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한국에서 SES라는 그룹처럼 '절묘한' 위치에 서있는 그룹도 없을 것이다. 처음에 그들이 나왔을 때 그들에게서 '예쁜 소녀그룹'이 주는 즐거움 이상의 무엇을 기대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말그대로 한국의 아이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그들이 '실력있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것은 냉소뿐이었다. 한때 SES의 바다와 핑클의 옥주현을 두고 팬들사이에 비교논쟁이 붙을때도 그것을 '진지하게'받아들이는 것은 아이돌의 팬밖에 없었다. 그냥 예쁜 얼굴로 웃으며 춤추고 듣는 사람 불안하지 않게 노래나 불러다오. 그것은 대중이 SES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돌 그룹에 요구하는 공통적인 요구이자 '최대의' 기대치였다.
아이돌 그 이상
하지만 지금은? 바다의 그 '대단한' 가창력과 이제는 얼굴'만'으로 어필한다고 얘기하기 힘든 솜씨를 보여준 나머지 두 멤버의 보컬이 '정신차린' 유영진의 지휘아래 매끈한 팝음악에 담긴 그들의 4집 앨범은 시간이 갈수록 강한 모습을 보이며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시끄러웠던 대학입학문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앨범이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대중에게도 '음악'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3집까지만 해도 팬들에게만 인정받던 이들은 4집에서 '아이돌'이라는 말만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어떤 한계를 넘어섰고, 그것은 이들을 한국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아이돌의 대중성과 보컬그룹에 대한 음악적 인정을 획득하는 그룹으로 만들었다. 이제 SES만큼은 '노래가 좋아서' 앨범을 산다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룹이 된 것이다. 현재의 그들은 정말 '잘자란' 20대 팝그룹이다.
그리고 이런 대중의 반응은 당연히 그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이게 된다. 예전의 SES 앨범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그들이 '한국'의 '아이돌'이라는데서 출발했다면, 지금의 SES는 흔히 노래를 잘 부른다고 인정받는 팝/발라드 가수들과 같은선상에서 비교되는 것이다. 대중의 기대치는 점점더 높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평가의 기준은 더욱 엄격해진다.
그렇다면 SES가 가야할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 대중이 이미 한 가수의 능력과 앨범의 완성도가 평균 이상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그들이 인정받는 방법은 '일정이상'의 완성도가 아니라 '최고'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그 최고가 되는 방법은 결국 'SES의'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다. 좋은 프로듀서와 편곡자가 있으면 어떤 가수건 어느정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음악이 아니라, 오직 SES만이 할 수 있는, 혹은 SES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그런 음악들 말이다. SES의 4집이 크게 인정받은 것도 바다라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을 최대로 이끌 수 있었던 음악스타일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는가. SES 4집이 SES를 보컬 그룹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5집 앨범은 SES의 음악적인 특징이 무엇인지, 컨셉으로 정해진 캐릭터가 아닌 그들의 음악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들의 진짜 캐릭터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수가 한단계 올라서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달리기로 빗대어 이야기한다면, 코스를 정해진 시간안에 완주하는 것과 1등으로 도착하는 차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Just a hook?
그렇다면 SES의 5집 앨범은 그런 SES의 어떤 캐릭터를 살려낸 음악이 되었는가? 결론을 내기전에 일단 첫곡 'Just a Feeling'을 들어보자. 이 곡은 이후 등장할 이 앨범의 곡들이 가진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곡은 철저하게 '규격화'된 프로듀서, 혹은 작/편곡자 중심의 곡이다. 처음부터 펑키한 리듬으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Just a Feeling / 느낌 그대로 말해'같은 훅으로 곡을 시작하면서 곡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 다음에 각 멤버들의 솔로로 훅과 훅을 연결시켜 나간다.
이런 곡들은 각 멤버의 솔로파트를 들려주면서 멤버들의 역량이나 그들의 스타일을 보여주기 보다는 철저하게 훅을 각인시키는데 주력한다. 훅은 일정시간을 두고 계속 반복되고,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은 각 멤버들의 '목소리'가 담긴 멜로디가 아니라 짧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훅의 멜로디뿐이다. 멤버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음색을 최대한 배제한채 메인 보컬이라기 보다는 코러스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맑고 경쾌하게 부르는 훅이 곡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중심이 되는 이상 그것은 SES의 고유한 음악이라기 보다는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팝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곡이 되는 것이다. 물론 훅이 기막히게 좋다면 모르겠지만 'Just a feeling'만을 반복하는 훅에서 신나는 느낌 이상의 무엇을 찾기는 힘들다.
또한 이렇게 훅이 강조되기 때문에 다른 멜로디라인역시 훅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훅이 강조되야 하기 때문에 훅에서 잡은 펑키한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잠깐동안 솔로파트가 등장하고, 그 뒤에는 바로 '결국 너는 내게 오게 될 거야 / 원한다면 내기를 걸어도 좋아'처럼 함께 부르는 파트가 등장하면서 다시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라인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한다. 곡 전체를 훅으로 채울수는 없으니 솔로 파트를 주기는 주지만, 목적은 기억하기 쉬운 멜로디라인을 통해 누구나 쉽게 듣고 흥얼거릴만한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곡은 철저하게 멤버들이 훅을 위한 도구처럼 사용된다. '한걸음씩 조금더 네게로 다가가 널 차지하고 말거야'같은 바다의 파트는 이전같다면 바다의 고음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그 자체로 곡의 절정을 이뤘겠지만, 이 곡에서는 멤버들이 함께 부르는 훅 사이에서 훅을 더욱 각인시키기위한 브릿지정도로만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의 보컬은 녹음자체가 4집과 달리 그녀 특유의 강한 톤을 최대한 배제한채 상당히 얇게, 그리고 이전과 달리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하지 않게, 마치 조금 멀리서 듣는것처럼 처리되어 있다. 그래야 그녀의 보컬이 훅을 능가하는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보컬도 훅보다 경쾌하고 신난다거나, 강한 힘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곡은 멤버들의 역량을 끌어내기 보다는 편곡과 프로듀싱을 통해 곡을 완결하는 모습을 보인다. 멤버들의 보컬이 주축이 된 멜로디대신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운 훅이 곡의 주축을 이룰 때, 그것을 꾸미는 것은 '기술적'인 편곡이다. 이 곡의 편곡은 전체적인 완성도로 봤을 때 잘 만들어져 있다기 보다는 단순한 훅의 반복속에서 '재주'를 부리는데 집중하는 편곡이다. 초반부터 리듬 하나를 만드는데도 다양한 소리를 깔고, 훅이 나올때는 거기에 신디사이저와 기타, 그리고 몇가지 이펙트까지 걸어 훅의 멜로디를 사운드로 뒤덮는다.
