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엽 신부] [차동엽 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야베스의 실리추구형 기도와 아굴의 현자형 기도

[tina-55]

* 야베스의 실리추구형 기도와 아굴의 현자형 기도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기도를 우리는 또한 야베스의 기도와 아굴의 기도에서 만나게 됩니다.
야베스는 하느님께 '현세적인 축복'을 청했던 반면, 아굴은
"오로지 하느님을 잘 섬기고 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기도를 바쳤습니다.
성서에서는 이 두 기도가 모두 훌륭한 기도의 전형(典型)으로 꼽힙니다.
이 사실 역시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어떤 경우 우리는 현실적인 '이해 관계'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 우리는 '영적인 성장'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하느님께는 이 두 기도 모두가 정당하고 가치 있습니다.
함께 음미해 보겠습니다.

* 복을 구하는 야베스의 기도

구약에서 야베스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역대기 상 4장 9-10절에 그의 기도가 실린 것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야베스를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에 관하여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야베스는 일가 가운데서 가장 세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고생하며 낳았다'고 하면서 그에게 야베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야베스는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이렇게 빌었다.
'부디 저에게 복을 내리시어 제 영토를 넓혀 주시고,
손수 액운을 막아 어려운 일 당하지 않도록 도와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그가 구한 것을 이루어 주셨다"(1역대 4,9-10).
평범해 보이는 이 기도 뒤에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는 놀랍고 강력한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차례대로 이 기도의 숨은 의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야베스는 "부디 저에게 복을 주세요"하고 기도했습니다.
히브리어로 '야베스'는 '고통'을 뜻합니다.
성서 시대의 한 사람의 이름은 대개의 경우
그의 미래에 대한 예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때 그의 이름은 순탄하지 못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야베스 그는 적극적이고 간절하게 하느님께 복을 구했습니다.
하느님의 복은 구하는 사람만이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복을 꼭 세상의 재물이나 호강으로 대치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더 귀한 복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복들을 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얻지 못하는 까닭은 하느님께 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야고 4,2).
우리가 복을 구하지 않으면, 구해야만 받을 수 있는 복들을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야베스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았기 때문에
하느님께 무엇을 달라고 구하지 않았습니다.
주실 복을 하느님이 결정하시도록 맡겼습니다


둘째, "영토를 넓혀주세요"하고 기도했습니다.
우리는 간혹 실패의 경험을 할 때 '내 인생이 결국 이 지경에 이른 건가?
내 인생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일까?' 하고 실망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야베스는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이보다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어!"라고
용기있게 다시 일어설 줄 알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이미 결정되었다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영토(領土)를 넓혀 달라고 청했습니다.

여기서 영토는 땅(土)를 뜻하지 않고 삶의 지평(horizon)을 뜻하는 것으로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1고린 2,9).
우리는 더 큰 일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바로 지금, 하느님은 그것을 증명해 주시려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셋째, "주님의 손으로 저를 도와주세요"하고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영토(영역)을 넓히기 위해 너무 큰일을 시도할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실패도 합니다.
야베스는 자신의 영토가 넓어지고 감당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자
주님의 도움이 필요함을 금방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위대한 손길'에 의지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주님의 손이 임하면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
"주께서 그들을 보살피셨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믿고 주께로 돌아왔다"(사도 11,21).
'주님의 손'은 곧 성령의 능력을 말합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을 기다리며 그분의 능력을 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사도 2,42-47; 4,24-31 참조).
그들의 영토가 전 세계로 넓어졌기 때문에 하느님의 손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성령께서 그들을 채워 주실 때, 이 평범한 사람들이 모든 이들에게 증언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사도 1,8). 다른 이들은 그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하느님이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우리는 구체적인 삶의 질곡에서
하느님의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과 연관시킬 수도 있습니다.


넷째, "제가 환난을 벗어나게 해주세요"하고 기도했습니다.
시험당할 때 우리는 어떻게 기도합니까?
대부분의 경우 굴복하지 않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하지만 야베스는 "환난 속에서
나를 지켜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지 않고 "환난을 벗어나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주님의 기도에서 가르쳐 주신 것과 같습니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루가 11,4).
우리도 야베스나 예수님과 똑같이 기도해야 합니다.

유혹이나 환난을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유혹을 최대한 멀리함으로써 하느님의 일에 협력하는
우리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브루스 윌킨슨. 데이빗 콥, 「야베스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