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에서 아름다운 나비로: 쇼팽 에튀드 Op.25 No.9를 듣고
쇼팽의 에튀드 Op.25 No.9, 한국에서는 “나비”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이 곡은 쇼팽이 작곡한 27곡의 에튀드(연습곡) 중의 하나이다. 어릴 적에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하농”이라던가 “체르니”같은 연습곡들을 쳐봤을 것이다. 이런 곡들은 확실히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음악적인 매력은 없다. 그렇지만 쇼팽의 에튀드를 듣고 이러한 나의 인식은 바뀌게 되었다. 쇼팽이 작곡한 에튀드들은 단순히 기계적인 연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Op.25 No.9는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잘 살려서 정말 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먼저 곡의 속도와 스타카토 기법(음의 길이를 짧게 줄여 연주하는 기법)이 눈에 뛴다. 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타카토에 맞물려 빠른 속도가 더해짐으로써 곡에서 경쾌함이 느껴진다. 이것만으로도 곡에 강렬함을 주고 곡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곡은 음들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각 부분은 강렬하고 경쾌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부드럽고 우아하다. “나비”라는 별명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붙은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항상 이 곡을 들을 때면 머리속에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나비의 날갯짓이 떠오른다. 쇼팽이 붙인 공식적인 부제는 아니지만 정말이지 찰떡같이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 곡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처음 파트는 앞서 말했던 나비의 비행을 연상시킨다. 우아하지만 변칙적이기도 한 나비의 모습이 떠오르는 파트이다. 하지만, 두 번째 파트에 진입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된다. 주법은 바뀌지 않았지만 음의 지속적인 하락이 느껴지는 파트이다. 낮은 음계로의 진입을 통해 긴장감이 느껴진다. 나비에게 대입해 보자면 천적을 만나는 상황이나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일 것이다. 어두운 분위기의 두 번째 파트가 지나가면 세 번째 파트로 진입한다. 세 번째 파트는 첫 파트와 거의 유사하다. 하지만 둘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첫 파트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신남이었다면 시련을 극복한 후에 진입하는 세 번째 파트에서는 일종의 안도가 느껴진다. 이처럼 쇼팽은 단순한 연습을 위한 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오밀조밀하게 엮은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나에게 쇼팽의 에튀드 Op.25 No.9는 기존의 딱딱하고 재미없기만 한 연습곡들의 인식을 타파하게 된 계기가 된 곡이다. 누구나 듣기 좋은 곡이라 관심이 간다면 들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특히, 나처럼 기존에 이러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꼭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더 나아가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면 이 곡을 연습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재영/202311295/컴퓨터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