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힘겨움을 이용하는 검은 세력이 있다. 그들은 정상적인 병원을 운영하며 암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때로는 환자를 범법자로 내몰고, 어떤 때는 극심한 경제적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환자를 극진히 생각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병원에 속아 거액을 결제한 암환자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공공연한 비밀 '암 전문' 병원의 불법 페이백, 선결제 실태를 고발한다.
■ 암환자를 영업하라 _ 코드명 : payback
암 환자들은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반복하는 과정에 각종 부작용을 호소한다. 상급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마치고 나면 바로 퇴원해야 한다. 24시간 누군가 돌보지 않는 이상, 스스로 몸을 챙기기 어렵다. 이 때 암 환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이다.
이들 병원은 암 환자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권한다. 대부분 민간보험으로 충당할 수 있다며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치료를 제안한다. 이 과정에 일부 병원들은 더 많은 환자 유치를 위해 환자들에게 '페이백'을 제안한다. 상담 과정에 한 달에 500만 원짜리 치료를 받으면 현금으로 100만원을 돌려준다고 서슴치 않고 말한다. 다른 병원에서 환자를 빼오면 페이백 비율은 높아진다.
■ 강남 유명 ‘암 전문’ 한방병원의 선결제 사기
서울 강남 한복판, 유명 연예인들을 내세워 환자들을 유치한 유명 ‘암 전문’ 한방병원. 사무장 병원으로 판결난 이 병원은 10년 전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하지만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병원은 확장했고, 말기암 환자들은 더욱 몰려들었다.
해당 병원은 수 천만원에서 1억이 넘어가는 치료 비용을 ‘예치금’이라며 현금으로 한꺼번에 받았다. 환자들은 1억원을 내면 천 만원이 넘는 치료를 서비스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빚을 내서 거액을 결제했다.
하지만 사무장 병원이었던 해당 병원은 결국 병원장과 사무장이 구속되면서 폐업 수순을 밟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환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폐업되기 5일 전 1억 원을 결제한 환자, 2주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 치료비 6천 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유가족. 이들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현재 118명. 금액만 38억 원이다.
■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일단 입원만 하면 병원비는 나중에 보험금으로 다 돌려받을 수 있다며 암 환자를 유치하는 병원들. 하지만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고액의 치료비는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아야 한다.
취재진이 만난 많은 암환자들의 고통은 보험사와의 소송이었다. 보험사는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의 불법 실태는 적발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많은 암 환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었다. 보험사로부터 유방암 환우인 아내의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한 남편은 고된 법정 싸움 끝에 결국 보험금을 받아냈지만, 소송 스트레스에 본인이 암 환자가 됐다. 일부 환자들은 보험사와 소송 중에 숨지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