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행운을 얻게 되는 부지런함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스스로 분별력 있게 분석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주로 남들의 의견이나 동향에 의존해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미술품 수집 유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다양한 유형부터 소개해본다.
먼저 '충동구매형'이다. 서울 서초동 P여사의 경우가 인상 깊었다. P여사는 미술품이 돈이 된다는 주변의 권유로 우선 유명하다는 작가의 작품을 '왕창' 샀단다. '유명하다'는 기준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정도였다. 그래서 서울의 한 미술대학 교수가 마침 개인전을 열기에 가서 10여점을 한꺼번에 산 것이다.
'한 작가의 같은 시기 작품 여러 점보다, 여러 시기의 대표작을 분산해서 구매하라'는 얘기로 에둘러 상담을 마쳤지만 이후에도 그 작품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다음으로 '우유부단형'이 있다. 재력가 B회장은 퇴임 후 소일거리를 찾았다. 그는 정보 수집 욕구가 강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미술 강좌를 권유했고 B회장은 1년 동안 열심히 수강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지만 그는 지금도 작품 수집에 목하 고민 중이다.
'가족공감형'도 있다. 창원시의 L·H부부는 남편의 출장길에 되도록 아내도 동반한다. 서둘러 일을 본 후에 그곳의 미술관이나 유명 갤러리를 방문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돌아다닌 게 벌써 5년이 넘는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관심사가 같아져 대화거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부부 금슬도 좋아졌다. 얼마 전부턴 여고생 맏딸을 대동해 다니기 시작했다. 가족이 서로 상의해 수십 년을 소장할 작품을 구입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부산의 개인사업가 K대표는 '사회공헌형'이다. 3년 전 5층짜리 신사옥을 리모델링으로 마련한 그는 학창시절 형편 때문에 화가의 꿈을 접었던 경험에 비춰 젊은 미술가 후원에 나섰다. 1층 로비의 잉여 공간에 작은 전시장을 마련하고 전시 때마다 직원과 주변의 주민들을 위한 작은 파티를 열어준다. 각 층마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도 운영한다. 직원들이 같은 층 작가의 팬이 될 수 있도록 자매결연 맺기에 적극적이다.
한 작가의 여러 시기 대표작 분산 투자
남의 말보다 발품·강좌로 전문성 길러야
끝으로 '미래투자형'을 소개한다. B씨는 30대 중반 골드미스다. 얼마 전 팀장급으로 승진하면서 연봉도 제법 높아졌다. 주변의 비슷한 또래들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미술을 선택했다. 미술소양서 삼매경에도 빠졌다. 주말이면 데이트도 야외의 갤러리 탐방으로 대신한다. 미술 강좌를 들으며 젊은 시절부터 안목을 키우고 있는 그는 미술품을 미래투자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미술 애호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 이전에,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의존해 주관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기호 활동'이다. '자신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다만 미술에 대한 관심을 단순히 호기심에만 의존하면 'P여사'의 길을 답습하게 된다. 또 직접 사보지 않으면 미술작품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다섯 가지 유형 중 바람직한 유형을 굳이 꼽으라면 가족공감형, 사회공헌형, 미래투자형을 권한다. 더불어 현명한 미술 애호가일수록 가슴은 열정 가득히, 실행 단계에서의 머리는 이성적으로 차갑게 유지해야 한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