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토리에 가입한 지 오늘로 딱 반 년.
가입 6개월 기념으로 재밌는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딱히 올릴 내용이 없어 가입 때 올렸던 흥미로운
얘기를 리바이벌 해서 다시 한 번 올려 봤다...나른한 점심 잠깐이나마 얼굴 근육 풀렸음 하는 바람으로~~
"행님, 직이는 여자가 있는데 행님 생각나서 전화 드립니더. 주말에 함 내려오이소"
제천에서 와인빠를 운영하는 고향 후배의 소개로 싱글이 된 후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소개팅이란 걸
해봤다.
후배 가게에 종종 들리는 손님 중에 50대 초반의 여인이 있는데, 그녀 친구가 싱글이라 어떻게 하다
보니 나와 미팅까지 연결이 됐던 거다.
후배로부터 소개 받을 그녀의 연락처를 받고 몇 번의 통화와 카톡 대화로 첫 만남 약속을 잡게 됐다.
솔직히 제천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통화나 카톡 대화를 나눌 때 "정성이 안 보이는 그녀"가 별로
맘에 안 들어 내키진 않았지만...
그나마 톡 사진 속 그녀 이미지가 좀 풋풋하고, 산뜻한 느낌도 있고, 후배 놈이 직인다고 너스레를 떨어
"얼마나 직이는지" 궁금해 주말을 이용해 제천으로 내려갔다.
마음을 비우고 여행 삼아 단양팔경도 둘러볼 겸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약속 장소에 다다를 즈음 은근히
기대심이 생기며, 약간은 설렘도 느껴진다.
약속 시각에 맞춰 들어선 아담한 카페엔 주말인데도 한산했다.
창가 쪽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톡 사진을 들여다보는데...순간적인 약간의
울렁임이랄까...문득, 생각보다 괜찮은 여자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통화나 톡 할 때 무성의했던 그녀가 떠오르며, 소개팅하는 날까지 시간 개념이 없는 그녀를 생각하니
좀 전의 울렁임은 금방 사라지고, 슬슬 열 받기 시작한다.
만나기로 한 시각이 20분쯤 지났을 때 한 여인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녀는 아닌듯했다.
어...그런데 날 쳐다보자마자 성큼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분명 그녀가 아닌 것 같은데 왜 내게로 오는 거지?....날 아는 사람인가.
그때...
"저기...J 씨 제가 좀 늦었죠...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처리하고 오느라...죄송해요...호호호"
헉!!......아..대박..!!.. 톡 사진과 영 딴판의 얼굴이라 전혀 알아보기 어려웠다.
"아...네...20분 밖에 안 늦었는데요 뭘"...
아...완벽한 뽀샵과 현란한 화장 기술에 완전 속은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티를 낼 수도 없어 차분하게
대응하려고 무지 애를 썼다.
하지만 속에 열불이 나서 그런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J 씨 어디 불편하세요?"..."얼굴이 빨개졌어요...더군다나 이마에 땀까지... "
"혹시...부끄럼을 많이 타시나 봐요...호호호"
"아니...제...제가 더위를 좀 많이 타서요"...
그렇게 핑계를 댔지만, 당황한 내 몸동작과 붉으락푸르락하는 실망한 내 표정을 유심히 들여다 보던
그녀가 그제야 이유를 알아챘다는 듯이 거친 말투로 한 마디 내뱉는다.
"톡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낫다고들 하는데...J 씬 꽤 까다롭고, 눈도 아주 높은 분인가 봐요?"
기분이 상한 그녀의 거침없는 날카로운 질문에 그냥 멋쩍은 표정으로 그렇지 않다고 손을 저었지만
좀처럼 그녀는 화를 풀지 않는다.
주문한 차를 마시며 일상적인 대화로 분위기를 전환해 보려고 유도했지만, 한 성깔 한다는 티를 내며
그녀는 오버한 액션으로 계속 과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10여 분 시간이 지났을 때 그녀가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저기...살고 있는 아파트는 몇 평인가요?"
"음... J씨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요?"
"이런 말 여쭤봐도 괜찮은지 모르겠지만...혹시 연봉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헐.....뭐야 이 여자.