보컬이 나올때도 마찬가지다. 보컬의 멜로디자체는 깔끔한 편이지만 그것을 받치고 있는 사운드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곡의 초점을 흐린다. 듣다보면 여러 소리가 숨어있어서 그걸 찾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곡 전체로 보았을때는 '시끄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남성 래퍼와 유진이 랩을 주고받는 부분을 들어보라. 랩을 하는 와중에도 곡의 전반부부터 등장했던 리듬라인에 신디사이저가 깔리고, 거기에 또 코러스가 깔리면서 곡에 단 한순간도 비는 느낌이 없도록 곡을 채운다. 하지만 그것은 보컬의 빈 부분을 채운다기 보다는 보컬을 '뒤덮는' 것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보컬의 멜로디나 랩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그 사운드의 흐름을 따라 결국 그 다음에 등장할 훅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편곡이 중심이 된다해도 좋은 곡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적인 멜로디의 완성도, 그리고 가수의 역량을 정확하게 고려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 곡은 기억하기 쉽고 흥겹기는 하지만 딱 '그뿐'인 훅, 그리고 가수 이상으로 곡앞에 드러나는 사운드를 통해 가수의 매력은 죽이고, 최대한 규격화된 팝댄스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편곡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런 사운드를 잡아내고 섞는데 자부심을 느낄수도 있을 것이고,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냥 '신나는' 곡으로는 무난하게 즐길 수도 있겠지만 SES라는 그룹의 성격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동시에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다. 거기에 보컬 멜로디보다도 더 크게 들리면서 그 '기교'를 내세우는 사운드가 강조되어 있는 믹싱은 이 앨범의 주인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게 만든다. 마치 곡의 프로듀서가 SES라는 꽤 탐나는 보컬을 가지고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팝댄스를 만들어본 것 같다고 해야할까.
다음곡 'You told me'도 마찬가지다. 이 곡은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Just a Feeling'과 거의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 우선 샘플링과 리듬 프로그래밍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를 통해 곡의 이미지를 잡고, 'You told me that you loved me...'같은 훅을 계속 반복시키면서 훅에 곡의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각 보컬의 솔로파트가 어쨌건간에 중요한 것은 그것이 결국 훅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바다가 아무리 자신의 특기를 살려 '그런 모습에 나 내게 빠져들어 갈거야'라고 외쳐도 그것은 곡을 장악하지 못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훅으로 넘어가서 훅 중심으로 곡이 돌아가는 것이다. 게다가 이 곡에서도 역시 바다의 보컬은 높게는 올라가도 예전의 시원한 톤은 사라진 상태이니 바다의 보컬은 철저하게 '도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구성이 비슷하다고 해서 곡의 완성도도 같지는 않다. 이 곡은 대중적인 호응이라는 측면에서는 'Just a Feeling'보다는 떨어진다. 아예 처음부터 'Just a Feeling' 한부분에 집중하면서 그 부분만큼은 신나게 치고들어가는 'Just a Feeling'의 훅에 비해 'You told me'는 그렇게 기억되기에는 훅이 너무 길고, 그렇다고 훅 자체가 뛰어난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처음부터 치고 들어가든가, 아니면 보컬의 기교라도 보여주든가, 뭔가 하나 대중에게 각인시켜줄 부분이 있어야 하지만, 이 곡의 훅은 높지도, 낮지도 않게 비슷한 음정안에서 오히려 곡을 연결하는 브릿지로 적당한 멜로디를 가지고 있어 흡인력에서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곡은 동시에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어느정도 보여주는데는 성공한다. 최소한 'Just a Feeling'보다는 많은 시간을 두고 각 멤버들이 자신의 보컬을 선보일 기회를 준다. 첫 솔로파트에서 그다지 진하지 않은 보컬속에서도 R&B적인 느낌을 잘 구현하는 바다의 보컬도 그렇지만, 전작에 비해 보다 그 색깔이 진해진 유진의 보컬이 드러나는 것도 이 곡부터다. 'Just a Feeling'이 빠른 템포속에서 보컬들의 보컬이 훅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그래도 솔로로서의 독립성은 어느정도 가진다. 또한 사운드가 시끄러울 정도로 앞에 나섰던 'Just a Feeling'에 비해 이 곡은 샘플링된 남성의 목소리와 베이스라인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정돈된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보컬이 잘 들리도록 한다. 2절에서 'Tell you love me..'같은 부분에서는 사운드를 없애고 보컬을 부각시키면서 그것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훅을 중심으로한 곡, 특히 그것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멜로디를 가진 훅을 가진 곡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려는듯한, 그대신 밋밋한 훅을 중심으로한 곡이다보니 솔로파트의 멜로디도 밋밋하다. 'Tell me you love me 이랬다 저랬더 우유부단한 너 어쩌란 말이야 / Now that you told me 이제야 니 맘.. / 설명...'에서 볼 수 있듯 멤버간의 멜로디는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마다 비슷한 전개를 가지고 평면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것은 각 멤버들이 '역량껏' 자신의 톤과 기교를 보여줄 수 있을뿐, 그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곡을 장악하는 멜로디로는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만약 각 멤버들의 보컬을 중심에 놓고 멜로디의 흐름을 중요시했다면 '설명할 수는 없어 내 기분을 / 사랑스럽게 날 바라볼때에'같은 부분에서 멜로디를 끌어올리면서 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의 절정을 만들었겠지만, 이 곡에서는 그대신 바다의 보컬을 코러스처럼 뒤에 깔고서 평이한 멜로디로 보다 부드럽게 훅으로 넘어가는데 집중한다. 그러면서 곡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나지만 밋밋한 훅이 곡을 지배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곡에도 '항상 넌 그럴 순 없지만 솔직한..'에서처럼 바다특유의 지르는 보컬이 등장하기는 한
