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를 사육실장으로 만들고 싶은 원 사육실장 - 3

[우지챠의 얼큰 주먹]

공원을 방문하는 애호파 단체는 주로 중앙 분수대를 거점으로 푸드를 나눠준다. 하지만 오늘은 푸드의 날이 아닌지 애호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평범한 들실장이라면 실망해서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혼자 뗑깡을 부리든가 다른 먹이터로 터덜터덜 걸어갔겠지만, 3마리의 자를 데리고 있는 미도리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애호파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할 정도의 사람이면 이미 집에 사육실장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탁아 성공률은 오히려 일반적인 봉투 탁아보다도 낮은 것이다. 상대가 애호파일 경우 탁아를 시도해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건 장점이지만(물론 대부분의 분충들은 애호파가 거절 의사를 밝혀도 끈질기게 치근덕대다 투분까지 하고 얻어맞아 중상 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아직 차녀와 삼녀라는 탁아 챌린지 티켓이 남아있는 미도리로서는 큰 장점도 아닌 것이다.

미도리는 자들과 함께 애호파 단체도 없고 동족들도 적은 광장 근처의 벤치 아래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관찰한다. 광장 주변 자판기 앞에서 음료수를 뽑고 있는 정장 차림의 남자,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여자, 한가로이 유모차를 밀며 햇볕을 즐기고 있는 여자, 츄리닝 바지에 후드 집업을 입은채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남자...... 미도리 기준에서는 전부 탁아하기 적절한 대상들은 아니다.

그러던 중 미도리의 시선이 벤치에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멈췄다. 젊은 남자는 광장에 있는 실장석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온화한 표정을 띄고 근처를 지나가는 들실장 일가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한 손에는 생수병을 들고 있는 걸 보면 휴식차 공원에 들른 것으로도 보인다. 


"저 닝겐상은 학대 도구도 없고 착해 보이는 얼굴 데스. 나이가 젊어 부유하진 않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주인님이 되어줄 닝겐상으로 보이는 데스. 차녀는 마마를 따라오고, 삼녀와 사녀는 여기 수풀 속에 숨어서 조용히 기다리는 데스."


차녀의 손을 쥐려고 한 미도리지만, 의외로 차녀가 미도리의 손을 뿌리친다. 아깐 그렇게 인간 앞으로 뛰처나가던 분충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갑자기 이상해진 차녀를 바라보는 미도리에게 차녀는 불평을 늘어놓는다.


"와타치는 부자노예가 아니면 싫은테치. 와타치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해주려면 고급 실장복과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을 치장할 보석들을 준비해줄 수 있어야 하는 테치. 저 닝겐노예는 제법 잘생기긴 했지만 얼굴 뜯어먹고 살 수는 없잖냐는 테치."


......같은 소릴 한다. 어처구니가 없어 차녀를 바라보는 미도리. 그런 미도리 앞에 삼녀가 나서서 양팔을 번쩍 들고 소리친다.


"와타치가 가는 테체엣! 와타치는 아까부터 배고파서 견딜 수가 없는 테챠아!"


"치프프프~ 삼녀챠도 바보 씨 테츄네~ 가난한 닝겐노예가 세레브한 스테이크나 스시를 바칠 수 있을 리가 없는 테치."


그런 삼녀와 삼녀를 비웃는 차녀. 미도리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자매를 무감정하게 바라보다가, 앞으로 나선 삼녀의 손을 잡고 청년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살짝 생겼을 때 삼녀는 차녀를 돌아보고,


"차녀챠야말로 바보테챠! 일단 노예로 삼아줬다가 잘 모시지 못하면 갈아치우면 되는 테츠웃! 그런 간단한 것도 모르는 차녀챠는 평생 들실생이나 보내란 테츄아! 테픗픗픗픗픗~"


라고 말한다. 차녀는 그 말을 듣고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지만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고귀한 와타치를 모시는 노예를 그리 쉽게 고르면 안 되는 게 당연한테치! 삼녀챠는 멍청한 테칫!'하고 궁시렁거린다. 물론 그 불평에 귀를 기울이는 실장석은 없다. 그런 차녀의 옆에서 사녀는 양손을 모아쥐고 조마조마하게 마마와 삼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닝겐상 안녕하신 데스까. 혹시 시간이 있으시다면 와타시가 한 말씀 올리고 싶은 데스가......"


삼녀의 손을 잡고 벤치의 청년 앞까지 조심스레 다가간 미도리는 사육실장 시절의 말씨를 구사해 공손하게 말을 건다. 마침 남자는 관찰하던 들실장 일가가 수풀 속으로 들어가 시야에 사라진 참에, 발 밑에서 '데스 데스' 하는 소리를 듣고 미도리 쪽에 시선을 주었다.