약속 시각도 어기고, "정서적 소통"엔 전혀 관심 없이 삐딱한 표정으로 첫 만남 자리에서 10분도 안 돼
연봉을 묻다니...
왠지 기분이 언짢아 나도 대놓고 한 방 먹였다.
"저기...얼마까지 알아보고 나오셨어요?... 크크큭..
.....
그렇게 서로 기 싸움에 지지 않으려고 으르릉거리며 10여 분간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카톡이 왔는지
톡을 열어보는 그녀.
테이블에 올려놓은 그 화면이 눈에 들어와 슬쩍 들여다봤는데...
어...메인 화면에 "웬 남자 사진"을 걸어 놓은 게 아닌가.
여드름이 좀 났지만, 그래도 아주 건장하고, 씩씩한 야성미가 넘치는 얼굴이었다.
옛 애인인가, 아니면 혹시 나 말고 만나고 있는 남잔가...무지 궁금해서 의심의 눈초리로 조심스레
물어봤다.
"봉녀씨... 저기...그 톡에 있는 남자는 남동생인가요?"
그 순간...
"크하하하"~~... 목젖까지 드러내고 미친 듯 웃어 대며 내뱉는 그녀의 화끈한 한마디에 그냥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
"그 사람은...바로 저에요"...호호호
"수술 받기 전 사진이거든요"...
"으으..악!!"
뒤로 자빠져 신음 하는 날 억센 손으로 꼬집듯이 잡아 끌어 올리는 바람에 무지 아팠지만, 그녀의
씩씩거리는 표정에 좀 미안한 맘이 들어 정중히 사과했다.
"정말 죄송해요"..."솔직히 좀 충격적이었어요"...
화가 풀리지 않은 그녀는 씩씩거리며 이왕 이렇게 된 거 막가자는 표정으로....그래서 자기 별명이
한때 "수류탄"이었다고 자백을 한다.
엥? 폭탄은 들어 봤어도 수류탄은 금시초문이라 의아한 내 표정을 보고 그녀는...
별명이 수류탄인 건 수류탄의 겉모습처럼 얼굴이 우락부락하고, 여드름과 곰보 자국 때문에 수술을
했단다.
그러니 잘 못 건들면 폭발한다며 몸조심하라는 표정으로 날 째려보는데...
그러다 갑자기 진동으로 해놓은 "전화를 받는 척" 한다.
잠시 후 전화를 끊더니 다급한 표정으로 ..."저기 급히 가봐야겠어요"...
"작은 애가 휴가 나왔다가 친구들과 또 사고를 친 모양이에요"....
연기하는 폼이 완전 아마추어다.
"아 네"...
"그쪽 애가 "사고를 안 쳤으면" 우리 애가 먼저 사고를 칠 뻔 했습니다"...하하하~
그 말에 그녀도 멋쩍은 표정으로 씨~익 웃어 넘긴다....흐흐흐.
황당하고 놀란 소개팅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매너는 지키고 싶어 자리에 더 앉았다가 잠시 후
정중히 그녀에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무척 궁금했는지, 소개해준 후배 놈이 톡을 보내왔다. "까톡"~
"행님...그 여자 맘에 들면 톡으로 "복숭아"라고 보내고"... 영 아니면 "포도"라고 간단히 보내 달라기에
이렇게 보냈다...
...
...
...
"거봉"이다 쨔쌰...
벌써 몇 년이 지난 얘기지만, 오랜 시간 여인네 분 내음도 못 맡은 지금....이젠 수류탄 여인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허한 기분에, 분위기 전환 겸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섞어 비벼봤다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의 올봄엔 "첫 만남의 설렘"을 만끽하시길 바라며.^^
첫댓글 거봉이다 쨔 샤 ㅎㅎㅎ
흥미진진하게 잼나게 위트있게 정말 잘 쓰시네요 ㅎ힣
선형 님은 사진을 보니, 거봉과는 전혀 거리가 먼 스탈입니다...ㅎㅎ
홀로 오래 적적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젠 거봉 여인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ㅠㅠ
@나인힐스 이제 무조건 여자면 되 그런말 나올때까지 험한꼴 보지 마시고
훗딱 만나셔야 될텐데 ㅎㅎㅎ 우쩐데 ㅋ
그냥 맘을 비우고 사셔요 ㅎ 울렁울렁 하다가 열정만 골병 들어요 ㅎㅎ
@선형 맘을 비우기 전에 마지막 희망..."일대일 만남 신청방"을 활용해 볼까...