다. 하지만 이것은 이전처럼 멜로디의 자연스러운 흐름속에서 바다의 보컬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훅을 앞뒤로 배치해 그 부분을 아예 독립적인 파트로 만들어 바다의 보컬이 올라간다는 사실외에는 곡 자체에 특별한 악센트를 주지 못한다. SES라는 보컬 그룹에서도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있는 멤버의 보컬이 훅과 훅 사이를 지루하지 않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정도만 하게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안에 바다의 보컬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멜로디는 처음부터 전개가 예상될 정도로 평이하게 전개되고, 동시에 다른 부분의 멜로디와는 분위기가 다르기에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좀 난데없고 튀어보인다. SES라는 그룹에서 바다의 고음은 분명히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곡 전체의 흐름과 잘 연결됐을 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지 이처럼 보컬이 높게 올라간다는 사실만 보여줄 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곡의 변화는 멜로디나 보컬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편곡에 의해 조절되는 각 보컬의 톤과 사운드에 의해서이고, 곡의 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훅과 다른 멜로디라인의 평면적인 전개를 통해서이다. 랩과 훅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힙합곡도 이만하면 지겨워진다. 특히나 이렇게 멜로디가 밋밋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편곡자를 위한 앨범
다음곡 'U'는 이 앨범의 실질적인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는(그러나 그건 소문뿐이지 크레딧상에서는 어디서도 그런 증거를 확인할 수는 없다) 황성제가 편곡을 담당한 곡. 아마도 타이틀곡인만큼 여러사람들의 이야기에 올랐을 듯 싶은 곡인데, 역시 앞의 두곡처럼 편곡자 중심의 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곡의 안타까운 점은 훅의 멜로디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데 있다. 기억에는 조금 남을지 몰라도 SES라는 그룹의 타이틀곡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멜로디라고 해야할까. 계속 반복되며 곡의 중심을 차지하는 'Hey what you gonna...'를 반복하는 훅은 SES의 톤을 살리기 보다는 그들에게 이 멜로디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도록만 만들고 있다. 계속 같은 리듬속에서 비슷한 멜로디가 빠르게 반복되는 까닭에 멜로디의 매력을 느낄 틈이 없다. '누구도 너보다 중요하지 않아.. / 외면하고 멀어지고..'같은 부분은 어떤 여성이 부른다해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한 '아낌 / 없는' '내 맘을 주려고'같은 부분은 도입부와 훅을 연결시키기위해 멤버들이 아무런 음정변화없이 그대로 가사를 '읽는' 것같은 부분인데, SES만의 특색은 그렇다치더라도 빠르게 흘러가던 곡의 흐름을 훅을 강조하기위해 너무 인위적으로 강조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이 곡에서 SES의 멤버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바다의 고음이 등장하는 부분뿐이다. 하지만 이역시 'You told me'가 그랬듯 훅과 훅사이에서 갑자기 등장해 바다가 고음을 했다는 그 사실만을 강조할 뿐이다. 고음에 이르기까지 '사랑 / 모아 / 천천히 다가와 / 행복 / 기쁨 / 내게로 다가와..'같은 부분은 앞절의 부분과 똑같고, 끝부분에서만 갑자기 고음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좀 난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바다의 고음뒤에는 곧바로 그 소리를 지우고 바로 또 훅으로 넘어가면서 앞의 부분과 다를바없는 전개를 보이다가 곡을 마무리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앨범의 타이틀곡이라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다의 고음을 넣은 것 같다고 해야할까. 그거라도 없으면 이 곡을 SES의 타이틀곡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이런식으로 훅이 중심이 되고 반복적인 곡이니 역시 곡을 리드하는 것은 곡의 편곡이다. 물론 편곡 잘하기로 소문난 황성제이니 편곡만으로도 곡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려놓는 역할을 확실히 한다. 곡의 도입부에 잘게 쪼개고 들어가는 리듬 프로그래밍과 그 사이를 휘젓는 또다른 사운드,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듯한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효과음과 디스토션 기타등을 등장시키면서 앞으로 등장할 곡의 이미지를 잡고, 보컬이 시작되면 다시 리듬프로그래밍과 신디사이저 연주로부터 사운드를 시작해 보컬이 진행될수록 사운드를 하나씩 쌓아간다. '아낌 / 없는..'부분에서는 디스토션 기타가 첨가되고, 훅인 'Hey..'에서는 도입부에서 등장한 사운드가 한꺼번에 등장하며 사운드를 통해 밋밋한 곡의 멜로디를 커버한다.
또 같은 훅의 멜로디라도 중간에 갑자기 여음구를 넣는 부분처럼 보컬에 더욱 기계적인 느낌을 주면서 디스토션 기타를 앞에 내세워 더욱 긴박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Just a Feeling'이 초반부터 무조건 강하게 치고 들어가며 사운드가 보컬을 뒤덮어버렸다면 'U'는 각 부분마다 적절한 편곡을 통해 비슷비슷한 멜로디의 전개속에서도 감정을 쌓아나가고 이으며, 결국 터뜨리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정교하게 리듬을 쪼개는 리듬프로그래밍과 디스토션 기타가 잘 어우러져 기계적이긴 해도 곡 전체에 어느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래서 일정수준 이상의 곡이 될 수 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사운드가 좋으면 어느정도 수준이상으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뿐'이라는 것이다. 편곡자의 사운드가 곡을 지배하고, 가수는 지극히 제한되고 반복적인 멜로디만을 부르는 노래는 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신인그룹이라면 모를까, 이미 4집이라는 '물건'을 내놓은 SES에게 이 곡은 타이틀곡으로 너무 약하다.
