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남편은 결혼식 때 입었던 양복을 꺼내었습니다. 양복 입고 넥타이 매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남편인데 이번 행사는 입어야겠다며 미리 꺼내본 것입니다. 다행히 10년 된 양복 치고는 입을 만하고 넥타이만 하나 사면 될 것 같았습니다. 넥타이도 두 개 있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줘버린 탓에 새로 사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직장 때문에 함께 넥타이를 사러가지 못하니 "이왕이면 매장 직원이 추천해주는 것 중에 제일 고급이고 비싼 것을 사라"고 신신당부하였습니다.
다음날 저녁 6시 50분. 두어 시간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제법 굵은 빗줄기를 긋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빗줄기에도 상관없이 문화회관 주차장은 초만원이었습니다. 공연장 로비와 공연장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예매와 전화예매가 거의 매진에 가까운 발매율을 보였는데 현장 판매까지 뜻밖의 성황을 이뤄서 급하게 임시 좌석까지 만든 모양이었습니다.
먼저 와서 행사준비를 하고 있는 남편을 보았습니다. 말끔하게 머리를 깎고 양복을 입었습니다. 넥타이도 무난하게 잘 고른 듯 하였습니다.
"잘 샀네요."
"1만원이야."
남편은 씽긋 웃어 보이더니 다른 사람에게로 인사를 하러 급히 등을 돌렸습니다.
공연장의 좌석을 찾아 앉았습니다. 시간은 7시 정각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무대에 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남편은 공연이 곧 시작되는 것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10초쯤 공연 안내를 하고, 내빈을 소개하였습니다.
옆에 앉은 쌍둥엄마가 쿡쿡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딴 사람이네. 새신랑 같어. 저런 모습 처음 보네."
"음…. 나도 처음이유."
우리가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사이 남편의 마지막 멘트가 들려왔습니다.
"…이희아 양을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이희아 양을 초청한 이번 공연은 민서아빠가 섬기고 있는 충남장애인부모회 홍성지회가 주최한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이 주최하셔서 부모회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리게 해 주신 선물입니다.
그렇게 확신하며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공연이 이루어지기까지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을 붙여주셨고 어떻게 일을 진행하셨는가를 떠올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부모회에도, 기획사에도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돈보다 사람보다 하나님을 먼저 생각하는 한 마음으로 이 공연이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로 올라가는 찬양은 이희아 양과 피아노가 있는 무대만이 아니라 객석에서도 느껴졌습니다. 객석의 절반은 어린이들이었고 그 가운데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서운치 않게 보였습니다. 연주자를 배려해 어린이들의 입장을 제한하는 여느 연주회와는 달리 어린이와 장애인으로 가득한 이 연주회를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이희아 양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맨 처음 연주하였고 연주 도중에 찬송가 몇 곡을 영어로 불렀습니다. 이희아 양의 어머니는 절망 중에 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사람들 앞에서 주저없이 말했습니다. 찬조 출연한 한 교회의 어린이찬양단은 장애아와 비장애아들의 통합 찬양단이었는데 예수님을 목청껏 찬양했습니다. 이희아 양의 말마따나 부흥회 기분이 들 정도로 매순간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부모회가 주님을 위해 무엇을 했다고 이런 행복한 시간을 마련하여 주시는가? 어디서 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주셔서 이곳에 모이게 하시고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느끼게 해 주시는가?' 공연 도중에 나는 뺨으로 흐르는 눈물을 남몰래 몇 번이나 훔쳐내었습니다.
2년여 전에 부모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 어디서든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일해야 했던 날들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무실이 없어 교회 예배당에서 회의를 하고 간사의 월급도 해결하지 못해 쩔쩔매던 때가 어제 일처럼 떠올랐습니다. 7억짜리 CSI 사업을 신청한다고 했을 때 차가운 얼굴로 되지도 않을 일을 한다는 말을 듣던 것도 기억났습니다.
무엇보다 집안일은 뒷전이고 부모회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남편을 원망하고 탓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은행빚과 카드값을 갚아야 하는 날마다 무급 회장직을 내려놓고 취직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남편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그 모든 아픈 시간들을 하나님은 희아 양의 미소와 피아노 선율로 위로해 주고 계셨습니다. 희아 양 어머니의 입술을 통하여 더욱 하나님 의지하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희아 양과 한마음이 되어 노래하는 관객들을 통하여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들을 붙여주시마 약속을 확증해 주고 계셨습니다.
연주장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와 있을 터였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백 마디 말보다 하나님을 드러내는 얼굴들을 통하여 그들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불편함이 하나님에 대한 궁금함으로, 그 궁금함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가득한 하루 되시길 기도 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아멘~~ 마5 장16절" 너희빛을 사람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돌리게 하라 말씀하셨습니다.감사드려요
좋은글 주심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