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40도가 넘는 폭염에 스페인 여행을 15일 다녀온 후
세 식구 그 누구도 1년이 되도록 여행가자는 말을 안 할 정도로 체력이 약했어요.
(물론 딸아이는 학원에서 가는 가을, 봄 역사 기행도 알차게 다녀와서 딱히 더 여행가자는 말은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1년이 되고 보니 슬슬
이제 어딘가는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4년 만에 속초 설악 워터피아로 정한 후, 급하게 1주일 전에 쏘라노 예약하고(중고나라에서 신랑이 숙박권 사더라고요)
금토일 2박 3일로 다녀왔어요.
아이 수학 학원이 토요일부터 휴강이라
금요일 저녁에 7시에 출발해서 밤에 속초 도착!
하트 시그널 4 본방까지 챙겨본 후
금요일은 그대로 보냈습니다.
1. 홍게라면과 생선구이 아침 식사
아침 8시에 푸짐하게 먹었습니더.
2. 예상치 못한 설악 워터피아에서의 즐거움
10시 개장에 맞춰 급하게 들어가 썬베드 구매하고
짐을 푸니 벌써 땀이 한바가지.
굳이 여기까지 와서 무슨 고생인가 싶었는데
막상 물에 들어가니
이래서 물놀이 오는구나 싶더라고요.
급하게 준비한다고 나름 했는데
물놀이용 핸드폰 걸이가 미흡하여
물 속 현장을 못 담은 게 좀 아쉽긴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왔던 4년 전에는
소소하게 기타치고 노래나 춤 시키는 정도였는데
(7월 초라 극성수기는 아니었지만)
이번엔
워터밤? 흠뻑쇼??
비슷하게 물속에서 공연 즐기고
가이드들이 웃통 벗고 물 뿌려주고
앞에서 공연하니
재밌더라고요.
미취학 아동부터
부모 따라온 중딩들
20대 전멸
30대 후반부터 40대까지가 많다보니
열정은 있으나 조금 미숙하긴 해도 열심히 따라하고 흥에 겨워 소리 지르니 스트레스도 풀리더라고요.
(그 와중에 50대 호명 안 했다고 애이빠는 서운해 하더라고요. ㅎㅎ)
특히 미취학 아동 남자 아이 아빠들이
음악과 환호에 맞춰
아이를 공중에 띄우고 다이빙 시키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웠어요.
다만, 위험하다 싶긴 했는데
진짜 2시 타임에 누가 다쳤는지
4시 타임엔 안전 강조를 많이 했어요.
뿌리는 물이 그렇게 시원하네요.
단점은 눈이 충혈되고
팔이 뼈까지 쑤시고 근육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요렇게 많은 사람 몰릴 때
구석진 썬베드에서
엄마 아빠가 열심히 사진작가 빙의해서
촬영했어요.
제가 신혼 때 피서지에서 입던 원피스인데
딸에게 잘 맞길래
입혔죠.
부끄러워할 줄 알았더니
얼렐레~
시키는대로 하는 거 보면서
참.... 오랜만에 화 안 내고 말 들어주네 싶더라고요.
3. 산촌 생등심
4년 전 산촌 생등심을 갔을 때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달콤분들의 후기도 최근에 있기에
미리 예약하고 갔어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영장에 있던 세식구가 얼마나 배고팠는지는 뭐....생략!
과거 고양이들과 함께
한 방에 한 팀씩 받아주시던 조용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변함이 없는 그 맛에
감탄에 감탄을 했어요.
소금을 살짝 찍어서 먹어도 먹어도 느끼하지 않은
진짜 맛난 한우 생등심과
시커먼 집된장으로 구수하게, 콩나물로 아삭하게 맛을 낸 된장찌개가 일품이었어요.
특히 차르르 윤기나는 밥 한 공기에
소박해 보이기만 하는 반찬을 더하면
그렇게 맛나더라고요.
제가 워낙 인공 조미료나 맵고 짠 음식에 힘들어하는데다
최근에 소화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효소를 입에 달고 사는데
이런 밥상으로만 먹는다면
소화문제는 극복하겠더라고요.
숭늉으로 마지막을 더하니
모든 맛이 정리되면서
기분좋은 된장찌개의 여운이 입안에 맴돌더라고요.
왜 밥 잘 먹고도
목이 타서 계속 물마시며
더부룩해지는 괴로운 밤이 아니라
푸근한 엄마가 두툼한 손으로 담백하게 토닥토닥
재워주는 편안한 밤이었어요.
숙소 가기 전
속초 중앙시장 갔더니
닭강정 집 대부분 문닫고 품절인데
고민고민하다가 그냥 돌아왔어요.
괜히 뭐라도 사면
숙소 가서 조금 먹는다고 하다가
담날 짠기운에 괴롭다 싶어서요.
(저희 부부 나름 음식 양 조절 중인데, 여행와서 폭식은 하지 말자 싶었죠)
밤에 뼈마디 쑤시는 거 빼고는
잘잤습니다.
(약국 들러 판피린 사서 한 병씩 마시고 잤어요. 저희집은 판피린이 만병통치약이에요.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무리해서 몸살날 것 같으면 미리 밤에 먹고 물 많이 마시거든료. 그럼 잠도 더 잘자고 아침에 덜 아프다는 느낌적인 느낌???)