'친구 - 두 번째 이야기'는 팝댄스로 흐르던 앨범의 분위기를 어느정도 바꿔놓는 곡. 하지만 SES보다는 프로듀서, 혹은 편곡자의 성향이 많이 개입된 곡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 곡역시 보컬의 솔로 파트보다는 코러스형식으로 함께 부르는 부드러운 멜로디라인을 자주 사용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가고, 앞의 곡들이 그러했듯 꼭 한부분 바다의 고음이 드러나는 부분을 집어넣는다. 그것도 앞의 곡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코러스 사이에서 한번 보컬을 폭발시키면서 곡의 전체적인 진행속에서 자연스럽게 하이라이트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곡을 만드는데 필요한 통과의례처럼 한번 나오고 사라질 뿐이다. 꼭 바다의 보컬이 SES의 노래라는 것을 애써 각인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그럼 나머지는? 역시 편곡. 멜로디 자체는 부드러운 팝 발라드이고, 여러사람이 부드러운 멜로디를 코러스의 형태로 반복하기에 멜로디자체는 상당히 반복적이고 그다지 다양한 느낌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사운드가 그 나머지를 채워준다. 건반연주로부터 시작해 스케일을 보장해주는 신디사이저 연주는 물론이고, 잔잔한 멜로디 사이에서도 여러 리듬 프로그래밍이 맞물리면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코러스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어쿠스틱 기타까지 첨가되어 코러스의 부드럽고 조금은 소박한 느낌을 사운드로 재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곡 후반의 '고마워 나의 사랑....'에서처럼 같은 멜로디가 반복되더라도 사운드에서 기타 솔로가 따라가면서 마치 멜로디마저도 그 분위기가 상승하는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이 잔잔한 멜로디의 노래에 알고보면 리듬 프로그래밍만 여러개가 섞여서 복잡하게 돌아가고, 끝에는 기타솔로까지 섞여있다는 것을 알면 조금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빈틈없이 사운드가 꽉 짜여있고, 편곡의 묘미를 보여주는 곡이라 할만하다. 사운드만으로 곡의 느낌을 조절하니 편곡자의 입장에서는 딱 입맛에 맞는 곡이라고 해야할까. 또한 화려한 사운드에 흔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때 쓰는 두꺼운 질감의 리듬프로그래밍이나 어쿠스틱 기타연주가 들어있으니 듣기에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주는데 성공할 듯 싶다. 어차피 코러스가 이런식으로 많이 사용된 곡일수록 악센트는 주지 못해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는 성공할 수 있으니까.
다만 문제는 역시 그런 무난함속에 사라지는 SES만의 특징과 멜로디의 매력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편곡자나 프로듀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꼭 화려하고 복잡한 사운드만을 통해서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심이 되는 멜로디는 코러스로 부드럽게 덮어버린채 사운드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다보니 SES 개개인의 보컬이 묻혀버리는 것은 물론 고급스럽기는 해도 이 곡을 들으면 떠올릴 수 있는 어떤 분명한 분위기가 없다. 이 곡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소박하다, 부드럽다, 아니면 슬프거나 아름답다? 사운드를 통해 멜로디의 느낌을 다양하게 풀어놓다보니 꽉 차있기는 해도 어떤 특정 정서를 살리지는 못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곡에 강한 흡인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편곡이 좋은' 노래가 아니라 '편곡을 위한' 노래의 장단점과 한계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해야할까.
'Please' choose SES's life !
'U'와 함께 앨범의 컨셉(?)을 이루고 있는 'Choose my life'는 프로듀서이자 작곡자이며 편곡자인 황성제가 리메이크 곡이었던 까닭에 곡구성과 편곡에 있어 어느정도의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U'의 아쉬움을 모두 해결하려는듯한 곡. 'U'에서 보여준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멜로디를 편곡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모습을 거의 극대화시킨 듯 싶은데, 앨범 초반의 두곡과 마찬가지로 훅으로부터 곡을 시작하고, 각절의 멜로디는 매우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초반의 훅과 바다의 보컬로 이어지는 구성은 곡의 끝까지 사용되고, 멜로디는 각 부분마다 평면적으로 연결된다. 이를테면 2절의 '나를 보고 말하지... / 나는 네게 말했지..', 같은 부분은 그대로 멜로디가 반복되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 / 세상은 그런 나를 기다려 / 나를 위해 준비된'같은 부분은 그 안에서도 멜로디가 반복되지만 각 절을 통해서도 계속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적인 멜로디에 새로운 느낌을 주고, 솔로 파트와 훅의 멜로디를 매끈하게 잇는 것은 역시 잘 짜여진 편곡을 통해서다. 이 곡에서 황성제의 보컬에 이펙터를 입힌 코러스라인은 곡의 도입부에 등장해서 분위기를 잡고, '내 삶의 주인공...'에서부터 메인 보컬에 따라붙으면서 계속 곡의 흐름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각 파트의 멜로디는 달라도 코러스가 계속 따라붙으면서 곡의 느낌을 일관되게 유지해주고, 동시에 반복적인 멜로디라인에 탄력을 준다. 메인 보컬의 멜로디는 평면적이고 계속 반복되지만 코러스의 보컬은 수시로 변화하면서 곡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고, 발랄한 분위기의 메인보컬과 달리 조금은 신비하게, 그리고 투명한 느낌의 곡에 약간의 색깔을 집어넣는다. 또한 '넌 조금더 멋진 내가 될꺼야'뒤에는 보코더를 이용해 음성을 변조하며 보컬사이의 여백을 채우면서 곡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운드에 있어서 이 곡은 리듬은 거의 비슷한 구성을 가지는 것 같지만 그 사운드는 도입부의 훅에 등장하는 리듬을 기준으로 그 위에 각 부분마다 다른 사운드를 첨가시키면서 곡을 질리지 않도록 만든다. 일일이 나열하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할 정도로, 이 곡은 훅의 멜로디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는 리듬을 중심으로 쓰면서도 다양한 사운드를 첨가시키고 다시 빼면서 멜로디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곡이 'U'에 비해 갖는 강점은 편곡보다는 오히려 멜로디에 있다. 이곡의 훅의 멜로디는 'U'처럼 기계적인 느낌을 주며 반복되지 않고 매우 발랄한 느낌으로, 일정 길이를 갖고서 반복되어 곡 전체에 상큼한 느낌을 불어넣고, 동시에 그 뒤에 따라붙는 바다의 보컬은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면서 훅과 더불어 곡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나마 SES의 멤버중 바다의 캐릭터라도 어느정도 형상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반복적인 훅을 중심에 내세운 까닭에 바로 훅의 그 부분만 기억에 남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그 훅 자체가 SES 개개인의 색깔을 탈색하고 일반적인 코러스와 같은 느낌으로 처리된 것이기에 SES만의 색깔을 보여주는데는 실패한다. 'U'와 마찬가지로, 바다의 보컬 부분만을 뺀다면 이 곡이 다른 그룹이 곡으로 갔다고 해도 지금과 크게 틀려질 부분은 없을 듯 싶다. 어쩌면 이 곡의 진짜 주인공은 SES가 아니라 그 뒤에서 자기 맘대로 흐름을 조절하는 황성제의 코러스라인일지도 모르겠다.