고민 중이에요...ㅎㅎ
그 방법마저 안 된다면...
다 내려 놓고, 독거 노인 마을로 가는 마지막 기차 티켓을 끊으려구요....ㅋㅋ
황당한 소개팅
재미잇어 웃고 갑니다.
이곳 스토리가 복숭아밭이니
올여름엔 풍년을 기원합니다^^
모임에 나간 적이 없어, 이 곳 스토리는 포도밭이 아닐까
조금 걱정했는데, 복숭아밭이라니 넘 다행이에요...ㅎㅎ
서현 님은 당연 복숭아 중에서도 최고 복숭아 느낑이 나는군요...ㅎㅎ
복숭아 향이 은은하게 나는 "퍼퓸드말리 까실리 오드 퍼퓸" 최고급
향수 처럼... ㅋㅋ^^
이 향이 나는 여인은...남자의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주는 향이라
봅니다...^^..
.
얼마 전에 카톡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만나 보았는데-
그랬어요-혼 난다고-ㅎ
인간미가 넘쳐서 친구로--
쬐끔 뽀샵을 했다고-
으이구--웬수 ㅎㅎ
그나마 그 분이 톡에 사진이라도 올려 다행입니다.
전 톡에 사진 전혀 안 올린 여성과 만나는 게 가장 불안하더군요.
톡이 없던 시절 첫 만남에서 충격적 상황을 맞아, 그 충격이 지금도
트라우마로 조금 남아 있습니다...ㅎㅎ
첫 만남 순간..1~2초 요 시간에 안면 경련, 안면 마비 증세가 왔던 적이
있었거든요...ㅋㅋ
톡에 본인 이미지 없으면
이야기하고 그래도 없으면
삭제 및 차단을 합니다 ~
5년 전에 톡에 풍경 사진이나, 자녀 사진만 올린 여인에게
"본인 사진은 왜 없나요"?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녀의 솔직한 돌직구 답변에 빵 터진 적이 있었어요.
그녀 답변은....
"사진 올렸는데...전부 톡 차단 당해서요"...ㅋㅋ
ㅋ 아고배꼽 달아나요 남자들은 그져 이뻐야
좋다하니 보는눈은 다똑 같아요 ㅋ
저도 인물진짜 많이 보는데 만나기는커녕 사진만 보구 차단ㅋㅋ
지금은 첫째는 인간성 둘째는 능력 셋째는 성
격 희망 상황이지요ㅋ
아무리 능력이 많아도 성격드러우면 아웃
전 이런 타입이면 대쉬, 고~ 하고 싶습니다.
똥꼬집 안 부리는 여인.
감정 기복 심하지 않은 여인.
말 술 아닌 여인.
남 흉(뒷담화) 안 보는 여인.
사치 안 부리고, 돈 쓸 때는 과감하게 센스 있게 쓸 줄 아는 여인.
외모는 동네 마트에서 쉽게 보는 평범한 서민 풍의 여인.
너무 욕심이 과한가요?...ㅋㅋ
마지막 귀절의 설레임이란 단어를 보니 아들대학때 사랑이 뭐라 생각하니 물어봤을때 설레임 이란 말을 했을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더라구요
많은 사람들과의 스침 속에서 이제는 그냥 곁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낄수 있는 따뜻한교감이 최고인것 같아요
"설레임"...
이 감정은 젊었을 때나 50대나 별로 변하진 않은 것 같아요.
지금도 첫 만남 장소 출입문 열고 들어서는 찰나에 전해오는
그 쫄깃한 느낌..."설렘, 긴장감"...
