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꼈던건데 이것 저것 찾아보니 생각보다 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아서 한번 제목은 저렇게 지어봤습니다^^
두 조는 비슷한 점이 아주 아주 많은 것 같아서 한번 객관적인 공통점을 찾아보았습니다.
1. 일단 선수 프로필부터 공통점이 보입니다^^ 파트너의 소속팀이 같아요. (참고 : 인천아시안게임 홈페이지)
* 엔도 히로유키 1986년생. 171cm, 70kg. 유니시스 클럽
- 초등학교 1학년 때 형을 따라 배드민턴 시작
- 직업 : 사무직
- 취미 : 독서, 영화 보기
* 하야카와 케니치 1986년생. 177cm, 80kg. 유니시스 클럽
- 6세가 되던 해에 야구나 배드민턴 중 한가지를 하겠다고 결심했고, 제한연령이 미달됐던 야구부에 들어가는 대신 배드민턴을 선택
- 직업 : 사무직 (회사 생활과 선수 생활을 같이 하는 듯?ㅋ 개인적으로 일본의 이런 시스템이 참 부럽습니다.)
- 취미 : 훈련
* 김사랑 1989년생. 177cm, 63kg. 인하대-삼성전기 (다음에 기재된 프로필 : 177cm, 72kg.. 이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 초등학교 4학년 때 배드민턴 시작
* 김기정 1990년생. 183cm, 72kg. 원광대-삼성전기 (다음에 기재된 프로필 : 179cm, 82kg이 더 정확해보입니다^^)
- 초등학교 5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배드민턴부에 들어가서 시작 (상대적으로 선수 생활을 늦게 시작한 것 같네요^^;)
(잡담 : 선수들 사진 보니까 갑자기 예전에 제가 이미지로 보는 배드민턴 선수들의 직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었고 너무 부끄러워서 삭제하긴 했지만^^; 그 글이 생각나요. 그때 엔도 - 신칸센 청소 담당 직원, 하야카와 - 이공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김사랑 - 여자 중학교 체육 교생, 김기정 - 미드필더 포지션의 꽃미남 축구 선수 이렇게 썼었는데 사진보니까 왠지 와닿네요ㅋㅋ 뭔 생각으로 저런 글을 썼었는지 몰라도 갑자기 생각나서^^;)
2. 호흡을 맞춘 기간이 비슷
엔도-하야카와 조는 2010년 6월부터(확실하지 않은데 2010년 중순인건 확실합니다), 김사랑-김기정 조는 2011년 1월부터 함께하였으므로 각각 호흡을 맞춘지 약 4년 정도 되었네요. 이 정도 호흡을 맞춰왔으면 빼도박도 못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기엔 그 동안 호흡을 맞춰온 시간이 아깝고, 반드시 슬럼프, 정체기가 찾아오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서요. 엔-하조는 왠지 그 시기가 지금인 것 같고요, 김-김조는 2013년 초반이였던 것 같아요.
3. 비슷한 천적 팀
엔-하조와 김-김조의 천적이 아주 비슷합니다. 두 조의 능력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어요^^
세계랭킹도 김김-4위, 엔하-5위로 아주 비슷하고요.
vs. 보에-모겐센 : 엔하 1승 4패, 김김 0승 4패
vs. 아산-세티아완 : 엔하 0승 6패, 김김 1승 3패
특히 두 조를 괴롭히는 천적입니다. 엔하조도 아세조 한번 이겨봐야 할텐데 상대 전적이 너무 잔인하네요ㅠ
김김조도 보모조한테는 아깝게 진 경기가 많아서 불로초 드시고 회춘하고 계신 할배들 상대로 꼭 한번 복수해봤으면 좋겠어요.
4. 신의 한수. 단식에서 복식으로의 전향
제가 제목에다가 도플갱어라고 썼는데 특히 엔도 vs. 김사랑, 하야카와 vs. 김기정 선수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요.
특히 엔도 히로유키 선수는 제가 찾아보니까 2008년까지는 단식에서 활약하던 선수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김사랑 선수 역시 장래가 촉망되는 단식 유망주였었고요.
두 선수의 단식 승률을 찾아보니까
엔도 : 28승 17패 (62.2%)
김사랑 : 20승 16패 (55.6%)
그런데 더 소름돋는건 두 선수 모두 단식 선수로 활약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복식으로 전향했다는 거예요. 그것도 똑같이 대학교 4학년 때... 엔도 선수는 대학교 4학년 때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고 하는데(인천 AG 공식 홈페이지 참고) 분명 이것으로 인해 복식으로 전향한 것 같고, 김사랑 선수 역시 복식도 하고 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복식 선수가 된건 대학교 4학년 때부터였습니다.
그렇다면 신의 한수가 된 복식에서의 승률을 살펴보면
엔도-하야카와 : 149승 76패 (66.2%)
김사랑-김기정 : 112승 43패 (72.3%)
엔-하조의 승률은 그닥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4년 넘게 파트너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성공적이라고 보고, 김-김조는 그야말로 대박!