"응? 너희들은 뭐니?"


미도리와 삼녀를 바라보는 청년의 눈에 호기심이 깃든 게 보였다. 미도리는 그 호기심의 빛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로 하고, 삼녀를 손에 들어 청년 앞으로 내민다.


"여기 와타시의 삼녀가 있는 데스. 예의범절은 다소 부족하지만 기운차고 활발한 아이인 데스. 만약 닝겐상이 이 아이를 기르신다면 집 안에 활기가 넘칠 것이 분명한 데스."


"똥노예는 와타치를 잘 따르기만 하면 되는 테치. 알차게 부려먹어줄테니 감사하는 테챠앗!!"


미도리의 손에 들린 삼녀와 미도리를 몇 초 정도 번갈아 살펴보다가 뒤늦게 미도리의 의도를 이해한 청년.


"네 새끼니? 나 주는 거야?"


청년은 들고 있던 생수병을 옆자리에 내려놓고 삼녀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렸다. 3일 정도 발효된 음식물 쓰레기의 냄새가 나는 꼬질꼬질한 자실장을 주저없이 만지는 걸 보면 애호파일까? 미도리의 마음 속에서 약간의 희망이 생겨난다. 똥노예 소리를 하는 삼녀를 이렇게 부드럽게 대해주는 걸 보면, 사녀를 보이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하며 데려갈 것이 틀림없다.


"똥닝겐 주제에 건방지게 와타치를 한 손으로 받아들다니, 이 죄는 스테이크와 스시를 산더미처럼 바치지 않으면 용서할 수 없는 테체앳! 당장 준비하는 테챠앗!!"


삼녀는 청년의 손 위에서 붕쯔붕쯔 팔을 휘두르며 거만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이쯤은 미도리도 충분히 예상한 바였다. 삼녀가 투분을 하기 전에 제지하고, 사녀를 불러들여서 삼녀의 행실을 사과하고 사녀를 키워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 그 타이밍을 잡기 위해 미도리가 고민하는 그 때......


"와 너 정말 더럽다. 옷도 이게 뭐야? 빨래 같은 건 안 하나?"


청년은 갑자기 삼녀의 두건과 옷을 벗겨냈다. 청년의 손바닥 위, 즉 지상으로부터 1m위의 불안정한 발판에 선 삼녀는, 눈앞의 청년이 스시와 스테이크를 바치고 도게자하는 행복회로에 빠져 있다가 저항도 못하고 고스란히 옷을 내줘 버렸다. 설령 저항을 하더라도 결과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정말 기묘하게 생겼네. 손가락도 없고, 머리카락은 앞머리랑 뒷머리만 있구만. 관절은 어떻게 돼 있는 거지?"


한 손에 삼녀를 들고 다른 손으로 쿡쿡 찔러보다가, 삼녀의 한 팔을 잡아서 돌려보기까지 하는 청년. 청년의 입장에서야 가볍게 쿡쿡 찌르는 정도지만 자실장인 삼녀 입장에서는 격투기 챔피언의 주먹에 연타를 맞는 수준의 고통이 느껴진다. 삼녀는 '테칫! 테치칫!'하고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껏 아둥바둥하지만 인간의 힘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투둑' 소리와 함께 청년에게 잡힌 삼녀의 왼팔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청년은 이쑤시개 강도의 뼈가 부러진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손에 든 삼녀의 관찰을 지속할 뿐이다.


"테갸아아아아앗!! 아파아파는 그만두는 테챠아아!! 어째서 고귀한 와타치에게 아픈 일을 하는 테챠! 오마에 제정신인 테치까!!"


"아 깜짝야.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어디 아픈가?"


팔이 부러진 아픔에 고함을 지르는 삼녀. 청년은 예상치 못한 고음에 다소 놀란 모양이지만 삼녀를 해방해주지는 않았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미도리의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른다.


'설마 이 닝겐상...... 와타시타치의 말을 전달해주는 네모네모(링갈)가 없는 데스......?'


뒤늦게야 미도리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그제야 청년이 링갈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 않다는 게 미도리의 눈에도 보였다. 실장석이 많은 이 동네에 사람들은 대체로 링갈이나 스마트폰의 링갈앱을 이용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미도리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미도리의 짐작대로 청년은 학대파는 아니었다. 다만 실장석과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실장석이 살지 않는 시골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청년은 최근 두루미리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였고, 공원에 산책하러 나온 김에 들실장들을 보게 되어 관찰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조그만 생명체들이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모양이 신기했던 것이다. 당연히 실장석에 대해 악감정은 없지만, 실장석에 대한 지식도 없다. 자실장의 내구도가 얼마나 취약한지, 실장석이 옷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다.