4. 시골 할머니 산채 비빔밥+청국장+황태구이
속초에 먹거리가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신랑과 1시간 가까이 고민하다가
산채 비빔밥을 먹으러 갔어요.
아아... 오늘 아침에도 또 생각나네요.
최근 4개월 가까이 폭식도 못 하고 저절로 천천히 넘겨 먹던 제가
급하게 밥을 비벼
먹다가
황태구이 먹고 감탄하다가
입 안 음식을 씹기도 전에
청국장에 비벼 먹다가
난리도 아니었네요.
깅원도, 속초 음식은 정말 제 입에 너무 맞아요.
심지어 소화도 잘돼서 더 감동이고
자주 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더라고요.
5. 돌아가는 길 -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
월요일에 출근하는 신랑을 위해 아점만 먹고 집에 가려다가 화창한 날이 아쉬워 해변 드라이브라도 하자고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결국 집으로 가게 됐어요.
그래서 대안으로 여주 프리미어 아울렛에 가자 했지만
뜨거운 2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눈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스타벅스에서 1시간을 음료 마시고 앉아 있으며
몸을 식혔으나
살 게 없는건지
사고 싶은 게 없는 건지
그냥 몇 군데 돌다가 나왔네요.
바닷가 산책을 못 한 게 너무 아쉬워요.
6. 도착. 그리고 저녁
아이가 좋아하는 짜장면집으로 Go!
7. 마무리
아이가 물놀이 하고 싶다 하고
친구들과 캐비를 계획해도 실행력이 부족하여 재밌게 놀 줄도 모르는 아직은 어린 중딩이라
(보통 초등 고학년부터 알아서 잘다니는 학생들도 많던데 울 딸은 마음만 있지 막상 나가려면 귀찮대요. 그러면서 또 가고 싶다고는 하고)
엄마 아빠로서 바다나 설악산보다는
물놀이를 하루 제대로 하자를 여행 목표로 정했어요.
그런데 막상 워터피크에 가면 마냥 좋아할 줄 알았는데힘들다고 자주 쉬고 그래서 약간 당황도 했어요.
4년 전 마지막 물놀이였던 코타키나발루에서까지는
도착하자마자부터 떠나기 직전까지
물에서 안 나오던 아이가
이제는 커진 몸만큼
어지럼과 피곤함이 더 컸나봐요.
월수금 6시간이나 하는 수학 특강 직후 데리고 온 거라 그랬는지
중간에 체한 것 같다며 썬베드에 눕는데
많이 달라졌구나,
마냥 좋아하던 예전과는 다르구나 했어요.
아마 내년이 되면
엄마 아빠와는 같이 안 다니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뒤늦게 친구들과 몰려 다니는 재미에 빠져 허파에 바람들려나 싶기도 하고
지나친 칠드림과 에스파 덕질로
다른 친구들과는 너무 다른 즐거움을 추구하려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해외로 많이 나가셨는지
나름 성수기인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차도 안 막혔어요.
기분좋게 다닐 수 있는 정도의 활기찬 중앙 시장도 좋았고요.
오늘부터가 진짜 성수기인가 싶기도 하고요.
(작년 여름 힘들었지만 그나마 사람이 적었던 스페인에 미리 다녀온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올해부터는 진짜 많이들 가시더라고요)
2박 3일
그저 밥 먹고 하루 수영장 다녀온다고
마음 먹고 2일 운전하는 신랑과
그 옆에서 끊임없이 영양제를 뒤적거리는 저는
열심히 운동하고 살빼자고 다짐했어요.
체력이 없고 몸이 무거우니
여행도 힘드네요.
코로나 직전 2020년 2월 초 4학년 마치고 5학년 올라갈 준비하던 딸의 모습과 2023년 7월 말 중2의 모습을 비교하니
세월이 느껴지네요.
어쩜 아이같이 엄마와 함께하는 걸 즐거워하는 모습이 마지막이려나 싶기도 해서 슬프기도 해요.
결혼 전까지는 부모와 함께 여행 하겠죠??
아이가 하나다 보니
이 생각 저 생각이 많아지네요.
사춘기 증상으로 하루종일, 매일 여곡성인 아이를 보면
빨리 정서적으로 독립하길 바라다가도
아직은 엄마품이 좋은 아이이길 바라는 마음이 있나봐요.
아무튼!! 이제 여행기록 마칩니다!
(보태기) 속초 음식을 그리워하며 아침을 김치볶음밥으로 떼웁니다. (소화기능 문제로 식이조절하는 사람치고 양이 좀 많네요. 하.하.하)
첫댓글 글을 잘쓰셔서 재밌게 잘봤어요. 산촌생등심은 유명해지기 전부터 가던곳이라 너무 반갑네용
워터피아 우리의 15년 휴가지에요..성수기에도 그닥 붐비는거 모르겠고 여유 있어 좋아요..놀이 기구 안타는 가족이라..작년에 저희도 저곳에서 소리 지르고 놀았어요..은근 쒼나요^^
올해는 고3딸래미 두고 아들만 데리고 다음주 가요..먄날 먹는것만 먹었는데 달곰님 덕분에 새로운 맛집 알아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