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등심구이' 아르헨티나 전통요리 '빠리쟈다(Parrillada)'와 유사
평소엔 야채-닭고기 위주, 커피는 에스프레소 일종인 '리스트레토' 즐겨
청년들과 셀카를 함께 찍고 버스를 타는 교황. 축구와 탱고를 즐기며 낡은 검은색 수단(교황의 평소 복장)을 입고 길거리를 뛰어다니는 교황. 직원들이 눈치를 볼까봐 식당 맨 끝자리에서 벽을 보고 식사하는 교황.
빈자(貧者)를 위해 스스로 낮은 곳에 임하는 ‘성인(聖人)’으로 떠오른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청빈의 아이콘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어떤 음식을 먹고 마시게 될까.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 따르면 교황은 여느 국빈급 인사들과는 달리 전속 요리사를 데려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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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조선일보DB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소 식단은 매우 소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 메뉴는 과일과 껍질없는 닭고기, 샐러드 정도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무료할 때 수녀원을 찾아 ‘바그나 카우다(익힌 야채에 멸치젓갈을 곁들인 전채요리)’를 즐긴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중요한 외부 행사라도 식사는 공식 일정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 만들어 먹는 사람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그가 만찬 행사에 참석해 수프 한 접시 먹는 것을 아주 특별한 경우로 꼽았을 정도다. 교황은 바티칸에서는 성당 내부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한다. 다른 직원들이 불편해 할까봐 구석에서 벽을 보고 홀로 식사를 한 것이 직원들과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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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끔 먹는다고 알려진 아르헨티나식 퐁듀 '바그나카우다'
교황은 방한 첫 날인 14일 서울 중곡동에서 한국 주교단과 만찬, 15일 아시아청년 대표단과 오찬, 17일 서산 해미에서의 아시아 주교들과의 점심식사 등 세 끼를 제외하고는 교황대사관의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다.
준비위원회는 공식 행사 메뉴로 쇠고기 구이 위주의 음식으로 준비했다. 교황의 첫 번째 오찬인 15일 아시아청년 대표와의 점심 메뉴는 숯불갈비와 갈비탕이다. 17일 서산 해미순교성지의 식당에서 아시아 주교 90여명과 함께 하는 점심 메뉴는 서산 특산물인 6쪽 마늘이 들어간 한우등심구이, 뻘낙지로 만든 낙지죽, 토종 생강이 첨가된 한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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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손님 접대 음식인 빠리쟈다(Parillada) 우리나라 한우 등심구이와 유사하다
한우등심구이는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손님 접대 요리인 빠리쟈다(Parrillada)와 유시한다. 빠리쟈다는 좋은 육질의 쇠고기를 야채와 함께 석쇠에 구워먹는 요리다. 구내식당 메뉴는 뷔페식으로 할 예정이다. 해물이나 회는 여름철이라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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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의 오찬 메뉴로 선정된 낙지죽 /조선일보 DB
교황은 식사는 간소하게 하되 커피와 와인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 현지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로마의 길거리를 산책하다 커피숍에 들어가 ‘리스트레토(ristretto)’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리스트레토는 에스프레소의 일종으로 15~20㎖가량의 에스프레소를 짧은 시간에 추출해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교황이 로마의 작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합성 사진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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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은 추기경 시절 현지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로마의 길거리를 산책하다 커피숍에 들어가 '리스트레토(ristretto)'를 마시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준비위원회는 교황에 봉헌하는 과정에서 ‘빵과 커피’에 봉사하는 가족과 의미를 담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16일 시복 미사에서 교황에게 예물(영성체에 쓸 포도주와 빵)을 봉헌하는 강지형(58)·김향신(56)씨는 ‘동네 커피숍’을 운영한다. 이 부부는 1988년 인사동에서 전통 찻집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 첫 테이블 수익과 매월 금요일 매출 전액을 기부했고, 2009년 지금의 '죠셉의 커피나무' 카페를 연 뒤엔 한 해 7~8차례 기아돕기 벼룩시장을 열어 매출 전액을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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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의 56년 된 빵집‘성심당’대표 임영진(58)씨. 임 씨는 천주교 신자로 56년간 날마다 팔다 남은 빵을 고아원과 양로원 등에 무료로 제공해 왔다./ 조선일보 DB
교황이 15일 대전을 찾을 때 소개될 예정인 ‘튀김소보로’는 대표적인 동네빵집으로 꼽히는 성심당(聖心堂) 제품이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에서 시작했다. 임영진(61) 성심당 대표는 매일 400~500개를 복지시설에 기부하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성심당은 15일 국내외 미디어 관계자에게 도시락 300개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흥식 천주교 대전교구장은 7월 22일 교황청 경호팀이 동선 점검 차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방문했을 때 튀김소보로를 소개했다.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는 축구로도 유명하지만 와인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생산지 중 하나다.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은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다. 하지만 공식 미사주는 대기업 제품인 롯데주류의 와인 ‘마주앙’이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주앙은 유일한 국산 와인으로 한국천주교는 마주앙이 시판된 1977년 이래 37년째 미사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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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프란치스코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아르헨티나 프로 축구클럽‘산 로렌조’의 유니폼을 받아 들고 기뻐하고 있다(사진). 교황은 추기경 때부터 이 팀의 열성팬으로 알려졌다./AP
물론 시판되는 마주앙과 미사주는 원액부터 다르다.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는 미사주는 포도 품종 선정에서부터 재배, 수확, 발효, 저장(숙성), 여과, 병입에 이르는 모든 생산과정이 엄격히 통제된다. 롯데주류는 미사주를 경북 경산의 포도 농가에서 수확한 국내산 청포도(사이벨)로만 제조한다. 시판용 마주앙은 설탕이나 외국에서 수입된 원액을 첨가한다. 우리나라는 일조량이 적어 포도 당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미사주의 알코올 함유량은 7% 로, 시판되는 마주앙(10~11%)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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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앙'의 로고. 이 로고는 숙성을 앞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막고 있는 장인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조선일보DB
롯데주류는 매년 8월 경산 농가에서 수확한 포도로 22만 5000ℓ의 미사주를 제작해 3~4개월 후인 12월 말에 교회에 봉헌한다. 이는 750㎖ 크기의 와인 30만병에 해당하는 규모다. 천주교는 이를 2년동안 지하 스테인레스 저장탱크에 숙성해 병입하고, 전국 성당에 보급한다. 이번 교황 방한 때 사용될 미사주는 2년 전인 2012년 8~9월에 생산된 와인인 셈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