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에 관한 시모음 2)
봄소식 /靑山 손병흥
수은주가 영하를 웃돌고 바람마저도 거센
강추위로 움츠려드는 꽃샘추위 속에 찾아온
가장 먼저 피어나는 봄소식의 전령사 복수초
제주에선 겨울 눈옷 입은 채 수선화가 피어나고
광양 매화마을 양산 통도사엔 홍매화의 웃음꽃이
구례 산동에서는 샛노란 산수유나무 꽃이 만개해
화사한 미소 드리우는 개나리 분홍빛 진달래 자태
점차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의 기온이 상승하면서부터
버들강아지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게 되는 봄의 계절
앵두꽃 모란꽃 목련 벚꽃이 피어나는 빨라진 개화시기
봄소식 /一向 조한직
겨울비 속으로 봄은 말없이
바람을 타고 새벽을 열어와
나무에 눈을 뜨고 꽃을 피우라 한다
햇살 비에 젖으면
봄을 거역하지 못하는 꽃은
봉오리 내밀며 살금살금 얼굴을 연다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은
스스로 바람 불고 비를 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살 수 있도록
진리로 다가온다
깨달음 없는 우리에게
말없는 윤회로 해마다 은혜를 베풀며
더불어 아름다운 세상 열어가라 한다.
봄소식 /이정원
귀 기울입니다
다만, 피어나는 것들
봄,
꽃,
당신,
다시 피리라는 것을 믿었습니다
순간이라는 것도 알았구요
기쁨보다 슬픔이 많은 것도 압니다
스치기만 해도 소리가 되는 이 격렬함을
빛으로 만들 줄 알게 되었습니다
원하시기만 하신다면,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그리움으로 바꿀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봄, 꽃, 당신
이제, 이 고요와 침묵으로부터
마음껏 흔들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봄소식 /靑山 손병흥
흐릿해져버린 미세먼지 황사로 하얗던 눈썹
숨겨진 흔적처럼 잦은 바람 속 얼굴 내밀다
한동안 동장군의 기세에 눌려버렸던 하늘 길
눈 먼 여정 훈풍 되어 떠돌던 한줄기 실바람
그렇게 한들거려 뒤척이는 체증으로 시달렸던
걷잡을 수 없는 묵언의 세계 햇살 담긴 그리움
봄비 그친 뒤 연신 앙금으로만 남아있던 거울 속
시퍼렇게 멍들었던 자국들이 아른거리는 그 자리에
또다시 은밀하게 조금씩 돋아나는 꿈결 같은 얼굴빛
행복에 겨워 미소가 피어나는 입가로 번지는 햇살이
슬며시 오래도록 머물고 싶어 안달하는 봄 향기 취해
나비처럼 날갯짓하며 온몸이 날아오르는 풋풋한 봄바람
아리랑 만산 홍록 봄소식 /정덕자
봄바람이 불어오니 앞산 뒷산 만산홍록 춤을 춘다
대한민국을 세우는 대들보 기둥이 정치 행정 사법부인데
서로 잘하겠다는 경쟁이 치열한데 박수치고 기뻐할 꽃 만발
정보화 네티즌 과학 꽃이 만발한데 진실사실 꽃 필 수밖에 없다
정치 행정 사법 주인의식 꽃이 피는 과학시대 밝고 맑은 참삶
정치인이 나라 잘 지키고 행정이 살림살이 바로 살피고 시행하고
사법이 국민정신 이끌어가는 안정질서 책임의무 참다운 마음꽃 필 때
어제를 거울삼아 거짓뚫고 솟아오른 진실사실 꽃 피울 이 봄
하나뿐인 나, 사람 사는 이 세상 사람답게 살아도 너무 바쁜 백년꽃
곷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곷이 인간 꽃이다. 너 나 사랑의 인간꽃
피고 피는 인간의 마음 꽃 무궁무진하여 팔만사천 가지이다
각자의 맡은 일에 주인의식의 마음 꽃 피워 무궁화 무궁하게
거짓 위증 속에 잠자던 진실사실이 피어 나오는 정보화 꽃 봄
나비야 벗 님아 나오너라 과학 꽃이 만발한 봄맞이 가자꾸나
따뜻한 봄바람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지혜의 진실 사실 꽃 핀다
참사랑이 매달리고 익어가는 풍성한 계절을 향하여 달려가자
정신쓰레기장에 피는 꽃 거짓은 3일 가고 진실은 영원하다
아름다운 마음 꽃 사실진실은 무궁 영원을 이끌어 나간다
참다운 삶은 정신 기둥으로 길고 폭 넓은 큰 삶의 꽃 피우자
봄소식 /정일근
감옥소가 보이는 언덕에서
보내지 못하는 편지들을 모아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진종일
황사바람만 속절없이 하늘을 덮었다
친구여 그대가 사는 나라에도 봄은 오는가
이 눈물 같은 봄은 오는가
나는 언덕에 서서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볼가강 위에 배가 떴구나
그 러시아 민요를 낮은
더욱 낮은 휘파람으로 불러보며
아아 내가 날리는 종이비행기들이
그대가 홀로 사는 나라에 닿아
봄소식을 전하여줄 수 있을까
문득 눈을 돌려 마을을 바라다보니
바람에 펄럭이는 흰 빨래들이 눈부셨다
봄소식 /이풍호李豊鎬
유별나게
비가 오지 않는 로스앤젤레스에
폭풍우가 불어왔다.
