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ㆍ학부모 반발, 교사는 교실 수업 부작용 지적
수포자 이어 영포자 발생 우려, 초ㆍ중 영어 시스템 개선 시급
정부가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 전면 금지로 정치권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반면 초등 교사들은 영어 선행학습으로 교실 수업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초등 1.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는 `위헌`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수업 폐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치인까지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은 최근 불거진 초등 1.2년 방과 후 영어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방과 후 학교는 학원보다 저렴해 경제력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도 영어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며 "폐지는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에 따르면 학교는 편성된 학교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선행학습)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방과 후 학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은 물론 자율적인 방과 후 수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법령은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의 방과 후 영어 수업 과정을 허용하는 유효기간을 오는 28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예정대로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전면 폐지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에 학부모들의 반발은 물론 방과 후 영어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영어교육 시스템 개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난이도 높은 교육에 따라가지 못하면 자칫 영어 포기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초등학생 부모가 사교육을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영어 포기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현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영어교육이 일관성 있어 효율적인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초등 교사들 영어 선행학습 부작용 지적
하지만 초등 교사들은 영어교육의 적합한 시기는 3.4학년을 꼽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3일까지 전국 초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부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정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1천308명이 응답했다.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정책`에 대해 매우 찬성 52.1%, 약간 찬성 10.4%, 매우 반대22.3%, 약간 반대 12.3%로 찬성 의견(62.5%)이 반대 의견(34.6%)의 두 배에 가까웠다. 또 `초등학교 1ㆍ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정책`에 대해서는 매우 찬성 41.8%, 약간 찬성 9.5%, 매우 반대 29.7%, 약간 반대 16.2%로 찬성 의견(51.3%)이 반대 의견(45.9%)보다 약 5% 우세했다.
좋은교사운동은 "두 가지 의견을 종합할 때 초등 교사들은 취학 전 아동과 초등학교 1ㆍ2학년의 영어 방과 후 수업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등 교사들은 영어 선행학습(사교육)이 확산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중고등학교 영어 성적 등과 관련한 막연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 때문에`가 65.8%로 1위였다. 이어 `대부분의 유치원(어린이집)에서 방과 후 영어를 진행하기 때문에(10.1%)`, `선행을 하지 않고서는 초등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8.5%)`, `사교육 수업의 질이 학교수업보다 더 좋기 때문에(6.2%)` 순이었다. 이어 초등 교사들은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이 적합한 시기로 3학년과 4학년을 가장 많이 꼽았다.
즉 `정규수업에서 적합한 영어교육 시기`에 대해 3학년 54.7%, 4학년 18.8%, 1학년 12.3%, 2학년 5.5%, 초등 입학 전 4.2%로 응답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을 합친 비율은 73.5%였다.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38ㆍ여)씨는 "영어수업이 금지되면 결국 아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라며 "평범한 서민들은 교육비에 부담이 생길 것이고 결국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선행학습 금지법은 2014년 3월 만들어졌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올해 2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허종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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