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 연주법/강보원
스펀지밥은 바다 속에 살았네 징징이는 스펀지밥의 이웃이었네 아니다 징징이는
스펀지밥의 이웃이고 클라리넷을 분다 징징이의 클라리넷을 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람이라면 낙지처럼 손가락을 모으고(낙지는 손가락이 없으므로) 손등을
구부려 손 전체를 클라리넷을 감아 쥔 낙지의 촉수처럼 만든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고 클라리넷을 부는 것처럼 양손을 입술의 앞쪽에 위치시킨 뒤 박자에 맞춰
들썩인다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징징이 클라리넷 보이지 않게 양발의 뒤
꿈치를 붙이고 앞꿈치를 까닥거려도 좋다(낙지가 서 있는 방식이므로) 나는 종종
징징이 클라리넷을 불곤 한다 효용은 바다 속에 잠긴 기분 짭짤한 소금 맛 내게
팔과 다리 두 개 정도씩 부족하다는 감각 그리움 징징 클라리넷을 연주해 줘 징징
클라리넷을 연주해 줘 징징
저택 관리인 / 강보원
마루야, 하고 나는 마루를 불렀는데 방 안에 있던
푸들들이 다 우르르 달려오는 거야 백한 마리나 되는 이
푸들들의 이름을 다 마루라고 한다면 겹치는 걸까?
겹치면 더 좋겠지…… 나는 구분 가지 않는 것들을 사랑해
그 불가능성이 그 푸들들을 전부 다 사랑하게 만들었지
어쩔 수가 없어서 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게 나는 푸들들에 둘러싸여서 산더미 같은 개밥 포대를 뒤적거리며 살고 있어 하지만 가끔은
나는 몸이 하나인데 푸들들은 너무 많다, 너무………
너무 깜짝 놀라서 울고 싶어지는 거야 이렇게
멍멍
멍멍,
하고
완벽한 개업 축하 시 / 강보원
그의 친구가 말했다
"나 이번에 개업을
하게 됐는데 축하 시 좀 써 줘."
그들은 벤치에 앉아
테니스공을 허공으로
던졌다가
다시 받으며
놀고 있었다
"응, 알았어."
그는 대답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인이고
문예지에 발표한 시는
아직 없지만
시에 대해
많은 걸 알았고 또
많은 걸
모르기도 했다
그들은 테니스공을
조금 더 던지고
받고
하며 놀다가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그는 생각했다 이 시를 쓰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추상적일 것 그래야
다음 사업 때도
이 시를 벽에 걸 수 있을테니까
그런 것들
또 무엇보다 이 시에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그는 모니터 앞에
앉아
개업 축하 시를
열심히 떠올렸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주일
열흘
다섯 달
예닐곱
해 정도가
지났다
그는 반으로 쪼개진
양파 같은
희고
매콤하고
사각사각거리는
개업 축하 시를 쓰고 싶었지만
개업 축하 시는
잘
써지지 않고
있었다
몇 번쯤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떠올린 것 같기도
했지만
옮겨 적기 전에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동안
친구의 사업은 성공해서 전국에
체인점이 생겼고
비싸 보이는 검은 차를
타고 다녔다
또 친구는
결혼도 했는데
그녀는 학창 시절에 만난 예쁜 아이였고
친구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업을 같이 도와주기도
햇었다
그는 결혼식 때
친구를 만나기도 했는데
그들은 두 손을
꽉
잡고 악수를 나눴지만
개업 축하 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친구는 점점 바빠졌고
그와 친구는
예전처럼 벤치에 앉아
테니스공을 던지고
받고
하며 노는 것을 여전히
좋아했지만
점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대신 친구와
그는
가끔 멀리서 각자
테니스공을 던지고
받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제 사람 좋은
아저씨가 되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그는 아직 아마추어
시인이고
문예지에 발표한 시는
여전히 없지만
시에 대해
많은 걸 생각했고 또
많은 걸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그가
생각하지 못한 많은 것들
때문에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신 바람 부는 저녁
벤치에서
그는 허공에 던진
테니스공을 다시 받으며
생각한다 그는
지금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떠올렸다고
추상적인
기쁜
반쪽으로 쪼개진
흰
양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