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한번만 사랑을 했다면,
아마 그것 또한 거짓말일 겁니다.
정말 손한번 잡아보지 못한 사랑을 해보고,
맨날 짝사랑만 하다가 열정적인 사랑을 해본적이 한번 있었더랬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무역회사에 어정쩡하게 다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 결국 4개월만에 사표던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몇몇동생들과 컴퓨터 조립판매장사를 시작했지요.
중,고등학교를 함께한 절친이 혹시 소개팅할 생각이 없냐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땐 사실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여자를 만날 마음도 없었고, 준비도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거절을 했었습니다.
5개월쯤 지나서 사무실도 옮기고 어느정도 마음적인 안정감을 찾았을때,
사실 너무 서두른 감도 있었지요, 적어도 2~3년 정도는 장사에 몰입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친구에게 외롭다고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친구의 여동생 학교친구로, 졸업 후 놀고 있었던 아가씨였습니다.
그렇게 외모가 뛰어나거나 뭐 그런것은 아니었지만,
첫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는 재주가 있는 아가씨였습니다. 사실 그녀와의 첫만남 데이트는 그저 집에서 가까왔던 대학로 카페에서 차한잔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여야 할것 같았습니다.
93년도의 대학로 거리는 아직 낭만이 있었던 곳이었지요.
차를 마시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내가 숫기가 없었기에 애프터신청이고 뭐고 그냥 조심하게 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는
"저기요~ 안데려다 주실거에요 ?"
이 한마디에 전 그만 그녀에게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너무나도 내가 매너없이 행동했던 거였지요.
나중에 그녀가 말하길 뭐 이런남자가 다 있나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소개팅인데 바래다 주지도 않나 했다고 하더군요.
그날 그녀의 집앞까지 그녀를 데려다 주었습니다.
우리집이나 그녀집이나 둘다 성북구였고, 대학로는 종로구라고 하나 고개하나 넘어였고, 전부 고기서 고기로 넘나들었던 것이죠.
하여간 그녀와 헤어지고 다음다음날인가 연락을 했습니다. 만나자고..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와 그녀의 동네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술이 웬수였지요. 그녀나 나나 술이 엄청 취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난 정신줄을 놓진 않았었습니다.
그녀가 갑자기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고 하더군요.
내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내가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더구요.
너의 기준이 무어냐고 물었는데, 대답을 안해주었습니다.
그냥 인연이 아닌줄 알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술이 확 올라와 버렸습니다. 술집을 나가자고 하고선 나왔습니다.
그녀가 그 술집의 계단에서 주저 않더니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옆에서 부축을 하다가 갑자기 성질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을 강제로 훔쳐버렸습니다.
그 다음 (미풍양속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생략)
다음날 저는 미리 약속되어 있었던 거래처와의 1박2일 야유회를 갔었습니다.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은 사진클럽에서도 갔었고, 장사할때도 갔었고, 친목회에서도 갔었고, 결혼하고서도 갔었고, 자주 가는 곳이었습니다.
갔을땐 좋았는데, 올때가 문제였습니다. 여름막바지 해수욕객들로 인해서 배를 타기 위해서 5시간을 운전을 해야 했었지요.
5시간동안 화장실을 못가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배가 고파서 100미터 앞에서 라면을 끓이면 그 사이 차가 이동하여 도착했을 때쯤 익은 라면을 먹었던,
배에 올라타 5시간 참은 소변을 보고는 너무 좋아서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춤까지 추었던 정말 17년전의 가장 좋았던 추억이었드랬습니다.
야유회를 마치고 집에 가는길은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습니다.
저녁에 그녀의 전화가 올것이기에 그것을 기다려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엔 핸드폰이 없었으니깐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몸이 안좋았었다고 하더군요.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다고 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외박을 하는 바람에 금족령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녁에 오빠따라서 밤낚시 다녀왔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날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녁에 만나서 또 술을 마셨습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술만마시면 만나지 말자고 하고선 집에 델다주면 집을 안들어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네번째인가 다섯번째 만났을 때는 우리집을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밤 12시에 도둑고양이마냥 신발들고 몰래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재웠습니다. 이것이 자다말고 화장실을 가겠다고 해서 화장실 델구가느라 얼마나 손이 떨렸는지..화장실에서 일보다말고 샤워하겠다고 해서 엄청 쫄았었고,
(부모님 다 계시고 화장실과 욕실은 함께있는거 하나고)
간혹 이여자가 부모님에게 들키길 바랬는지 일부러 걸릴려고 했었습니다.