"자, 네가 너무 더러우니 좀 씻어줄까?"


"테긱! 테훕! 테쥬우웃!!"


청년은 생수통에 든 물을 삼녀에게 부으면서 머리와 몸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준다. 삼녀를 씻어주려는 선한 마음이겠지만, 아무튼 힘의 가감이 전혀 안 되고 있다. 의도치 않게 청년의 손가락이 삼녀의 몸에 닿을 때마다 울긋불긋하게 멍이 들고, 왼팔에 더해 오른다리의 뼈도 부러진다. 삼녀는 고통과 저항의 의미를 담아 몸부림치지만, 오히려 그 움직임과 청년의 손가락 사이의 마찰이 일어나 삼녀 자신의 머리카락이 뽑혀나가고, 뗏국물이 눈과 코와 입으로 벌컥벌컥 들어가게 되었다.

뿌직! 뿌직! 뿌지지지지직!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삼녀의 총구에서 초록색 운치가 대방출되고, 묽은 액변이 청년의 손바닥에 넓게 퍼져나간다. 청년도 직감으로 그것이 배설물임을 짐작했지만, 작은 생물이 실수할 수도 있다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생수통의 남은 물로 씻어냈다.


"아까보다는 제법 깨끗해졌네. 이 녀석, 너무 개운해져서 잠이 든 건가? 하하핫, 귀엽네."


독라가 된 삼녀는 가사상태에 빠지기 직전의, 의식을 잃을랑 말랑한 상태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마음씨 좋은 청년은 그런 삼녀의 상태를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삼녀를 다시 미도리에게 돌려줬다.


"자, 네 아이는 돌려줄게. 그러고보니 원래 입고 있던 옷이 어딨더라?"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삼녀를 받아드는 미도리. 청년은 아까 벗겼던 삼녀의 옷을 눈으로 찾아봤지만 찾지 못했다. 바닥에 뒀던 삼녀의 실장복은 청년이 삼녀를 씻길 때 부었던 물에 휩쓸려 벤치 옆 하수구로 다이빙했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아 옷이 없어졌네. 그래도 집에 가면 또 있지? 미안해. 다음에 만나게 되면 뭔가 먹을 거라도 줄테니 이해해줘. 또 보자."


청년은 빈 생수통을 벤치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도리와 삼녀를 뒤로 했다. 사실 물로 씻어내긴 했지만 삼녀의 운치가 닿은 손의 냄새가 심해서 서둘러 화장실을 찾는 것이다. 아무리 비누로 빡빡 씻어도 실장석의 운치 냄새는 3일은 더 간다는 걸 청년이 알았다면, 미도리와 삼녀 친자는 무사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은 미도리는 삼녀를 든 채로 차녀와 사녀가 숨어있는 수풀 속으로 돌아왔다. 미도리가 삼녀를 바닥에 내려놓자, 차녀는 '테프프프픗~'하고 삼녀를 비웃고, 사녀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삼녀를 바라본다. 부러진 팔다리에 전신에 울긋불긋한 멍이 든 삼녀는 조금 후 깨어났다.


"테엣......? 여긴 어디인 테치? 노예가 바친 1++등급 한우 등심 스테이크는 어디간 테치?"


삼녀는 아무래도 의식을 잃은 게 아니라 행복회로에 빠졌던 것 같다.


"삼녀챠 주제에 깨끗한 물로 목욕이라니 건방진 테치!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니 벌을 받아 독라가 된 테치! 테프프프프픗~~~~"


"독라는 누가 독라란 말인 테챠! 그런 거짓부렁이나 하는 오마에야말로 독라로 만들어주는 테채앳!!"


다혈질인 삼녀는 차녀에게 달려들 기세로 일어나려 하지만, 아무리 실장석이라도 10분 전에 부러진 팔 다리가 벌써 붙었을 리 없다. '테갸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주저 앉아 팔다리를 살펴보다가 간신히 눈치챘다.


"와타치의 옷! 어디간 테칫!!"


멀쩡한 팔로 목 주위를 더듬어 뒷머리를 확인하려는 삼녀. 하지만 삼녀의 오른손은 허공을 휘저을 뿐이다.


"와타치의 머리카락! 와타치의 세레브함의 상징은 어디인 테챠아앗!!"

"테퍄퍄퍄퍄퍄! 멍청한 독라가 간신히 자기 주제를 깨달은 테치? 테큭큭큭큭큭~~~~"

"오네챠, 괜찮은 테치! 친절한 주인님을 찾게 되면 반드시 고쳐줄 테치! 힘내는 테치!"