가끔씩 김-김조가 지는 날 좀 격하게 반응하시는 분들은 ~선수 때문에 졌다, ~선수가 아깝다,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고 댓글 다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 승률을 본다면 절대 그런 말 못하실 것 같아요. 아쉬운건 아쉬운거지만 엔하조도 그렇고 김김조도 그렇고 진정한 win-win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리 잡은데 걸린 시간을 1년 정도로 친다면 약 3년 간 Top 5에서 있었다는 것인데 이것만 봐도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엔도, 김사랑 선수가 기본적으로 센스가 뛰어난 선수들이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복식 선수로 정착한건 파트너인 하야카와, 김기정 선수의 공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두번째 만난 파트너와 대박이 나다!
이건 김기정, 하야카와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하야카와 선수도 단식 경기를 뛴 적이 있긴 하지만 아주 많은 경기에 나온 것은 아니라서 복식 전문 선수인 것 같고요. 김기정 선수는 어릴 때부터 국대 1군에 들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복식 유망주 출신이죠.
하지만 두 선수는 데뷔 무대부터 바로 김사랑, 엔도 선수를 만났던 것은 아닙니다. 함께한 파트너가 몇 명 더 있긴 하지만 20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는 2명씩 있었는데 김기정 선수는 신백철, 김사랑 선수이고 하야카와 선수는 카즈노 켄타, 엔도 선수입니다.
참고로 엔도 선수는 복식으로 전향하고 처음 만난 파트너가 요시테루 히로베 선수였습니다.
김기정-신백철 : 36승 24패 (승률 60%)
하야카와-카즈노 : 40승 33패 (승률 54.8%)
이랬는데 김사랑, 엔도 선수를 만나고 두 팀 모두 승률이 약 10%씩 뛰었네요^^ 게다가 4년 정도 호흡을 맞추고 있고 세계랭킹 5위 안에 드니까 이건 뭐 대박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저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김김조 2% 아쉽다고 하시는데 사실 복에 겨운 투정인 것 같아요^^ Top5의 위대함이 어느 순간부터 무디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랭킹이 아주 객관적으로 매겨진 것은 아니라도 하더라도 그걸 3년간 유지한다는건 꾸준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고요.
6. 파트너와 함께 천적을 물리치다!
배드민턴은 상대성이라는게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파트너만 바꿨을 뿐인데 천적의 천적이 되다니요!
신백철-김기정 조는 약 1년간 함께 했는데 정재성-이용대, 카이윤-푸하이펑, 쿠킨킷-탄분형에게 모두 3패를 당했습니다. 정-이, 카-푸조는 워낙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여서 김-김조를 결성한 뒤에도 승리한 적은 없었지만 김기정 선수가 신백철 선수와 파트너를 했을 땐 쿠-탄조한테 0승 3패였는데 김사랑 선수와 파트너를 하고 나서는 4승 0패로 상대 전적이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김-김조 경기를 볼 때 쿠-탄조를 상대로 한 경기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단 경기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또 우리가 이기니까 더 재미있고 이상하게 쿠탄조만 만나면 두 선수 다 날아다녀서 참 볼맛이 나더라고요^^
하야카와-카즈노 조도 역시 천적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역시 같은 일본 조인 하시모토-히라타 조한테는 0승 2패로 약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엔도-하야카와 조가 결성된 후 상대 전적은 무려 5승 0패^^ 우째 이런일이.. 참 배드민턴은 신기한 종목인 것 같아요ㅋㅋ
7. 유사한 우승 경험
엔도-하야카와 : 슈퍼시리즈 - 우승 x, 준우승 5회,
그랑프리 골드 - 우승 2회 (11호주 : vs. 카와마에-쇼지, 12미국 : vs. 요시테루-카즈노), 준우승 3회
아시아선수권 - 준우승 1회
김사랑-김기정 : 슈퍼시리즈 - 우승 1회 (12일본 : vs. 쿠킨킷-탄분형), 준우승 2회
그랑프리 골드 - 우승 3회 (12인니 : vs. 사푸트라-프라타마, 13대만 : vs. 리솅무-차이치아신, 13코리아 : vs. 고성현-신백철), 준우승 2회
아시아선수권 - 우승 1회(vs. 엔도-하야카와), 준우승 1회
슈퍼시리즈에서 우승을 해보고 안 해보고는 좀 차이가 있지만(그래도 준우승으로 퉁치면 어느 정도 비슷) 전반적으로 성적도 매우 비슷한 것 같아요. 주로 두 팀은 슈퍼시리즈 4강, 8강까지 진출한 경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참고로 김-김조의 슈퍼시리즈 준우승 중 한번은 슈퍼시리즈 파이널에서이고(상대가 아-세조ㅠ) 나머지는 작년 홍콩 오픈에서의 준우승입니다.(상대는 이-유조ㅠ)
엔-하조는 준우승을 5번이나 했는데 이 때 결승 상대는 보에-모겐센, 아산-세티아완, 이용대-고성현, 류샤오롱-치우지한, 차이비아오-장난이고요.
