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 30만원을 받아 쥐고 집으로 가는 저녁 눈이 내린다
우리들 삶의 무게 만큼 덧없고 헐거운 것들이 어깨 위에 쌓인다
포장마차에 들러 빈 속에 소주 두병을 들이붓고
잠시 공장 담벼락에 기대어 서 있노라면
아, 왜 이렇게 찬바람은 모질게 얼굴을 때리는지
이미 빙판이 되어 번들거리는 길을
포복하듯 걸어 마을 앞 발산교에 이르르면
죽어버리겠다고 죽어버리겠다고
더러는 달리는 차 속으로 뛰어들고
더러는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는 눈발들이
척추가 부러진 채 누워 신음하고 있다
광주시 양 3동 발산교 천변마을
벌써 십수년전 제 뿌리를 떠나온 사람들이 떠밀려와
천변 낮은 불빛으로 흔들리는 밤,
삶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으로 등짝을 떠미는데
밀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철재대문을 들어서면
지친 아내는 두 아이를 껴안고 잠들어 있다
불을 끄고, 옆으로 쓰러져 누우면
어둠은 천근 빚더미로 내려와
목을 내리눌러 숨쉬기조차 어려운데
월수 30만원의 삶을 그래도 포기하지 말라고
밤새도록 바람은 낡은 슬레이트지붕을 흔들며 갔다
- 김선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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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이고 뼛속 깊은 곳까지 시려오는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이겨보고자 발을 동동 구르고 손바닥을 마구 비벼보지만
꽁꽁 언 손과 발이 애처롭기만 합니다.
요며칠 계속된 경이적인 한파로 인해 온 세상이 얼어버렸습니다.
좀체 누그러지지 않는 강추위가 우리 마음마저 얼려버릴까 적지않이 우려도 됩니다.
이 추운 겨울을 어찌 날까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보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시립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말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혹한으로 인해 보일러가 얼고 수도가 얼어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합니다.
때마침 우리집도 보일러가 고장나서 이 강추위에 고생 좀 했습니다.
온기가 하나도 없는 싸늘한 방에서 오들오들 떨면서도
그래도 찬물은 나오기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미지근한 물은 커녕 찬물조차 나오지 않는
나보다 악조건에 처해진 사람들의 형편을 헤아린다면 불평을 할 수가 없지요.
그리고 내일이면 보일러를 고치고 따뜻한 방에서 잠들 수 있다는 생각에
오늘 이 밤을 감사히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매일이 추운 노숙자분들...
갈 곳 없어 더 춥고 외로운 이 긴긴 겨울밤을 지새우는 이들을 생각할 때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이런 추위가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이제 곧 따스한 봄바람도 불어오겠지요.
이러저러한 인생의 한파로 삶의 힘겨움에 떨고 계신 분들 마음 마음 속에
어서 빨리 풋풋한 새희망이 솟고 가슴 가득히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