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저께 회사사람들과 축구하고 저녁에 맛있게 돼지갈비와 오겹살을 먹었다. 그리고 소화시킬 겸 당구 한 판 치고 퇴근했다. 비록 당구는
아깝게 졌지만 축구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집근처에서 붕어빵 2천원어치를 샀다(야채맛 4개, 팥 2개). 집에
도착하니, 11시쯤이다. 오늘은 빨리 씻고 야식 안 먹고 일찍 자야지. 요즘 계속 늦게 자다보니, 피곤하다.
집에 와서 불을 켜고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았는데, 손잡이가 안 돌아간다. 잠긴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화장실열쇠는 없었지만, 열쇠구멍이 있는지 살펴봤다. 열쇠구멍 표시만 있고
실제로 열쇠구멍가 없었다. 이런 문은 처음 본다. 지금껏 이 손잡이를 수없이 돌렸지만 열쇠구멍이 없는 것은 처음 발견했다. 이
문이 왜 잠겼지? 나는 한 번도 이 화장실 문을 잠근 적이 없다. 내 방에 잠만 자고 가는 사람이 있는데 가끔 이 사람이 잠그곤
한다. 혹시 이 사람이 안쪽에 잠금버튼을 누르고 닫았나? 일부러 그럴리는 없는데. 일단, 그 사람에게 화장실 문이 잠겼다는 문자를
보내고 이 문을 어떻게 열지 고민했다.
문 손잡이를 잡고 비틀어보고 손잡이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쇠를 넣어보기도 했다. 문 사이에 ?은 카드를 넣어서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통하지 않았다. 급기야 문의 경첩을 떼어낼 방법을 궁리했지만 문은 꿈쩍도 않했다.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갈 방법을 생각해봤지만 내 방은 2층이고 화장실창문은 잠겨 있다. 화장실을 못쓴다고 생각하니,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씻지도 못하고 대변, 소변도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큰 불편인지를 알 게 되었다. 그동안 화장실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그 작은 공간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무지 불편하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할까?
아니면 열쇠따는 사람을 부를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늦은 밤이라서 내일쯤 불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이불속에 들어갔다.
나는 불안했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혹시 저 화장실안에 누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없는 사이에 누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다가 내가
들어오니까 안에서 문을 잠근 게 아닐까? 나는 화장실의 불을 켰다껐다했다. 이 안에 정말 누가 있으면 어쪄지? 이런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불을 끄고 잤다.
그런데 10분쯤 후에 그 잠만 자는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화장실 문이 잠겼다고 얘기하고 혹시 문을 잠궜냐고 물었다. 나는
기분이 안 좋았으므로 내 말투는 그 사람의 책임을 묻는 듯 했을 것이고 퉁명스러웠을 것이다. 그 사람은 안 잠궜다고 대답하고 문을
살펴보더니, 금방 잠긴 문을 열었다. 이런 신기한 일이 있나! 내가 그렇게 고민하면서 열려고 했던 화장실문이 이렇게 쉽게
열리다니! 일단 안심이 됐고 열쇠따는 사람을 부르지 않아도 되니 좋았다. 알고 보니 그 문은 별도의 열쇠가 없고 잠겼을 때
동전으로 돌려서 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문손잡이는 처음이다. 하지만 어떻게 화장실문이 잠기게 됐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나한테도 잠만 자고 가는 그 사람에게도. 다음날 회사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열쇠가 없는 그런 문손잡이는 많이
쓰인다고 한다. (혹시 정말로 내 방에 숨어있는 요정이 있는 게 아닐까? 걔네들이 내가 잘 때나 내가 회사에 있을 때 내 방에서
장난치고 노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장난으로 화장실문을 잠근 게 아닐까? 화장실문을 여는 방법을 이제 알았으니 이제 이런 장난은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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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드럼레슨을 마치고 9시쯤 집에 와서 책을 마저 읽고 리뷰를 썼다(변화는 종이물고기도~). 리뷰를 쓰다보니
어느새 11시가 됐다. 그 때 잠만 자고 가는 그 사람이 들어왔다. 나는 리뷰를 수정하고 있었고, 그 사람은 분홍색 '웨하스'를
꺼내면서 먹으라고 한다. 이 사람은 내 방에서 자고 가는게 미안한지 가끔 과일이나 과자나 맥주를 사온다. 나는 분홍색 웨하스는
간만에 봐서 감탄했다.
"아, 웨아쓰!"
그 후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잠자러 왔어요~"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 사람을 처다보다가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는지를 알았다. 그 사람은 내가 말한 '웨아쓰!'를
'왜 왔어?'로 들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웨하스'의 발음이 '왜왔쓰'와 비슷하다. 아니면 내 발음이 문제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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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러 밤에 왔다 아침에 가는 사람은 가끔 나에게 생소함을 준다.
첫댓글 화장실 문 잠겼을때 황당하지요.
하지만 잘 해결하셨네요..
어느집이나 화장실문 손잡이는 같으리라....
갑자기 웨하스 먹고잡아요..
정말 황당했어요. 하지만 동전으로 그게 열릴 줄은 몰랐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
화장실 문은 동전으로 여는게 있고 철사같은걸로 여는게 있고 그러던데요.
화장실 손잡이 잘 보세요. ^^
왜왔쓰~~~ 하하하. 재미있군요. ^^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한편의 책과 같아요.^^
저도 예전에 화장실 문이 잠겨서 당황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 웨하스(왜왔쓰)... 정말 재미있군요. ^^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웨왔쓰, 제 발음이 좀 부정확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