달리기의 오묘함
자,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문제의 '달리기'다. 이미 윤상과 SES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공개전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았던 이곡은 개인적으로 기묘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곡이다. 사실 이 곡이야말로 SES의 캐릭터나 그들의 어떤 특성을 보여주기에는 무리가 있는 곡이다. 원곡의 리듬과 멜로디를 거의 바꾸지 않은 곡이기 때문에 SES의 다른 곡에 비해 상당히 밋밋한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윤상이라는 보컬이 가진 독특한 특징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보컬은 거기에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윤상은 사운드가 매우 중요한 뮤지션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그 사운드는 자신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특색에 정확히 맞춰져 있는 것이어서 다른 보컬들은 윤상의 그 독특한 느낌을 재현해내기가 쉽지 않다. 그의 보컬은 마치 안개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곡의 전체에 걸쳐 곡의 느낌을 좌우한다.
그래서 이 곡을 처음 들었을때는 정말 그저 그랬다. 원곡과 거의 똑같은 멜로디와 리듬을 가진 곡이 보컬만 바뀌었으니 그냥 밋밋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윤상의 원곡이 그렇듯, 이 곡도 듣다보니 '문득' 가슴속에 와닿기 시작했다. 물론 필자가 원곡을 알고 있기도 하고, 리뷰 때문에 한동안 이 앨범을 중점적으로 들은 탓도 있겠지만, 이 곡이 계속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이고 훅만 제대로 기억나는 다른 곡들과 달리 이 곡은 곡 전체가 자연스럽게 기억나는 것이었다. 그것도 SES의 버전으로 말이다.
도대체 이유가 뭐였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윤상이 부른 '달리기'를 다시 들어보기 시작했고, 어느정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윤상은 곡의 원형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곡의 '분위기'는 SES에 맞추면서 오히려 정말 새로운 '의미'를 가진 '달리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먼저 윤상의 '달리기'를 들어보자. 윤상의 '달리기'는 윤상의 보컬에 맞추어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건조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같은 주 리듬라인이라 하더라도 SES의 그것은 탄력있게 '찍는' 느낌을 주고, 신디사이저의 연주역시 어느정도의 질감을 느끼게 하지만 윤상의 그것은 건조하게 잔향만을 남기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다른 리듬프로그래밍들은 매우 건조한 톤으로 충실하게 리듬을 진행하는데 주력한다.
또한 윤상의 곡에는 SES의 곡에 실려있지 않은 사운드가 몇가지 있는데, 이를테면 '단 한가지 약속은..'에서 신디사이저로 그 멜로디를 따라간다든가, '입이 바싹 말라와도'뒤에 기타연주를 잠깐 첨가하며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식이다. 이것은 곡의 멜로디를 다시 다른 사운드로 치환하면서 윤상의 독특한 음색과 더불어 곡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듯 한다. 이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단 한가지 약속은'뒤에 딜레이를 시켜 '약속은'을 한번 더 반복시킨다든가, 마지막에 차분한 톤으로 부르는 코러스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그래서 윤상의 '달리기'는 곡의 경쾌한 리듬에도 불구하고 매우 침착한 느낌마저 주고, 동시에 지금 달리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라기 보다는 이미 그 달리기마저 끝내고 그 달리기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사람의 마음에 가깝게 느껴진다. 꼭 모든 것을 달관한 사람이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충고같다고 해야할까.
반면 SES의 '달리기'는 현재 달리고 있는 사람의 달리기 그 자체다. SES의 '달리기'는 윤상이 가지고 있던 그 차분함, 혹은 허무하게 느껴질정도로 냉정하고 침착한 느낌을 배제하는 대신 주 리듬라인의 느낌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 SES의 '발랄'한 보컬로 그것을 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리듬은 원곡보다 조금더 빨라졌고, 그 사이에는 몇 개의 리듬 프로그래밍과 디제잉에 흔히 쓰이곤 하는 사운드같은 것들이 첨가되어 더욱 속도를 높인다. 또한 원곡에서 윤상의 보컬뒤에 살짝 따라붙는 정도에 그쳤던 기타연주는 아예 보컬 뒤에서 경쾌한 느낌으로 계속 연주를 하며 곡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그리고 SES의 보컬은 그렇게 빨라진 곡들을 자신들의 톤을 최대한 지운 상태에서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곡을 소화한다. 곡 중간중간에는 윤상이 혼자 불렀던 부분들이 SES의 코러스로 처리되어 보다 깨끗한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마지막 부분에서도 원곡의 그것과는 달리 훨씬 밝게 코러스가 처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SES와 윤상이 만든 멜로디간의 '조화'보다는 '충돌'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곡에 깔려있던 경쾌한 리듬라인을 더욱 부각시키게 된다. 윤상과는 정 반대로 어떤 색깔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보컬로 윤상이 만든 중음의 멜로디를 소화하자 밝은 보컬속에 우울함이 깃든 분위기의 곡이 탄생한 것이다. 윤상의 원곡이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속에서 조금 밝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면, 이 곡은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느낌속에서 각 소절마다 끝을 조금씩 하강시키는 멜로디라인으로 인해 약간씩 뭔가 마냥 경쾌할수만은 없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가사와 합쳐지면서 그 느낌이 극대화 된다. 그렇게 밝고 경쾌한 톤으로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 쏟아지는 햇살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 할 수 없죠 멈춰설 수는 없으니'같은 가사를 부르는 SES의 보컬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예 천진난만하다고 할정도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듯한 사람의 느낌을 준다. 정말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을정도로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1등 아닌 보통들말고는 박수조차 남의 일'인 이 냉정한 세계를 견뎌내려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것은 근 5년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SES의 현재 상황과 맞물리는 것이기에 그 느낌이 보다 절실하고, '현재 진행형'으로 다가온다. 윤상의 원곡도 좋지만 현재의 개인적인 상황에서는 SES의 '달리기'가 더욱 눈물겹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곡은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의 곡들중 거의 유일하게 SES라는 그룹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비록 멤버들의 보컬 톤은 철저하게 배제했어도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SES의 현재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곡은 훅을 중심으로 곡이 진행되는 대신 각 멤버들의 솔로파트를 중심으로 멜로디를 이어가고, 코러스를 부분적으로 사용하면서 훅만을 기억하게 만들기보다는 곡 전체의 이미지를 느끼도록 한다. 대신 윤상곡답게 어느 한부분 단번에 기억하기 쉽고 따라부르기에 재미있는 멜로디는 아니어서 대중들이 좋아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 좋아하면 한동안은 중독될만큼 듣게 될지도 모를 곡이다.
