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채님이 산책 가신다고 해서 따라 나선다.
따뜻한 기운을 담고 있지만 여전히 찬 기운을 많이 머금고 있는 봄날의 아침의 상쾌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맑고 부드러운 공기가 확장된 폐속으로 쭉쭉 빨려 들어가 온몸으로 전달된다. 몸과 마음이 점차 가벼워지고 이완되면서 눈,귀,코,입,몸에 부딪쳐 일어나는 감각이나 감정들을 아주 유연하고도 예리하게 알아차린다. 너무도 맑고 상쾌한 공기 때문일까? 알아차림은 저절로 예리해지는 듯하다.
동채님과 1시간 동안 걷고 나서, 몸과 마음에 가득 채워진 상큼함과 가벼움을 혼자 누리기가 아쉬워 보일도반님과 함께 하자고 제안했더니 바로 응해주셨다.
보일 도반님께서 아주 열심히 경행에 집중하셔서 나도 침묵을 일관하며 경행에 몰입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워진 발바닥, 발바닥 용천혈에 뜨거움이 가득 몰리고 발바닥과 발등을 타고 다리-회음-꼬리뼈-단전-명문-등뒤를 타고, 배, 가슴으로 올라오는 기운, 특히 회음에서 더욱 강하게 뻗어 올라오는 氣가 목 입으로 전해질 때 그야말로 “피아오표 氣사이다”를 들이키는 듯 하다. 목과 입안에서 쏴~하게 번지면서 입안에 고인 단침과 결합하고, 마치 톡 쏘는 사이다처럼 혀 맨 끝에 “챙그렁” 부딪치며 느껴지는 특유의 맛, 소리, 진동, 혀의 느낌을 면밀히 관찰한다. 등뒤를 지나 백회를 거쳐 인중으로 내려오는 기는 이마 주위로 넓게 퍼져 나가 얼굴 안쪽으로 퍼져 들어간다.
점점 강해지는 기는 온몸으로 부드럽게 퍼져 나가고 몸 전체 어느 곳에서나 오른쪽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감을 느낄 수 있고, 특히 단전에서 힘 있게 돌아가는 기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