그런 삼녀를 끈질기게 비웃는 차녀와 위로하려는 사녀. 하지만 이미 삼녀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닿지 않는다. 삼녀는 주저 앉은 채로 분노와 허탈감에 몸을 덜덜 떨며 초점 잃은 눈으로 바닥만을 보고 있을 뿐이다.


"이건 말도 안 되는 테치...... 와타치는 세레브한 사육실장이 되었을 테치...... 닝겐 노예가 와타치를 위해 스테이크건 스시건 갖다 바치는 게 확정됐을 테치....... 그건 세상의 진리인 테치... 테, 테프, 테프프프프......"


파킨!

몸 속에서 청명한 파열음이 울림과 동시에 삼녀의 몸은 바닥에 널부러졌다. 적록색이었던 안구는 회색 콘택트렌즈를 낀 것처럼 반투명한 회색으로 바뀌고, 힘없이 벌려진 총구로부터는 묽은 운치가 줄줄 흘러나온다. 


"흥이다 테치. 역시 멍청한 장녀와 삼녀는 사육실장으로 선택받지 못한 테치. 아무리 이 공원이 넓어도 사육실장이 될 수 있는 건 와타치 정도인 테치. 테프프프프~~"


자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차녀는 오히려 더 신이 난 모양새다. 모범적인 분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미도리는 분충인 자들에게 큰 감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자기 총구로 낳은 자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가자 급격히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어떡하는 데스우...... 이제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데스?'


미도리를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것은 성질이 난폭한 장녀와 식탐이 넘치는 삼녀였다. 차녀는 물론 분충이지만, 나름 깔끔도 떠는 성격이고 직접적으로 미도리를 괴롭히는 종류의 분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장녀와 삼녀가 사라진 지금, 차녀와 사녀라면 어떻게든 건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민하던 미도리의 눈에 차녀와 사녀가 들어왔다. 주저앉아서 테에엥 테에엥 울고 있는 사녀의 머리에 손을 얹은 차녀. 이제 둘만 남은 자녀끼리 우애와 결속을 다지려는 것일까?


"이제 장녀챠도 삼녀챠도 없으니 와타치가 오마에의 유일한 오네챠인 테치. 알겠는테치?"

"테에에에에엥~ 차녀 오네챠...... 장녀 오네챠랑 삼녀 오네챠가...... 테에에엥, 테에에에에엥~~~~"


차녀에게 울면서 안겨들려는 사녀. 미도리는 잠시 차녀와 사녀가 얼싸안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기대했다.


"시끄러워 테챠아!"

"테갹!"


퍽!

차녀의 팔이 사녀의 뺨에 작렬하자 사녀는 그 기세를 못 이기고 나동그라진다. 보잘것없는 자실장의 주먹이지만 맞는 사녀는 그보다 훨씬 작고 허약한 것이다.


"오마에는 작고 못생기고 우는 것밖에 못하는 병신 테치. 정말 어디 가서 와타치의 이모토챠라고 하기 부끄러운 테치."


예상치 못하게 얻어맞은 사녀는 바닥에 누운 채로 힘겹게 고개를 돌려 차녀를 올려다 본다. 가뜩이나 가분수 체형의 자실장인데, 맞은 자리가 부어 올라서 원래보다 머리가 1.5배는 커진 사녀. 그런 사녀를 내려다보며, 차녀는 최대한 인상을 구기고 한 톨의 자비심도 없이 윽박질렀다.


"와타치가 닝겐노예를 찾아 독립할 때까지 시끄럽게 굴기만 해보란 테치. 장녀챠가 있을 때보다 더 아픈 일을 해주는 테치. 알겠는 테츄까?"

"테끕, 테끄응....... 테끅끅......."


미도리는 허탈한 심정으로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쥐고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사녀와 그런 사녀를 향해 콧방귀를 뿡뿡 뀌어대는 차녀를 바라본다. 이대로 차녀와 사녀를 데리고 귀가해서 공원의 삶을 열심히 살아볼까 고민했지만. 완전히 소용없는 고민이었다.

빨리 닝겐노예를 찾으러 가자고 성화를 부리는 차녀를 짐짓 무시한 미도리는, 사녀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부어오른 뺨을 핥아주고 옷의 먼지를 툭툭 털어주었다. 닝겐 앞에 내보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미도리는 보채는 차녀와 진정을 되찾은 사녀를 데리고 공원 산책로 방향으로 향했다.

[clink2]

오 기다렸습니다

[공원죽돌이]

쳇, 삼녀...너무 쉽게 가버렸군.

[카악카악카카루]

분충 주제에 무지식파 닝겐 덕분에 큰 고통 없이 죽는다는 어마어마한 행운을 얻은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