혁놈은 이 공기통매주는 아저씨와 잘 아는 사인가 보다. 아까까지는 말 한마디 없더니. 쳇쳇쳇 "그만 씨부렁 거리고 일로 와." 녀석은 내 손을 꼭 잡고 보트에 걸터 앉았다. "셋까지 세면 같이 뛰어. 안들어가면....-_-" "들어가겠습니다..." 난 호흡기를 입에 물고 보트에 앉았다. 피식피식 기분 나쁜 웃음을 터뜨리던 공기통아저씨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입수~~!!!!!" 풍덩. "@0@" 온통 푸른 바다.. 녀석의 손을 잡고 내려가는 곳 마다 어제 잠수함에서 본 것 과는 또 다른 세상이 보였다. 무지개색 산호를 따서 녀석의 눈앞에 흔들었다가 꿀밤을 맞아도 아프지 않았다. 내 주변에 모여드는 물고기떼를 손으로 잡으려 하면 다시 달아났다 모이곤 했다. 바다거북이를 잡고 발헤엄도 쳤다. 인어공주는.. 동화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 지금 내가 인어공주 같으니깐.^0^;;;;;;;;;;;;; "우우! 우우우웁!" 녀석에게 고맙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입에 문 호스 때문에 말을 잘 할 수가 없어 호스를 빼 버렸다. "옵.......꿀꺽." 꾸르르르르르르ㅡ 입안으로 계속 밀고들어오는 물을 막을 수가 없다. 오옥............ 오빠.. 오빠 나 살려줘.. 숨쉬기가 힘들어..... 자꾸만 헐떡 거리는 나를 오빠는 옆구리에 들쳐업고 위로 올라가는 듯 했다. 바닷물이 조금씩 투명해 질 때쯤.. 머릿속이 하얘지고 정신을 잃었다............. #38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하얀 천장이었다. 소독약냄새가 코를 찌르는.. 병원...인가...? "오..빠......" "미안.. 미안하다......" 녀석은 울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헬쓱해진 표정으로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오빠.. 왜.. 울어... 울지마..." "미안.. 미안하다.. 미안해..." 녀석은 내 손을 꼭 잡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사실은.. 혼날 걸 예상하고 있었는데... 멍청하게 호스를 빼면 어쩌냐고.. 화를 낼 줄 알았는데... 녀석은 미안하다며 울고 있다.... "세혁아. 아가씨 깼....." "형. 얘좀 잠깐만 봐줘." 공기통아저씨가 눈치없이 노크도 안하고 들어오면서 세혁놈은 문밖으로 나가 버리고 아저씨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침대 옆에 앉았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그래? 참나.. 어이가 없어서... 호스를 뺀것까지는 좋은데.. 물속에서 말하면 그게 전달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_- 너 올해 고3이라며? 진짜 어이가 없어요....." "이보세요...-_-" "세혁이놈 좀.. 잘 챙겨라.." "네?" 아저씨는 무거운 표정으로 나한테 부탁을 하고 있었다 "불쌍한.. 녀석이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건.. 한번으로 족해... 그 한번도 너무 힘들었으니까..." 아저씨가 얘기하는 건.. 세아의 엄마 얘긴가 보다... "다 알고 있다며.. 그래도 세혁이 곁에 있는거라며.." "세아는 아주 이뻐요." "내생각도 그래. 그 녀석의 좋은 부분을 전부 빼 닮았거든." "그런 것도 같아요." "너 물 밖으로 끌어내면서.. 엄청 울었어. 당장 병원으러 가라고. 다른 손님도 있어서 보트를 움직일 수 없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녀석이.. 너 죽는다면서.. 게다가 울기까지 해.. 얘기로는 많이 들어왔지만.. 정말 저런 녀석 보자니 한심하고....." "......................." "인간다워서 좋아.." 한심하고 인간다워서 좋다라.... 무슨 말일까..? 좋은 소린지 나쁜 소린지 잘 분간이 가질 않는다... 그보다... "문진서라고 알아요?" "진서?" "네." "내 동생인데." -_-..... 짐작이 맞아 떨어지는 구나.... 낯설지 않은 얼굴이라 혹시나 했었다.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진서놈과 너무 닮아 있었다. "쿡. 예상했다는 얼굴이다~ 문진욱이라고 한다. 진서를 아니?" "오빠의 친구니까요.." "그래... 후욱.... 나도 슬슬 한국으로 돌아갈까 봐....." 한숨을 깊이 내뱉는 아저씨....-_- 그나저나.. 세혁놈은 어딜 가서 안오는거야.... "아! 저기..." "왜?" "시장에 좀.. 데려다 주실래요...?" "시장? 어제 세혁이랑 안갔다 왔냐?" "어제요? 갔다 왔죠...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참, 돈도 좀 빌려주세요..." 아저씨는 웃으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려 돈을 꺼내더니 내 손에 쥐어주고는 날 데리고 나가 택시로 보이는 차에 태웠다.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 "그게... 음....." "남자에게 좋은 듀리안을 사고 싶은데요.."라고는.. 차마 말 할 수가 없다...... 낮에도 시끌벅적한 야시장..? 낮시장..-_- 어제 녀석과 갔던 길을 하나씩 되짚으면서 듀리안을 찾았다. "찾았다 듀리안!!!!!" 어제 그 가게를 발견하고 후다닥 뛰었다. "%#&*^@!$%$%&#^$" 뭐래는거야....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뭐라고 떠들어 대는데.. 알아 들을 수가 없다. 난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들었다. "잇츠! 기브미 듀리안. 오케이?" "Durian?" "예쓰! 예쓰! 듀리안!!" "흐음....." 