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은 참 아이러니한 꽃입니다.
이파리가 져야만 꽃이 피기 때문도 아니고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 한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래서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죠)
왜 하필이면 9월이 되면 전남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처럼 남쪽지방의 천년도량 주변에만 무리진 꽃무릇이 활활 타오르는지 모르겠어요.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기억’이라는 꽃말과 ‘붉은 정열의 꽃’, ‘피빛 그리움’이라는 시어(詩語)로 상징되는 꽃무릇의 여리여리하고 요염한 자태는 불도를 닦는 신성한 사찰과는 어울리지 않지요.
그런데 그 꽃, 의외로 전통사찰과 조화를 이룹니다. 절의 낮으막한 기와 담장과 풍경(風磬)이 달린 처마밑, 소나무숲 아래에 가녀린 꽃대에 의지해 하늘거리는 꽃무릇 군락을 보면 처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는 절에서 일부러 심었다고도 해요. 불경을 책으로 엮거나 탱화를 그릴때 알뿌리의 알칼로이드 성분을 섞으면 좀이 슬거나 변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왜 그 세 곳의 사찰만 꽃무릇으로 유명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군요.
마힐로가 그 9월의 꽃무릇을 보러 용천사와 불갑사를 다녀왔어요. 대한민국에서 꽃무릇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마힐로가 간날이 꽃무릇축제의 마지막 주말이었어요. 절정이 지나서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그 먼 곳까지 가서 시든 꽃을 보는것 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으니까요.
아마도 일주일전엔 차량행렬로 길이 미어 터졌을 용천사 주변은 이날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절 입구부터 길게 줄지어 손님을 반긴 생기 잃은 꽃무릇에 미소로 인사를 대신 하고 절을 한바퀴 돈 뒤 본격적으로 절 뒤편 모악산 오르막길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제법 가파라 10여분간 낑낑대며 오르면 이후엔 줄곧 내리막입니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구수재에서 불갑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처럼 갑작스레 ‘붉은 꽃길’이 펼쳐집니다. 자연의 조화일까요. 산 벼랑에도 꽃무릇이 가득하더군요. 용천사의 생기잃은 꽃에 수심에 가득찼던 마음이 한순간 밝아졌습니다.
이잠 시인이 시 ‘꽃무릇’에서 “지나갈 테면 빨리 지나가라 했지요 한참이 / 지난 뒤에도 그 자리에서 꿈쩍 않네요 / 머무를 테면 머물러 봐라 했지요 마음은 / 지천으로 흘러 붉게 물들이대요” 라고 표현한 것처럼이 꽃이 발목을 잡는 듯 금방 지나치지 못할 풍경입니다.
모악산 지름길을 통해 용천사에서 불갑사로 가는 길은 넉넉잡고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그 길의 30분 정도는 꽃길을 통과하게 됩니다. 물론 셀카를 찍다보면 더 걸리겠죠. 꽃길의 끝은 불갑사 저수지예요. 저수지 주변도 꽃무릇 천지인데 사찰에 접한 뚝방은 웬일인지 싱싱한 꽃무릇으로 뒤덮여 탐방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듬쁙 받고 있더군요.
용천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큰 불갑사는 올 꽃무릇 축제의 마지막을 즐기러온 탐방객들로 저잣거리 만큼이나 붐볐습니다. 사찰 입구쪽 수만평의 꽃무릇 군락은 빛이 바랬지만 특유의 때깔은 그런대로 살아있습니다.
탐방객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꽃밭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어디선가 요란스런 호루라기 소리가 여지없이 들립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왔으니 감시원들의 지청구를 듣더라고 셀카를 찍지않고 돌아가긴 힘들거예요. 아마도 용천사~불갑사 트레킹을 함께한 분들은 평생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꽃무릇을 감상했을 겁니다.
용천사 경내 소나무밑 꽃무릇에 가을햇살이 비추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스님의 낭랑한 독경소리를 들으며 경내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전남 함평 용천사를 품에 안은 모악산으로 올라가는 어쩌다자매
호젓한 숲길을 통해 모악산을 넘어가면 영광 불갑사가 나옵니다.
모악산 구수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꽃무룻길이 시작됩니다.
/산과들 부부
길가엔 붉은 카페트를 깔은듯 꽃무릇이 지천입니다.
/동추
걷는곳 마다 카메라에 추억을 담지 않고는 못갈 만큼 멋진 길입니다.
/ 어쩌다 자매
동추, 블랙걸, 팬더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합니다.
모두 40명이 참가한 이번 트레킹의 중간팀 회원들
꽃길을 음미하며 걷고 있는 비홍, 프리지아, 백화산.
불갑폭포앞에서 행복해와 친구.
느티나무아래, 페퍼민트연, 연부인 트리오.
/어쩌다자매
공군사관학교 OB팀.
불갑사 저수지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산뽀, 산과들 부부, 가인
꽃무릇과 저수지를 배경으로 페퍼민트연
꽃무릇과 '깔맞춤한' 티셔츠를 입고 활짝 웃고 있는 느티나무아래
붉은 꽃무릇과 잔잔한 호수, 초록빛 모악산, 푸른하늘이 조화를 이룬 훌륭한 풍경입니다.
/ 연부인
늘봄, 처음처럼 부부에 이어 마힐로 두번째 '잉꼬'인 무무 부부의 다정한 모습.
"이 정도면 50대로 보이겠죠~~~"
/가인
"그럼 나처럼 관리했으면 40대라고 해야하나요~~~"
불갑사 경내옆 꽃무릇 군락에서 프리지아.
"헐~~~ 진짜 40대는 어떻하라고요..."
/연부인
"이쯤은 돼야 40대로 보이지 않겠어요~~~~~"
/어쩌다 가끔
"나이는 잊자, 옛날엔 꽃보다 이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프리지아와 오늘느낌
"우리도 소싯적엔 꽃이 시샘했거든요~~~"
/동추, 블랙걸과 예비회원들
불갑사 얕으막한 담장밑에 요염하게 붉은빛을 내뿜고 있는 꽃무릇.
불갑사 경내 꽃무릇밭에서 팬더.
절정은 지났지만 여전히 탐방객들을 매혹시키고 있는 꽃무릇군락.
불갑사 꽃무릇단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니 일행.
첫댓글 회장님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고마워요. 지연씨.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트레킹후 회장님의 글을 읽는게 또하나의 즐거움 입니다.트레킹의 하루를 새겨보는 시간을 주시니 이또한 감사드립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