만약 지금, 이 설렘의 느낌을 잃어버린 싱글은...독거 노인 마을로 가는
기차역에서 티케팅 하러 서성이고 있다고 봐야 될 것 같아요...ㅋㅋ
나른한 오후 한바탕 웃고 갑니다.
거봉이다 짜샤~~
이런말 들을까봐 톡에 사진
올리지 않고요.
아마추어 연기에 상대가 먼저 프로 연기할까봐 소개팅에 나가지 않는 1인 이에요~ㅎ~^^
모니카 님은 절대 거봉이 아닐 거로 보입니다.
모르는 분이지만, 짧은 몇 줄의 댓글로 충분히 알 수 있답니다.
얼굴을 보면, "관상"이 있듯이, 글에도 "글상"이 있거든요.
글상으로 비친 모니카 님은...은은한 매력이 느껴지는 "볼매녀"
타입 같습니다...ㅎㅎ^^
@나인힐스 감사합니다.
볼매녀~~맘에 드네요.
쌀쌀한 오후도 홧팅하세요~^^
@모니카 만약 제가 여기 카페에서 내 삶에 마지막 인연을 만난다면...
볼매녀 타입의 여인을 만나려 합니다.
첫 마주침은 별로 울렁임, 끌림이 안 느껴져도...
가끔 차 마시고, 식사하며, 근교 드라이브도 하면서 차츰차츰
은은한 끌림이 생기는 상대가 "진국의 여인"이라 생각해요...ㅎㅎ
첫 마주침에 잠깐 울렁임을 주는 여인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약간씩 식상함도 생기지만, 볼매녀 타입은 "스펀지 같은 마력"이 숨어 있어
점점 빨려드는 매력에 웬만한 폭풍우에도 쉬이 흔들리지 않지요...ㅋㅋ
쌀쌀하고 추워도 변치 않을 볼매녀 스탈의 모니카 님을 위하여...^^
@나인힐스 매일매일이 오늘처럼 설레인다면 심장마비로 죽겠지요~~ㅎ
앞으로 볼매녀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힐스님의 이상형을 만나도록 열심히 기도할게요~^^
이쁘다 잘 생겼다
살아 오면서 착한 마음과
행동이 옳바르게 살아 온
사람은 꼭 이미지가 아니라도
예쁘게 보이고
남자도 잘 생겨 보이고
당당해 보인다는 말인데-
그냥 티비를 보면 한 서교 아나운서
시절에는 이미지가 선해 보였는데
의원 되구 후 보면 악마처럼 보이지요
제가 예쁘다 잘 생겼다는 의미는
이 부분에 많은 중점을 둡니다-
몇 년 전 수지 이마트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바로 옆
길가에 선거 피켓 들고 있는 한선교 씨를 봤어요.
그때 60을 조금 넘긴 나이였는데, 많은 주름, 주름 방향, 등 얼굴이 너무
괴상하게 생겨 충격을 먹었는데, 피켓에 "한선교입니다" 요거 없었으면,
전혀 못 알아 봤을 거에요.
그때 느낀 점이...
난 저렇게 나이 먹지 않겠다고....
그리고 아침 세수할 때 꾼준한 얼굴 마사지 열심히 하고, 잘 때
미간 사이 주름 방지를 위해 테이프를 붙이고 자는 버릇을 만들었지요...ㅎㅎ
마음 가짐, 행동 역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나인힐스 멋잇게 늙어가는 사람이 잇는가 하면 추하게 나이먹어가는 사람이 있지요
외국 사람들은 나이 먹어도 멋지게 늙던데 한국인은 드물더라구요 ㅎ
@선형 아무래도 한국 남자들은 애들 학비며, 와이프 챙겨야지, 가계 살림
유지하느라 죽도록 일만 해서 그럴 거에요...
자신 만의 취미, 여유를 가질 틈이 별로 없었지요.
그렇게 오랜 동안 젊음을 바쳐 가정을 잘 유지했지만...
쉰을 넘기며, 서서히 지독한 외로움에 빠지는 듯 싶어요.
그러니 로버트 드니로 같은 중후함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겁니다...ㅎㅎ
어찌 보면, 정말 측은하고 불쌍하지요.
50대 중년 남성의 독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이유기도 하구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