'달리기'에 이은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달리기'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이질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곡. 훅을 중심으로 솔로 파트를 철저하게 훅을 위한 연결고리로 사용하는 이 앨범에서, 이 곡은 바다가 작사한 까닭인지 훅보다는 충실하게 바다의 솔로파트에 집중하면서 앨범의 전반부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곡의 패러디대상인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모티브로한 이현우의 동명 OST 수록곡과 마찬가지로 이 곡역시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재즈적인 색깔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이 앨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바다의 보컬. 바다의 보컬은 시원하고 힘있게 부르던 지난 앨범과 달리 이번앨범에서는 상당히 '예쁘게' 부르면서 또다른 음색을 내는데 주력하는 듯 싶은데, 이 곡에서는 그것이 극대화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앞의 곡들이 거의 의무적으로 한번씩은 바다의 '지르는' 보컬을 넣었다면 이 곡은 끝까지 부드러운 바다의 보컬을 유지하면서 산뜻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톤이 일관되게 유지되기 때문에 '정말 그러면 좋아..'같은 코러스의 상큼함이 산뜻함이 더욱 잘 살아나는 듯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곡의 편곡과 멜로디라인이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운드 자체는 트럼본과 색소폰의 사용, 그리고 간주의 피아노 연주와 곡 사이사이에 계속 진행되는 기타연주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상당히 재즈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반면 보컬의 멜로디라인은 재즈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철저하게 부드러운 팝 멜로디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그 재즈 사운드 위에 다시 미디로 찍은 리듬을 덧입혀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재즈 사운드가 더 묻히고, 팝 발라드사이와 재즈사이에서 약간 어정쩡하게 걸친 곡이 된 듯 싶다. 그래서 고급스럽고 듣기에는 무난해도 딱히 어떤 포인트가 잡히지는 않는다. 너무 '안전'하게 만든 곡이라고 해야할까. 조금 방향을 더 확실하게 잡았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Requiem뒤의 기도
'달리기'와 '나도 남편이 있었다'가 끝나면 앨범은 다시 'Requiem'부터 앨범 전반부에서 보여준 훅과 편곡을 중심으로한 음악들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앞의 곡들이 그렇듯, 이 곡역시 앞에서 'I wanna...'로 시작되는 훅으로 강하게 치고 들어가고, 그 사이에는 거의 똑같은 멜로디를 반복하며, 정교하게 쪼개 들어가는 리듬프로그래밍과 그 리듬프로그래밍을 또다시 비집고 들어가는 다양한 사운드와 이펙트를 통해 편곡자의 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반복적인 전개는 중간에 랩을 집어넣어 전환시키는 것도 잊지 않고, 그 뒤에는 다양한 사운드를 넣어 스피커의 좌우 양쪽을 때려주기도 하고, 곡에 임팩트를 주기도 한다.
그럼 그 다음은? 앞의 곡들이 그랬듯 당연히 바다의 고음 보컬을 등장시켜 이 곡이 SES의 곡이라는 것, 그리고 한번쯤은 터져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나마 이 곡은 바다의 고음 보컬을 훅 밑에 깔아둔채로 끝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점이 다른점이라고 해야할까. 그러나 이것은 바다의 보컬이 가진 매력을 드러낸 것이라기 보다는 반복되는 훅이 '심심치않게' 노래잘하는 보컬이 '개인기'를 부린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고음보컬을 불러서 뭔가 확 터뜨리는 느낌을 준다기 보다는 그냥 '높이 올라간다'는 사실 자체를 강조하는듯한 그런 느낌 말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다시 훅을 반복하며 마무리. 작/편곡자들은 다 다른데 어떻게 곡을 구성하는 방법은 이렇게 똑같은지 모르겠다.
정말 '기술적'으로 만드는 곡들의 한계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오히려 앨범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약하고 산만해 보인다. 훅이 잘 기억되도록 하는 하는 구성은 똑같지만 그 훅 자체의 멜로디가 작곡가에 따라 천차만별 다르기에 곡마다 느낌이 다르고, 사운드의 사용도 다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멜로디와 사운드를 따르다보면 곡들이 전부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게다가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성격의 '달리기'와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를 연이어서 배치하는 바람에 앨범의 분위기를 더욱 산만하게 만든다. 곡 자체로만 보면 좋은 곡들이지만 가뜩이나 일관된 흐름이 부족한 앨범사이에 놓여있어 앨범을 더욱 산만하게 만든다.
다만 'Requiem'이 눈에 띄는 것은 유진의 보컬이다. 처음에는 유진의 파트에서 바다가 이 앨범의 앞부분에서 보여준 스타일을 버리고 자신의 옛날 스타일로 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만큼, 유진의 보컬은 톤의 측면에서는 보컬에 진한 색깔을 실을 수 있게 된 듯 싶다. 다만 여전히 고음부분이나 진행상 클라이막스에 해당할만한 부분은 모두 바다가 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유진은 앞으로 자신의 톤을 유지한채로 음역의 폭을 넓히는 일에 신경을 써야할 듯 싶다.
그러나 이 점을 빼면 'Requiem'은 앞의 곡들보다도 더 재미없는 곡이다. 훅이 중심이 되는 곡이 그 훅에서 'Just a Feeling'처럼 강한 악센트를 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Choose my life'처럼 경쾌하고 상큼한 느낌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니 기억에 남기 힘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전에 비슷한 곡이 몇곡씩 흘러나온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다음곡 '기도'는 이 앨범에서 가장 '조용한' 곡. 멜로디뿐만 아니라 사운드 자체가 다른 곡들에 비해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초반부터 피아노 연주로 곡의 분위기를 잡고, 함께 부르는 훅보다는 각 멤버의 솔로파트를 앞에 배치해두면서 정서적으로 천천히 격양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한국적인 멜로디에 R&B적인 느낌을 살짝 얹은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리없는 멜로디 진행이 곡의 후반부를 연결시켜주는 소품으로는 무난한 곡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곡이 '무난'한 것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지 못하게 된 이유인데, 이는 메인 보컬인 바다의 책임이 크다. 사실 이 곡의 멜로디나 창법의 전개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상당히 음정의 고저를 선보이며 고급스러우면서도 포인트가 뚜렷한, 그리고 보컬들의 특색이 잘 나타날수도 있는 곡이었다. 이 곡의 멜로디는 '그대가 떠나고...'같은 코러스라인을 전후로 점점 곡의 멜로디가 R&B적으로 변화하면서 점점 힘이 붙는다. 만약 '너무 많이 아파서 이대로 그대를 더는 가슴에 묻어둔채로 지낼 수 없을 것 같아'나 '그대 떠나지 않는다면 내가 보내야 하잖아요 그대 보내려고 또 기도하며...'같은 부분을 4집의 바다 보컬로 필요한만큼 기교도 쓰면서 힘있게 불렀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바다의 보컬은 너무 예쁘고 잔잔하게, 코러스의 톤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노래를 불러 곡을 평면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든다. 물론 그 안에서 음정변화는 정확하게 따라가지만 그렇게 음정을 변화시킨만큼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이것이 바다 스스로의 선택인지 아니면 프로듀서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다의 보컬이 이번 앨범에서 자기가 가진 것 만큼 완벽하게 표현된 것 같지는 못해 아쉽다.