오년째 드는 가뭄을 끝내주려나
태평양에서부터 시작한 비가 땅을 적시고
산간에는 서너피트의 눈이 쌓였다.
오지않던 비가 내리고
기적같은 晩雪,
환상의 눈이 쌓여도
늘 푸른 잔디로
새봄을 느끼지 못하는데
동부 펜실배니아의 黃仁淑 시인으로부터
봄소식이 왔다.
... 어제는 진눈깨비까지 내렸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봄이 왔어요.
나뭇가지들도 부드러워졌고요.
오월이 오면 서울에는 벚꽃이 한창이겠지요...
오월이 오면
仁淑 시인이 서울에 가서
어떤 봄소식을 다시 보내올까?
내 젊은 날의 고뇌와 꿈이
아직도 살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땅,
고국의 봄이 그립다.
고향들에 봄비가 내리다가
하늘이 활짝 개이면
느리재(嶺) 고개에 올라
끝 없는 無限川물줄기를 굽어보던 어린 시절
먼 데서 봄이 오듯 가만가만
꽃가마타고 시집오던 색시들도 고왔지.
먼 추억을 새기면서
찾아 온 봄소식은
마음 잘 가꾼 꽃밭이다.
봄소식 /정태중
화창한 날의
디딤돌 같은
태양과 바람
그리고 꽃망울
그 안에 웃고 있는
당신의 미소까지
꽃샘추위 따라
사뿐사뿐 폴짝폴짝
징검다리 건너듯
오고 있네
봄 소식 /書娥 서현숙
봄기운
가득한 아침
길을 걸었네.
길가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가로수 사이 벚꽃
바람에 춤추고
들녘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숨은 듯, 수줍은 듯
곱게 피었네.
산천마다
푸른 잎들이
세상을 포근히 안고
새 생명이 태동하듯
하늘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짓네.
봄소식 /최병도
바람이 분다
따스한 바람이다
예민한 매화가
팝콘처럼 하얀 속살을 내밀었다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도 쌀쌀한 날씨지만
가만히 둘러보니
앙상한 가지마다 물이 올라
아파트 화단은
서투른 봄소식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얼룩진 세상사는
언제쯤 미소 꽃이 피려나
봄 소식 /정병근
열린 창가에서 창천(倉天)을 보며
작은 바람 소리 새들의 지저귐에 마음을 연다
뺨을 간질이는 태양의 온기가 파고들어
그의 품에 안겨 있는 일만큼
즐거움이 또 있을까?
왕피천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살포시 미소치며 다가오는 봄 아씨 뜨락에
수즙은 봉우리 내미는 가지들...
먹이 찾는 어치, 마음만 바쁘고
저만치 도토리 새싹들이 움을 띄운다.
봄 소식 /정호순
1
눈 쌓인
나뭇가지
얼어서 부러지나
비에는
빗물 있고
눈에는 눈물 있다
가지에 수북한 사연 어이 님의 탓일까
2
눈물이
만든 눈꽃
눈물이 얼어붙어
나무엔
눈꽃 피고
눈에는 눈물 피네
봄이 와 눈꽃 녹으면 눈물일까 눈 물일까
3
산에는
복수꽃이
뜰에는 매화꽃이
연이은
꽃 소식을
벌 나빈들 모를까
만물이 다 아는 봄을 그 님은 모르시네
봄소식 /靑山 손병흥
겨우내 온통 얼어붙었던 마음 못내 추슬러 보다
점차 활기를 되찾아가는 관목 상록수 나목들처럼
봄날 개나리 철쭉 산당화 수수꽃다리 되고픈 시절
길고긴 겨울이 저만치 성큼 물러가버린 산야에는
오랜 묵은 잠에서 깨어난 화본과 다년 생 초본들이
파릇파릇 새싹 되어 돋아나는 난지형 잔디 생장시기
그토록 화사하고 따뜻한 봄을 절실히 기다렸던 나날
꽃길 따라 소식을 알리고픈 정원속의 알뿌리식물들도
길게 한번 기지개 켜고서 살랑거리는 봄바람 되는 계절
봄 소식 /송정숙
꿈을 꾸었다
달달한 초콜릿 먹는 꿈
부시시 일어나 앉아
달달함으로 남겨진 여운
조용히 들어 봐
찬바람 속에서 들리는 함성
언땅 헤집는 기쁨의 소리
문턱만 넘어오면 네 곁이야
조금 남겨진 어둠
아파트 난간 대롱일때
뚝배기 된장찌게 보글 보글
겨울 견디어온 봄은 찬란하다
봄소식 /소재관
봄은 땅끝애 들꽃농원
돌 틈 사이에서부터
오나 보다
얼어붙은 돌 틈
사이를 박차고
산모의 출산 고통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은 혀를 내민
도토리 새싹처럼
봄은 우리 곁에
그렇게 힘겹게
오고 있나 보다
봄 소식 /방랑자 모은시인 이상황
생동감 넘쳐지니
뜨거운 열정 감내
봄 트름하니
무당벌레 산책
옥수수 뿌리 틈새
기지개 펴지면
모진 질풍 파동류 바람
흩고 지나간 자리
봄 소식 알리는
세상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