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에게 주어진 혜택 중에 하나인 도외 답사는 매년 기대되는 행사입니다. 여러 이유로 나는 답사 2차로 출발하기로 했고, 지난 5월 30일 제주공항에 모인 61명의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과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순천·여수·구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광주행 비행기에 탑승을 합니다. 순천의 날씨는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그래도 옷이 젖을 걱정을 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답사단이 처음 간 곳은 조선시대의 대표적 지방계획도시, 낙안읍성입니다. 대부분의 읍성들이 평지와 산을 이어 쌓은 평산성이라는 것과 다르게 이곳은 평야에 쌓은 평지 읍성이라는 것이 특이하였습니다. 1397년(태조 6)에 이곳 낙안 출신의 절제사 김빈길이 흙으로 쌓았고, 그 후 석축성으로 고치면서 지금의 규모와 같이 쌓아졌으나 정유재란 당시 왜적에 의해 파괴가 되었습니다. 폐허가 된 읍성은 병자호란 당시 명장으로 유명했던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있던 1628년(인조 6) 복구되었습니다. 성문, 옹성, 객사, 동헌 등 건물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성곽에 오르면 마을의 초가집이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는 왔지만, 낙안읍성에 근무하시는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의 해설을 들으며 낙안읍성 곳곳을 다니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에 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제1호 국가정원입니다.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하여 조성한 이 국가정원은 전라남도 순천시 도사동 일대의 정원부지 34만 평에 나무 505종 79만 주와 꽃 113종 315만 본이 식재되었다고 합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는 이곳의 가치와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하여 주는 정원해설사분의 해설을 들으며 국가 정원의 가치를 더욱 알게 되었습니다.
여수 향일암은 우리나라 4대 관음 기도처 중 한 곳으로, 돌산도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기 신라 선덕여왕 13년(644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한 암자인데, 고려 광종 9년(958년)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개칭하여 부르다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 향일암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적과 싸웠던 승려들의 근거지이기도 합니다만, 그 위치가 너무나도 멋진 곳이었습니다. 해안가 수직 절벽 위에 건립되었으며, 기암절벽 사이의 울창한 동백나무숲 등 아열대 식물들과 잘 조화되어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009년 12월에 발생한 화재로 인해 대웅전을 비롯한 주변 건물이 모두 소실됐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재건하여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하산길에 우연히 금오봉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전망은 향일암에서 얻는 뜻밖의 선물이었고, 향일암 초입에 있는 갓김치 판매점에서 해설사 선생님들과 막걸리와 갓김치를 먹는 즐거움도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진남관 터는 조선시대 400년간 조선 수군의 본거지로 이용되었던 역사의 현장입니다. 진남관은 여수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로,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입니다. 사실 이곳은 원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의 본영으로 삼았던 진해루가 있던 자리로, 정유재란 때 불타버린 것을 1599년, 통제사 겸 전라좌수사 이시언이 진해루 터에 75칸의 대규모 객사를 세우고, 남쪽의 왜구를 진압하여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진남루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과거 객사는 성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관아와 나란히 세워지는 중심 건물입니다. 중앙에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고, 관아의 수령이 초하루와 보름날마다, 또 나라에 국상과 같은 큰일이 있을 때 이 전패에 절하는 ‘향궐망배’ 의식을 거행하던 곳입니다.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진남관을 바라보며 거대한 객사의 규모에 놀랐고, 이순신 장군이 진해루에서 호령하던 모습을 상상하며 장군의 충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소천사벽화마을은 2009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조성 초기 1,004m의 골목길을 벽화로 장식하였기 때문에 고소천사마을로 불렀는데, 현재는 1,155m 9개 구간으로 각 구간마다 여수의 역사, 문화, 생활 및 지역 이야기를 담았답니다. 여수의 원도심인 고소천사벽화마을을 걷다 보니,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그림이 있었는데 그의 고향이 여수라네요. 어느 지역이든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의 모습을 보게 되면, 그들의 노력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게 되며 우리 제주도 역시 원도심의 바른 활성화를 기대해 봅니다.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같은 반면에 지역에 따라 다른 것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답사단은 이곳 여수의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과 아침부터 만나 향일암과 진남관, 고소벽화마을 등을 하루 종일 같이 거닐고 해설을 듣고 하면서 제주도와는 시스템이 많이 틀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문화관광해설사들은 어느 지역이든지 열성을 다해 해설하는 모습은 하나인 듯 합니다. 여수 문화관광해설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비로 화엄사를 먼저 관람하기로 일정이 변경이 되었습니다.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 조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며, 절의 이름은 화엄경의 화엄 두 글자를 따서 이름 지었습니다. 처음에는 해회당과 대웅상적광전만 있던 것을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에 의해 증축되었고 신라 헌강왕 1년(875년)에 도선국사가 또다시 증축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인조 8년(1630년)에 벽암선사가 절을 다시 세우기 시작하여 7년 만인 인조 14년(1636년)에 완성한 사찰입니다.
사찰 내에는 각황전을 비롯하여 국보 4점, 보물 7점, 천연기념물 1점, 지방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와 20여 동의 부속건물이 배치된 곳입니다. 특히, 건물의 배치에 있어서는 일주문을 지나 약 30°로 꺾어서 북동쪽으로 들어가면 금강역사, 문수, 보현의 상을 안치한 천왕문에 다다르는데, 이 문은 금강문과는 서쪽으로 빗겨놓은 것이 독특하다고 합니다. 이 천왕문을 지나 오르면 보제루에 이르고 이 보제루는 다른 절에서는 그 밑을 통과하여 대웅전에 이르는 방법과는 달리 루의 옆을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도 다르다고 합니다.
역시나 화엄사에서도 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의 안내로 화엄사 이곳저곳을 거닐며 새로운 지식을 하나하나 배워 갔습니다. 작년에도 화엄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차일혁이란 인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내용을 알기에 화엄사에서 차일혁 경무관의 공덕비 앞에서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았습니다. 추사 글씨 화장을 뒤로 하고 사자상3층석탑에 도착해 노고단을 바라보니 작년에도 6월에 방문해 비가 많이 내렸는데 올해도 비가 내리는구나 싶어 감상에 젖어 보았습니다. 당시의 노고단을 바라보는 전망이 너무 좋아 감동했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이번에도 한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지리산 역사문화관에 도착하니 구례군 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님이 나와 계셨고 환영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지리산 역사문화관은 구례지역의 고유문화 유산을 조사·발굴·연구하고 지리산 지역의 자연환경을 모태로 생태자원의 보존과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부각하려고 건립한 곳입니다. 지리산권의 다양한 역사, 문화자원이 한 곳에 전시된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답사단이 방문한 시기에는 강따라(기획전시), 산따라(상설전시), 길따라(체험전시) 등 총 3개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화엄사를 설명해주셨던 해설사 선생님의 안내를 종일 받으면 구례군의 역사를 하나하나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을 마지막으로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광주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답사 장소들은 언제 방문해도 의미가 큰 곳이었고 해당 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분들의 노고에 감사한 행사였지만 무엇보다도 궂은 날씨에도 답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우리 제주문화관광해설사 선생님들의 열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첫댓글 참 꼼꼼하게도 정리하셨네요. 덕분에 들렸던 곳 다시 생각하게 되고 복습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동동주 마시는 사진도 찍히고ㅎㅎ, 향일암 가는 길은 언제나 동동주와 함께 추억으로 남게 되겠네요~^^.
답사후기 잘 읽었습니다. 두번 여행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