주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봉지에 듀리안을 4개정도 담아주었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지폐 중에 한 장만 뽑아 가지고 들어가 버렸다......... "후우.........." 시장에서 리조트까지 이렇게 멀줄은 몰랐다ㅠ_ㅠ 이럴 줄 알았으면 아저씨한테 기다리라고 했다가 같이 갈껄... 무겁게 들려 있는 듀리안을 들고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Stop! Stop!!!!!!!" "응?" 난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돌아봤다. 프론트에 항상 서 있던 경비원이 무섭게 내 쪽으로 걸어왔다. "왜. 왜그러세용...." "#@%&@#$&@#%*&@&$!%&@" "에, 엥?????"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다다다 쏴대더니 내 손에 들린 듀리안을 빼앗아 가려고 했다. 냄새가 나서 그러는 건가...? "No! Nononononononono!!!!!!!!" 아무리 노를 외쳐도 그 사람은 막무가내였다. 아씨. 이거 내꺼란 말이야!!!!!!! "하악하악.. 한은별!!!!!!" 입구에서 세혁놈이 뛰어들어왔다. "오빠!!!!!" 세혁놈은 무서운 얼굴로 뚜벅뚜벅 다가왔다. "오빠....." "너 대체 어디있다가 이제서야 나타............." "@#%$^*@%$@#!%$&*%" "뭐? 뭐가??????" 세혁놈은 뭐라고 나한테 화를 다 내기도 전에 다다다 말을 거는 경비원과 말을 했다. 난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_- "오빠....뭐래...." 방으로 들어오는 동안 내내 세혁놈은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말도 없었다. 듀리안도 뺏기고... 씨.. 이게 뭐야 진짜ㅠ_ㅠ 방에 들어와서 세혁놈은 문은 잠가버렸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오빠........ "푸훕... 킥..킥.. 푸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녀석은......... 숨 넘어가게 웃고 있었다.....-_-;;; "푸훗.. 진짜.. 존나 웃겨 니... 키히히히힉...." "뭐래는건데... 내 듀리안까지 뺏어가고!!!!!!" "아하하하하하하.. 아~ 나죽어~ 푸히히히히히"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 녀석은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나중에 아저씨한테 들은거지만... 듀리안은 어느 리조트든 반입 금지라고 한다... 사는 사람도 별로 안된다고 했다.. 출국할 때 가지고 갈 수도 없는데 사면 여기서 먹어야 하고... 그러면 여자가 밤새 고달플 거라고도... 했다...-_-^ #39 항상 함께있자.. 견디기 힘든일 닥쳐와도.. 그래도 우리 늘 함께하자.. 그 어떤 것으로부터 라도 널 지킬게.. 너 아프지 않게 내가 모두 다 할께.. 항상 너 하나만 사랑할게... 내가 너.. 지켜줄께... 사/랑/한/다... by. 세혁 녀석과의 꿈같은 여행도, 행복한 나날들만 가득했던 방학도 막을 내린지 오래. 녀석이 이주일 전에 입학을 해서 신고식이다 환영회다 하면서 전화통화 한번 제대로 못했다. 나쁜놈.. 그래도 자기전에 항상 문자하나씩 보내줘서 오늘도 전화한통 없지만 참기로 했다..-_- 오랜만에 울리는 핸드폰. 혹시나 녀석인가 해서 폰을 열었는데... ..[안규진탱이♬]......였다....-_- "여보세요.." -별..아니..? "응..." -오랜만이다.. "응...." -잘 지냈지..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아, 참.. 지금 시간 있니..? 이상하게 다정다감한 목소리.. 조금 가라앉은 듯한.... "무슨일.. 있어..?" -아니.. 지금 좀 봤으면 하는데... "무슨일인데.." -잠깐이면 되.. 만나자... 착 가라앉은.. 힘아리 하나없는 녀석의 목소리에 걱정이 되는 마음과 함께 녀석을 만나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속을 정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여기야~!" 헬쓱해진 얼굴로 웃으며 나를 반기는 규진놈.. 세혁놈과 사이가 나빠졌을 때 매일 날 걱정하며 찾아온 녀석을 외면한게 한참이나 지나버렸는 데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놈의 맞은편에 앉아 많이 야윈 녀석을 안스럽게 쳐다봤다. "조금.. 좋아보인다^^" "응...." 어색한 침묵... 이렇지 않았는데.. 그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아참, 대학은? 학교 다니고 있어?" "응.. 경희대 국문과." "경희대? 진짜 공부 안하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쫌 했나봐...-_- 그런데.. 국문? 전혀 안어울리는데-_-" "내가 이렇게 생겨도 언어구사력은 쫌 되거든.ᄏᄏ" 장난스럽게 웃는 녀석.. 조금 풀린 분위기에 마음을 놓고 씨익 웃어버렸다. "넌.. 고3되서 공부하느라 힘들겠다?" "뭐, 별로 그렇지도 않아. 워낙 평소에 잘하니까." "까불래?" "-_-;;;" "은별아..." 킥킥대며 웃다가 갑자기 굳은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는 녀석... "한은별...." "응.." "세혁.. 강세혁... 많이 사랑하냐..?" "응!" 어떤 거리낌도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녀석의 아픈 표정하나 모르고.. 마냥 세혁놈 생각에 들떠서... 환히 웃으면서 "응"이라고 했다... "그래.. 행복...하니..?" "응? 응. 요새 바빠서 좀 안 만나 주긴 하지만...-_- 그 정도는 미리 짐작 했으니까 괜찮아^^" "그래..^ㅡ^" 씁쓸히 웃는 녀석.. 오늘따라 너무 이상한 태도에 어리둥절 하지만.. 