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벌써 중순이다.
어제까지 집안에서만 머물렀기에 이제 서서히
밭으로 나가는 일이 잦아질 테고,
그러면 집에서 편히 놀던 시간들이 그리울지도 모른다.
요 며칠 보름 정도 나는 책보다는 연속극을 주로 아니, 잠자는 시간 외는
밥 먹거나 집안 치우기도 하면서 텔레비전을 봤다.
화,목 이든 금,토 토,일 이든 한꺼번에 연속으로 몰아치기를 하면서 말이다.
둘째가 넷플릭스를 가입해
어지간한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었기에
잘 됐다 싶어 몰아보기로 한 첫 번째가 스물다섯 스물하나,
다음 스타트 업, 그리고 갯마을 차차차,
동백꽃 필 무렵 등을 차례로 봤다.
나이 들어가면서 삶이 단순해져서인지 점차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그다지 재미없기도 하지만, 자꾸 가볍게 쓸 글도 안 써지게 되고
써도 비슷한 글을 반복해 쓰는 것 같아
써봐야 그 말이 그 말이니 더 안 쓰게 되고
그나마도 뭔가 쓰려면 쉽지 않은데
뭐 그러거나 말거나.
젤 먼저 본 건 스물다섯 스물하나 펜싱을 하는 여주인공의 성장과
집이 아이엠에프로 가난해져버린 남주인공 또한 커가는 두 사람이
만나면서 시작되는 애기로 흥미롭게 봤다 2022년 2월부터 4월까지 방영된 것
스타트 업은 2020년 10월중순부터 12월 초순까지 방송했던 작품인데
활기 넘치는 내용이라 지루하지 않게 봤고,
갯마을 차차차는 2021년 8월에서 10월까지 방영한 작품을
감동과 즐거움으로 봤는데 집을 빌려줘 촬영했던 사람들이 돌아가고
할머니 셋이 북적북적대던 집 쓸쓸할 거라며 나란히 같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 중 젤 늙은 할머니가 깨지 않고 돌아간 장면은 너무 현실적인 것 같아
정말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 저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을 눌렀던 사건들이 다 풀어지며
결말이 나는데 참 좋았다.
스타트 업과, 갯마을 차차차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티비엔에서 방영한 극이고
동백꽃 필 무렵은 케이비에스2에서 2019년 9월에서11월까지
수목요일 방영했던 거다.
그제 어제 연이틀 내리 동백꽃 필 무렵을 보았다. 살인사건과
경찰과 동백의 주변 얘기들이 흥미진진 이어졌다.
밥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잠시 멈춤을 눌러 급하게
처리한 뒤 잽싸게 돌아와 보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어떤 때는 아예 밥을 비벼 들고 와 보기도 했다.
설거지를 미뤄본 적 없는 내가 세끼 그릇을 물속에 담갔다가
저녁에 한꺼번에 치우기도 했다.
이렇게 재밌는 극들을 나는 어째서 이제 봤는지
딴 나라 사람도 아니고 시청이 안 되는 오지 골짝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퍼졌을 이런 연속극들을 왜 안 봤는지 모르겠다.
동백꽃 필 무렵은 사년 반이 지나버린 시점에 방영된 것인데
이제 봤다니 새삼 너무 내가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청률 좋아서 그때 그해에 연기대상을 여주인공이 받고
남주인공 또한 상을 받은 걸 인터넷을 뒤적거린 뒤 알았다는 사실.
그런데 상을 받아 마땅했던 거다. 너무 좋았다.
시청률이 안 좋을 수가 없던 극이다.
대본 속에 녹아 진짜 눈물로 그렁그렁 우는 연기자들 때문에
나도 그렁그렁 콧물 눈물을 훔쳤다 .어쩜 이리도 잘하는지.
거기 나온 사람들 꼬맹이도, 동네 사람들도 모두 너무너무 좋았다.
다시 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사는 따뜻한 이야기
보면서 눈물 고이고 감동 철철 넘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참 좋다.