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기때문에 -유재하

[능파]

사랑하기때문에 -유재하

유재하의 솔로 데뷔 과정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난 유재하는 한양대 음대 작곡과에서 화성학을 전공했다. 대중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던 그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만능 뮤지션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을 앞둔 1984년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에 키보드 세션으로 참여했다.
그때 조용필은 1985년 자신의 정규 7집에 그의 대표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유재하 1집보다 2년 먼저 발표했다.
이후 김현식이 이끈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키보드 주자로 실전 경험을 쌓은 유재하는 솔로 데뷔 음반을 준비했다.
이전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음악을 담은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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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앨범 뒷면
2달여의 녹음 과정을 거쳐 1987년 서울음반에서 발매한 유재하의 데뷔 음반에는 그가 만든 9곡의 창작곡을 수록했다.
앨범을 발매한 1987년은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던 격동의 시기였지만, 그의 개인적 감성을 담은 서정적인 노래들은 시대적 분위기와 다른 감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유재하의 모든 음악은 서울대 음대를 다녔던 여자 친구와의 첫 만남부터 몇 번의 헤어짐, 그리고 재회에 이르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은 연애 일기였다.
<우울한 편지>는 첫 만남 이후 2년 간 퇴짜를 맞으며 구애를 펼친 그가 처음 받았던 편지를 소재로 만들었다.
유재하에 대한 연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담은 그녀의 편지는 이미 비극적 사랑을 예감했다.
<그대 내 품에>는 사랑을 구애하는 그의 애타는 마음을, <우리들의 사랑>은 사랑이 받아들여진 벅찬 기쁨을, <지난날>은 짧은 이별의 서글픔을, 대표곡 <사랑하기 때문에>는 다시 돌아온 그녀에 바치는 헌정곡이었다.
유일한 연주곡 <미뉴에트>는 그의 천재성을 확인시켜준다.
사후에 조명을 받은 유재하의 유

유재하 1집은 발매 이후 독특한 변조의 코드 진행 때문에 “노래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음악 관계자들은 새로운 음악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사실 이 음반은 6개월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 사장될 운명에 놓였던 음반이었다.
1987년 11월 1일 유재하가 25살의 젊은 나이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자, 그와 이 음반이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3년 후 같은 날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자 연예계에는 “먼저 간 유재하가 술친구가 그리워 그를 데리고 갔다”는 호사가들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여기에 더해 유독 11월에 연예계 사건 사고가 많이 터지면서 ‘11월 괴담설’로까지 부풀려졌다.
작사, 작곡, 연주, 노래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은 물론 편곡까지 도맡았던 유재하의 요절은 대중음악계의 큰 손실이었다.
그의 유작은 사후에야 “대중음악의 수준을 외국의 팝 이상으로 몇 단계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후배 가수들의 롤 모델이 된 유재하
유재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인 1989년 그의 천재적 음악성을 기리는 「유재하 가요제」가 탄생했다.
이 가요제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권위 있는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유재하와 그의 음악은 사후에 재평가되면서 후배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발라드의 황제’로 불린 신승훈은 자신의 데뷔 20주년 앨범을 유재하의 기일인 11월 1일 발매했다.
김동률은 “유재하의 죽음은 한국 발라드가 음악적으로 10년은 후퇴했음을 의미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유희열은 “유재하는 나의 등대”라고 고백하는 등 유재하는 후배 창작자들의 롤 모델이 되었다.
재발매로 여러 버전이 혼재하는 음반
최근에도 재발매가 거듭되는 유재하 독집은 다양한 버전이 혼재한다.
1987년 4월 1천 장 정도를 발매한 초반은 타이틀곡 <사랑하기 때문에>의 글자를 담배 연기로 디자인한 독특한 그림 재킷이다. 이 앨범에는 발매일을 정확하게 명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록곡 녹음 번호를 보면 총 9곡 중 8곡을 1987년 3월에 녹음했고, <가려진 길>은 4월에 녹음했음을 알 수 있다.
초반 커버 디자인이 유재하의 음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발매 LP는 커버를 회색 콘크리트 벽에 붙은 유재하의 사진과 “87. 夏”라는 글자를 넣어 디자인을 수정했고, CD는 파스텔화 느낌의 유재하 초상화로 제작했다.
그런데 이 음반의 초반이 알려진 것처럼 1987년 여름이 아닌, 녹음이 끝난 4월이나 5월에 발매했다는 증거가 있다.
필자가 소장한 초반 뒷면에 유재하가 친필로 쓴 사인에는 “87. 5. 19”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기 때문이다.
2012년 그의 25주기를 기념해 로엔에서 초반 CD의 리마스터링 버전을 재발매했다. 2014년에는 돈 멕클린의 를 커버한 미공개 음원을 추가한 3판 LP를 발매했다.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유재하의 음악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부녀자 연쇄살인 용의자가 비 오는 날이면 라디오에 신청한 묘한 분위기의 노래 <우울한 편지>가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단이 추천한 명곡’ 편에서 솔리드 출신 김조한이 리메이크했다.
2013년 KBS 「불후의 명곡」에서는 문명진이 이 곡을 재해석해 화제가 되었다. 유재하 음악의 가치는 영화와 각종 TV 프로그램, 언론 기사에서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들국화 1집에 이어 이 앨범이 2위를 차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앨범 소개말
저의 음악이 완성되는 과정을 끝까지 성의있게 지켜봐주신 서울 Studio 최세영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바쁘신 중에도 음악적으로 인간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조원익형님께도 감사의 마음 전할길이 없으며, 아울러 반주를 도와주신 김애란씨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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