그래도 곧 다시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걸 보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하고 넘기고 만다.. "뭐 할래? 놀아줄께." "뭐? 내가 놀아주는 거지~ 니가 심심하니까 나 부른 거잖아~" "뭐? 이자식이~ 큭. 일단 나가자." 녀석과 보드카페에 가서 열심히 머리 굴리며 게임도 하고, 오락실에 가서 때 지난 펌프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다 삑사리 나서 맛가고... 빵집에서 80년대 분위기 내면서 케익도 사먹고... 녀석은 내게.. 늘 함께 있던 사람처럼 친근감을 준다.. "들어가라.." "응. 오늘 고마워^^" "그래.. 나도.." "나 갈께.." "은별아..." 밤길 위험하다고 8시 밖에 안됐는데 날 집까지 바래다 준 녀석에게 고마워하며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녀석이 낮지만 뚜렷히 내 이름을 불렀다.. "행복해라... 그리고.. 힘내라.. 난.. 할 수 없지만.. 강세혁.. 그 자식이라면 할 수 있을거야.. ......충분히 너 지켜낼거다.." 대체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녀석.. 몸을 돌려 녀석에게 다가서는데.. "사랑한다." "..........!!!!!!!!!............" "사랑해선 안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안규진.." "사랑 받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내겐 허락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그만.."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안되는 걸 알지만.. 그래도.. 그래도 사랑해.." "잠깐만. 규진.." "내가 너에게 그 어떤 존재가 된다 하더라도.. 날 미워하게 된다 해도.. 잊지는 말아줘.. 기억에서 영영 지워 버리지는 말아줘.." "안규진!!!!!!" "사랑해서 미안할 만큼.. 사랑한다.." "..............."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 결국은 눈물을 뚝뚝 떨구던 규진놈은.. 내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돌아섰다. "규진아..." "한번만.. 오빠..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 "갈께.."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 축 쳐진 어깨.. 내가 해 줄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어... "..........오..ᄇ......." "................." "오빠. 규진오빠!!!!!!!!!!!" 멈칫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규진놈.. "........규진오빠놈아... 미안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더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들으려고 그런거 아니야..^^.." 아픈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다시 돌아서는 녀석을 등지고 녀석만 들을 만큼 중얼거렸다. "고마워.. 나같은 사람.. 사랑해줘서 고마워... 오빠 잊지 않을께.... 영원히......." "쿡." 피식 웃는 녀석이 보이는 듯 했다. 등뒤로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큰길이 있는 쪽으로 뛰어가는 녀석.. 절대 잊지 않을게.. 언제나.. 영영 기억할게.. 안규진이라는 사람.... 내게 소중한 사람이라고.. 나 평생동안 기억하고 살아갈게...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 내게 단 한번뿐인 사랑.. 다른 생애에서 널 만났더라면... 우린 사랑 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로 표현하기엔.. 내 사랑이 너무 크고... 사랑한다는 그 커다란 말을 하기엔.. 내가 너무 작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음생애엔 다시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난 네 사랑.. 단 한순간이라도 받아 볼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 그런 사랑이 있습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사랑이었고.. 내게는 허락되지도 않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래도 사랑했습니다. 사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을 만큼.. 죽도록 사랑했습니다.. 단 한순간.. 이 사랑을 위해 내 한몸 바칠 수 있다면.. 내 평생의 축복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했습니다.. 이미 내 곁에 없는.. 다시 어떤 상황이 돌아온다 하더라도 내 곁엔 있을 수 없는 나의 사랑이지만.. 사랑합니다..... by.안규진 출처 : ╋소설나라╋ (<a href="http://cafe.daum.net/sosulnation" target=nlink>http://cafe.daum.net/sosulnation</a>) 작가 : ㅍㅏ란ㄴㅏㄹㅏ (<a href="http://go.daum.net/bin/go.cgi?relative=1&url=/Mail-bin/login_f.cgi%3Ferror%3Dlogin%26lu%3D/Mail-bin/send_mail.form.cgi%3FTO%3Dgod-bo-ssam@hanmail.net">god-bo-ssam@hanmail.ne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