어느곡이 어느곡?
'기도'가 끝나면 앨범은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와 'Red Angel'에서 역시 무난하고 고급스럽지만 악센트는 없는 팝댄스를 다시 한번 들려준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곡은 여성 보컬들의(SES의 보컬이 아닌 '여성' 보컬의) 섹시한 톤 하나만으로 분위기를 잡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대한 비음을 강조해 섹시한 느낌이 나는 여성 보컬을 등장시킨 다음 그 뒤에는 계속 훅을 반복하면서 훅이 주는 고급스러운 느낌하나만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다. 1절과 2절에 짧게 진행되는 솔로파트를 제외한다면 이 곡에서 반복되는 훅을 빼고 남는 것이 무엇인가. 'Requiem'과 마찬가지로 빈곤한 멜로디를 막기 위해 랩이 등장하고, 꽤 긴 간주, 거기에 이펙트 입힌 보컬등을 첨가해 '재주'를 부리면서 곡을
'무난'하게 마무리한다. 물론 아무리 곡 전체를 훅 하나로 때운다고 해도 훅의 멜로디가 정말 좋은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훅의 멜로디는 그저 부드럽게 곡을 진행시킬 뿐 그 이상의 느낌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신인그룹이나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여성 가수의 무난한 소품이었다면 그럭저럭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팝발라드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그런 수준은 넘어버린 SES의 곡으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그러면 '용기'는? 도입부부터 보컬이 잠시 등장한다는 것외에 이 곡이 'Red Angel'과 다른점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코러스의 사용도 비슷하고, 섹시한 느낌을 내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용기'가 솔로 파트가 좀더 많고, 바다가 한번쯤 고음 보컬을 들려준다는 것이 차이점인가? 작/편곡자들은 다 다른 사람들인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 흐름의 곡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물론 세부적인 멜로디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런 세부적인 멜로디에 앞서 곡 전체의 분위기와 곡의 구성방식이다. 마치 각 작/편곡자의 개성이 드러나기 보다는 정말 '공식'에 대입해 만든 곡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앞에서도 말한 것이지만 이런 곡들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정말 그뿐이라는 것이고, 그것은 SES에게 대중이 바라는 수준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잊지못해'는 편곡의 고급스러움 때문에 오히려 멜로디의 매력을 깎아먹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곡. '잊지못해...'와 같은 훅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 곡은 'Just a Feeling'처럼 매우 힘찬 느낌을 가지고 있고, 계속 훅이 반복되면서 점점 강해지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상당히 신나고 밝은 느낌의 곡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곡은 훅이 가지고 있는 강한 리듬을 살리기 보다는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편곡을 선택하면서 리듬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상실한다. 리듬을 부각하기 보다는 그 리듬을 여러사운드로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각 솔로파트에서 멤버들역시 경쾌한 댄스곡을 부른다기 보다는 팝발라드를 부르듯 부드럽게 소화해 훅의 이미지와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내게 말을 해봐 너의 그런 태도는 내게 바보같은 변명뿐인걸 너는 모르겠니.....변해간거야'같은 부분은 보컬에 색깔을 집어넣으며 멜로디의 느낌을 죽이기 보다는 음정 그대로 힘있고 경쾌하게 노래를 불렀다면 어땠을까. 꼭 모든 곡을 팝의 느낌이 나게 고급스럽고 부드럽게 만들고 부를 필요는 없다. 그럴바엔 멜로디도 팝
적으로 잘 만들든가 말이다.
앨범의 실질적인 마지막곡 '내게로'는 TNB란 그룹의 '초대'라는 곡을 리메이크했다는 곡. 솔직히 유명하지도, 그리고 좋다고도 할 수 없는 곡을 왜 리메이크했는지 조금 의심스럽기도 한데, 정말 '무난함의 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곡이다. 부드러운 훅의 멜로디, 그리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드럽게 첨가되는 코러스라인, 그리고 후반부에서 한번 '의무적'으로 터져주는 바다의 보컬. 그러면 그냥저냥 '팝적이네'라고 느껴지는 곡 하나는 나온다. 너무나 평이한 멜로디에 멤버들의 보컬은 색깔이 있다기 보다는 이런 류의 팝발라드에 맞춰 부드럽고 예쁘게만 부르는데 주력해 그냥 편안한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주지 않는다.
편곡 황성제
마지막곡 'Just a Feeling'의 리믹스 버젼은 편곡자가 중심에선 앨범답게 곡의 구성은 그대로둔채 편곡만으로 분위기는 거의 같아도 세부적인 느낌은 상당히 다르게 만들어놓은곡. 곡 초반에 건반과 현악세션(정확히 말하면 현악세션을 연상시키는 신디사이저 연주겠지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서 그 다음에 터져나오는 훅의 경쾌함을 더욱 살려내고, 이후 이어지는 리듬은 원곡과 달리 보다 건조하고 뚜렷하게 잡아 리듬의 강한 힘을 느끼도록 하며, 도입부에 등장했던 현악세션을 중간중간 삽입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곡의 스케일을 키운다. 원곡이 경쾌하고 신나는 곡이라면, 리믹스버젼은 거기에 '박진감'이라는 단어를 하나 더 붙여도 될 듯 싶다. 별다른 변화는 없는 것 같지만 그 사이에 몇 개의 사운드를 '예민'하게 첨가하고 바꾸면서 곡의 느낌을 미묘하게 바꿔놓은 곡. 황성제는 '촌스럽게' 원 편곡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아예 곡을 뜯어고치기 보다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거기에 새로운 느낌을 첨가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 편곡만으로도 곡의 분위기가 바뀌고, 그것도 어지간한 사람이 처음 들었을때는 그 차이를 쉽게 느끼지 못할정도로 미묘하게 바뀐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이 앨범의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1등 바로 앞에서..