아마 그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면 재미있을거라고 생각했나봅니다.
하여간 나는 계속 쩔쩔맸고, 그녀는 그런 나를 너무 재미있어 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인이 내 팔을 베고 있을때,
그 순간만은 정말 행복했고,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잠이 깬 그녀는 멀쩡한 정신으로 자기가 왜 이런짓을 했는지를 한탄을 하고 있었고, 난 몰래 그녀를 내보내야만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두세번 더 그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여섯번째 쯤 만났을때, 그녀와 안암동의 한 카페에서 병맥주를 마시면서 그냥 즐겁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녀가 그날따라 나긋나긋하게 굴어서 참 좋았습니다. 또한 그녀는 두눈을 초롱초롱뜨고선 내가 하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날도 역시 그녀는 술에 너무 취해 고려대 캠퍼스 안에서 생난리를 쳤습니다. 이여자는 술만 취하면 눈에 뵈는게 없는지 아무대서나 엉덩이를 까고 쉬를 해버리는 바람에 참으로 난감해 했었습니다.
어느날 그녀가 사무실로 놀러왔었습니다. 모두 퇴근을 시키고 그녀와 저녁식사를 했다가 또 술한잔 마시고 그녀 역시 술에 취해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거기서 술을 더 마시다가 그녀와 싸웠습니다.
우린 만나면 항상 주제가 그랬습니다. 처음엔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 하다가 술마시면서 서로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집안이야기 하다가 마지막엔 헤어지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은 그녀의 허리를 두시간정도 꽉 끌어않고선 왜 자꾸 헤어지자고 하냐고 하면서 헤어지기 싫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역시 요지부동이었고, 결국 그날은 그래도 그녀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집에 갔습니다.
그렇게 석달쯤 되었을때, 어느날 그녀가 낮에 시간을 내달라고 하더군요.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녀가 장흥유원지를 가자고 해서 갔더랬습니다.
장흥 유원지에서 데이트하자는 것인줄 알았는데, 입구에 있는 공원묘지에서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느 무덤에 가서는 절을 하더군요. 거기서 30분정도 있더니 또 다시 다른무덤에 가서 절을 하고 30분정도 있다 왔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가자고 해서 집에다 델다 주었습니다.
집 앞에서 저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해주더군요.
저를 처음봤을땐 약간 실망을 했었다고 합니다.
친구가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침을 튀겨가며 이야기 하길래 만났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자기는 재벌2세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몇번 만나다보니 내가 멋있게 보인적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날은 친엄마와 새엄마 무덤에가서 나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고 합니다.
엄마들이 뭐라고 대답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고 하네요.
그런 잔잔한 이야기를 하고서, 우린 헤어졌고 결국 연락도 끊어지고
서로 안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가슴앓이를 하느라고 6개월정도를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내가 여자에 빠져 있는 사이 회사 직원들은 나태해져서 경영도 어려워 졌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1~2년 지난 다음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여동생은 우리보다 2살 어린 동생였는데, 음악을 하는 동생였습니다.
그 동생이 국민학교 다닐때부터 보아왔지만 말을 섞어본 적이 없어서 서로의 존재가 그렇게 신경쓰이진 않았었습니다. 친구동생은 어렸을땐 참 이뻤습니다.
하지만 저는 워낙 여자들한테 질려있는 상태라 (누나가 일곱이다보니 말입니다.) 친구 여동생한테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 어렸을땐 나보다 나이가 많은 20대 여성을 흠모하고 있었으니깐요.
그때가 아마 무역회사 다닐때였나 본데, 그 동생이 졸업작품 발표회를 한다고 친구가 초청을 해서 갔었습니다. 큰 매형 박사학위 수여받을때 가보고 처음 가보는 연세대학교 강당인가 거길 찾느라 무지 헤맸던 기억이 나는군요.
난 음악을 잘 몰라서 사실 졸업발표회하는 연주작품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이해가 아니라 왜 저런 괴상망측한 이상한 소리들을 내나 했지요.
그러나 일단 그 문화적인 분위기는 좋았고, 연주회가 끝나고 나와서 동생에게 꽃다발을 주었습니다. 무척 고마워 하더군요.
근데 그때 그 동생이 저에게 반했었데요.
원래 그 동생을 좋아하던 우리동창이 있었는데, 이친구는 얼굴도 귀공자풍이고 어렸을때 부터 바이올린을 배울 정도의 좋은 교육환경에서 자랐고, 학교도 좋은데 나와서 직장도 SDS에 다닐 정도의 수재였는데, 동생은 그런 그 동창오빠가 별로 맘에 안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날도 엄청나게 비싼 꽃다발을 들고 와서 부담이 컸다고 합니다.