8. 두 팀의 상대 전적
이렇게 서로 비슷한 두 팀의 상대 전적은 어떻게 될까요?
두 팀은 6번 만났고요. 김사랑-김기정 vs. 엔도-하야카와 : 3승 3패로 매우 치열한 전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1차전 : 11년 인도 오픈, 엔도-하야카와 2-0 승 (21-19, 21-16)
2차전 : 11년 말레이시아 오픈, 엔도-하야카와 기권 승 (김김조가 1게임을 21-16으로 진 후 기권)
3차전 : 12년 아시아선수권, 김사랑-김기정 2-0 승 (21-12, 21-16)
4차전 : 12년 일본 오픈, 김사랑-김기정 2-1 승 (21-17, 19-21, 21-17)
5차전 : 13년 전영 오픈, 엔도-하야카와 2-1 승 (21-16, 12-21, 21-19)
6차전 : 13년 아시아선수권, 김사랑-김기정 2-1 승 (19-21, 21-13, 21-14)
김-김조가 올해 남은 슈퍼시리즈 출전을 취소하면서 2014년에는 만날 일이 없지만 2015년 부터는 두 팀이 만난다면 재밌는 경기가 많이 펼쳐질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김김조가 6:4 정도로 약간은 우세하다고 보는데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아는거니까요. 항상 엔하조와의 경기는 치열했던 것 같아요. 저는 김김조 경기 중에 우리나라 선수끼리 대결하는거 빼면 쿠탄조 다음으로는 엔하조와의 경기가 재밌더라고요^^ 뭔가 비슷한 팀끼리의 대결이라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더 긴장되고 그래요^^;
9. 이 정도면 충분히 라이벌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지?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해서 우리가 1등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마 배드민턴계에서도 남자복식에서 라이벌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이용대-유연성, 아산-세티아완 조를 꼽을 것 같습니다. 상대 전적으로만 보면 두 팀은 라이벌이 아니지만 어쨌든 세계랭킹 1, 2위이고, 손꼽히는 전위 플레이어(이용대, 세티아완)에 스매시를 때리는 선수들(유연성, 아산)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런지 포지션이 비슷해서 라이벌 느낌이 물씬 나죠. 메이저 대회이거나 중요도가 높은 대회일수록 왠지 더 경기가 치열해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요.
10위 안에 드는 선수들 중에 제 1라이벌을 이-유 vs. 아-세라고 봤을 때 저는 제 2라이벌은 김-김 vs. 엔-하라고 생각합니다.
두 팀은 정말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인 능력치는 정말 비슷한 것 같다고 느끼고요. 위에서 살펴본 것만해도 엄청난 공통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 각 조에 허슬 플레이어가 1명씩 있다는 것도 그렇고요. (김사랑, 엔도)
* 두 팀 모두 수비도 좋은 편이고
* 기량이 뛰어나지만 아주 완벽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 2위 그룹(랭킹 3위~6위에 속한 팀이 여기에 든다고 생각해요.) 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그냥 제가 느끼는대로 10위 언저리에 드는 팀을 3그룹으로 나누어보자면
1그룹 : 이용대-유연성, 아산-세티아완 (푸하이펑-장난은 아직 많은걸 보여주지 않았으므로 1그룹에서 보류, 보에-모겐센은 1.5그룹 같은 느낌)
2그룹 : 김사랑-김기정, 엔도-하야카와, 차이비아오-홍웨이, 탄분형-탄위키옹
3그룹 : 고성현-신백철, 류샤오롱-치우지한, 리솅무-차이치아신, 프라타마-사푸트라, 카무라-소노다 이 정도로 나눠보고 싶어요.
물론 2,3 그룹 당 실력은 습자지 1장 정도? 1,2그룹당 실력은 도화지 1장 정도로 컨디션에 따라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팀에 혼복을 같이 하는 선수가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김기정, 하야카와)
* 뜬금없지만 치아 교정을 해본 선수가 1명 있다는 것도 비슷하네요ㅋ (김사랑, 엔도. 이마오이키로님 제보^^;)
암튼 소름끼치게 여러 가지가 비슷한 두 팀이라 찾아보는 내내 재밌었습니다^^
그래도 약간 차이가 있다면 젊고 빠른 김김 vs. 안정적인 엔하의 대결인데 그래도 김김조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요.
두 팀이 앞으로도 4, 5위의 랭킹을 유지한다면 8강이나 준결승에서 많이 맞붙을 것 같아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면 김김조한테 훨씬 우세하다고 생각해요. 엔하조는 많이 이겨본 상대라서 방심만 안한다면^^ 두 팀 다 충분히 폭탄 제거를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니 서로가 서로에게 필사적으로 이기려고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엔하조 슈퍼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상대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축하 많이 할게요ㅠㅠ
김김조도 우승한지 꽤 됐는데 내년엔 꼭 다시 해봤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