이 앨범을 들으면서 계속 아쉬운 것은 프로듀서의 부재였다. 물론 황성제가 전체적인 프로듀싱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기본적으로 편곡자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 앨범은 프로듀서가 뚜렷하게 컨셉을 잡고 갔다기 보다는 각 편곡자의 능력과 스타일에 따라 곡이 차이를 보이고, SES에 곡을 맞추기 보다는 곡을 '수집'해 SES가 거기에 맞춘듯한 느낌도 든다. 유영진이 비록 표절설로 비난은 많이 받았어도 SES의 앨범, 특히 4집에서만큼은 그들의 능력을 최고조로 이끌면서 앨범 전체에 일관된 분위기를 불어넣은 것과 달리 이 앨범은 그런 조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앨범은 그래도 그럭저럭 들을만한 팝발라드와 댄스를 담은 앨범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사운드에 기억하기 쉽고 따라부르기 쉬운 훅이 있는 곡들이 있으니 가볍게, 그러나 촌스럽지는 않은 유행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 앨범이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앨범을 통해 확실히 '최고'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었던 SES라는 그룹에 대한 아쉬움이다. 요즘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해체설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이 앨범은 SES라는 그룹의 음악적 성장도, 그렇다고 지금까지 보여준 그 화려한 이력의 마무리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어쩌면 아이돌의 모든 편견을 깨줄수도 있는, 그리고 한국에서 제대로된 대중적인 팝음악의 표준을 제시할 수도 있었던 그룹이 그 직전에서 멈춰버린 것은 그들에게나, 대중음악계 전체로서나 아쉬운 점이다.
ps. '달리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건데, 필자가 이번 겨울방학동안 제대로 지킨 계획은 매일 몇km씩 뛰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달리기를 계속하면서 느낀건 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건 아무리 괴로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도 뛰다보면 어느새 그 거리에 익숙해지고, 보다 나아진 자신의 몸을 느낄 수 있다. 숨이 차도록 뛰어야 하기 때문에 괴롭지만, 그것이 달리기의 매력이다.
역시 강명석씨 리뷰글은 언제나 길다, ;; 흠, 개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나 라이브를 떠나, 핑클이나 ses 앨범 다 좋았던것 같아요, 남자그룹들같으면 알아듣지 못할 랩같지 않은 랩같은 것과, 등등 때문에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핑클이나 ses는 그냥 편하게 들을수 있는 음악이 많았던것 같음,
난 에세스 앨범은 어쩌다 보니 다 갖고있음..-_- 핑클은 2집만..-_- 근데 에세스는 2,4,서프라이즈 괜찮고..딴것도 다 들을만함..5집이 젤별루.진짜 좋든 실든 실력여부떠나서 지금 상황으로 볼때 에세스가 사라짐으로써 뭔가..-_- 여자아이돌그룹이 수준이 하락한것 같다는..얘네는 갠활동해서 망했음..합치시지-_-;뿡
첫댓글 넘길어서 읽기도 귀찮다... ses는 그룹시절엔 다 럭셔리컨셉?? 암튼 다 그랬는데.. 해체하니깐 쫌 핑클만도 못해보인다는....
강명석리뷰군..;근데 진짜 길구료..ㅋ
이제 SES만큼은 '노래가 좋아서' 앨범을 산다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룹이 된 것이다.<-이부분 동감... ses 4집은 정말 듣기 편하고 좋았음.. 5집도 좀조코... 아이돌중 손가락 안에 들만함..
ses나 핑클이 없으니간 요즘 여성그룹이 진자 없다는 생각이 듬... ses를 대신할 아이돌그룹은 당분간 나오지 못할듯 싶음... 사생활이야 어쨌든.. ses의 4~5집이 진짜 듣기좋았던건 사실... 핑클도 4집 듣기 좋았고..
사실 ses나 핑클이나 그룹일때가 솔로일때보다 모두 퀄리티가 그나마 높았던 것 같아요. 특히 ses는 해체해서 더 많이 위치를 잃은 듯한 느낌. 핑클이 개인활동할때 꿋꿋히 자리를 지켰다면 여성그룹의 한 획을 그었겠죠.
SES 4집만한 앨범은 정말 없는 듯... 서프라이즈도 너무 좋았고.. 5집은 두 앨범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달리기' 랑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Choose my life'는 5집의 수준을 적절하게 유지 시켰다고 생각함..
ses노래는 살만함. ses앨범 쫌있는데 괜찮음.. 개인적으로는 일본음반도 구해보고싶은.. 서프라이즈로 나온 노래들말고,,
역시 강명석씨 리뷰글은 언제나 길다, ;; 흠, 개인적으로 음악적 재능이나 라이브를 떠나, 핑클이나 ses 앨범 다 좋았던것 같아요, 남자그룹들같으면 알아듣지 못할 랩같지 않은 랩같은 것과, 등등 때문에 조금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핑클이나 ses는 그냥 편하게 들을수 있는 음악이 많았던것 같음,
다른건 그냥 그렇지만- 4집은 정말 괜찮음;
난 에세스 앨범은 어쩌다 보니 다 갖고있음..-_- 핑클은 2집만..-_- 근데 에세스는 2,4,서프라이즈 괜찮고..딴것도 다 들을만함..5집이 젤별루.진짜 좋든 실든 실력여부떠나서 지금 상황으로 볼때 에세스가 사라짐으로써 뭔가..-_- 여자아이돌그룹이 수준이 하락한것 같다는..얘네는 갠활동해서 망했음..합치시지-_-;뿡
글내용 리뷰라기 보다는 결국 바다 없었으면 죽도 밥도 안된 그룹이란 얘기네 뭐 F그룹도 옥주현 없으면 그렇겠지
S.E.S. 4집은 나도 사고 싶었던 앨범이었는데.. 확실히 S.E.S.가 없어지니까 여성 그룹의 이미지나 실력이 하락하는듯..
핑클!! 뷁
대략 무슨 내용인지 정리해주오 난 귀찮니즘쟁이라오..또 4집 노래로는 뭐가 있소??;;;
시시한 애들위해서 이런 긴글쓰는 사람은 누구요?
난 바다 목소리가 싫어서 그런가... SES꺼 좋다는 말듣고 샀다가 반만듣고 친구 줬는데;;
그래도 그럭저럭 괜찬흥 글이네요. (다읽었음.;) 솔직히 5집은 따른앨범에 비해 딸렸지만. 야심한 밤에 듣기에는 괜찮던데~ 난 ses 5집밖에 없음. 뒤에곡들 좋은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