그때 내가 신문지에 싼 허름한 꽃다발을 내밀었는데,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었다고 합니다. 음...역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시각도 특이한 건가 ?
난 나름대로 꽃집에서 좋은 꽃으로 골랐는데, 단지 포장지가 투명 아세테이트지가 아니라 흰색의 백상지로 쌌을 뿐인데, 대신 동네 꽃집에서 사다보니 그다지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이질 않았을 뿐이었는데, 고급스럽게 포장해온 꽃다발 보다 더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이건 뭥미 인지...게다가 백상지를 신문지로 보다니...
하여간 그래서 혼자 나를 좋아하다가 자기 친구중에 제일 친하면서도 골때리는 애 하나가 사귀던 남자랑 헤어지고 심심해 하길래 나랑 연결시켜 준거라고 하더군요.
근데 웃기는건 나는 몸무게가 90키로 가까이 나가는 체구라서 엄청 덩치가 있어보였고 친구는 날씬한 스타일이었는데, 나와 만난 그녀는 친구의 오빠인 내 친구를 남몰래 흠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내 친구도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친구 동생도 동생이라 생각하고는 가까이 하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내가 그녀를 강제로 한것에 대해서 고백을 했다가 친구와 절교할뻔 했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니깐 이 두여자는 서로 좋아하는 타입이 달랐고, 그걸 잘못생각해서 서로 잘못 연결이 되어 버린 것이었죠.
사실 솔직히 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변명일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부유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성격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친어머니가 어렸을때 돌아가셨고, 그래서 들어온 새어머니는 자신이 낳은 동생만 위해주었고, 결국 새어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시고는 세번째 어머니와 살고 있었죠. 그런 어렸을때 성장환경에서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애정결핍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학교다니면서도 남성편력이 심했나 봅니다.
게다가 음대생들의 고민거리 중에 하나가 남편이라고 하더군요. 동창생들이 워낙 빵빵한 집안에 시집들을 가다보니 아무 남자와 결혼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동창회에서 놀림감이 되기 일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친구의 여동생은 지금도 42살의 노처녀교수로 있습니다. 3년전인가 외국유학에서 돌아온 그녀를 보았을때, 이기적인 모습이어서 그랬을까요 ?(이기적인 모습은 화장을 안한 맨얼굴이라고 하더군요.) 너무나도 늙어버리고 너무나도 달라진 모습에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습니다.
결국 친구의 짝사랑을 그녀는 대신하지 못했고, 나는 행복한 연애를 해보지 못했던, 그해의 여름은 정말 뜨거운 사랑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동생은 69년 닭띠였지만, 그녀는 7살에 학교에 들어가서 개띠였습니다.
줸장....
|
첫댓글 시절을 돌이켜 내려가 우리들의 첫사랑이라는것을 만나면 영글어지지 않은 이것저것 뒤섞여버린 시시함 어쨌거나, 또 끝은 개띠로 그러나 뜨겁긴 했었군...^^
아마 이별의 상처자국이 화상자국이지 싶어..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앞으로 개띠여자들 대여섯명 더 있는데 풀까 말까 고민중이여.
삭제된 댓글 입니다.
10-Q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잘못 엮었다가 이상한 놈 될지도 모르겠어
재미나는 연애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억은 아린 마늘 같다니까요?
맛으로 표현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개띠... 악연이 맞는가보네여~~ ㅎㅎ 잼난 글~~ 앞으로도 쭉~~~ ㅎㅎㅎ
개띠 악연은 죽을때까지 갈지도 몰라요.
헤어지고 나서 사랑했었다 하면 그건 사랑인거 같아요...
오빠 지금도 멋지신데..다시 아름다운 사랑하세여~~^^
나 별로 멋지지 않어.. 까보면 정말 그지같어..내가 봐도..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악도 다양해졌다는~~
넘 재밌어여^^ 근데 고스트님은 개띠랑 궁합은 안 맞는데 개띠여자한테 끌리시나봐여. ㅎㅎㅎ
내 생각엔 개띠들이 날 뼈다구로 보는거 같아요. 살이 통통하게 잘 붙어있는 뼈다귀..
소설 읽는줄 알았어요.. 재밌게 읽어도 되는글인가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야 저도 감사드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ㅋㅋㅋ 역시 첫사랑이란...
글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